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93)
1061화 The King (10)
2020년 7월 2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경기 시작 10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리버풀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3-3
GK ? 에데르송 / GK – 알리송
RB ? 카일 워커 / RB ?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CB ? 김민재 / CB ? 조 고메즈
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CB ? 버질 반데이크
LB ? 주앙 칸셀루 / LB ? 앤드류 로버트슨
DM ? 로드리 / DM – 파비뉴
CM ? 일카이 귄도안 / CM ? 조르지니오 베이날뒴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조던 헨더슨
RW ? 필 포든 / RW ? 모하메드 살라
LW ? 라힘 스털링 / LW ? 사디오 마네
ST ? 김다온 / ST ? 호베르투 피르미누
.
.
모든 경기가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
어떤 경기는 좀 더 특별하다.
마치, 오늘처럼.
“Okay-! Listen Up, Lads!!”
“…….”
준비는 끝났다.
지난 사흘 동안 우린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심지어 훈련 외의 시간에도 자발적으로 화상 회의를 열어 어떻게 해야 오늘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토론했다.
그 끝에, 우린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무척 당연하면서도 또 단순한 결론에.
“우리는 내내 이 이야기를 했어. 더블은 안 된다고. 쟤네는 이미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 줬어. 기억나? 그 X같은(Fucking) 안필드에서, X같은 경기력으로 1:3으로 졌단 말이야. 난 그걸 기억해. 분해서 잠까지 설쳤다고.”
“…….”
“그렇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그때보다 더 나아졌다는 거야. 쟤네도 그럴 수 있다고? X까. 쟤네가 그때보다 나아졌건 어쨌건, 그건 X도 중요하지 않으니까.”
잠시 호흡을 고르며, 나는 동료 한 명 한 명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곧,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긴 맨체스터야. 우리의 집이자, 우리의 도시(City). 무슨 말인지 이해해? 난 오늘 절대 우승 가능성을 말하진 않을 거야. 오늘 이기면 리그의 끝에 우승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진 않을 거라고. 나는 그저 오늘 승리하길 원해. 거기엔 우승에 대한 마음이나 그 어떤 것도 없어. 그리고 난, 너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라.”
“…….”
“이제 피치로 가자. 우린 우리의 집을 지킬 거야. Let`s go!”
전날 선발 명단 발표가 끝나고, 다비드와 지뉴가 다가와 오늘 경기 전 마지막 펩톡(Pep Talk)을 내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 왔다.
그래서 어젯밤 한참을 고민했다.
오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렇게 한참의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은 무슨 말을 하건 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경기는 온전히 우리의 손에 달렸다고.
기적은 어쩌다 우연히 얻어지는 게 아닌, 노력하고 싸워 얻어내는 전리품(戰利品)이었다.
최소한 오늘은 말이다.
“좋은 연설이었어.”
“하하. 늘 어려워요.”
“그런데도 네가 잘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
“넌 타고난 리더야.”
다정한 목소리로 어깨를 두드리는 다비드를 보며, 난 떠오르는 하나의 생각을 말했다.
“참, 재미있어요.”
“응?”
“저는 제가 단 한 번도 스스로 리더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냥 가만히 넘어가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자꾸만 말을 하게 돼요. 무엇 하나 그대로 지나칠 수 없게 된 거죠.”
언젠가 베르나르두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네가 착한 경찰을 하고 내가 나쁜 경찰을 하겠다.”라고 말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곳엔 베르나르두처럼 모두를 웃게 할 수 있는 남자가 필요하다. 저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 훈련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만큼, 그 존재감은 특별하다.
하지만 나쁜 경찰 역할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나는 그것 외에도 더 많은 게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바로 그거야.”
“네?”
“바로 그거라고. 지금 네가 고민하는 거. 그게 비니가 줄곧 고민하던 거였어.”
“……그는 결론에 도달했나요?”
“응. 그래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했지.”
“…….”
만수르 에라(Era)에서 유일한 리더인 뱅상 콩파니의 시티는 이곳이 최고가 될 수 있는 초석(礎石)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다비드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는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잠깐 대행 역할을 하는 것일 뿐, 처음부터 시티의 왕좌는 내게 있었다고 말을 해 주고 있었다.
“성격 좋은 녀석들은 많아.”
“네.”
“베르나르두, 라힘, 리야드, 로드리, 카일. 하지만 걔네는 네가 될 수는 없어. Vamos. 그건 마치 혈통과도 같은 거야. 네 피 안에는 리더의 자격이 넘쳐흐른다고. 그걸 부정하지 마.”
“네. 그럴게요.”
“좋아. 나중에 또 이야기하자. 알겠지?”
“네.”
다비드의 손을 붙잡고 의자에서 일어나 조금 늦게 드레싱 룸을 나섰다.
앞쪽엔 어김없이 코치들이 대기 중이다.
그들은 내가 늦었다며 구박했다.
“미안해요. 대신 경기로 갚을게요.”
“반드시 그래야지.”
“하하.”
짝-
코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눈 후, 사람들이 기다리는 통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가장 앞으로 걸어가, 주심 앤서니 테일러와 인사를 나눴다.
첼시라면 이 배정에 불만을 품었겠지만, 우리나 리버풀 모두 이 남자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좋은 경기를 부탁하네.”
“저도 부탁드려요.”
“최선을 다하지.”
“네. 그럼 P.K 두 개 정도는 주실 거죠?”
“하하. 다른 하나는 리버풀에 줘도 된다면 그렇게 하지.”
“Nope. 온전히 저희에게만요.”
“그럼 사양하겠네.”
“이런. 그거 아쉽네요.”
앤서니 테일러와 주고받는 농담. 그것에 리버풀의 주장 조던 헨더슨이 관심을 가질 무렵, 앞쪽에서 수신호와 함께 입장 사인이 떨어졌다.
발걸음을 옮기기 전, 난 심호흡을 한 번 하며 왼쪽 팔뚝에 채워진 노란색 완장으로 오른손을 가져갔다.
“후우-”
경기 외의 것들은 모조리 저 뒤로 넣어 두었다.
***
『그는 리더다. 그가 리더라는 증거를 수백 페이지는 너끈히 채울 만큼 적을 수 있다. 젊은 시절엔 충동적일 때도 있었지만, 경기장 안팎에서는 늘 모범적이었다. 다온은 내가 선수 시절 동안 함께했던 유일한 주장이었다. – 베르나르두 실바』
***
다온이 리더가 되는 상상을 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필리프 람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라는 2010년대 독일의 가장 위대한 리더들이 있는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그는 본인만의 영향력을 펼쳤다.
바이에른 뮌헨 합류 당시 다온의 나이가 겨우 19살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는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실제로 그랬다.
공개훈련 때 취재를 하다 보면, 김다온의 주변으로 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가장 즐겁게 웃는 무리는 아니라도, 그들은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날, 난 리베리에게 다가가 이렇게 질문했다.
“헤이, 프랑크. 쟤네 무슨 대화를 해요?”
그러자 프랑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윙어 중 하나인 프랑크 리베리는 내가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대답을 했다.
“쟤가 우리 대장이거든.”
“?!”
“당돌한 녀석이야. 그래서 더럽게 귀찮아.”
나는 프랑크 리베리가 19살의 청년을 단 몇 개월 만에 인정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가 축구 역사상 가장 괴팍한 남자기도 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 프랑크 리베리의 영혼의 단짝이던 데이비드 알라바도 공개적인 인터뷰 자리 외에는 칭찬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래서 더욱 리베리의 칭찬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당연히 이후 다온을 향한 나의 눈빛은 더욱 불타올랐다.
도대체 어떻기에 저 괴팍하고 고집불통인 프랑스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
.
– 김다온 자서전(Wonder – Kid, Boy And Man/Written By. Lennox Baker/2030년 출판)의 머리말에서 발췌
***
삐?익!!
.
.
.전반 11분
맨체스터 시티 0 : 0 리버풀
큰 경기일수록, 사소한 것 하나가 승부를 가르곤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사소하여 결정타를 날린 게 무엇인지는 보통 시합이 끝난 후에 인식하게 된다.
그렇기에 더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무엇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
(김정명) – SPORTV 캐스터
“아- 김다온의 태클. 앤서니 테일러 주심이 파울을 선언합니다.”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다행히 경고는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전반 초반부터 정말 많이 뛰어 주고 있는 김다온입니다. 오늘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선수 본인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다온-!”
“…….”
“다음엔 용서 없어! 조금 진정해!”
내게로 접근한 앤서니 테일러가 구두로 주의를 보내오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사과의 의미로 손을 들어 올리면서 가슴팍을 살짝 두들겼다.
그러곤 넘어져 있는 아놀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괜찮아?”
“네. 그냥 걸린 정도예요.”
“그래. 내 손을 잡아.”
“고마워요.”
아놀드를 일으켜 세운 후, 난 녀석의 뒤통수를 살짝 두드렸다. 조금 전 나의 태클은 리버풀의 역습을 저지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라힘-!”
“?”
“더 집중해!! 금방은 병신처럼 패스했잖아!!”
인상을 찌푸린 라힘이 손을 휘저어 불만을 표출한다. 본인이 실수한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저러는 거다. 가뜩이나 실망했을 건데, 내가 지적하니 짜증을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 친구는 계속 이래 줘야 한다.
처음부터 경기가 잘 풀려서 리듬을 탔다면 또 모르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라힘은 얼른 잡아 주지 않으면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른다.
생각해 보면, 비니가 경기 때 가장 잔소리를 많이 했던 남자도 라힘이었던 것 같다.
‘계속 잡아 줘야 해.’
하프타임 때 역정 내는 말을 듣는 한이 있더라도, 라힘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살피려고 한다. 특히나 리버풀처럼 전방압박이 강한 팀이라면, 윙어들의 집중력은 무척 중요하다.
측면에서 끊임없이 움직여주며 후방에서 전해질 패스를 받으려면, 쉬지 않고 피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펩이 필에게 쉬지 않고 포지셔닝에 관한 주문을 하는 것도, 풀백들이 리버풀의 전방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버질의 역량을 100% 신뢰하는 위르겐 클롭은 센터백을 제외한 포지션 전체의 위치를 높은 곳에 놓아두고 있다.
그리고 후방빌드업에 실패하면 빠르게 선수들을 수비로 복귀시킨 후, 하프라인 아래쪽에서 강도 높게 달라붙는다.
이렇게 수비가 정돈된 상황이 되면, 이후 리버풀의 공격 방식은 무척 단순해진다. 세 명의 공격수만을 위로 보내 놓은 후, 수비에서 바로 긴 패스를 보내는 것이다.
지금도 반데이크가 우리 수비 뒷공간으로 길게 패스를 보냈다. 모하메드 살라를 겨냥한 패스였고, 뒤로 돈 민재가 함께 스프린트하여 경쟁을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걱정을 하겠지만, 난 민재를 믿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속도 경쟁이라면, 저 녀석이 살라에게 질 리 없다.
‘그렇지!’
예상대로, 민재는 먼저 자리를 선점하여 가볍게 볼을 가져왔다. 살라가 달라붙었지만 애초에 체격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측면으로 패스가 돌아가고, 역습에 실패한 리버풀은 하프라인 아래에 머물던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빠르게 수비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위르겐 클롭이 어떤 생각으로 우리와의 경기를 준비했는지가 대충 드러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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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스미스)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리버풀의 생각은 명확합니다. 적은 숫자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으려는 거죠. 그리고 시티가 볼을 그들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강하게 앞쪽에서 압박하고, 하프라인 부근에서는 파울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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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내내 우리를 괴롭혀 온 전방 압박과 그것을 이겨 내려는 노력의 연속이다. 팽팽한 흐름 가운데 좀 더 좋은 기회는 리버풀이 더 많이 가져갔다.
어느새 전반전도 1/3이 흘렀고, 완전히 몸이 풀린 나는 공격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려고 했다.
약한 연결고리를 찾는 것.
그 목표는 조 고메즈다.
‘안 되면 억지로라도 해야지.’
흔히 한국 사람들은 한국 축구가 투박한 대신 투지가 넘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외국에서 한국 축구를 보는 시선은 과감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해외 파 없이 치르는 A매치나 각종 대회에서 팬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도, 뭔가 시원하게 지르는 맛 없이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조립을 수준 높게 할 수만 있다면 신중하게 플레이하는 것은 좋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힘으로라도 열어야 한다.
하지만 실수에 대한 강박감이 너무나도 심해, 질러 줘야 하는 상황에서도 도전을 망설인다.
‘난 아니야.’
고난과 역경은 날 두근거리게 한다.
도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케빈!”
팡-
본래의 위치보다 조금 아래로 내려와 패스를 전달받은 후, 나는 원하던 판이 깔리기를 기다렸다.
공격수가 아래로 내려서서 볼을 받아 주었을 때, 양쪽 윙과 중앙 미드필드가 일제히 공격 진영으로 뛰어 들어가는 바로 그 그림을 말이다.
처음 한두 번은 바라던 그림이 나오지 않았지만, 세 번째 패스를 전달받았을 때 적절한 장면이 연출됐다.
아놀드가 다소 높은 위치에 자리를 잡는 바람에 스털링이 뒷공간으로 파고들 결심을 하게 했고, 한 사람이 뛰어가자 자연히 나머지도 그에 호응했다.
패스를 보낸 군도가 달려오는 장면이 보였고, 몸을 돌렸을 때 리버풀의 수비는 잔뜩 아래로 내려서 있었다.
나를 견제해 주어야 할 파비뉴는 오래전에 군도에게 달라붙었고, 케빈 역시 일부러 빙 돌아 움직여 주며 그곳으로 패스가 전달될 것 같다는 생각을 심어 줬다.
포든 역시 측면으로 넓게 빠져 주며 방향을 전환하는 패스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뒀다.
볼 없이 움직이는 네 명의 선수의 움직임만으로, 볼을 소유하고 있는 내게 공간이 생겨난 거다.
특정한 상황과 순간 다수의 선수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위치로 움직여 들어갈 때,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는 축구를 우린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고 부른다.
스페인 축구에 깊숙이 스며든 포지션 축구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펩이 발전시킨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바이에른 뮌헨 시절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시티 동료들은 이제 겨우 3년을 경험했다.
그래서 이들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기에 내가 더.
‘해 줘야 해.’
툭-
포든에게 전환하는 옵션을 가장 먼저 닫아 버린 나는 볼을 살짝 앞으로 보냈다.
아까 말한 것처럼, 현재 내가 생각하는 리버풀의 약한 연결고리는 조 고메즈다. 우수한 피지컬과 빠른 발을 갖춘 신체적으로 거의 완벽한 수비수지만, 경기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
수비수라면 기본적인 덕목으로 갖춰야 할 판단력과 전술 소화 능력에서 자주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런 조 고메즈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게 반데이크인데, 그래서 난 두 사람을 조금 떨어트려 놓으려고 한다.
어떻게 하냐고?
‘일단 이거부터.’
퍽-!!
제법 거리가 있는 위치였지만,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이대로 득점이 된다면 그것대로 좋지만, 설령 빗나가거나 막힌다고 해도 지금의 이 슈팅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이 될 거다.
완벽한 임팩트가 이뤄진 슈팅은 회전이 거의 없는 상태로 날아갔고, 거의 정면으로 향했음에도 불안한 포즈를 취한 알리송이 가까스로 공을 옆으로 쳐내는 일에 성공했다.
팡-!!
“우-!”
알리송이 손바닥으로 슈팅을 쳐낸 순간 벤치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고, 곧바로 세컨볼에 뛰어든 군도와 이를 막으려는 반데이크가 피치 위에서 뒤엉켰다.
볼은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났고, 주심 앤서니 테일러는 우리의 코너킥을 선언했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한차례의 폭풍.
그 끝에서 난 미소 짓고 있다.
‘좋아, 이제 다음 단계.’
경기는 이제, 내가 짠 계획 위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