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092)
1060화 The King (9)
? UEFA는 오늘 잔여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발표했다. 현재 챔피언스리그는 몇몇 팀들이 16강 2차전을 덜 치른 상태로 남아 있으며, 오는 8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16강전 남은 경기를 우선 재개할 계획이다.
그리고 남은 8강부터 결승까지는 8월 12일에서 8월 23일까지 단판으로 진행되며, 개최 장소는 포르투갈. 결승전이 치러지는 곳은 SL 벤피카의 홈 경기장인 리스본의 에스타디오 다 루스로 결정되었다.
***
2020년 6월 28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오늘은 팀이 FA컵 8강전을 위해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원정을 떠나는 날이다.
하지만 원정 명단에서 제외된 나는 팀과 별도의 일정을 가져가게 되었고, 정식 팀 훈련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따로 클럽하우스를 찾아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철컹-
철컹-
전날 UEFA가 챔피언스리그 잔여 일정을 발표했다.
16강까지 생존한 클럽들이 속한 리그의 일정을 모두 고려했으며, 리그가 모두 끝난 후부터 일종의 소셜 버블(Social Bubble) 형태로 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즉, 2019/20 시즌의 종료 시점이 8월 23일로 정해졌다는 의미다.
이제 궁금한 건 과연 다음 시즌이 언제 시작될까 하는 것이었다. 챔피언스리그를 치르지 않는 팀이라면 모르지만, 생존한 클럽의 경우에는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들려오는 이야기론 리그 사무국이 6~8주 사이의 휴가 기간을 고려 중이라고 했는데, 중간치인 7주라고 가정한다면 챔피언스리그 팀은 길어야 한 달 정도를 쉬는 셈이 된다.
코로나로 프리시즌이 없다고는 하나 준비 기간은 분명 필요하고, 그것을 최소 보름으로 잡으면 쉴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2주라는 계산이 나온다.
쉬고 싶다고 징징대려는 게 아니라,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후욱-!”
철컹-
“후욱-!”
철컹-
들어 올렸던 바를 다시 자리에 내려놓은 뒤, 상체를 일으켜 세워서 수분을 보충한다.
그때 배리 해밀턴이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 1월 EDS에서 1군 팀으로 콜업된 해밀턴과는 Team CFG의 일로 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리저브팀 체력&컨디셔닝 코치로서 가끔 Team CFG 훈련을 지원해줬었고, 프렛웰로부터 [“좋은 축구관을 가진 남자.”]라며 인정을 받기도 했다.
물론 1군 팀으로 콜업된 후엔 Team CFG의 훈련을 도와주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가끔 틈틈이 아카데미를 찾아와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었다.
그래서 내겐 무척 고마운 사람으로 남아 있다.
“일찍 왔네?”
“넵. 팀에 방해가 안 되려고요.”
“하하. 컨디션은 어때?”
“좋아요. 마음 같아서는 컵 대회도 뛰고 싶은데, 가장 중요한 경기가 코앞이니까요.”
“의욕은 유지해 둬.”
“그러려고요.”
오늘 FA 컵 원정 경기를 치르고 나면, 올 시즌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대결을 앞두게 된다.
다음 달 2일에 펼쳐질 리버풀과의 홈 경기로, 미디어는 그 경기가 2019/20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을 확실하게 가를 승부가 될 거라고 보고 있다.
만약 우리가 리버풀을 잡게 되면 승점 차는 6점으로 줄어들고, 남은 6경기에서 역전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패배하면 승점 차는 12점까지 벌어져서 리버풀의 우승이 기정사실화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내달 2일 경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리버풀의 잔여 일정을 고려하면 역전 우승은 상대가 크게 헛발질을 해 줘야 가능한 꿈이었다.
그저, PL의 특성에 기대를 걸어 볼 뿐이다.
“조금 도와줄까?”
“아뇨. 이젠 마무리만 하면 돼요.”
“그거 봐줄게.”
“진짜요? 바쁜 분을 방해하고 싶진 않은데요.”
“Nah- 실은 마누라랑 다퉈서 일찍 나온 것뿐이야. 내가 생일인 걸 깜빡했거든.”
“오, 이런. 단단히 실수하셨네요.”
“뭐, 그렇지.”
배리 해밀턴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 훈련을 진행하며, 나는 원만한 부부관계에 관한 몇 가지 조언을 했다.
그것들은 전부 여자를 기쁘게 하는 남자의 센스와 관련된 것으로, 나는 배리의 부인이 좋아할 만한 선물과 데이트 코스와 같은 것을 추천했다.
남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는 나도 여전히 배워 가는 단계지만, 데이트와 선물로 아내를 기쁘게 만드는 데에는 약간의 재주가 있었다.
실제로 이미 몇몇 동료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조언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 왔다.
“젠장. 내가 너한테 부부관계로 조언을 듣다니.”
“그냥 선물과 관련된 거니까요.”
“아무튼, 고마워. 아이는 좀 어때?”
“예뻐서 미칠 것 같아요. 얼굴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거 있죠? 어제는 제 손가락을 꽉 쥐더라니까요. 거의 울 뻔했다고요.”
“하하. 축구 선수로 키울 거야?”
“거기까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하긴. 너무 이르긴 하지.”
아이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가 약간 변한 느낌이다.
마치 비밀스러운 사교모임에 초대받은 것 같다.
“집으로 가는 거야?”
“넵. 가서 쉬려고요.”
“그래. 운전 조심하고.”
“네. 잘 다녀와요. 선물 사는 거 잊지 말고요.”
“하하. 명심할게.”
어차피 오늘은 웨이트와 컨디셔닝 훈련만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사람들의 출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얼른 움직여 클럽하우스를 떠나고자 한다.
가방을 보조석에 놓아두고 운전석에 올라타 클럽하우스를 벗어난다.
프리미어리그가 재개되면서 EDS에 속한 팀들 역시 정상적으로 훈련과 경기를 소화 중인데, 버스에서 내려 아카데미 건물로 향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빠?앙!
그래서 경적을 울려 아이들을 돌아보게 만든 후, 차창 밖으로 손을 빼내어 흔들었다.
내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한 아이들이 환한 미소를 보내어 오고, 목소리를 잔뜩 높인 나는 힘내라는 한마디를 전한 후에 다시 차량을 움직였다.
새벽에 우박을 쏟아내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었던 하늘은 지금 강풍과 함께 까만 먹구름을 드러내고 잔뜩 비를 쏟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덧 맨체스터에 거주한 지도 3년이 다 되어가지만, 10년을 더 산다고 해도 이곳 날씨는 절대 예상하지 못할 것 같다.
투두둑-
투둑-
“…….”
아니나 다를까 곧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고, 난 와이퍼를 작동시킨 후 속도를 조금 천천히 가져갔다.
‘안전이 최곱니다.’
수호가 생긴 후, 내 삶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
.경기 결과(FA 컵 8강)
뉴캐슬 0 : 3 맨체스터 시티
라힘 스털링 : 후반 23분(필 포든)
올루프 뫼르크 : 후반 34분
***
2020년 6월 30일. 리버풀 L33 5XB, 잉글랜드. 사이먼우드 레인. AXA 트레이닝 센터(AXA Training Centre. Simonwood Ln. Liverpool L33 5XB, England).
《The Academy, Kirby≫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공을 위한 리버풀의 이 프로젝트는 위르겐 클롭의 합류가 결정되던 날에 시작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과 철학을 보유한 도르트문트에서 지낸 클롭은 그들이 가진 철학을 리버풀에 가져오길 바랐고, 그를 위해선 전문적인 클럽하우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이에 위르겐 클롭을 만나던 장소에 있던 리버풀의 고위 관계자는 멜우드에 있던 마이클 에드워즈(Michael Edwards)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우리의 꿈이 영글고 있군요.”
“아주 멋집니다.”
마이클 에드워즈는 2011년 리버풀의 분석 총괄로 시작, 2016년 현재의 단장직에 올라 클럽의 결정을 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클롭의 든든한 지지자로 유명했다.
애초 리버풀을 보유한 펜웨이 스포츠 그룹은 주제 무리뉴나 카를로 안첼로티와 같은 성과를 낸 감독들을 영입하길 바랐고, 실제로 진지한 논의도 진행됐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막 리버풀의 단장직에 올랐던 마이클 에드워즈는 [“클롭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에드워즈의 생각에 무리뉴나 안첼로티의 축구는 저물어 가는 해였고, 클롭이 도르트문트에서 보여 준 리더십이야말로 리버풀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에드워즈는 특유의 괴짜(Geek)다운 감성을 발휘, 자잘한 생활 습관까지 조사하는 집요함을 보여 주며 클롭의 마음을 사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후 악명높았던 ‘이적위원회’를 파기하고, 클럽의 모든 운영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꿨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시티의 기세가 엄청납니다.”
“네. 그들은 최고의 팀이죠.”
“우리도 그렇습니다.”
“하하. Come on, 마이클. 우리가 올 시즌은 주인공이 될 겁니다. 혹시나 그걸 걱정하는 거라면 말이죠.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잘됐다고요?”
“그렇습니다.”
전반기, 리버풀은 그들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환상적인 시기를 보냈다. 단 하나의 리그 경기에서도 패하지 않았고, 어떤 날은 차원이 다른 축구를 선보였다.
공수의 핵심인 모하메드 살라와 버질 반데이크를 포함, 스쿼드에 포함된 모두가 본인의 실력을 잔뜩 과시했다.
모든 것이 좋았던 일정 속에서, 클롭이 유일하게 걱정한 것은 이따금 보이는 나태였다.
전년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승승장구해 나가자, 안이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시작한 거다.
그래서 지난 2월 왓포드전에서 리그 422일 만에 첫 패배를 기록했을 때, 클롭은 안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모두가 지속적인 성공을 착각합니다.”
“착각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심지어 저 역시도요. 제 생각에 지속적인 성공이란, 2년 전의 맨체스터 시티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잘 이해되지 않는군요.”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성공은 누군가의 실패를 전제로 한다.
“지속적인 성공을 하려면, 가끔 우린 패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계속 승리만 해서는 그걸 성공이라 부를 수 없으니까요.”
“……궤변 같다고 말한다면 불쾌합니까?”
“아뇨. 전혀요.”
위르겐 클롭은 역경과 고난이 한 개인과 집단을 다음 단계로 성장시킨다고 믿었다.
그렇게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섰을 땐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 단계에 있지만, 그 이후는 유지일 뿐 지속적인 성공은 아니라고 보았다.
결국 다시 성공하려면 실패를 겪어야 했고, 실패를 겪고 난 뒤에야 비로소 다시 성공의 길로 나아가는 게 가능했다.
다만 중요한 건, 한 번의 실패로 주저앉을 수는 있어도 고꾸라지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곧바로 다시 성공으로 가는 길에 발을 들여놓아야만 한다.
“무패 우승은 성공이 아닙니다, 마이클. 트로피가 성공이죠. 그런 의미에서 왓포드전의 실패는 우리에게 교훈이 됐습니다. 컵 대회는 우리의 선택에 의한 실패라 교훈이 될 수 없었지만, 리그 패배는 완전히 다릅니다.”
마이클 에드워드는 이제야, 위르겐 클롭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 것도 같았다.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이 꼭 필요하지만, 그것이 개인 혹은 집단을 주저앉혀서는 안 된다. 왓포드전 패배처럼, 성공이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실패는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그 패배를 실패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지.’
실제 성공으로 여길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목표가 있었을 때, 그때야말로 사소한 삐걱거림을 실패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반기 후반, 클롭이 선수단에 지속적으로 무패 시즌을 강조한 것처럼 말이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아닌 무패 시즌을 그리고 있었기에, 리버풀은 왓포드전 패배를 실패로 규정하고 다시 성공하기 위해 나아갈 수 있었던 거다.
실제로 그 경기 이후부터 12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던 경기력에 반등이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이었습니다.”
“응? 뭐가 말이죠?”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거요. 클롭, 당신은 제가 만난 모든 감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입니다. 심지어 펩 과르디올라보다도 더 말이죠.”
진심 어린 에드워즈의 말에, 클롭이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어 보인다. 두 사람의 신뢰와 유대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끈끈하다.
“하하. 기분 좋은 말이군요.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가 조금 더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그는 온실 속 화초니까요.”
“그렇지만 전사입니다.”
“네. 하지만 당신이 더 위대합니다.”
펩 과르디올라는 단 한 번도 엘리트가 아닌 길을 걸어오지 않았다.
첫 번째 감독직도 자신에게 모든 게 맞춰진 FC 바르셀로나 B팀이었고, 이후 세계 최고의 선수가 있는 1군 팀을 맡았다. 이는 스페인을 떠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의 철학인 ‘머니 볼(Money Ball)’과 같은 운영 방침을 추구하는 마이클 에드워즈에겐, 펩 과르디올라는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와도 같다.
그렇기에 맨체스터 시티의 성공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할 수 없고, 그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을 뿐이었다.
이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라이벌리로 자리 잡게 된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다.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
그리고 두 개의 스포츠 그룹.
서로가 팀을 운영하는 형태와 재정적 한계는 명확하게 달랐지만, 두 팀은 지금 지속적인 성공이라는 영원한 과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축구 클럽이다.
그런 그들이 곧,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난다.
‘설령 지더라도, 그건 사소한 삐걱거림일 뿐이야.’
공사가 재개된 AXA 트레이닝 센터의 전경을 바라보며, 마이클 에드워즈는 그들이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서는 순간을 상상하고 있었다.
***
2020년 7월 1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경기를 하루 앞둔 오늘,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정비에 한창이다.
– 내일 경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네.
“알고 있네.”
– 리그 우승을 못 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것보다, 리버풀에 더블을 당했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야. 전통을 만드는 건 좋지 않아. 하물며, 그게 나쁜 것이라면 말일세.
“…….”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 칼둔은 지금, 그들의 구단주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시티의 가장 큰 라이벌은 그들의 이웃인 리버풀이었고,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으로 대표되는 구도 또한 당분간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더블은 향후를 생각했을 때 가장 좋지 않은 그림이었다.
– 팀 분위기는 어떻지?
“훌륭하네.”
– 얼마나?
일반적으로, 분위기는 수치화될 수 없다.
그렇기에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학문적인 영역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들은 보통, 평가를 요청받은 한 개인의 판단 아래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칼둔은 언제나 비슷한 개념 아래에서 대답을 요구받는 일을 무척 싫어했다.
하지만 기업인이 아닌 축구인으로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지금, 그는 이런 애매모호 한 답을 내리는 일에 익숙했다.
그가 십수 년을 투자해 온 축구라는 스포츠는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내일 우린 이길 걸세, 만수르. 그건 분명해.”
만수르라는 이름은 ‘승리’를 뜻하는 ‘나스르(Nasr)’에서 왔다. 아랍에서는 보통 단순한 승리가 아닌 ‘승리를 거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쓰일 때가 많았다.
반면 칼둔(Khaldoon)은 특별할 것 없는 ‘오래된 아라비안 이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칼둔 알 무바라크는 자신이 만수르의 지시를 받아 그의 의지를 실현하는 것을 뜻깊게 생각했다.
오래된 알라의 자손으로서, 승리라는 이름을 얻고 태어난 이의 의지를 대행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그들이었기에, 이러한 신념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했다.
“우린 준비되어 있어.”
– 그런가?
“그래. FA 컵이 끝나고 지난 사흘 동안, 내가 볼 수 있었던 거라고는 온통 리버풀을 향한 복수였지. 안필드에서 당한 것을 갚길 원하는 선수들이 이곳엔 있네.”
칼둔 스스로도 명확히 정의를 내릴 수는 없었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 역시 코로나 브레이크 이후 미묘하게 변한 팀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었다.
클럽 내에서 특정 선수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확대되었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가 팀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이를 지켜봐 온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은, 이것을 단순히 해석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리버풀은 우리의 가장 큰 라이벌이지.”
– …….
“앞으로도 몇 년은 더 그들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을 거야. 그리고 이것을 다온은 알고 있네. 그가 지난 며칠 동안 훈련장에서 외친 이야기를 듣는다면, 자네도 틀림없이 만족할 거로 생각하네. 우린 괜찮네, 만수르. 내일, 그 결과로 보여 주지.”
마이클 에드워즈와 마찬가지로, 칼둔 알 무바라크 역시 그들의 가장 최대 라이벌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자신한다.
그러나 칼둔에겐, 에드워즈에게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김다온.
세계 최고의 선수를 팀에 보유했다는 것에서 오는 자신감은 제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언제나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만들어 준다.
“우리에겐 왕(King)이 있네.”
프리미어리그를 계속 격전지로 만드느냐 아니면 이미 우승팀이 정해진 리그로 만드느냐를 앞두고, 그 열쇠를 쥔 두 개의 팀 중 하나인 맨체스터 시티는 그들의 왕에게 기대기로 한다.
어려운 경기인 만큼, 그들의 가장 뛰어난 선수가 팀을 이끌어 주길 바라는 것이다.
별(Star)은 본래 그 자체로 빛나는 법.
맨체스터 시티의 최고 결정권자들은 지금, 그들이 가진 빛이 내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찬란하게 밝혀 주길 바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