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5)
124화
2012년 8월 29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오늘은 특별할 것 없는 완벽히 평범한 SL 벤피카에서의 하루였다.
그러니까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곧장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구매한 포르셰 911에 올라탔다.
911은 당분간 내 출퇴근을 도와줄 친구였고, 그렇게 출근한 뒤에는 클럽하우스로 와 컨디셔닝 회복을 준비했다.
팀 훈련은 2시간이나 남아 있었지만, 그때까지 클럽하우스의 훌륭한 시설을 이용해 몸에 쌓인 피로를 풀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나의 평범한 하루는 출근한 지 고작 30분 만에 깨어지고야 말았다.
이유는 SL 벤피카 이적 후 두어 번 정도밖에 만나지 못했던 어떤 이의 등장 때문이었다.
“인사하게. 내 손녀딸일세.”
“안녕하세요, 세뇨라.”
“허-! 이 친구도 참. 그렇게 예의 차릴 것 없대도. 편하게 둘이 대화를 나누게. 난 잠깐 어딜 다녀와야 하니까.”
“네?”
“자, 자. 둘이 그럼, 여기에 있어.”
“…….”
SL 벤피카의 구단주이신 루이스 필리페 비에이라 씨가 어딘가로 사라지게 되자, 이제 자리에 남게 된 것은 나와 비에이라 씨의 손녀딸인 오펠리아(Ofelia)뿐이 되었다.
본래는 가까운 곳에 다른 친구들도 있었지만, 구단주님이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인사만 남기고는 어딘가로 도망쳐 버렸다.
의리 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음, 그러니까.”
“전 간단한 게 좋아요.”
“네?”
“전 당신이 무척 귀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할아버지를 졸라 만나게 해달라고 했죠. 다른 여자들처럼 먼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언제 데이트를 하죠?”
“…….”
그대로 굳어버린 나의 시선이 흔들리고 있을 무렵, 오펠리아 뒤쪽에서 벽 밖으로 고개만 빼꼼히 내민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은 지금, 입 모양으로 뭔가 떠들어대는 중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기엔, 오펠리아가 내게 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저기요~? 이렇게 여자를 기다리게 할 생각이에요?”
“네? 아, 네. 그, 그런데. 데, 데이트요?”
“네. 같이 저녁을 먹고, 또 드라이브하는 걸 데이트 말고 달리 표현하기도 하나요?”
멋대로 코스까지 정해버린 오펠리아는 자신의 번호가 적힌 쪽지를 내게 전하곤, 휙 하고 돌아섰다.
그러자 친구들이 마치 두더지처럼 숨어 버렸는데, 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오펠리아는 옆을 돌아보며 가볍게 한 마디를 날려주었다.
“그렇게 숨지 않아도 안 잡아먹어요. 그럼, 챠우~”
고작 3분 만에 벌어진 일을 이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을 무렵, 오펠리아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내게 온 친구들이 환호하며 달려들었다.
“우와-!! 데이트를 하는 거야? 엉?”
“뭐야? 그날 외박해? 그럼, 이 형님한테 조언을 받아야지. 일단, 콘돔은 꼭 챙겨가.”
“그녀가 뭐라고 하던데? 응?”
정작 당사자인 나는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들이 오히려 더 날뛰면서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지적을 해오기 시작했다.
“일단, 옷부터 좀 사. 첫 데이트인데 또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갈 수는 없잖아? 오-! 그리고 향수도! 내게 괜찮은 게 있으니까, 그건 그냥 줄게. 나도 이번에 받은 것도 많고.”
“잘 들어. 여자는 분위기에 약해. 처음부터 너무 달려들지 말고, 여자 쪽에서 안달 나게 해야 한다는 말이야.”
“꽃! 꽃이 좋겠다! 내가 미리 주문해 놓을까?”
“식당은 여기가 맛집…….”
“야경을 바라보며 키스를 하기엔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은…….”
결국, 난 이 녀석들을 말려야만 했다.
“전부, 그마안!!!”
“…….”
내 커다란 목소리에 합죽이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보며, 난 정확한 선을 긋기로 결정했다.
“나 데이트에 응하지 않을 거야.”
“뭐? 미쳤어?”
“젠장! 너 아까 쟤 엉덩이를 못 봤어? 그 끝내주는 다리는?”
너무 보수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난 한국여자가 좋다.
꼭 서희 씨를 생각해서만이 아니라, 아직 외국의 여성에게서 특별한 매력을 느껴보지 못했다.
오히려 런던 올림픽 준비 기간 때 한국에서 보아온 여자분들이 내 눈에는 훨씬 더 예뻐 보였고, 내년 여름까지 혼자이면 형들이 한국에 갔을 때 여자를 소개해준다고도 했다.
그래서 난 이번에도, 좋은 말로 거절할 생각이다.
그런데.
“야, 그런데 있잖아.”
“응?”
베르나르두가 그답지 않게, 무척이나 예민한 구석을 날카롭게 파고 들어왔다.
“구단주의 손녀딸을 지금 거절하겠다고?”
“……오-! 그러네?”
“…….”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든 나.
도대체 구단주님은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 걸까?
직장 상사? 아니면 어른?
여기엔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일단.
‘도움을 좀 요청해야 하겠어.’
다행히도 주변엔, 이런 부분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체 이건 또 무슨 일이람.
***
오후, 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
아직은 클럽하우스를 떠나지 않았다.
-야? 너 완전 봉 잡았네!
“아~ 진짜! 왜 형도 그래요?”
-구단주 손녀라며? 돈 많겠다. 예쁘다며? 성격이야 알아가면 되는 거고. 아니, 막말로 데이트 한 번 한다고 뭐 죽기라도 하냐? 아니면 데이트 한 번에 결혼해야 하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앞서 에이전트인 요나스는 구단주는 내게 월급을 주는 분이니,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옳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던지라, 난 대답을 듣고 나서야 질문을 한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게 됐다.
그렇게 짧은 통화를 끝내고 나서, 난 성용이 형한테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대답이 이거다.
-데이트해라. 나 같으면 한다.
“그거, 희진 배우님한테 말해요?”
-야! 그 이야기가 여기에서 왜 나오는데?
지금까지 백이면 백, 다들 데이트를 하라고 말한다.
분명 오펠리아 비에이라는 통상적인 기준에서 엄청난 미인의 범주에 있는 여성이다.
현재는 유럽에서 모델 쪽 일을 하고 있고, 꽤 많은 에이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유능한 모델이었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 머리카락에 진한 눈썹과 커다란 눈, 어딘가 신비롭게 느껴지는 노란색 눈동자를 지녔다.
가장 놀라운 건 그녀의 나이가 겨우 17살이었다는 것인데, 솔직히 처음에는 나보다 연상인 줄로만 알았다.
-왜? 너도 연상이 취향이야?
“에이~ 제가 형인 줄 알아요?”
-야! 죽을래?
“아뇨? 살 건데요?”
-아, 이 새끼 진짜. 꼭 그렇게 성질나게 해야 하냐?
키득거리면서 웃고 나니, 조금 마음이 정해지는 것도 같다.
실은, 연하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론 아주 조금이지만 솔깃해진 것은 사실이기는 하다.
-그래~ 한 번 데이트만 하는 건데, 뭐.
“네, 그러니까요.”
-아, 맞다. 콘돔 꼭 챙기는 거 알지?
“아- 진짜!! 끊어요!”
딸깍-
하여간에 이놈이나 저놈이나.
“…….”
딸깍-.
잠깐 조용히 있었던 나는 옆을 손을 뻗어 글로브박스를 열었다.
그러자 거기에, 한가득 쌓여 있는 콘돔 상자가 보였다.
이건 내가 산 게 아니라 911로 출근했던 첫날, 과자 가족 녀석들이 선물이라면서 멋대로 이 안에 넣어두고 간 것이다.
그리고 난 그중 하나를 슬쩍 챙겼다.
뭐, 혹시나.
일단은 9월 2일 경기가 끝나고, 그 뒤에 오펠리아와의 일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그 전에, 집에 도착하는 대로 콘돔 상자를 전부 방에다 옮겨놔야겠다.
부르르르릉-!!
집으로 향하는 길, 석양이 저 앞쪽으로 내려앉고 있다.
***
2012년 8월 31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하루 전, 구단주로부터 결재를 받은 에두 크루즈는 구단 재무담당과 회계사, 그리고 감독 조르제 제수스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미리 약속된 미팅을 이행하고 있었다.
이건, 재계약과 관련된 부분이다.
“5만 유로? 그건 지금의 거의 세 배잖아요?!”
현재, SL 벤피카는 김다온과의 빠른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계약 기간을 2017년 6월 30일까지 1년을 더 늘릴 생각이었고, 주급과 부대 조항을 포함한 조항 상당 부분에 있어서 향상된 조건을 제안하려고 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SL 벤피카가 아니라 에두 크루즈와 조르제 제수스가 그러길 바란다고 하는 게 옳았다.
다만, 이곳의 다른 두 사람은 회의적이다.
“5만 유로면 루이장에 이어 팀 내 2위에요. 그건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 다온 본인이라도요.”
축구 구단을 운영한다는 건 거대한 사업이었고, 심지어 구단주라 할지라도 마음대로 돈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물론 쓰려고 한다면야 얼마든지 그럴 수는 있겠지만, 그럼 운영은 산으로 가버릴 것이다.
그래서 축구 클럽에는 재정적인 건전성을 위해 근무하는 많은 사람이 있었고,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그중에서도 총 책임자라 말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SL 벤피카의 모든 수입과 지출에 대한 보고를 받고, 또 클럽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상사에게 전달하는 두 시케이라(Du Siqueira)는 에두와 제수스가 말한 제안을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현재 김다온의 주급은 16,500유로인데, 그것을 세배 이상 높인 50,000유로로 재설정하여 재계약을 하자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팀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전례에 없을뿐더러, 올바른 것도 아니었다.
김다온이 SL 벤피카 내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선수로 여겨지곤 있다지만, 합류한 지 아직 반년밖에 되지 않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거나 하는 업적을 이룬 것 역시 아니다.
무엇보다 SL 벤피카는 엄연한 셀링 클럽이고, 또 포르투갈 리그의 한계상 특정 선수에게 많은 주급을 주는데 역시 많은 제약이 따랐다.
2012/13 시즌을 기준으로 SL 벤피카의 최고 주급은 주장인 루이장이 받는 52,000유로(약 7,100만 원)다.
그리고 오스카 카르도소와 파블로 아이마르가 각각 48,000/47,000유로를 수령했고, 외의 선수들 대부분은 주급이 25,000유로(약 3,400만 원) 아래를 밑돌고 있다.
지난여름 악셀 비첼과 하비 가르시아를 판매한 건, 실제로 제안받은 이적료가 매력적이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선수에게 주기로 한 주급을 SL 벤피카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다온에게 5만 유로의 계약을 덥석 안겨준다는 건, 너무나도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 된다.
이를 묵묵히 듣고 있던 에두 크루즈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두 시케이라가 생각하고 있는 금액을 물었다.
그러자.
“3만 유로. 그 정도면 무척 적절하다고 봐요.”
“흐음-”
대답을 들은 에두 크루즈가 곁눈질을 통해 조르제 제수스를 돌아본다.
최종 결과에는 제수스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감독이 특정 선수의 재계약을 강하게 요청할 경우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융통성이 발휘되기도 한다.
에두 크루즈가 바라본 제수스의 표정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고, 애초부터 5만 유로 아래로 재계약을 제안하려 했던 그는 기존 주급의 두 배인 33,000유로를 말했다.
그러자, 시케이라가 회계 담당자인 에마 카바코(Ema Cavaco)와 잠깐 귓속말을 나눈다.
그리고 얼마 뒤.
“그거라면 좋습니다. 일단 주급은 33,000유로로 정하기로 하죠. 단, 에이전시에 줄 돈은 크게 줄이는 편이 좋을 겁니다. 선수 쪽에서 부담하는 식으로 말이죠.”
“알겠네. 한 번 대화해 보지.”
통상적으로 에이전시는 재계약 시에 선수에게 계약금을 제안하도록 만들고, 그 계약금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식으로 큰 수입을 만들어낸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최초의 계약이 발효된 지 8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설득의 핑곗거리로 쓰일 수 있다.
만약 상식적인 에이전시라면, 소정의 금액을 받는 선에서 선수가 더욱 유리한 계약조건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줄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오히려, 선수로부터 자신보다는 돈만을 추구하는 에이전시로 인식될 수 있다.
오늘의 이 미팅을 통해 새로운 제안서가 만들어지게 되면, 에이전시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에두 크루즈의 몫이 된다.
“자, 그러면 다음.”
하지만 그 단계가 오려면, 아직 조금 시간이 더 필요했다.
***
2012년 9월 1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제1 연습구장.
오늘은 아래층의 친구들이 몽땅 원정을 떠났고, 그래서 아래가 아닌 꼭대기에 머물면서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재계약 이야기가 나왔다.
“재계약이라고?”
“응. 방금 에이전시가 말해주더라.”
“와-우! 그거 축하할 일 맞지?”
“아마도?”
“아마도라니! 그건 더 많은 돈을 의미하잖아! Amigo! 너 조만간 곧 한턱내야 할 것 같은데?”
호들갑을 떨면서 축하해주는 호드리구에게 고맙다고 말을 하며, 난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객실로 돌아가기로 한다.
딸깍-
방으로 돌아와, 요나스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아래층은 2명에서 4명에 하나의 방을 쓰지만, 꼭대기 층은 전부 1인 1실로 되어있다.
그만큼 공간이 더 쾌적했고, 실내의 비품들도 많았다.
지금은 아늑한 소파에 앉아, 통화음이 멈추길 기다리고 있다.
연결음이 끊기고, 요나스가 잠깐 기다려달라고 말을 한다.
아마도 그는 밖에서 식사 중인 것 같다.
“미안! 가족들에게 중요한 통화라 말 좀 한다고.”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너는 내 최고의 고객인걸.”
“하하. 나 많이 컸네. 안 그래?”
“하하하. 아무튼, 친구. 무슨 일이야?”
“팀의 제안 말이야. 받아들인다 말하려고.”
“당연히 그래야지. 고민해본다고 해서 걱정했잖아.”
“뭐, 신중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건, 그래.”
지금으로부터 약 5분 전, 요나스는 벤피카가 나와의 재계약을 바라고 있으며 정확히 두 배 많은 33,000유로의 주급과 몇몇 부분에서 더욱 향상된 보너스 조건을 제안해 올 것이라고 했다.
단, 조건이 하나 붙었었는데 그건 향후 이적 시 포르투갈 내 다른 팀과는 계약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구단이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해당 내용에 대안 비밀유지와 그 서류에도 새롭게 사인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뭐, 그거야. 어차피 네가 꿈꾸는 다음 단계는 아니잖아?”
“글쎄. 지금 내 목표는 오직 여기에 충실히 하는 거라.”
“리그 우승 말하는 거지?”
“응. 그거. 아무튼, 계약서를 받으면 보내줘.”
“보내주긴. 내가 가야지.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할게. 필요한 게 있으면 밤낮 가리지 말고 연락하라고.”
“응. 그럴게. 고마워.”
“그래, 그럼.”
딸깍-
생각지도 못했던 재계약이라, 현실로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벌써 틈날 때마다 행정을 준비하고 있는 지성이 형의 말을 빌리자면, 축구 클럽은 경기가 곧 ‘매출’이었고 우리 선수는 클럽의 매출을 돕는 상품이었다.
물론 클럽이 정말 선수를 상품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만, 기본적으로 돌아가는 원리는 그렇단다.
클럽이 굳이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재계약을 하는 건, 이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의 규모를 키우고 미래자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에 가장 좋은 판단이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축구로 말해야 한다는 내 선택은 옳았던 것 같다.
축구로 돈을 많이 벌고 싶었지만, 늘 그것은 막연한 꿈이었다.
방법도 정확히 모르겠거니와, 무작정 프로가 되고 축구를 잘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해왔다.
물론 그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제 조금은 내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조금 알게 된 것도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매일 경기에 뛰는 것이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의 이런 재계약은 지난 반년 동안 클럽과 대표팀에서 보여준 것들에 대한 보상이란 생각이 든다.
형식적인 수준의 계약금은 몽땅 부모님께 드릴 생각이다.
전화기의 화면을 만져,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내일 홈경기가 있는 날이라, 오늘은 클럽하우스에서 머문다.
그래서 난 재계약 사실을 전화로 알려야만 했다.
[응. 나 이제 돈 더 벌어. 그래도, 더 열심히 할 거야.]정확히 내가 무엇을 바라고 그 바라는 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1년 전보다 어제 또 어제보다 오늘 더욱 선명하게 바뀌고 있다.
[이제 한국에, 그 집 사도 될 것 같아. 응. 응.]이제야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말이다.
***
작가의 말 ? 포르투갈 리그의 주급 체계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리그의 규모와 오가는 이적료에 비해, 선수들이 받는 주급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는 포르투갈 리그가 셀링리그를 표방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2020/21시즌을 예로 들면, SL 벤피카와 최고 주급자가 안드레아스 사마리스(Andreas Samaris)로 5만 유로를 받는데, 이것은 EPL의 웨스트햄에서 뛰는 후보선수가 받는 주급 선인 4만 유로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즉 포르투갈 리그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주급을 받더라도, EPL 중위권 팀의 후보 주급 수준에 그친다는 겁니다.
웨스트햄의 로테이션 선수들은 평균 주급 7만~7만 5천 유로 정도를 받고, 잭 윌셔나 안드리 야르믈렌코처럼 핵심으로 평가받는 이들은 전부 10만 유로 이상을 수령합니다.
EPL의 평균적인 주급 수준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도 가볍게 뛰어넘고, 이는 많은 축구선수가 EPL에서 뛰고자 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클럽의 실력을 떠나, 경제적인 분야에서 EPL은 스페인 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주급도 많은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