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28)
1248화 다치지 않는 것 (4)
에콰도르가 지난 몇 년 동안 ‘약체’ 취급을 받았던 이유는 이들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당시 에콰도르는 6연패를 당하는 등 6승 2무 10패로 부진했고, 특히 원정에서 보여 준 절망스러울 정도의 경기력은 이들이 ‘안방 강자’란 인식 역시 심어 주었다.
실망스러웠던 월드컵 탈락 후 감독을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부진이 이어지자 다시 한번 감독을 바꾸며 월드컵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성공을 거뒀다.
전술가로 명망 높은 구스타보 알파로(Gustavo Alfaro)를 감독으로 임명, 여기에 세대교체까지 이뤄 내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 낸 것이다.
브라이튼 스카우트의 작품인 모이세스 카이세도(Moises Caicedo)와 예레미 사르미엔토(Jeremy Sarmiento).
레버쿠젠 소속으로 지난여름 다수의 프리미어리그 팀에게서 러브콜을 받은 피에로 잉카피에(Piero Hincapie). 바야돌리드의 라 리가 승격을 이끈 곤살로 플라타(Gonzalo Plata)까지.
여기에 에콰도르의 슈퍼스타인 에네르 발렌시아까지 더해지면서, 상당한 전력을 과시하게 됐다.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다.
“인범!”
“…….”
“침착해!”
.
(김정수) – 조선TV 캐스터
“아, 황인범에게 경고가 주어집니다.”
.
.
.전반 23분
대한민국 0 : 0 에콰도르
오늘 우리의 중원인 에콰도르 미드필드의 신체적인 역량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지금도 모이세스 카이세도의 압박에 볼을 빼앗긴 인범이가 역습을 막으려다 뒤에서 다리를 걸었고, 그 즉시 주심이 단호한 태도로 옐로카드를 꺼냈다.
현재까지 가장 힘든 게 인범이다.
이름을 크게 불러 손뼉을 두드리며 침착함을 불어넣고는 있었지만,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후우- 뜻밖이네.’
코스타리카전보다는 어려울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만큼 고전하게 될 줄은 몰랐다.
4-3-3처럼 보였던 전형이 4-2-3-1과 4-2-4 형태로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것 역시 놀라웠고, 선수들에게 부여한 역할과 포지션을 이해하는 방식이 남다른 것도 인상적이었다.
약간 FM에 가까웠던 코스타리카의 축구와는 다르다. 그건 그것대로 좋았지만, 이쪽이 더 신선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팀들은 기본적인 전력이 높다. 그리고 각자만의 무기가 있다.
그것은 뛰어난 선수가 될 수도 있고 감독의 기발한 전술이나 오랫동안 갈고닦은 조직력일 수도 있는데, 에콰도르의 경우엔 모든 부분이 적절하게 뒤섞여 있다.
“……민재!”
“?”
살짝 말리는 듯한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 한참을 고민하던 난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준비해 온 축구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템포를 늦출 생각이다. 에콰도르가 선호하는 템포와 우리가 가져가는 것이 맞아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준비가 틀린 거다.
상대에 맞추기보다 대한민국만의 색(色)을 나타내는 데 집중하곤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대비를 가져간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의 축구는 평소 해 왔던 것보다는 느렸다. 그렇다면 더 속도를 늦추려는 내 결정이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선택에 확신을 품고 있다.
현재의 템포보다 조금 더 느려졌을 때 에콰도르가 라인을 높이거나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면, 저들이 상대 템포를 느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승리를 거둔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력분석을 열심히 했다지만, 남미에 있는 팀을 겨우 비디오 분석만으로 완벽히 분석할 수는 없다.
어떠한 것들은 피치에서 마주하거나 경기가 끝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데, 지금처럼 경기 도중 깨닫는 것들은 경기의 양상을 바꿀 만한 영감(靈感)이 된다.
펩이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로, 나는 그가 하프타임 때 바꿔 놓은 수많은 일화의 산증인이다.
“서둘지 마!”
커다랗게 내지른 내 목소리에 반응한 준호 형이 앞으로 보내려던 볼을 다시 뒤로 돌린다.
영권이 형을 거친 축구공은 잠시 진수 형에게로 향했다가, 인범이와 다시 준호 형을 거쳐 오른쪽 하프라인 아래에 내려서 있는 내게 도착했다.
소극적인 빌드업에 에콰도르는 잠시 당황하는 듯했지만,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구스타보 알파로가 손짓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라인을 높였다.
정답.
조금 더 진행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좋지 않은 흐름을 벗어날 힌트는 충분히 되고도 남았다. 이것이 승리를 향한 정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결국엔 결과가 알려 줄 거다.
바짝 달라붙는 로마리오 이바라(Romario Ibarra)로부터 불을 지켜내다, 자연스럽게 밀려 피치에 쓰러진다.
다행히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고, 난 억울해하는 이바라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지어 준 후 얼른 몸을 일으켜 벤치를 바라봤다.
템포를 조금 높이자는 신호.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세르지우 코스타 코치님과 상의를 나눠야 할 테니, 팀 템포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건 조금 있어야 한다.
그때까진 최대한 버티면서 살짝 떨어져 있는 리듬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한두 개의 번쩍이는 플레이가 필요한데, 우리에겐 그걸 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
팡-
의도적으로 강인이에게 볼을 몰아주고 얼마 뒤, 세 명의 압박을 벗겨 내는 환상적인 드리블이 나왔다.
보는 내가 어떻게 했는지 신기할 정도로, 지금 강인이의 플레이는 눈을 번뜩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관중석 한쪽에 모인 한국 팬들이 놀라 탄성을 내지를 정도다.
강인이에게서 볼을 빼앗기 위해 세 명을 투자한 에콰도르는 그 즉시 대가를 치른다.
중원이 헐거워지며 수비 사이의 라인이 흔들렸고, 이를 놓치지 않은 흥민이 형이 뒷공간으로 파고들었다.
당연히, 강인이는 적재적소에 패스를 전달한다.
‘그거지.’
강인이가 발렌시아에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던 이유는 동양인 동료를 믿지 않는 팀 분위기가 결정적이었다.
주변에 좋은 동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빛을 내는 유형인데, SL 벤피카 이적 뒤엔 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론, 내 부탁이 컸다고 믿고 싶다.
SL 벤피카가 발렌시아 CF와 협상을 벌이던 무렵, 나는 다시 한번 제주스 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강인이가 얼마나 좋은 축구 선수인지를 말씀드렸다.
그리고 니코에게도 전화해, 곧 벤피카에 합류할 내 후배를 잘 부탁한다고 했다.
에콰도르의 오른쪽 측면을 파괴한 패스가 이어지고, 그것을 받은 흥민이 형은 원터치 후 바로 슈팅을 날렸다.
각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 위치였지만, 흥민이 형이기에 가능한 슈팅이었다.
투웅-!!
가까운 쪽 포스트를 보고 왼발로 강하게 후려찬 흥민이 형의 슈팅은 에콰도르의 오른쪽 골포스트 바깥 부분을 두들기고 골라인을 벗어났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득점에 가까웠던 장면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던 나는 아쉬워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깝다-”
득점이 되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균형을 깨트리는 일은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괜찮았다.
짝짝짝-
“나이스-!!”
오늘 우리가 보여 줄 축구는 지금부터 시작될 테니까 말이다. 시간은, 아직 넘치도록 충분하다.
***
.전반 37분
대한민국 0 : 0 에콰도르
“오우-!”
“휴우…….”
조규성의 날카로웠던 헤더가 크로스바 위를 살짝 벗어난 순간, 에콰도르 벤치에서는 안도의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
목이 타 잠깐 벤치로 돌아왔던 에콰도르의 감독 구스타보 알파로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곧장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섰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경기를 지켜봤다.
전반전 25분 정도를 기해, 흐름이 바뀌었다.
한국은 마치 전혀 다른 팀처럼 뛰고 있다.
‘대처가 좋군.’
월드컵을 준비하는 에콰도르의 최우선 목표는 16강 진출이다. 지난 2002 FIFA 한일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던 이들은, 다음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 치러진 세 번의 월드컵에선 두 번이나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고, 안방에 가까운 브라질 월드컵에선 1승 1무 1패를 거뒀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번 에콰도르 팀에 강한 확신을 품은 알파로는 16강을 넘어 내심 8강도 노리고 있다.
같은 A조에 속한 팀 중 전력에서 확실히 밀린다고 느끼는 팀은 네덜란드 외에는 없고, 카타르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결국은 세네갈과의 경기가 분수령이 될 텐데,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라고 여겼다.
이런 알파로가 생각한 에콰도르의 전력은 Top 8까지 노려볼 수 있는 월드컵 12~14위권이다.
“…….”
팔짱을 낀 알파로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가고, 그는 반대편 벤치에 앉은 파울루 벤투를 보았다.
‘이런 유형은 아닌 줄 알았는데?’
외부에서 평가되는 파울루 벤투는 본래, ‘완고’ / ‘고집’ / ‘고루’와 같은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략 1년 전부터, 유연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파울루 벤투의 축구에서 타협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특히 경기 도중의 대처가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감독들. 특히나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감독들에 관한 평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돌기 마련이다.
구스타보 알파로 또한 그러한 내용을 풍문으로 전해 들었는데, 바뀌었다는 평이 사실인 듯했다.
에콰도르엔 좋지 않은 일이다.
전반전 25분까지의 대한민국 축구를 음악 용어에 비유하면, 분명 상대의 축구는 아다지오(Adagio/침착하고 느리게)보다 조금 빠른 아다지에토(Adagietto)였다.
하지만 지금은 알레그로(Allegro/명랑하고 빠르게)와 비바체(화려하고 빠르게)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그리고 그건, 에콰도르를 곤란하게 만든다.
‘이런, 또?’
대한민국의 빠른 패스에 에콰도르의 전방 압박이 다시 한번 무위로 돌아가고, 피치 한쪽을 종횡무진 뛰며 혼란을 가져온 이재성이 김다온에게 패스를 전달한다.
순간 에콰도르의 선수들은 자신들이 실수한 것을 알아차렸으나, 한국의 빠른 템포에 휘둘리기만 하고 있다.
상대의 수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막아 내는 게 급급한 대처가 피치 곳곳에서 펼쳐졌다.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미드필드의 간격과 역할이 깨지고, 어느새 공격에서의 기여도가 크게 떨어진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김다온을 쫓기 위해 움직인다.
그는 동료인 페르비스 에스투피냔(Pervis Estupinan)이 자신을 위해 지연해 주기를 원했지만, 김다온은 이를 허락지 않는다.
“!!”
쿵-!
“오-!”
“뚫었어!!”
에스피투냔의 앞에서 살짝 속도를 죽이는 것 같던 김다온이 순식간에 전속력을 내더니 그대로 달음박질친다.
그러자 당황한 듯 발을 움직이던 에스피투냔이 허둥대다 쓰러지고, 엉덩방아를 찧은 순간 대한민국의 벤치 쪽에서 큰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헤지테이션(Hesitation)에, 구스타보 알파로 역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내밀었다.
“우-”
월드클래스 레벨의 플레이를 본 축구인이 보여 줄 수 있는 솔직한 감정 표현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정신을 차렸고, 다급히 몸을 움직여 수비수들에게 날아올 크로스를 경계하란 시그널을 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모이세스 카이세도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파울을 조심해!!”
P.K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에콰도르의 벤치에서 나오고,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피치를 구스타보 알파로가 집중해서 바라본다.
동료가 쓰러진 순간 김다온의 드리블 방향이 바뀔 것을 직감한 카이세도는 올바른 방향으로 뛰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구 선수인 김다온을 뒤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현재 드리블 방향이 카이세도에겐 유리한 위치라 어떻게든 거리는 좁혀지는 중이다.
그렇게 두 선수의 간격이 줄어들고, 안쪽을 슬쩍 바라본 김다온이 패스를 보내기 위해 오른발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카이세도 역시 몸을 날렸는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패스의 진로만을 커트해 내는 선에서 만족하는 식의 태클이었다.
카이세도의 몸이 붕 떠오르고, 김다온의 크로스가 막히는 그림을 에콰도르의 벤치가 상상한다.
그러나.
“뭐, 뭐야?!”
코치들을 당황하게 만든 김다온의 선택은 전속력에서 다시 한번 속도를 죽이는 것이었다.
멀리에 있어 잘 보이진 않았지만, 구스타보 알파로는 어쩐지 꿈틀대는 김다온의 허벅지 근육과 무릎과 발목의 인대가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닌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백숏을 주 무기로 장착한 건, 레알 마드리드 이적 전후로 본인이 기존에 가져가던 드리블 동작이 몸에 큰 무리를 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재 김다온이 보여 주는 크라위프 턴과 같은 기존의 드리블 동작 일부는 신체의 많은 부하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소모품인 신체 기관은 쌓여 가는 마일리지를 견딜 수 없고, 나이가 들며 부상이 잦아진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구스타보 알파로는 김다온의 신체라면 그것조차 견딜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적의 사나이니까.’
4년이 훌쩍 지난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무대에서 쓰러지고 그 결과가 전 세계에 알려졌을 때만 해도, 알파로 역시 위대한 축구 선수의 커리어가 비극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 어떠한 선수도 그러한 수준의 끔찍한 부상을 겪고 본래의 기량으로 돌아온 적이 없다.
한데 김다온은 돌아온 것도 모자라, 최전성기에 있다고 믿었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때의 기량 이상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김다온이 가진 역대 최고 스프린트 속도와 역대 최고 슈팅 속도 모두, 그 부상 이후에 나왔다.
‘저기에서 다시 친다고?’
크라위프 턴을 활용해 카이세도의 태클을 가볍게 벗겨낸 김다온의 다음 선택은 패스를 가져가는 것이 아닌 다시 한번 드리블을 하는 것이었다.
골라인 앞 1m 정도 되는 지점에 있던 그는 좀 더 넓은 공간으로 나왔고, 계속해서 드리블을 가져가며 골대의 정중앙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에콰도르의 수비수들이 연이어 달라붙었지만, 이미 흐름을 탄 김다온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넷.
조금 전에 태클한 카이세도까지 합해 무려 다섯 명의 에콰도르 선수들을 달고 다닌 김다온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데굴데굴 굴러가는 패스를 보낸다.
이 또한 급격한 리듬 변화.
즉, 헤지테이션처럼 느껴졌다.
“…….”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착각 속, 오직 한 사람 김다온의 패스에 반응했던 손흥민이 멈췄던 시곗바늘을 잡아당긴다.
그렇게 모든 건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뒤이어 구스타보 알파로가 보게 된 건 그물 앞에서 떨어진 축구공이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에 앉은 3천여의 관중 모두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고,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이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여 주며 김다온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세운다.
그리고 이 엄청난 순간을 만들어 낸 장본인은 꼭 산책이라도 다녀온 듯 여유로운 모습으로 손흥민을 맞이했다.
이내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김다온이 시선에서 사라진 순간, 경직되었던 알파로가 허탈하게 어깨를 늘어뜨린다.
지금 내가 본 건 대체 무엇인가?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기계도 저건 불가능해.’
제아무리 훌륭한 성능의 자동차라고 해도, 저런 식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다시 속도를 내는 건 어렵다. 하물며 기계가 아닌 인간이라면 그 확률은 0에 한없이 가깝다.
평생 축구와 함께해 온 알파로의 상식으론, 조금 전 김다온의 플레이를 이해할 수 없다.
비록 상대팀이지만, 경외심을 담은 솔직한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의 플레이는 미쳤어.”
“완전 말이 안 돼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런 의미에서, 저 남자는 까마득히 상식을 벗어났군.”
적장(敵將)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경기의 균형은 지금 막 무너졌다.
.
(박성문) – 조선TV 해설위원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플레입니다! 그 어떠한 수식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 나왔어요! 이래서 김다온이고! 이래서 세계 최고의 선수인 겁니다! 김다온은 모든 축구 선수를 초월한 존재입니다!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김정수)
“김다온의 엄청난 드리블이 손흥민의 득점으로 마무리됩니다! 1:0으로 앞서 나가는 대한민국! TV를 보고 계신 모든 분들이 비명을 내질렀을 것 같은데, 저희 역시 그렇습니다!”
(박성문)
“이야… 이건 정말…… 말문이 막합니다.”
***
.경기 종료
대한민국 2 : 0 에콰도르
이강인 : 후반 21분(F.K)
김다온 ? 86분 출전(1어시스트)
***
[김다온, “승리해서 무척 기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모두가 건강하게 월드컵에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OSEM(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