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35)
1255화 Eve (5)
2022년 11월 17일. 도하, 카타르.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Sports City Stadium. 7GMR+R83, Doha, Qatar).
.경기 시작 ?? 전
대한민국 0 : 0 네덜란드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3-4-2-1
GK ? 김승규 / GK ? 안드리스 노퍼르트
RB ? 김문환 / RCB ? 마테이스 더리흐트
RCB ? 김민재 / CB ? 버질 판데이크
LCB ? 김영권 / LCB ? 네이선 아케
LB ? 김다온 / RWB ? 덴절 뒴프리스
RCM ? 정우영 / RCM ? 스티븐 베르하위스
LCM ? 황인범 / LCM ? 프렝키 더용
RAM ? 이재성 / LWB ? 데일리 블린트
CAM ? 이강인 / CAM ? 데이비 클라선
LAM ? 손흥민 / RST ? 코디 학포
ST ? 황의조 / LST ? 멤피스 데파이
.
.
조금 전까지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개최국 카타르의 임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비공개로 치러지는 경기장에 버젓이 입장해 있다는 사실이 네덜란드 관계자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캐나다와 모로코가 파견한 스파이(?) 역시 경기를 염탐하기 위해 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다.
그 즉시 모든 게 멈췄고, 양국 협회 관계자들이 FIFA의 임직원들과 함께 다시 한번 모든 곳을 수색했다.
여기에서 놀라운 건 관중석 몇 개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모두 다 검사 기기가 아니었다면 발견할 수 없을 정도의 초소형 크기였다.
“자- 가자!! 10분!!”
“다 끝난 거야?”
“그런가 본데?”
“야, 후딱 하자.”
벤치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던 시간이 끝나고, 추가로 주어진 웜업 시간 10분이 시작된다.
월드컵 개막전 경기를 치른 다른 모든 팀이 그러하듯, 우리와 네덜란드 역시 두 개의 커다란 큰 틀 아래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첫 번째는 무관중일 것.
두 번째는 논(None) A매치일 것이다.
후자는 교체에 한도를 두지 않기로 하여 생긴 것인데, 이것은 우리와 네덜란드가 합의한 세 번째 원칙과도 이어진다.
양 팀 모두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되, 베스트 일레븐은 전반전만을 뛰게 한다는 조항 말이다. 이는 우리보단 네덜란드의 편의에 맞춘 부분이다.
약 일주일 뒤인 23일에 월드컵 첫 번째 경기를 치르는 우리와는 달리, 네덜란드의 첫 번째 경기는 나흘 뒤인 21일에 펼쳐지게 된다.
네덜란드 축구 협회는 최종 평가전의 일정을 우리에게 맞추는 대신, 무관중을 포함한 조항들을 본인들이 제안하길 원했다.
일정이 애매해 두 번의 평가전까지도 고민하고 있었던 대한축구협회에 있어, 이런 네덜란드의 제안은 반가운 것이었다.
전력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고, 네덜란드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도 45분이나마 전력을 실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의 경기를 위해, 네덜란드 에레비디지에 리그에서 검증된 주심이 공수되었다는 점 역시도 좋았다. K리그 심판의 질이 최근 많이 올랐다지만, 아무래도 조금 불안하다.
판정까지도 월드컵 기준에 맞춰 평가전을 치르고 싶은 우리로선, 네덜란드의 이런 노력이 고마웠다.
“마지막 2분-!!”
최태욱 코치님의 목소리를 끝으로, 우린 1분 정도 바짝 몸을 푼 이후 벤치로 걸어가 벤투 감독님의 앞에 섰다.
무관중에 중계카메라도 없는 경기인 만큼, 굳이 형식을 따를 필요가 없어 드레싱 룸은 옷을 갈아입는 용도로만 쓰고 모든 전달 사항은 벤치 앞에서 이뤄지고 있다.
앞서 전달은 받았지만, 소란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을 우려한 벤투 감독님은 다시 한번 전달 사항을 전했다.
[다치지 마라. 그게 전부다.]“네-!!”
“넵!”
통역을 전해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높여 대답하고, 몸을 돌린 우리는 곧바로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전반전 선축은 네덜란드가 가져간다.
“후우-”
생각해보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네덜란드와 경기를 치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네덜란드 대표팀은 2006년 FIFA 독일 월드컵 16강/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3위를 기록한 후, 안식년을 가졌다.
재미있게도 최근 30년 네덜란드 대표팀은 세 번의 월드컵을 가진 이후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세대교체의 시기가 그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도 할 수 있는데, 도니얼 말런(Donyell Malen)/라이언 흐라번베르흐(Ryan Gravenberch)와 같은 일부 젊은 선수가 제외되었는데도 네덜란드의 스쿼드는 상당히 젊은 편이었다.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도 스테판 더프레이/멤피스 데파이/데일리 블린트 단 세 명뿐이다.
이것을 확인했던 순간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는데, 지난 수년 동안 전 세계 최소의 센터백이었던 버질 판데이크가 월드컵 출전 기록이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판데이크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전성기에 맞을 수 있는 유일한 월드컵이었다.
다음 월드컵이면 35살이 되기에, 어쩌면 이번 카타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삐?익!
월드컵이 얼마나 어려운 대회인지를 실감하는 사이, 에레비디지에서 온 사르다르 괴쥐뷔크(Serdar Gozubuyuk)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시작한다.
네덜란드는 오늘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3-4-1-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인범!! 너무 쏠리지 마!!”
앞서 말했지만, 네덜란드는 오랜 세대교체 끝에 또 다른 하나의 세대를 만들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나섰다.
유럽 최종 예선에선 터키에 2:4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후 9경기에서 7승 2무의 성적을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가장 명성이 높은 선수는 판데이크지만, 특정 선수에게 자원이 쏠려 있지 않다는 게 네덜란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신경 써서 봐야 하는 선수들은 있다.
우선.
‘온다.’
후방에서 시작되는 네덜란드의 빌드업을 지켜보던 나는 볼의 흐름을 보곤 패스의 다음 진로를 예측해 먼저 움직였다.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어 처음엔 포지셔닝을 조금 옮기는 정도였지만, 이후 네덜란드가 보내는 패스의 경로가 생각대로 향하자 마지막엔 확신을 품었다.
왼쪽 스토퍼로 나선 아케로부터 시작된 네덜란드의 빌드업은 아래로 내려선 데이비 클라선과 프렝키 더용을 거쳐 오른쪽 넓게 벌려서 있던 이에게로 이어졌다.
바로 이 친구다.
탁!
“?!”
덴절 뒴프리스(Denzel Dumfries).
스파르타 로테르담과 SC 헤이런베인을 거쳐 네덜란드 명문인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한 뒴프리스는 어렵지 않게 유럽에서 주목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188cm/80kg.
탄탄한 근육.
피지컬만을 놓고 보면 센터 포지션(ST/CM/CB)에서 뛰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던 뒴프리스는 사이드백 포지션의 람보였다.
상대를 압도하는 힘과 속도를 바탕으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은 에레비디지에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유럽 대항전과 유로에서도 활약하면서 대형 클럽의 주목을 받았다.
내가 떠난 후 라이트백 포지션에 골머리를 앓던 뮌헨 역시 뒴프리스를 주목했었는데, 이를 두고 펩에게 의견을 물은 후 영입을 철회했던 적도 있었다.
현재 주목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철수한 이유.
덴젤 뒴프리스는 피지컬만을 놓고 보면 이상적인 수준을 한참 넘어선 사이드백이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절반 수준으로도 굴리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덴절 뒴프리스는 내가 볼을 빼앗은 후 얼마든지 경합이나 지연을 할 수도 있었으나 팔이 먼저 나와 나를 잡아끌고 말았다.
쿵!
“에?이!!”
뒴프리스의 팔에 왼쪽 어깨를 붙잡힌 내가 엉덩방아를 찧기 무섭게, 벤치에 있던 벤투 감독님이 벌떡 일어서 소리를 지르면서 한쪽으로 움직였다.
다름 아닌 네덜란드의 벤치가 있는 곳으로, [누구도 다치지 않게끔 하자]라는 양 팀의 합의에 위협이 되는 행동 때문이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선 루이 판할 네덜란드 감독이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으며 벤투 감독님에게로 다가섰다.
뒤이어 두 사람은 가까이에서 손을 잡고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이야기가 잘 풀렸는지 웃는 얼굴로 돌아섰다.
‘재미있네.’
만약 오늘 경기가 정식 A매치거나 했다면, 지금과 같은 풍경은 절대로 볼 수 없었을 거다.
미안했는지 뒴프리스가 내 곁에 서서 손을 뻗어 오고, 녀석을 손을 잡고 일어선 나는 걱정할 것 없다며 영어로 답한 뒤에 등을 가볍게 토닥여 주었다.
경기가 더 진행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채 2분이 지나지 않은 지금은 다들 다치지 말자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팡-
바닥에 놓은 축구공을 뒤쪽으로 보낸 뒤, 난 손을 열심히 움직여 동료들의 위치를 조절했다.
오늘도 우린 4-2-3-1로 나섰다.
그리고 내가 왼쪽으로 출전한 건, 벤투 감독님이 조율에 좀 더 힘쓰는 데일리 블린트보다 덴절 뒴프리스를 막는 게 낫다고 판단을 내려서다.
이는 월드컵 기간 내내 반복될 일로, 나는 상대의 전력에 맞춰 좌우를 오가게 될 것이다.
“인범!”
전반 초반 네덜란드가 보여 주는 압박 수준은 생각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대는 양쪽 윙백을 깊숙이 내린 뒤에 5-4-1에 가까운 배치를 보였는데, 멤피스 데파이를 왼쪽 윙처럼 내리고 코디 학포를 원톱으로 배치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수비에 신경을 쓴 만큼 하프라인 위쪽의 공간은 협소했고, 자연스럽게 템포는 느려지게 됐다.
여기에서 드는 생각은 이거다.
바로 이게 네덜란드가 바라는 속도인가?
그렇다면 저들의 전략은 무엇인가?
월드컵에 앞서 치른 수십 번의 경기들로 모든 국가가 충분한 정보를 수집했다지만, 가장 약한 전력을 지닌 팀이라 할지라도 본선 무대를 위해 감춰 둔 전술은 존재한다.
그리고 만약 이게 네덜란드가 바라는 속도라면, 일단 그들이 볼을 다시 가져갔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 공격을 전개할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전방으로 향했던 볼을 간단히 빼앗아낸 판데이크가 다시 경기를 조율하고, 전형이 정비됨과 동시에 네덜란드의 양쪽 스토퍼가 널찍이 거리를 벌렸다.
중원엔 프렝키 더용 혼자 남은 상황.
남은 넷.
‘아니, 여섯.’
파앙-!!
‘?!’
네덜란드가 공격을 전개해 나갈 방식이 궁금해진 순간, 프렝키 더용이 길게 보며 축구공을 보내왔다.
낙하지점에 대기 중인 선수는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빅클럽이 주목하는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네덜란드/토고/가나 삼중 국적의 코디 학포(Cody Gakpo)다.
191cm의 장신.
앞서 경기를 뛰어본 동준이의 말에 의하면, 에레비디지에 수비수들을 폭격하고 다니는 네덜란드 산(産) 엘링 홀란이다.
실제로 학포는 엘링처럼 침투/강력한 슈팅/공중볼 경합과 같은 모든 부분을 해낼 수 있다. 축구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 짧은 터치로 연계를 가져가는 실력 역시 일품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어이쿠야.’
코디 학포에게 달라붙는 단 하나의 의문이 있다.
그건 바로 수준에 관한 검증.
과거에도 네덜란드 에레비디지에 무대를 폭격하며 더욱 큰 리그로 향한 선수들이 존재했지만, 무려 10년 넘게 단 한 명도 다음 단계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바스 도스트/윌프리드 보니/알프레드 핀보가손/멤피스 데파이/빈센트 얀선/뤽 더용 등.
전통적으로 네덜란드 무대는 수비수들의 수준이 낮고, 상위 팀과 중하위 팀의 편차가 커 공격수들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기로 유명한 리그였다.
지금도 코디 학포는 자신감과 함께 뛰어올랐지만, 민재에 몸이 부딪힌 순간 볼품없이 고꾸라지고 말았다.
삐?익!
“뭐?! 저게??”
워낙에 큰 선수가 휘청거리면서 쓰러진 탓인지, 전혀 파울이 아닌 것 같았는데도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착지한 후 여유 있게 돌아서려던 민재 역시 화들짝 놀라 주심을 바라봤는데, 자신의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것 같자 입을 다물고 얼른 자리로 돌아갔다.
그걸 본 순간, 뭔가 편안해졌다.
오래전의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에서 0:5의 대패를 안긴 팀이라는 인식이 워낙에 강해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고 있었나 보다.
한데 지금 막 민재가, 그러했던 나를 24년을 건너뛴 현실로 이끌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뭔가 모르게 팀 전체의 움직임이 기민하게 바뀌었고, 어렵지 않게 네덜란드로부터 볼을 가로챈 우린 점유율을 높여 가며 조금씩 경기의 속도를 본래대로 이끌고 있었다.
아마도 느린 템포를 바랐던 것 같은 네덜란드는 이에 흔들렸고, 전반전 07분이 지났을 땐 수비진영에서 여섯 번의 패스를 연이어 허용한 후 슈팅마저 허락했다.
파앙-!!
“우-!”
날카로웠던 의조 형의 슈팅이 네덜란드의 골키퍼 안드리스 노퍼르트의 손에 맞고 골라인을 벗어난다.
이번 네덜란드 스쿼드의 특징은 골키퍼들의 A매치 경력이 무척 적다는 것인데, 안드리스 노퍼르트는 그보다 더해서 커리어의 90%를 백업으로만 보냈다.
그것도 빅클럽이 아닌 네덜란드 중하위권 팀의 백업. 최근 5년 동안은 단 한 번도 1년 넘게 하나의 클럽에 몸담지 못하고 다섯 번 모두 팀을 옮겼다.
한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SC 헤이렌베인 복귀 후 주전 자리를 차지하더니, 급기야 이번 월드컵의 주전 장갑을 차지해 버렸다.
이것 역시 동준이에게 들은 것인데, 203cm의 큰 키와 거대한 리치에서 나오는 위압감은 상당하다고 한다.
곧이어 강인이가 코너를 띄워 올리고, 그것은 제법 날카롭게 향하는가 했지만 앞으로 나온 노퍼르트는 점프도 거의 하지 않은 채 가볍게 볼을 가져가 버렸다.
‘재미있네.’
어쩌면, 네덜란드의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히트할 상품은 저 골키퍼인지도 모르겠다.
***
.전반 23분
대한민국 0 : 0 네덜란드
팡-!!
“오우!”
벌써 몇 번째일까?
논(None) A매치 평가전이라지만,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루이 판할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
전반전 경기가 시작된 순간부터, 네덜란드는 단 한 번도 한국을 상대로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했다. 경기의 속도와 전개 방식 모두, 자신이 준비해 온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방적이라 봐도 좋은 경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실패 이후 무려 5년의 안식년을 갖고 복귀한 자리. 루이 판할에게 있어서는 무려 세 번째로 조국의 대표팀을 지도하는 기회였다.
본래 네덜란드 축구협회는 프랑크 더부르에게 월드컵까지 맡기려고 했지만, 부진이 길어지자 참지 못하고 유로 이후 급하게 감독을 교체했다.
그리고 취임한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루이 판할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꿰뚫는 모습을 보여 주며 기대감을 높였다.
좌우 풀백의 활용도를 높인 쓰리백 전술. 수비진을 제외한 여타 포지션이 취약하다는 불안 요소는 있었지만, 네덜란드의 이번 세대가 가진 재능은 우수했다.
그래서 루이 판할은 이번 월드컵에서 최소 4강을 바라보았고, 실제로도 그것을 이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한데.
“오, 이런. 실수가 나왔어.”
“…….”
“이봐-!! 막아!!”
네덜란드는 오늘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큰 시련과 맞닥뜨리고 있다.
수비와 수비의 대결 속에서 네덜란드의 공격은 한국을 전혀 위협하지 못했고, 반대로 한국은 간헐적으로나마 네덜란드를 상대로 좋은 장면을 연출했다.
루이 판할의 마지막 작품으로 불리는 안드리스 노퍼르트의 연이은 선방이 아니었다면, 경기의 균형은 일찌감치 무너져 버렸을 확률이 높았다.
지금 역시 네덜란드의 위기다.
‘빠르군.’
데일리 블린트가 멤피스 데파이에게 보내려던 패스가 잘못된 것으로부터 비롯된 대한민국의 역습. 이는 황인범을 거쳐 손흥민에게 이어지며 네덜란드에 위협이 되었다.
손흥민을 막아선 더리흐트가 좋은 판단으로 지연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바깥쪽에서 나타난 김다온의 번개 같은 스프린트가 이를 무위로 만들었다.
그리고 더 얼마가 지났을 때, 김다온을 열심히 추적하는 덴절 뒴프리스가 나타났다.
마치, 로드러너를 뒤쫓는 코요테 같다.
디즈니(Disney) 만화영화 속 코요테는 로드러너를 잡고자 갖은 수를 쓰지만, 너무나도 빠른 새를 어찌할 수 없다.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적절한 속도로 연결된 패스를 받아 든 김다온을 보는 루이 판할의 머릿속엔, 시속 60km의 로드러너를 뒤쫓는 코요테의 모습이 끊임없이 그려졌다.
네덜란드의 오른쪽 수비진영이 완전히 파괴되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든 김다온을 버질 판데이크가 막아서려고 하지만 김다온은 그것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
슈팅이 나올 수도 있었다지만, 그러기엔 최소 두 박자는 빨랐던 김다온의 선택은 네덜란드의 선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들며 그물을 출렁이게 만든다.
심지어 오늘 경기 내내 환상적인 선방을 보여준 안드리스 노퍼르트마저도, 어려운 각도에서 절묘하게 감아 찬 김다온의 슈팅에 반응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노퍼르트는 김다온이 강하게 차는 것만을 생각해 기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던, 중요한 건 결과적으로 네덜란드가 좋지 않은 흐름 속에서 실점했고 선제점을 만든 대한민국이 더 기세를 탈 거란 점이었다.
삑-! 삐?익!!
1:0.
경기 전에 있었던 소란을 떠올리며, 루이 판할은 오늘 경기를 완전한 비공개로 치르는 게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좋은 상대로군.’
과거 네덜란드를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끈 축구계의 인정받은 명장(名將)은, 지금 막 대한민국 축구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