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09)
208화
[치열한 리가. 한발 앞선 벤피카. – Jornal de Noticias/2013.04.19.(오후)]? ㅁ 2012/13 Liga Zon Sagres Table
1. SL 벤피카 : 21승 3무 1패, 82득 13실 +69, 승점 : 66
2. FC 포르투 : 21승 3무 1패, 72득 12실 +60, 승점 : 66
***
2013년 4월 21일.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 시작 20분 전
SL 벤피카 0 : 0 스포르팅 CP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Tactics(벤피카/상대팀) : 4-1-3-2/4-2-3-1
GK ? 얀 오블락 / GK ? 후이 파트리시우
RB ? 막시 파헤이라 / RB ? 미겔 로페스
CB ? 루이장 / CB ? 티아구 로리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마르코스 로호
LB ? 김다온 / LB ? 주앙지뉴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스테인 스하르스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DM ? 파비앙 리나우두
CAM ? 니코 가이탄 / RAM ? 브루마
LAM ? 제로니모 베가 / CAM ? 안드레 마르팅스
ST ? 오스카 카르도소 / LAM ? 디에고 카펠
ST ? 리마 / ST ? 리키 반 볼프스빈켈
.
.
어김없이 찾아온 데르비 지 리스보아(Derby de Lisboa).
벌써, 열기가 무척 뜨겁다.
{“E o sporting e a nossa puta! / 스포르팅은 X밥이야!
E o sporting e a nossa puta! / 스포르팅은 X밥이야!”}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내내, 벤피키스타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경기장과 거리 곳곳엔 많은 경찰이 배치되었고, 하루 전 리스본의 시장(市長) 페르난두 메디나(Fernando Medina) 씨가 스포츠-펍의 운영시각을 한시적으로 저녁 9시까지로 해달라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이유는 작년 12월에 있었던 첫 번째 리스본 더비 이후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기 때문인데, 벤피카와 스포르팅의 팬들끼리 난투극을 벌여 7명이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다.
축구팬 사이의 다툼이 이례적으로 메이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었을 만큼, 꽤 심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팬들의 열기와는 별개로, 우리 선수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시합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더비가 가져오는 긴장감은 남다른 편이지만, 벌써 흥분해봤자 좋을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반드시 이길 생각이다.
짝짝짝-!
“모두 주목!”
언제나처럼 콰레스마 코치님이 박수와 함께 등장하고, 뒤이어 나타난 감독님의 우리의 앞에 섰다.
오늘은 기존의 다이아몬드 4-4-2를 변형한 4-1-3-2로 나설 예정인데, 작년 11월 올랴넨세와 홈경기를 가진 이후 처음으로 리그에서 이 전술을 사용한다.
리스본 더비와 같은 중요한 날에 익숙하지 않은 전술을 내놓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4-1-3-2는 어디까지나 다이아몬드 4-4-2의 변형일 뿐이고, 공수전환 시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양쪽 측면 미드필드의 위치를 조금 높은 곳까지 올림으로써, 4-2-3-1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오늘은 측면 싸움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풀백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
감독님은 지금의 이 대화를 하며, 막시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난 거기에 눈을 맞췄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기본적으로 4-2-3-1과 4-1-3-2는 단점이 똑같다.
사이드백과 그 위 측면 미드필드 사이의 간격이 넓다는 점인데, 그래서 보통 이런 식으로 측면의 간격이 넓은 전술을 쓰는 경우엔 두 명의 볼란치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볼란치가 두 명이 되면 상대가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했을 때의 대처가 수월하고, 볼란치 중 하나가 측면으로 갔을 때 남은 하나가 중앙에 서 있을 수 있어 공간 활용도 면에서도 역시 이점을 지닌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포백 전술이 익숙하거나 포백 외에는 약점을 보이는 팀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우리처럼 포백뿐만이 아닌 쓰리백으로도 얼마든지 변동이 가능한 팀이라면, 한 명의 볼란치를 센터백으로 이동시켜 쓰리백으로 변환하여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센터백이 측면을 커버할 수 있고, 중앙 역시 두 명의 수비수가 남아 숫자 싸움을 할 수도 있게 된다.
오히려 공격진에 한 사람을 더 남겨두기 때문에 역습 등의 상황에서 조금 더 유리한 면도 있는 데다가, 특히나 그 구성을 오늘처럼 빅&스몰로 맞춰두게 되면 공격 전개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일 뿐, 4-2-3-1 역시 우리의 4-1-3-2를 공략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에 중요한 건, 실력과 컨디션의 싸움인 것이다.
“리스본의 주인은 우리야!! 그걸 저들에게 보여주자!!”
“이야-!!”
“VAMOS!! 스포르팅을 박살 내는 거야!!”
전술 브리핑과 파이팅을 모두 마친 이후에, 마지막 준비들을 끝마치고 복도로 들어섰다.
FC 노르셸란 시절부터 만나서 그런지, 후이 파트리시우와는 정겹게 인사를 나누는 나다.
“행운을 빌어, 후이.”
“그래. 너야말로.”
2010년, 22살의 젊은 나이로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를 맡게 된 후이 파트리시우는 스포르팅 CP가 유일하게 NFS(Not for Sale)를 선언한 자원이기도 하다.
스포르팅 역시 셀링 클럽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후이 파트리시우의 팀 내 입지를 잘 알 수 있다.
브루누 카르발류 회장이 이례적으로 참견과 간섭을 하지 않는 남자 역시 파트리시우였으며, 본인도 팀 내 최고 주급을 받는 만큼 이에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파트리시우와 인사를 마치곤, 난 이번엔 오늘 주전 장갑을 낀 얀 오블락의 곁으로 다가섰다.
“긴장하고 있어?”
“후우- 왜 아니겠어.”
어제 연습 때 모라에스가 사타구니 쪽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갑작스럽게 주전 골키퍼가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시즌 초반은 모라에스의 폼이 예전 같지 않으면서 얀이 주전으로 출전하던 경기가 몇몇 있었으나, 오히려 더 많은 불안감을 노출하며 다시 백업으로 밀려난 상태다.
분명 실력은 출중한데, 심리적으로 너무 불안정하다는 게 얀의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최근 많은 도움이 되었던 하인리히 그로스와 만나볼 것을 넌지시 권유했었다.
“안 그래도, 다녀왔어.”
“진짜?”
“응. 어제 자려고 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뭐?! 그 시간에?”
“……역시, 실례였겠지?”
“당연한 말을! 그래도 뭐. 잘 했어.”
지나친 긴장은 몸을 굳게 만들고, 몸이 굳으면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리고 가뜩이나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에선, 그런 실수가 본인의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과정이 수반되기에, 계속해서 자신감과 폼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실력이 출중한 선수가 경기력의 기복을 보이는 이유는 보통, 49.5% 정도 이런 심리적인 부분인 경우다.
다른 49.5%는 자기관리의 영역이고, 남은 1%의 이유는 실로 다양할 것이다.
어쨌든.
“잘 들어. 우리가 너를 지켜줄 거야. 그리고 너도 함께 미팅했잖아. 쟤넨 한 번에 역습해올 거고, 항상 리키를 바라보고 긴 패스를 연결할 거야. 타이밍을 잘 재고 나와. 항상 집중하고. 알겠지?”
“응.”
“좋아, 얀. 넌 최고의 골리야. 그걸 의심할 필욘 없어.”
“후우~ 조금 나아졌어.”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오블락의 가슴팍을 두드려준 뒤에, 난 손뼉을 치며 뒤로 돌아섰다.
“저 녀석, 네 말은 잘 듣는다?”
“친구잖아.”
“하-! 우리는?”
“너흰 그냥 동료고. 다르다는 거 몰라?”
“큭큭큭. 하여간, 네 혓바닥은 항상 참 부드럽게도 돌아간다. 여자한테나 그렇게 좀 해.”
“그러고 있는데?”
“뭐?”
가라이에게 윙크를 찡긋 보내준 뒤, 다시 그와 도로 자리를 바꾸며 본래의 위치에 섰다.
“입장합니다-!!”
곧이어 진행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걸음을 옮겨 피치 위로 걸어나간 나는 들려오는 ‘Ser Benfiquista’를 들으며 동료들 곁에 나란히 섰다.
그렇게 앞쪽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응?’
저 앞에, 눈에 익은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멀어서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멘데스?’
얼핏 볼 땐, 저건 제스티후테(Gestifute)의 조르제 멘데스처럼 보였다.
***
제스티후테가 추구하는 영업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현재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더 나은 환경을 바라는 이들과 ‘포르투갈 커넥션’을 더욱 공고히 가져갈 수 있는 국내 유망한 선수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선수들 쪽에서 직접 접촉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이미 에이전트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대부분은 현재 계약 중인 에이전시에 불만이 있어 교체를 원해 제스티후테에 전화를 건다.
하지만 스포르팅 CP의 골키퍼 후이 파트리시우는, 어떠한 쪽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 스포르팅 CP와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대비해 제스티후테가 자신의 에이전시가 되어주길 바랐다.
거침없는 난봉꾼 브루누 카르발류가 동료들을 대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보호하기 위한 경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의 고객을 위해 잠깐 시간을 내기로 한 조르제 멘데스는, 최근 급격히 주목받고 있는 한 유망주를 볼 겸하여 이스타디우 다 루스를 찾았다.
또, 외에도 하나의 목적이 더 있었다.
‘저기 있군.’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귀빈석의 한 자리를 차지한 조르제 멘데스의 눈에 남들과는 차별되는 무리가 발견되었다.
그래서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서며, 함께한 수행원들에겐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을 주문했다.
알겠다고 대답하는 수행원들을 남겨두고, 복잡한 인파의 틈으로 조르제 멘데스가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리고 이내,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곁에 도착했다.
“오랜만입니다, 몬티. 잘 지냈습니까?”
“응? 오, 이런! 멘데스! 여긴 어쩐 일입니까?”
“후이를 만나러 왔죠. 제 우수한 고객이니까요.”
“하핫-! 역시 최고는 다르군요. 사무실에서 바삐 지낼 줄 알았는데, 이런 짬을 다 내다니 말입니다.”
“다들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경쟁이 치열한 곳이니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멘데스가 인사를 건넨 몬티 베이커(Monty Baker)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맨유의 수석코치로 근무했던 카를루스 케이로스(Carlos Queiroz)로 인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줄곧 포르투갈 출신의 선수에게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나니, 베베와 같은 선수들이 맨유의 A팀에서 활약했고, 리저브와 U-18세 이하 팀에도 많은 포르투갈 선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런 만큼, 맨유는 항상 조르제 멘데스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괜찮다면 잠깐 이야기 좀 가능하겠습니까?”
“단둘이 말입니까?”
“네. 잠깐이면 됩니다.”
“…….”
멘데스의 요청에 몬티 베이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두 사람은 혼잡한 관중석을 빠져나와 복도로 향했고, 그런 뒤엔 이스타디우 다 루스 안에 자리 잡은 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기의 시작을 곧 앞두어서인지, 내부는 무척이나 한산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몬티. 최근 어떤 이야기가 돌더군요. 벤피카 풀백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생겨났다고 말입니다. 저도 정보를 모아봤는데, 부족해서 말이죠.”
“……오프 더 레코드입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보증하죠.”
“…….”
현재 조르제 멘데스가 요구한 내용은 절대 구단 관계자로부터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만약 이 같은 대화 내용이 알려지게 된다면, 해당하는 선수의 에이전시는 특정 클럽과의 계약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클럽으로선 치명적인 일이다.
이야기를 유출한 당사자 역시 클럽에서 해고될 수 있고, 내부관계자로 점찍혀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 역시 크게 애를 먹게 된다.
그래서 제아무리 친근한 관계라도 이런 식의 질문은 하지 않는 법인데, 지금은 조금 예외적인 경우였다.
하지만, 조르제 멘데스는 몬티 베이커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비밀을 간직하는 것에 취약한 사람일뿐더러, 이런 경우를 예상하고 오래전부터 많은 공을 들여왔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과 같은 날들을 별도로 챙기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로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스텔라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
“구단 고위 관계자들에게만 접촉한 것 같습니다.”
세간은 다가오는 여름, 김다온이 팀을 옮길 가능성을 70-80% 정도로 보고 있었다.
만약 여름 이적시장에서 벤피카가 사이드백을 추가로 보강한다면 그 가능성은 90% 이상 될 것이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셈법이 조금 복잡해진다.
SL 벤피카가 김다온 등과 함께하는 지금의 이 세대와 함께 ‘구트만의 저주’를 끊어내길 원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만약 그것이 실패할 경우 이적을 거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김다온의 벤피카를 향한 충성심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내부에서는 벌써 골치 아파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그들의 영업방식 때문이죠.”
“조나단 바넷은 간교한 남자입니다.”
“허허. 다들 그렇죠. 안 그렇습니까?”
“…….”
현대 축구에서 우수한 축구선수는 ‘돈이 되는 상품’이고, 그 상품을 차지하기 위한 에이전시의 경쟁과 암투(暗鬪)는 일반인들의 상식을 간단히 넘어선다.
부패의 온상인 FIFA와 UEFA가 존재하는 한, 이런 식의 경쟁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현재 ‘황금알을 낳는 거위’ 혹은 ‘지브롤터 해협의 금화’란 평을 듣는 김다온은 현재, 적(籍)이 없는 자유로운 선수로서 모든 에이전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김다온에게서 거절당한 조르제 멘데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김다온과의 계약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 다른 에이전시가 어떠한 악의를 가지고 계약을 방해했다면, 그걸 몇 배로 갚아줄 준비 역시 하고 있는 조르제 멘데스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꼭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만 가보죠. 그리고, 지난번 선물은 참 고마웠습니다.”
“별말을요. 다음에 뵙죠.”
“네. 그럼.”
몬티 베이커가 먼저 경기장으로 돌아가고, 홀로 남은 멘데스는 스텔라가 자신들을 방해한 에이전시일 거라는 생각에 확신을 더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복수를 꿈꾸는 멘데스지만, 이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제스티후테가 대중적으로 더 널리 알려있으나, 에이전시의 자산 규모 자체는 스텔라가 훨씬 더 거대했다.
그런 스텔라를 상대로 무언가를 하는 건, 신중에 신중을 더 기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계약을 방해해야 하겠어.’
스텔라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을 방법이야 얼마든지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은밀하고 좋은 방법은, 김다온이 스텔라의 능력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일이다.
스텔라가 내미는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김다온은 그들을 에이전시로 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가 EPL을 원한다면, 제스티후테에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김다온이 자신들을 거절한 이유를 모르고 있는 멘데스에겐, 여전히 기회가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설령,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일이야.’
자신을 방해한 스텔라와 자신을 거부한 김다온 모두에게 복수할 수 있는 이 일은, 이제 자존심이 거의 모든 것이 된 조르제 멘데스에겐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
·전반 13분
SL 벤피카 0 : 0 스포르팅 CP
축구 전술에서 3-4-3이 조금씩 사장(死藏)되기 시작한 이유는, 중앙 미드필드의 숫자가 부족해서다.
3-4-3에서 중앙 미드필드는 두 명이 전부여서, 현대 축구의 주요 전술이 된 4-2-3-1이나 4-1-4-1, 4-3-3에 무척이나 취약했기 때문이다.
최소 3명에서 많을 땐 5명까지 중원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두 명의 미드필드로 상대 압박을 견디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전술 역시 그와 별로 다르지 않다.
공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센터백과 마티치가 라인을 맞추고 사이드백이 전진하여, 4-1-3-2에서 3-4-3으로 전형이 바뀐다.
니코(CAM)가 왼쪽으로 조금 내려오고 베르나르두(RAM) 역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이 둘이 팀의 중원을 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 우리가 스포르팅의 미드필드에게 숫자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건, 제로니모와 리마가 스하르스와 리나우두를 1:1로 맡아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포르팅의 빌드업 시 공격수 두 사람이 중원에 가담하게 되자, 미드필드를 거쳐 갈 수 없게 된 스포르팅의 공격 전개는 무척이나 단순해졌다.
포워드 볼프스빈켈을 향해 직접 볼을 연결하거나, 미드필드 숫자를 보충하기 위해 주변이 움직임을 더해가야 했다.
이렇게 측면 혹은 전방에 있어야 할 선수가 중원의 힘 싸움에 가세하게 되면서, 스포르팅은 중원의 숫자는 채울 수 있었지만 정작 전진은 하지 못했다.
전진을 위해서 반드시 있어 줘야 할 선수가 아래로 내려와 있었기 때문인데, 그럼 결국 중원을 돌파하더라도 정작 패스를 줄 곳이 없어 템포가 늦춰진다.
이런 방식으로 피치 위 중요한 영역에서 우리가 늘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가 되자, 스포르팅은 결국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한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측면 수비라인을 전진시키는 한편, 브루마(RAM)와 디에고 카펠(LAM)로 하여금 1:1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것이었다.
3-4-3은 측면에 큰 장점이 있다.
“여기!”
“천천히 해! 아무도 없어!”
결국은 측면에서 고립된 스포르팅은 쉽게 볼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고, 이런 전술의 우위를 바탕으로 우린 무척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유로파를 뛰고 와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그들이 더 나은 것 같다.
만약 뉴캐슬이 상대였다면, 오늘 우린 이런 식으로 전술적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구티에레즈나 시소코가 우리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욱-!”
지금도 브루마는 내 밀착에 손쉽게 퉁겨 나갔다.
‘쉬워.’
상대에게서 볼을 빼앗는 일이 무척 손쉬웠다고 생각한 나는, 앞쪽으로 패스를 돌린 뒤에 라인을 높이 끌어 올렸다.
제로니모가 측면으로 넓게 펼쳐주고 있어, 난 조금 중앙으로 치우쳐 자리를 잡았다.
오른쪽에서 진행되었던 빌드업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연결이 되어오고,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난 슬쩍 왼쪽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앞쪽으로 슬쩍 축구공을 차 놓았다.
그러자 호시탐탐 뛰어들 준비를 하던 카르도소와 눈이 마주쳤고, 난 그곳을 보며 아웃프런트로 길게 패스를 찔러 보냈다.
적당한 높이로 빠르게 날아간 축구공은 곧게 뻗어 나가다, 조금씩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카르도소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파앙-!
{“아아아-!!”}
카르도소의 헤더로 이어졌지만, 빠르게 반응하여 손을 뻗은 후이 파트리시오의 선방에 가로막힌다.
‘나쁘지 않아.’
전반 10분까진 5:5의 흐름을 가져갔지만, 이후부턴 우리가 주도권을 꽉 쥐고 스포르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휘둘리고 있는 스포르팅의 수비엔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곳을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면 득점으로 연결될 거라고 본다.
리스본 더비치곤 꽤 일방적이었지만, 지금의 이런 흐름이 그들과 우리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공정한 경기력이라고 본다.
‘이런 경기는, 쉽게 이겨야 해.’
앞으로도 이 더비는 계속해서 그 치열함을 뽐내겠지만, 오늘은 우리가 피치 위를 지배할 것이다.
태-앵!!
{“우오오오!!”}
골대를 맞고 튕겨 오르는 축구공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던 난, 표정을 풀고 동료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우린 오늘, 이견의 여지가 없는 승리를 가져갈 거다.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