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42)
241화
2013년 6월 10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 풋볼 팬타지움. 대강의실.
우리는 내일 우즈베키스탄과 2014 FIFA 월드컵 예선 7차전을 치른다. 4승 2무를 기록 중인 우린 승점 1점만 더 추가해도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는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일 꼭 승리할 생각이다.
이란과 함께 3승 1무 2패를 기록 중인 우즈베키스탄은 골득실에 밀린 조 3위를 기록 중이기에, 우리와의 경기가 본선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전이었다.
아마, 무척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다.
“어? 잠시만요.”
미팅 후 대강의실에 남아 형들과 수다를 떨고 있을 무렵, 전화기가 울려 난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복도에도,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에이, 씨.’
일단은 화면을 만져 전화를 받는다.
[Ola?]– [에이. 통화 돼?] [네, 그럼요.]
지금 전화를 걸어온 것은 스텔라의 마이클 보웬이었다.
난 일단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람이 없는 쪽으로 움직였다.
“지금은 괜찮아요. 말해보세요.”
– 그래. 맨시티가 꽤 큰 제안을 했어.
“그래요?”
– 응. 일단 월드컵 예선이 끝나면 대화를 하고 싶은 것 같아.
마이클 보웬은 내게, 맨시티가 7월 두 번째 주 월요일 미팅을 제안했다고 말해주었다.
– 일단 대략적인 걸 먼저 말하자면, 주급 25만 유로(약 3억 3천만 원)야. 계약금은 네 요청대로 800만 유로이고, 초상권 관련으로 추가 110만 유로 정도를 더 받을 수 있어.
“…….”
– 듣고 있어?
“네. 그럼요. 그거 큰돈이네요.”
말했지만, UCN 문제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는 일은 내겐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들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런 돈을 제안한 것이다.
하나 지금은 더 많은 옵션을 챙겨둬야 할 때였고, 그래서 난 모레가 지나고 답을 하겠다고 말했다.
– 그렇게 해. 내일인가?
“네. 우즈베키스탄이죠.”
– 행운을 빌어. 그리고 며칠 전에도 말했지? 정말 난리라고.
“하하. 네. 그랬죠. 그런데, 마이클.”
– 응?
“맨시티 외에는요?
– 아, 그게. 맨유는 네가 가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일단 현실적으로도 그들은 터무니없는 이적료만 말하고 있어. 거기는 퍼기의 은퇴 이후부터 조금 이상하다니까.
결과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보면, EPL에서 내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팀은 맨체스터 연고의 두 팀뿐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건 조금 달랐다.
“첼시는 어때요?”
– 뭐?
“첼시요. 그들이 저를 원한다는 기사를 여기저기에서 보고 있거든요. 제가 그 팀을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 이야기는 들어왔어야 한다고 봐서요.”
– 하하. 모든 뉴스가 사실인 것은 아니니까. 물론 그들도 널 원할 거야. 특히 주제가 그렇겠지.
바로 이 부분이다.
내가 특정 팀하고 창구를 열길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적이 생각만큼 수월치 않을 거라고 판단한 이후론 각 에이전시에 했던 말을 취소하겠다고 전했다.
벤피카가 요구하는 이적료를 맞춰줄 수 있는 클럽이라면, 난 일단 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보려 한다.
– 여보세요? 듣고 있어?
“네.”
– 그래. 아무튼. 또 연락할게. 알겠지?
“네. 그렇게 해요.”
– 그래, 그럼
딸깍.
“…….”
지금 이건, 뭔가 조금 이상했다.
광고 촬영으로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던 그제, 나는 리스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통화 상대는 에두였고, 그는 내게 주제 무리뉴가 직접 통화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전했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난 무리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무리뉴는 자신이 현재 런던에서 머문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내내 선수단 일부와 충돌을 빚은 그는, 5월 20일에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해임됐다.
그리고 약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무리뉴가 첼시 FC로의 복귀한다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머잖아 오피셜이 났고, 사람들은 무리뉴가 날 영입할 거라고 말했다.
머릿속에, 그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반갑네. 벤피카의 선수는 늘 옳지.] [하하. 그런가요?] [물론. 모두 다 독수리의 고결한 정신과 왕의 품격을 지니고 있지.]무리뉴는 과거, 우리 SL 벤피카의 감독이었다. 그의 첫 번째 감독직이기도 했고, 본인이 가장 아쉽게 여기는 시기 중에 하나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었던 무리뉴는, 갑작스럽게 구단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수뇌부들과 많은 충돌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것이 이유가 되어 해임을 당했는데, 당시 벤피카의 테크니컬 디렉터였던 에두는 구단주가 무리뉴를 자르려고 할 때 가장 반발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만약 그를 보내버리면 후회하게 될 거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무리뉴는 결국 잘렸고, 이후에 그는 UD 레이리아의 감독으로 부임해 포르투갈 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다.
우리 벤피카와 포르투를 제치고 리그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것인데, 여기에서 큰 주목을 받아 곧 FC 포르투의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러곤 FC 포르투를 2002/03 리그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2003/04 시즌에는 리그 2연패와 함께 빅이어를 포르투에 선사하는 마법과도 같은 일을 보여줬다.
[에두가 자넬 정말 엄청나게 칭찬하더군.] [뭐, 아부를 떤 보람이 있었네요.] [큭큭큭. 그래. 자네가 무척 짓궂은 친구라고도 이야기했지. 아무튼, 난 로만에게 말했어. 자네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자네 쪽 대리인은 묵묵부답이더군. 그래서 직접 이렇게 전화를 하게 된 거야.]이어 무리뉴는 자신이 아는 조나단 베넷에 대해 말했다.
[그는 뱀이야. 간교하고 또 절대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 [……저를 제스티후티로 이끌려고요?] [아니. 난 그런 사람은 아니야. 그건 자네 자유이지.]그는 그저, 공정한 기회를 잡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하아~”
축구의 뒷면에 자리 잡은 이적과 연봉협상 시장이 ‘눈 뜨고 코 베이는 곳’이란 이야기는 예전부터 익히 들었었다. 그래서 나도 더욱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다.
하지만 직접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종종 나를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신뢰의 문제.
난 이것만큼은 발생하지 않기를 원했다.
특히 스텔라와 같은 경우, 멘데스와 발렌시아 구단주 사이의 숨은 일을 공개하면서까지 내게 공을 들였다. 같은 업종의 불문율을 여겨가며, 의지를 보였다는 거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면, 나는 그들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첼시 측에서 스텔라에 문의를 넣었다던 무리뉴의 말은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벤피카란 공통분모도 있거니와 굳이 거짓말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리뉴는 나를 왜 원하는지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상세히 알려줬다.
‘무턱대고 맡겨놓을 게 아니었어.’
내일 경기가 끝난 이후에, 닥치는 대로 조언과 도움을 구해봐야 할 것 같다.
다행히도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있다.
지성이 형이나, 영표 형 같은 사람들.
또 자철, 성용이 형도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난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
***
2013년 6월 11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 2동 월드컵로 240. 서울 월드컵 경기장.
·전반 14분
대한민국 0 : 0 우즈베키스탄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3-3(D)/4-2-3-1
GK ? 정성룡 / GK ? 이그나티 네스테로프
RB ? 차두리 / RB ? 이솔름 투크타쿠자에프
CB ? 곽태휘 / CB ? 오딜 아크메도프
CB ? 김영권 / CB ? 안주르 이스모일로프
LB ? 박주호 / LB ? 비탈리 데니소프
DM ? 한국영 / DM ? 아지즈벡 카이다로프
CM ? 김다온 / DM ? 티무르 카파제
CM ? 김보경 / RAM ? 아크말 쇼라크메도프
RW ? 이청용 / CAM ? 세르베르 제파로프
LW ? 이근호 / LAM ? 쇼크루크 가도에프
ST ? 손흥민 / ST ? 올루그벡 바카에프
.
.
열띤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
남들의 눈을 피해 이곳을 찾은 한 사내에게로, 다른 누군가가 접근한다.
“이런! 당신도 여기에 있었던 겁니까?”
“…….”
옆을 흘끗 올려다본 검은색 모자의 사내는 흰색 모자를 쓴 이에게 특별히 반응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멋대로인 것을 넘어 ‘성격 파탄자’로 유명한 흰색 모자의 사내는, 이에 전혀 아랑곳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 클럽이 저 녀석을 영입할 돈은 없을 건데 말입니다. 저요? 아, 저는 조금 다릅니다. 말 그대로 관광이거든요. 가끔은 아시아의 축구를 보는 것도 기분전환이 되니까요. 무엇보다, 저 녀석이 중앙 미드필드로 뛰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
“왜 그렇게 조용합니까? 슬픔을 곱씹고 있나요?”
여기에서 중요한 건, 검은색 모자와 흰색 모자 사이에 공통분모가 그리 많이 없다는 거다.
적으로써 피치 위에서 몇 번 만나 형식적인 대화를 나눴을 뿐,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은색 모자는 흰색 모자와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이는 평소 그의 성향을 고려하면, 무척 특별한 일이다.
그만큼, 흰색 모자의 성격에 결함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보게.”
“?”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부류가 있지. 그건 바로, 말을 함부로 하는 녀석들이야. 특히 우리가 사는 세계엔, 마치 특권층이 된 것처럼 구는 놈들이 있어. 그리고 난 그런 인간들을 쓰레기라고 부르네.”
“……고고한 척하긴.”
“뭐, 좋을 대로.”
불쾌감을 숨기지 못하는 흰색 모자의 사내가 근처에 침을 뱉은 후 떠나가고, 후드까지 눌러쓰기로 한 검은색 모자의 사내는 안경을 닦아내며 다시 그라운드에다 눈길을 두었다.
잠깐 파리가 한 마리 꼬이긴 했지만, 그것은 지금 자신의 기분을 망쳐놓지 못했다.
물론, 그 파리가 한 말이 사실이긴 했지만 말이다.
‘8천만 유로라. 한 번도 돈이 없는 게 슬프진 않았는데.’
검은색 모자의 사내는 자신이 속한 클럽의 현실을 생각한다. 본래 2천만 유로 정도일 것으로 점쳐졌던 이적 예산은, 몇 달 전에서야 5천만 유로까지 끌어올려진 상태다.
하지만 그 돈은 자신을 이 먼 곳까지 걸음 하게 한 이를 영입하는 데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비단 이적료만이 아니라, 수준이 맞는 급료를 챙기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어떤 면으로나 불가능한 일을 곱씹으며 아쉬워하는 것은 본래의 모습이 아니었으나, 이번만큼은 그도 미련을 거두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휴가 시간을 쪼개가며, 경기만 보고 다시 떠나는 일정을 잡은 것이다.
{“오오오오오-!!!”}
지금도 피치 위에서 멋진 장면이 펼쳐지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에 가까운 외침.
{“꺄아아아아악-!!!”}
{“야아-!!!!!”}
이것은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든 이에게, 우즈베키스탄의 18번이 거친 숄더태클을 가했기 때문이다. 바닥에 쓰러진 이는 고통스러워했고, 경기장의 분위기는 무척 살벌해졌다.
후드를 뒤집어쓴 검은색 모자는, 이런 분위기가 전혀 낯설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건.
‘여자를 화나게 하면 늘 온도가 떨어지지.’
본인도 가끔, 경험해 본 것이기 때문이다.
***
{“야!! 저 씨발 새끼!!!”}
{“무슨 짓이야?!?!”}
어찌나 세게 밀쳤는지, 순간적으로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런 뒤엔, 묵직한 통증이 등에서 느껴졌다.
“숨 쉴 수 있겠어?”
“…….”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접근해오는 선수를 미리 보지 못했다.
“천천히 돌아누워 봐.”
“네.”
트레이너님의 말에 따라, 난 몸을 돌려 누웠다. 그리곤 도움을 받아 상체만 일으킨 뒤에,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와 호흡하는 것을 점검했다.
통증은 여전하고, 호흡은 이제 괜찮다.
아마, 통증도 곧 가실 거다.
“후-아!”
다시 트레이너님의 손을 잡고 몸을 완전히 일으키자, 그라운드 곳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온아 다치지 마-!!!”}
{“김다오오온-!!”}
팬들이 내지르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난 사이드라인 밖으로 걸어 나가 물병을 손에 쥐었다.
‘후우- 어렵네, 역시.’
오늘 감독님은 선발에 약간 변화를 주었고, 이는 컨디션과 우즈베키스탄의 특성을 모두 고려한 것이었다.
아시아보다는 동유럽 스타일에 더 가까운 우즈베키스탄은, 많이 뛰고 또 힘을 앞세우는 축구를 보여준다. 기술과 레벨이 부족한 러시아라는 게, 감독님의 생각이다.
또 공격적 성향이 짙은 세르베르 제파로프(Server Djeparov)가 거의 9.5번처럼 뛰기에, 거기에서 발생하는 공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그래서 10번(AM) 위치에서 볼을 연계해 줄 보경이 투입되었고, 예전부터 우즈베키스탄에 강한 근호 형이 왼쪽 윙어로 들어섰다.
가장 많은 고민이 있었다던 원톱 자리엔 흥민이 형이 들어갔는데, 아직까진 썩 결과가 좋지는 못했다.
“…….”
아직 주심은 날 보고 있지 않았다.
투입을 기다리던 나는 문득 하나가 생각났고, 슬쩍 고개를 돌려 아영이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녀는 오늘 가족들과 함께 상암을 찾았는데, 일주일 뒤에도 마찬가지로 경기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잘 보고 있어.’
다시 앞쪽으로 고개를 돌려, 난 주심에게 얼른 보라고 손을 높이 들어 움직였다. 이내 날 발견한 일본의 토조 미노루(Tojo Minoru) 주심이 들어오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다녀올게요.”
“그래. 힘내고.”
“넵!”
뒤를 돌아 경례를 한 번 해준 뒤에, 난 다시 몸을 돌려 얼른 위치를 찾아갔다.
레바논전에서의 내가 전진형 플레이메이커였다면, 지금은 전형적인 박스 투 박스로 뛰는 중이다. 국영이 형과 보경이 형의 사이에서 왕성히 움직이며, 6번(DM)에서 10번(AM)까지 때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자면, 측면 움직임은 덜하고 전후의 움직임이 더 많다고 이해하면 된다.
지금까지 잘 쉬고 또 준비도 잘 해왔기에, 포지션 적응이라든가 컨디션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
오직 우즈베키스탄의 거센 압박과 저항만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라 말할 수 있겠다.
모든 것이 내가 어떻게 뛰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말이다. 축구선수로서 이보다 공평하고 또 이보다 더 변명하기 힘든 상황이 있을까 싶다.
전반 25분.
한차례 위기가 지나간다.
{“우워어-!!”}
제파로프가 수비 뒷공간으로 날카롭게 패스를 찔러 보냈고, 이것이 스트라이커 올루그벡 바카에프(Olugbek Bakaev)에게로 향했다.
곧바로 슈팅 포지션을 잡은 바카에프가 오른발을 휘둘렀고, 축구공은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손쉽게 공간을 허락한 탓에, 삼파올리 감독님이 과격한 제스처와 함께 분명한 불만을 표현하신다.
우선 제파로프를 자유롭게 둔 국영이 형이 손을 들어 올렸고, 태휘 형님과 영권이 형도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위치를 조율했다.
이건 무척 좋은 반응이다.
침묵하지 않았으니까.
팀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또 다들 집중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근호 형이나 청용이 형이나 측면에서의 1:1이 되지 않아 공격이 정체되고 있긴 했지만, 일단 점유율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이걸 잘 이용해야 할 것 같다.
측면에서의 두 사람 모두 볼을 발아래에 두려고 하기보단 공간을 향해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걸 말할까?
‘……에이 씨. 뭐 어때.’
“형-!!!”
목소리를 높인 나는 부지런히 손짓을 하며, 근호 형과 청용이 형에게 공간을 파고들란 신호를 계속 보냈다.
과연 저들이 이해했는지는 봐야 알겠지만.
자꾸만 근호 형과 청용이 형이 볼을 잡아두려고만 하고 있어서, 측면 사이드백의 공격가담 방법도 정형화될 수밖에 없었다. 공간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
덩달아 흥민이 형도 조금 답답해졌는데, 측면에서 공간을 만들지 못하자 사이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센터백과 사이드백의 사이는 스트라이커가 이용하기 가장 좋은 위치이고, 윙어들은 단순히 크로스만 올릴 것이 아니라 저곳에 공간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제로니모가 저런 걸 정말 잘했는데 말이다.
덩달아 오스카와도 궁합이 좋았고.
‘에이. 거기랑 여긴 다르잖아.’
이런 생각이 플레이에 짜증을 더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난 얼른 머리를 비워내며 피치 위의 상황에 집중했다.
하지만 답답한 상황은 계속해서 풀리지 않았고, 볼을 많이 점유하고서도 정작 슈팅 숫자에서 밀리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만다.
조금씩 우즈베키스탄이 적응을 마치고 공세를 취하기 시작한 건데, 이래서는 전반도 전반이지만 후반전도 문제였다.
상대의 기를 올려준 상황에서 맞이하는 후반전은, 필연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뭔가, 반전이 필요했다.
‘응?’
수비하던 중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왔고, 태휘 형님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이 내가 서 있던 곳으로 날아들었다.
“야-! 뒤!!”
“…….”
두리 형의 외침에 다급히 고개를 좌우로 돌렸고, 대충 주변 상황을 파악한 나는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는 축구공을 가슴팍으로 받아들었다.
그러곤 몸을 살짝 움츠려 공을 아래로 흘려보낸 뒤, 왼발을 슬쩍 들어 올려 발등을 가져갔다.
톡-
“-!”
곧바로 떠오르기 시작한 축구공이 내 왼쪽 어깨를 넘어가고, 180도 몸을 돌린 나는 튀어 오른 축구공을 이마로 한 번 더 받았다.
아마 권준이 형이 봤다면, 뿌듯해했을 수도 있을 장면이다. 난 일단 대표팀 일정이 끝나면, 형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형도 내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무척 많다고 했다.
이적도 중요하지만, 이것도 내겐 중요하다.
이마를 맞은 축구공은 조금 앞쪽에 떨어졌고, 속도를 쭉쭉 붙여나가기 시작한 나는 정확히 한가운데에서 축구장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등 뒤에서 추격 중인 선수들과는 조금씩 거리가 벌어졌고, 하프라인을 넘었을 때 공격 2 수비 2가 되었다.
물론 사이드백들이 조금 가까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정면만 놓고 보면 공격 2 수비 2이다.
몸을 돌린 흥민이 형이 수비수 하나를 끌어들이고자 한쪽으로 움직이고, 계속해서 정면을 택한 나는 우즈베키스탄의 센터백 안주르 이스모일로프(Anzur Ismoilov)를 마주한다.
그는 경고를 받더라도 어떻게든 드리블을 끊어내려는 것 같다.
눈이.
‘뒤집혔네.’
이스모일로프의 표정에 관한 품평을 간단하게 마친 나는, 드리블의 속도를 늦추며 잔발을 짚어 보인 뒤에 몸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잠깐 왼쪽 사이드라인을 등진 자세가 된 것인데, 이런 내 동작에 수비수의 발걸음이 멈췄고, 난 곧장 다시 오른발 안쪽으로 축구공을 차 넣으며 달려 나갔다.
“!!!”
‘오-! 놀라워라.’
이 기술은 FC 포르투의 다닐루가 종종 써먹었던 것인데, 지난 28라운드 경기에서 몇 번 지켜본 뒤에 혼자서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해왔다.
실전에서는 처음 쓰는 것이라 한 번 해보자는 심정이었는데, 뜻밖에도 중앙에서도 기술이 먹혀들었다.
그렇게 난 이스모일로프를 지나치려 했고, 다급해진 그는 이내 손을 뻗어 내 어깨를 강하게 붙들었다.
오른쪽 유니폼이 쭈욱 늘어지는 느낌이 났고, 강한 저항을 받은 나는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며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기 시작했다.
이윽고 난 바닥에 넘어졌고.
쿠당-!
“윽-!”
삐이이이익-!!!
주심을 분 주심이 저 멀리에서부터 열심히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뒹구르르 굴러 자리에 앉은 난, 어깨를 잡으며 어필한다.
아니, 어필하려고 했다.
왜 동작을 멈췄냐고?
그야.
{“–!!!!!!”}
{“우와아아아아-!!!!”}
토조 미노루 주심이 꺼내든 카드의 색이, 지금 내가 입은 유니폼처럼 새빨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