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76)
375화
·후반 22분 선수교체(AT)
디에구 쿠냐(AM)
***
·후반 23분
바이에른 뮌헨 2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 교체 후, 아틀레티코의 플랫 형태가 바뀌었다. 이젠 4-4-2가 아니라, 4-3-1-2로 봐야 할 것 같다.
이제 상대는 포백의 앞에 가비를 라볼피아나 형태로 세웠고, 전방 좌우에 코케와 티아구 멘데스를 두는 방식이 됐다. 어떻게 보면 4-4-2 다이아몬드다.
‘……그게 맞겠네.’
바보같이,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비! 토니!”
“?”
“?”
지금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아틀레티코의 스로인 상황이었고, 난 후방의 미드필드 두 사람에게 조금 뒤로 물러나 있을 것을 주문했다.
일단은 상대가 공격에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선수 교체를 단행한 만큼, 잠깐 조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별말 없이 약간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우린 쓰리백과 그 사이 공간의 두 명의 라볼피아나를 둔 셈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디에구 쿠냐를 눈으로 좇았다.
작년 9월 볼프스부르크 소속일 때, 나는 이미 한 차례 디에구 상대를 해 봤었다.
당시에도 디에구는 4-4-1-1의 메디아푼타(AM) 위치에서 뛰었고, 자철이 형과 마르셀 섀퍼가 윙어의 위치까지 올라가면 다이아몬드 형태의 미드필드 상단 꼭짓점으로 활약했었다.
‘패스가 자꾸 가면 귀찮아질 거야.’
사람들은 디에구가 천재(天才) 유형이라 말하고, 실제로 함께 생활한 자철이 형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스길을 보고, 또 남들이 그리지 못하는 그림을 그린다며 말이다. 그러니 저 남자가 자유롭게 패스를 받고 공간을 활용하도록 하면 안 될 것이다.
본분에 따라 움직이긴 하겠지만, 항상 디에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지금도 나는 볼이 있는 왼쪽 진영을 확인하는 틈틈이 주변을 살피며 디에구의 위치를 눈에 담았다. 아틀레티코의 측면 공격력은 현격히 떨어지니, 반드시 중앙으로 볼이 올 거다.
‘역시.’
적당한 위치까지 오버랩을 했던 필리페 루이스가 코케에게 볼을 보내고, 그것을 본 나는 슬쩍 앞으로 움직여 패스를 받고자 내려선 디에구에게 접근했다.
이쪽을 흘끔 바라본 코케는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것인지, 잠깐 망설이다 가비 페르난데스에게 볼을 돌렸다.
아틀레티코의 빌드업은 이제 오른쪽으로 이어졌고, 잠깐 디에구의 곁을 떠났던 나는 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어김없이 3m 이내에 반드시 머물렀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고 특별한 성과 없는 공방전을 몇 차례 주고받은 뒤, 노이어가 골킥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앞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봐-!] [?]가까운 곳에서 포르투갈어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 보니, 디에구가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자철이 형의 말에 따르면 디에구는 승부욕이 강하고 프로페셔널한 선수이지만, 사실 그건 형의 성격이 워낙에 좋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다.
형은 만주키치를 말할 때에도, 정말 좋은 성격에 정말 착하다고 말을 했었다.
하지만 만주키치를 가까운 곳에서 실제로 겪어 보면서, 나는 자철이 형이 사람들에게 꽤 후한 평가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만큼은 아니어도, 디에구는 충분히 성질이 사나운 남자다.
프랑크 리베리보다 더 기행을 많이 한다면 이미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 작년 9월 경기 때에도 디에구는 동료들과 피치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켰었다.
당시에 나는 별다른 일 없이 그냥 넘어갔었는데, 막상 중원에서 부딪치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내 옆에서 꺼져. 남자가 들러붙는 건 딱 질색이야.] [있다가 또 봐, 자기.] [미친놈.]하지만 뭐, 이 정도의 신경전이야 애교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노이어가 정면의 호이비에르에게 짧게 골킥을 보내고, 아틀레티코는 곧바로 두 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이용해 압박을 가해 왔다.
그렇지만 저건 딱히 좋은 방법은 아니었는데, 세 명의 센터백과 그 사이 두 명의 라볼피아나를 둔 우리의 후방 숫자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더구나 지금 경기의 템포를 조율하고 있는 사람이 하비 마르티네스와 토니 크로스다.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볼을 지켜 내고, 팀이 점유율을 높여 갈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남자들이다.
“오지 마!”
‘이크.’
한 골을 뒤진 아틀레티코가 전방 압박의 숫자를 늘려가는 중인지라, 난 도움을 주고자 내려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토니가 막아섰고, 두 명의 공격수와 세 명의 미드필드를 동원한 아틀레티코는 전방 압박의 숫자를 최고 다섯 명까지 늘렸다.
본래 수비 가담이 딱히 대단치 않은 디에구까지도 전력을 다하고 있어 약간 아슬아슬했지만, 팀의 후방 자원은 결국 아틀레티코의 중원을 분리해 내는 일에 성공했다.
그리고 어느새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가고 있던 가비 페르난데스도 지금,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
토니가 그리는 그림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래서 아까부터, 지휘권을 넘겼다.
하지만 곧 그것은 축구공과 함께 다시 내게로 넘어올 것이고, 정확히 하프라인 위에 서 있던 나는 그 시점을 기다렸다.
벌써 20여 초 정도, 후방에서 볼이 돌았다.
상대의 압박이 강하다면 5초만 후방에서 머물러도 아슬아슬한 기분이 드는 법이지만, 나는 편안하게 상황을 지켜보며 내려서려는 공격진에게 계속 앞으로 가란 손짓을 보냈다.
이건 토니가 바라는 것이니까.
.
(한희준) – KBS Sports 해설위원
“아틀레티코의 전방 압박이 굉장히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이를 효과적으로 벗겨 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후방에 배치된 선수들…….”
.
빌드업이 가능한 두 명의 센터백과 그 사이에 있는 호이비에르. 그리고 이 셋의 사이에 자리 잡은 두 명의 뛰어난 중앙 미드필드로부터, 아틀레티코는 끝내 볼을 빼앗지 못한다.
결국 참다못한 가비가 더 높이 올라간 순간.
‘지금!’
우리의 수비 진영에 아틀레티코 선수들의 숫자가 더 많아지자마자, 토니가 앞으로 팔을 뻗었고 하비가 망설임 없이 내게 패스를 보내어 왔다.
자연스럽게 몸을 전방으로 틀며, 왼발 아래로 볼을 받아 드는 나.
지금 막, 지휘봉을 붙잡았다.
[돌아와-!!] [온다!! 막아야 해!!]하프라인을 시작으로 아틀레티코의 골대까지.
상대 선수는 넷.
우리는 다섯.
‘어딘가는 비어.’
빠르게 눈앞의 공간과 선수 배치를 눈으로 담으면서, 나는 얼른 스프린트를 시작한다. 주춤주춤 물러서고 있는 아틀레티코의 수비수들 곁엔, 반드시 한 명의 공격수가 있었다.
가장 왼쪽의 리베리. 그리고 그 옆의 괴체. 또 로번과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의 토마스 뮐러.
정중앙도 나쁠 것은 없지만, 나는 ‘스퀘어 무브먼트’를 만들고자 한쪽 방향을 정해 움직이기로 했다.
.
(개리 탭하우스) – Sky Sports U.K 코멘테이터
“뮌헨의 역습!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위기에 처합니다. 그리고 볼을 잡은 다온. 훌륭한 스피드의 드리블.”
.
아틀레티코는 선택해야 한다.
내게 23m 안쪽의 공간을 내어 주어 슈팅을 쏠 수 있도록 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과감히 가까운 쪽의 선수를 포기하면서 저지를 시도해 올지 말이다.
이미 경고가 있는 미란다는 논외로 두고라도, 고딘이나 필리페 루이스는 반드시 선택이 필요하다.
또 동료들도 적절하게 잘 움직여 주어야 하는데, 이런 와중에도 아틀레티코가 정확히 일(一)자를 세우고 있어 자칫하다간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말 거다.
40m. 35m. 30m.
빠르게 골대와의 거리는 좁혀지고, 25m 지점쯤으로 갔을 때 참다못한 디에고가 후퇴를 멈추고 내게 달려든다.
자연스럽게 로번이 비게 되었지만, 저곳으로 패스를 보내는 건 올바른 판단 같아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은 순간도 있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보아야 할 곳은 미란다가 있는 곳이다.
정교하게 잘 조직된 아틀레티코의 수비 실력이라면, 센터백 파트너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남은 센터백이 커버와 마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갈 것이다.
‘……역시.’
마리오 괴체에게서 멀어지며 중간 지점을 찾아 움직이는 미란다.
그것을 보며, 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너무. 너무 완벽해서 그래.’
아틀레티코의 수비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조직이 되어 있기에, 오히려 예측을 하기도 쉽다.
교과서라는 건, 다른 말로 뻔하다는 거니까.
툭-
“???”
“?!”
미란다가 움직임과 동시에 나는 괴체의 앞쪽 공간을 겨냥하여 패스를 밀어 보냈다. 그곳은 현재 그가 있는 곳과 쿠르투와가 서 있는 곳 중간 지점이다.
반대 동작에 걸린 미란다가 허둥지둥 무게중심을 다잡으며 달려가고, 티보 쿠르투와가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괴체를 앞뒤에서 포위하는 모양새가 된다.
하지만 괴체는 당황하지 않고 두 사람의 사이로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그리고 거기엔.
.
(쇠렌 한케) – ZDF 코멘테이터
“Da-on. Da-on. Guter Pass(좋은 패스)!! Gotze! Gotze!! Oooooooo-!?! 로버어어언-! 고올-! 고올-!! 고오올-!!! 아르연 로번!! 굉장한 역습!! Zwei Pass(두 번의 패스)! Einer Shoot(한 번의 슛)! Drei und Eins(3:1)! 후반 29분! 바이에른 뮌헨! 2년 연속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 손에 잡힙니다!!”
.
***
아르연 로번의 득점이 터진 순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벤치에 앉은 남자들의 고개가 일제히 아래로 숙여졌다.
그리고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있던 디에고 시메오네 역시, 슈트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을 조금 아래로 가져갔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디에고 코스타가 부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간 순간, 사실상 아틀레티코가 승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전반전을 0:0으로 끝낸 후 후반 중반 이후 골을 넣어 1:0으로 승리를 거두거나, 아니면 승부차기까지 가거나.
디에고 코스타와 아르다 투란이 없는 아틀레티코의 공격력은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물론 바이에른 뮌헨의 부상자가 훨씬 더 많았지만, 애초부터 체급이 달랐던 싸움이다.
또한 경기 초반부의 득점 역시, 결과적으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발목을 붙잡았다.
전반전 이른 시점의 득점이 펩 과르디올라로 하여금 자신의 전술을 재고하게 만들었고, 덫에 빠졌다는 것을 빨리 깨닫게 만들었다.
본래 늪은 빠진 시간이 길면 길수록 벗어나기 어렵건만, 전반 30분 만에 단단한 땅을 찾아 움직여 버린 것이다.
당연히 이것은 디에고 시메오네의 계획이 아니었다.
“후우우~”
한 번 크게 숨을 고른 디에고 시메오네가 피치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 격려의 목소리를 보낸다. 그러나 한눈에 보기에도, 이것은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메오네는 더더욱 크게 소리를 치며, 자신의 선수들에게 말했다.
“고개를 들어!! 열심히 뛰어!! 너희들은 이미 챔피언이다!! 챔피언답게 경기를 끝내라고!!”
이 무대에 걸린 것을 생각한다면, 선수들은 반드시 마지막 순간까지 경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처럼 뛰어야 했다. 그것은 오늘의 경기와 또 팬들을 위한 당연한 행동이다.
다시 힘껏 박수를 치는 시메오네.
“한 골!! 그 한 골에서부터 시작한다!!”
챔피언스 리그 역사에 존재했던 수많았던 기적.
그것이 아틀레티코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계속된 시메오네의 외침에 마침내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했고, 미드필드 진영에서 나온 코케의 슈팅은 바이에른 뮌헨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시, 시메오네는 박수를 보낸다.
“그래, 자식들아!! 바로 그거다!! 가슴팍에 있는 것을 기억해!! 너흰 아틀레티코다!!”
그렇게 에너지를 한껏 쏟아낸 시메오네가 잠깐 벤치로 돌아와 앉고, 부르고스로부터 물병을 건네받은 그는 심각한 수준의 탈력(脫力)을 경험한다.
억지로 쥐어짜 낸 만큼, 그 반동도 컸던 것이다.
‘좋은 일이라는 게 꼭, 좋은 결과를 주지는 않아. 반대로 나쁜 일이라는 게 꼭,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도 않지.’
심각한 표정으로 수염이 난 얼굴을 매만지던 디에고 시메오네가 다시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그는 다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섰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거야. 축구란, 그런 거지.’
만약 단테의 실수가 45분만 늦게 나왔더라면.
디에고 시메오네는 팀 주포(主砲)의 부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승리를 거두었을 거라고 믿었다.
‘……무의미한 가정이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디에고 시메오네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나타내어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것 때문이 아닌, 피치에서 함께 뛸 수 없는 자신이 먼저 포기하는 게 얼마나 큰 실례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그런 남자였고, 그렇기에 아틀레티코의 선수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 43분.
결국.
“…….”
이제, 디에고 시메오네는 전혀 바라지 않았었던 현실을 마주 볼 준비를 한다.
***
·후반 43분
바이에른 뮌헨 4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코너킥 상황에서 높이 솟구쳤던 보아텡이 득점에 성공하고, 언제나처럼 질주하기 시작한 그는 벤치까지 그대로 달려가 코칭스태프들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거길 중심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남자들이 환호하며 뒤엉킨다.
“우린 펩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야 하네.”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펩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네-!!”
환호성이 가득한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VIP석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마티아스 잠머에게 빠른 지시를 내린다.
전무후무한 챔피언스 리그 연패(連覇).
이제부턴 무척 시끄러울 것이다.
실제로 3:1이 되었던 순간부터, 엄청난 숫자의 카메라와 기자들이 바이에른 뮌헨 보드진의 모습을 담고자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챔피언스 리그 연패에 대한 소감을 물으려 할 것이고, 업적을 이루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이들에 관해서도 질문을 이어갈 것이다.
물론 그것에 응할 의무는 없어 거절을 해도 무방했지만, 누군가는 카메라 앞을 좋아하는 법이다.
“이번 시즌의 성과는 무척 자랑스럽지만, 우리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해야 하네.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해 노력할 거라고 말일세.”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네의 말이 더욱 주목을 받게 해야만 해. 괜히 엉뚱한 말이 나돌아 봤자 좋을 것은 없다고.”
고개를 끄덕은 마티아스 잠머가 루메니게의 곁을 떠나, 친분이 있는 ARD의 기자에게 손짓을 보낸다.
그 장면까지 지켜본 뒤에야, 비로소 루메니게는 심각했던 표정을 풀며 다시 피치를 향해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올 시즌의 성취가, 그는 무척 자랑스러웠다.
작년 트레블을 이뤘었고, 거기에 유프 하인케스의 은퇴까지 겹치면서 많은 우려를 받았던 올 시즌이다.
제아무리 펩 과르디올라라고는 하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보았다.
물론 독일 내 대회의 우승이야 당연했던 것이지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기대치를 살짝 웃도는 것이었다.
“Herr. 루메니게.”
“응?”
“축하합니다. 정말 멋진 클럽이로군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울리의 노력에 살짝 발을 담근 것 정도이긴 하지만요.”
“겸손하시군요. 그럼.”
얼굴만 알고 있는 UEFA 관계자의 축하를 시작으로, 루메니게는 각 관계자들로부터 악수를 청해 받았다. 개중엔 UEFA와 FIFA의 회장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올 시즌의 뮌헨에 찬사를 보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 두 사람이었다.
“최고의 영입이로군요. 정말 5,500만 유로였습니까?”
“하하. 일시불로 지급했죠.”
“처음엔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역시 바이에른이로군요. 정말 멋진 선택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계속된 악수 속, 마침내 그 끝을 맞이한 루메니게는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휴우- 어서. 어서 휘슬을 불라고.”
작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거둔 승리도 정말 특별했지만, 루메니게에겐 지금이 더욱 각별했다.
2012년 가을부터 시작되었던 펩 과르디올라와의 협상과 그의 입에서 김다온의 이름이 나온 후부터 진행했던 모든 이적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
2년 전 크리스마스 때 창고에서 비밀스런 미팅을 하다, 바이에른 뮌헨의 프런트 스태프들이 그룹 섹스를 즐긴다는 풍문까지도 들었어야 했다.
“큭큭큭큭.”
문득 당시가 떠올랐던 루메니게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땐 정말 난감했었지.’
자연스럽게 헛소문으로 사라질 줄 알았던 루머가 점차 확장되면서, 자신이 직접 일선에 나서 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전체 메일을 돌려야 했다.
또 아내로부터 추궁을 당했을 땐, 정말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내부에도 김다온의 이적을 감출 수는 있었지만,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뭐, 값어치는 있었어.’
사람들이 결코 알아주지 않는 노력이었기에, 루메니게는 더욱 지금의 기분을 즐기고 싶었다. 작년 여름에 사람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비웃어 주고픈 마음도 있었다.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는 분데스리가엔 통하지 않을 것이며, 김다온에게 지불한 이적료가 결국 클럽을 망칠 거라고 비관적으로 보던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삑-!! 삐?익!! 삐이이익-!!!
오랫동안 기다려 온, 2013/14 시즌의 끝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만세를 한 루메니게는, 이제 그 스포트라이트를 선수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저들은 이걸 즐길 자격이 있어.’
2014년 5월 24일, 리스본의 밤.
하늘에선, 빨간 꽃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