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44)
443화
·전반 00분
크루즈 아줄 0 : 0 바이에른 뮌헨
삐-익!!
클럽월드컵 이전, 크루즈 아줄의 마지막 경기는 지난달 23일에 가진 리가MX 아페르투라 17라운드가 마지막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이하 MLS)가 눈부시게 성장한 지금도, 멕시코의 리가MX는 북중미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리그로 알려져 있다.
이런 멕시코 리그의 특징이라면 전반기와 후반기의 이름이 다르다는 거다.
매년 7월 시작되는 첫 17경기를 APERTURA(열리는)라 부르며, 약 6주의 휴식 후 치르는 나머지 17경기를 CLAUSURA(닫히는)라 부른다.
또 하나 다른 멕시코 리그의 특징이라면.
“아-!”
선수 전반이 교묘한 방법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 대표팀의 축구가 그러하듯, 클럽 팀 역시 상대를 짜증 나게 하려고 노력한다.
지금도 날 막기 위해 접근한 크리스티안 히메네즈(Christian Gimenez)가, 뻔히 타이밍이 늦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발을 뻗어 내 발등을 살짝 밟았다.
소리를 크게 질러 보지만, 볼이 움직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던 주심은 이곳을 슬쩍 돌아보기만 할 뿐이다.
부심도 이를 못 봤는지 별다른 행동이 없었고, 내 밟을 밟은 히메네즈는 천연덕스럽게 멀어져 갔다.
허리를 굽히고 밟힌 부위를 만져 보는 나.
딱히 다친 것은 아닌 것 같다.
‘저 빌어먹을 새끼.’
기회가 된다면 지금의 일을 복수해 주기로 마음먹으며, 나는 발을 살짝 절뚝이며 걸음을 옮겼다.
사비의 부상으로 중원이 훤히 비게 되면서, 펩은 바스티를 그가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에 기용하고 호흡이 좋은 베르나르두와 나를 중앙에 짝 지웠다.
기본적인 임무는 베르나르두가 메짤라(Mezz`ala)고, 나는 굳이 따지자면 박스-투-박스에 조금 더 가깝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이 역할은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역삼각형이지만, 바스티와 베르나르두가 한 단계씩 라인을 높여 오면 중원은 정삼각형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럼 바스티가 박스-투-박스가 되고, 내가 메짤라가 되어 측면으로의 볼 배급과 방향전환을 맡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상대를 아는 일이다.
“여기!”
팡-
전반 초반, 탐색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굳이 기어를 높이려고 하지 않았다.
경기 시작부터 크루즈 아줄은 우리의 체력을 고갈시킬 생각으로 굉장히 강한 압박을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일단은 그들의 기세가 꺾일 때까진,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할 것이다.
포백의 앞에서 센터백을 보호하고 볼을 보호하는 일에 특화된 바스티가 뒤에 있다는 것도, 내가 굳이 공격에 목을 매고 있지 않은 이유다.
일단 크루즈 아줄의 전술은 4-2-3-1인 것 같았는데, 13일 웨스턴 시드니와의 8강전에서 보여 준 4-4-2 Double 6보다 전방에 더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이 역시, 체력을 주요 포인트로 잡은 거다.
사흘 전 경기를 치렀다곤 하지만, 이전 3주 동안 경기가 없었던 크루즈 아줄은 우리보다 체력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
더구나 우린 전반기 마지막 경기 후, 고작 51시간의 여유밖에 얻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회복에 노력은 했지만, 에너지 통이 꽉 차 있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볼을 점유하는 일에 신경을 쓰고 패스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상대가 부지런함을 앞세워 온다면, 많은 패스로 그들의 압박을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로 만들면 된다.
펩이 어제와 오늘 우리에게 말한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점유율이 중요한 이유.
패스를 늘려야 하는 이유.
플레이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다.
파앙-!!
‘이런!’
그런데 여태껏 측면 위주로만 플레이를 했었던 하피냐가, 하필이면 지금 적절한 위치로 들어가 측면으로 전환을 하는 기다란 패스를 보냈다.
압박은 전방에 맡겨 두고 후방은 포지션을 지키는 크루즈 아줄의 특징상, 이런 식의 방향전환은 초반부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생각대로 하피냐의 패스는 리베리가 볼을 받기 전, 헤라르도 플로레스(Gerardo Flores)에 의해 차단되어 버린다.
헤더로 끊어낸 볼을 에르난 베르나데오(Hernan Bernadello)가 받아 들고, 그는 곧장 하프라인으로 접근하는 마우로 포르미카(Mauro Formica)를 찾아 패스를 보냈다.
그래서 난 빠르게 달라붙어 의도적인 파울을 했다.
삐—익!!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아, 지금은 김다온 선수가 잘 차단을 했죠? 위험지역으로 볼이 향하기 전에 영리하게 파울을 했습니다. 마우로 포르미카. 현재 멕시코 리그에서도 맹활약 중이고, 한 경기이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소집된 경력도 있거든요? 드리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고, 정교한 패스도 찔러 넣을 수 있는 그런 선수입니다.”
.
지금과 같은 순간이면, 같은 내용을 들어도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는 걸 깨닫곤 한다. 분명 펩은 오늘 평소의 방향전환보단, 짧은 패스에 더욱 집중하라고 했다.
하지만 딱히, 하피냐를 탓하기도 어렵다.
분명 지금 그는 시즌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오른쪽 풀백이 위치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장소로 움직였다.
‘조금 생각해 봐, 진짜.’
축구의 규칙은 단순하지만, 피치 위에서의 인과관계는 무척 복잡하다. 전술과 전술이 부딪히게 되면, 그때부터는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공격하는 측은 준비한 대로 경기를 풀어 나가길 바라고, 수비는 그것을 예측하고 특정 공간에 덫을 만들어 둠으로써 상대가 그곳으로 볼을 보내어 주기를 바란다.
현재도 크루즈 아줄의 후방을 보면, 수비수 간의 폭이 굉장히 넓은 편이다.
센터백과 풀백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면서 생기는 약점은 앞에 있는 두 명의 미드필드가 채워 주고 있고, 때로는 윙어까지 내려앉으며 지원을 해 준다.
애초부터 많이 뛸 생각이었던 크루즈 아줄의 축구는 보다 원초적인 토털사커를 연상케 하는 중이다.
그러던 전반 8분.
베르나르두가 매우 간단한 해법을 제시했다.
드리블만으로, 측면을 뚫어 버린 거다.
찰나였기는 하지만 체급 차이가 느껴지는 순간이었고, 다소 부정확했던 크로스는 반대편으로 길게 벗어나 볼을 살리려고 달려간 하피냐의 발밑에 안착한다.
그래서 난 가까이 접근했고, 볼을 받아 들어 골대를 한 번 흘끗 쳐다본 뒤 지체없이 오른발을 휘둘렀다.
힘을 붙이는 동작이 없어 만족스러울 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골대의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빠르게 날아간 축구공은 충분히 치우치지 못한 탓에 골키퍼의 펀칭에 막혀 버린다.
파앙-!!
{“오오오-!!”}
헤수스 코로나(Jesus Corona)의 주먹에 맞은 축구공이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고, 약간의 아쉬움에 인상을 살짝 찡그린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들며, 하피냐에게 엄지를 한 번 세워 준 뒤 팀 전체를 향해 소리쳤다.
“침착하게! 자신 있게 하자고!”
우리는 상대보다 몇 배는 더 좋은 팀이다.
그러니, 그 힘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다만 그 방식은 반드시, 우리가 짧은 시간 동안 준비한 내용들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전반 16분
크루즈 아줄 0 : 1 바이에른 뮌헨
멋진 패스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만들어지고, 골을 기록한 토마스 뮐러에게 다가가 함께 셀레브리에션을 나눈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김다온을 찾는다.
그는 곧, 가까이 있던 김다온에게 다가가 양손을 뻗어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게 네가 바라던 거지? 앙?”
“뭔 소리야?”
“시치미 떼지 마- 난 다 알아.”
“??”
영문을 몰라 하는 김다온이 너스레를 떤다고 생각한 슈바인슈타이거는, 그를 슬쩍 밀쳐 낸 뒤에 뒤로 돌아 박수를 치며 자리로 복귀했다.
‘넌 독일인이었어야 해.’
현(現) 독일 국가대표팀의 주장은, 누구보다 김다온을 인정하는 일이 힘들었던 사람이었다.
빠르게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얻어 나가던 그의 모습과 피치 안팎에서 발휘되는 리더십이, 잦은 부상으로 인한 결장에서 온 불안함과 맞물리며 일종의 질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 솔직하게 김다온을 인정하기로 한 뒤론, 누구보다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삐?익!!
경기의 양상을 바꿔 놓은 김다온의 슈팅이 나온 이후, 피치 전체를 장악한 바이에른 뮌헨은 크루즈 아줄을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압도했다.
특히 1:1 개인 기량에서 앞선다는 점은, 아메리카 대륙 특유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후안 베르나트가 호아오 로하스(Joao Rojas)의 공격을 지연시켰고, 그사이 뮌헨의 선수들이 접근하면서 결국은 볼을 뺏어 내게 되었다.
즉각적으로 전방압박을 시도하는 크루즈 아줄이지만, 노이어를 거쳐 슈바인슈타이거가 패스를 연결받자 그들의 압박은 무의미하게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볼을 잡은 슈바인슈타이거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오늘 경기 가장 먼저 볼을 연결해줘야 할 이를 찾았다.
젝서(Sechser/DM)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3선에서의 볼배급 상황에서, 김다온을 첫 번째 옵션으로 놓아두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해 두는 일은 플레이를 굉장히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데, 만약 클래스를 갖춘 선수라면 기계적으로 우선순위를 찾은 후 얼마든지 변수도 줄 수 있다.
당연히, 슈바인슈타이거는 그런 선수다.
“…….”
파앙-!!
빠르게 접근이 가능한 수비수가 김다온의 주변에 많이 보였던 슈바인슈타이거. 그는, 오늘 처음으로, 길게 방향전환을 하는 롱패스를 보냈다.
타겟은 측면으로 넓게 버려선 후안 베르나트였고, 패스를 보낸 후 곧장 왼쪽으로 움직여 다시 포지션을 채웠다.
베르나트가 볼을 빼앗겼을 경우를 대비하고, 드리블 돌파가 여의치 않을 경우 패스 옵션이 되어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에게 볼이 다시 돌아왔을 때 김다온에게 패스를 보낼 경로와 상황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향대로 공격으로 나서려는 베르나트가 접근한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패스를 보낸다.
이후 그는 라인을 따라 직선으로 뛰어들지만, 슈바인슈타이거는 저곳으로 패스가 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공수밸런스를 갖춘 뛰어난 풀백이었다면, 현재 패스를 받는 베르나르두의 몸 방향과 주변 수비수의 위치로는 전진을 했을 때 볼을 돌려받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축구에서 패스란 상황과 여건이 만들어졌을 때 가능한 것이고, 패스를 보내는 쪽은 받은 쪽의 여건을 만들어 주거나 닥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타고나든 혹은 연습으로 갖추든.
이는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
조금 더 왼쪽으로 벌려 선 슈바인슈타이거는, 골대를 등진 상태의 베르나르두에겐 잘 보이는 선택지였다.
하프라인 바로 아래 왼쪽 지점(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패스를 받아든 바스티안슈바인슈타이거는, 축구공을 발밑에 둠과 동시에 몸의 정면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앞 15m 정도 되는 거리엔, 아까와는 달리 자유롭게 선 김다온이 있었다.
‘이거지.’
파앙-!!
왼쪽 측면으로 길게 방향전환을 하고, 단 두 번의 패스로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는 미드필드에게 자유로운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이것을 늘, 모두가 아는 상식대로 ‘빌드업(Buildup)’이라 말하곤 한다.
***
‘나이-스.’
늘 느끼지만, 피치를 잘 이해하는 동료와 함께 축구를 하게 되면 목소리를 높일 일이 크게 줄어든다. 단순히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 대화가 통하니 말이다.
몇 초 전 바스티는 내게 패스를 보낼 수 있었지만, 그러는 대신 반대편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중거리 슈팅 이후부터, 헤라르도 토라도(Gerardo Torado)가 늘 내 반경 5m 정도 되는 지점에 머물며 빠르게 압박을 가해 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거다.
게다가 금방은 히메네즈도 주변에 있었고, 패스가 왔다면 나는 두 명의 수비수에게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둘을 상대로도 벗겨 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야 갖추고는 있지만, 굳이 무리하게 패스를 보내기엔 아까 나의 위치는 ‘100% 지점’에 더욱 가까웠다.
[“너희는 이제부터, 이걸 이해해야 한다.”]작년 여름 요나스에게 홀라당 넘어가 클럽하우스를 찾았을 때, 전력 미팅 중인 대회의실로 밀어 넣어진 나는 화이트보드 위에 빼곡하게 적힌 숫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올여름.
나는 선수단이 처음으로 완전체가 된 첫 미팅 자리에서, 작년에 보았던 것의 제대로 된 내용을 듣게 되었다.
[“축구 기록에서 패스 성공률은 너희가 얼마나 정확히 볼을 전달했는가. 그것만을 말해 주지. 하지만 너희는 정확히 볼을 보내는 일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 [“너희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패스를 받는 동료가 볼을 빼앗기지 않을 상황을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만약 동료의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그 패스는 100%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공격 지점에는 수비수가 항상 있지. 그래서 너희는 이 지역에서 항상, 60% 살 수 있다고 판단이 되었을 때 패스를 보내야 한다. 남은 40%는 신경 쓸 것 없어.”]그것은 매우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패스를 보내는 것’이 아닌, ‘패스를 받는 상대의 상황’을 신경 쓰라니.
하지만 그 이야기는 무척 옳은 말이었다.
패스를 받는 동료가 빼앗길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곳으로 보낸 패스는 100% 성공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정확히 볼을 보내는 일이야,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우리가 작년 상대의 역습에 고전했을 때 자주 언급되었던 ‘볼을 빼앗기지 말아야 할 위치’도, 실은 100% 안전하게 패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할 곳이었다.
그렇기에 바스티는 무리하는 대신 100% 상황에 놓인 베르나트를 찾아 패스를 보냈고, 중간 과정을 거침으로써 상대 수비를 움직이게끔 하여 날 100% 상황이 놓이게 했다.
좋은 빌드업을 할 줄 아는 선수?
바로 이런 거다.
대표팀의 성용이 형도 이러한 것을 할 줄 알기 때문에, 올 시즌 스완지 시티의 핵심으로서 EPL에서도 수준급의 미드필드로 평가받고 있는 거다.
저런 선수가 후방에 있다면, 그 위에 있는 미드필드가 해야 하는 일은 무척 간단해진다.
좋은 위치를 찾아 움직이고, 남는 에너지는 다른 영역에 조금 더 돌릴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런 좋은 동료가 있다면 축구는 훨씬 더 쉬워진다. 그리고 축구가 쉬워진다는 건, 선수에게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만큼 더 폼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도 있고, 이는 하나의 경기 내에서도 적용된다.
게다가.
‘당연히 그렇게 나오셔야지.’
나는 바스티 외에도,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동료들을 더 가지고 있다.
메디아푼타(Mediapunta/AM) 영역의 아래까지 내려온 토마스 뮐러와 멍하니 서 있는 대신 그 빈자리를 찾아 들어간 베르나르두가 바로 그런 이들이다.
“여기-!!”
‘알아, 인마.’
파앙-
몸을 정면으로 돌리며 바스티의 패스를 받았던 나는, 조금 전진을 하다 뮐러를 겨냥해 패스를 굴렸다.
지금 저 정도 위치라면 본래 ‘70%’ 영역인데, 뮐러를 압박하려고 움직이던 훌리오 도밍게스(Julio Dominguez)가 베르나르두의 오프-더-볼에 반응해 접근을 멈췄다.
그러면서 토마스 뮐러가 패스를 안전하게 지킬 확률은 100%까지 올라갔고, 수비는 당연히 그 확률을 줄이기 위해 주변의 다른 인력을 볼이 머무는 곳으로 집중시킨다.
시선이 그렇게 뮐러에게 향하는 사이, 내가 한 일은 다음 크루즈 아줄의 진영에서 벌어질 상황을 예상하며 그렇게 되기를 믿고 몸을 움직이는 일이었다.
중앙 수비수 중 왼쪽 센터백인 훌리오 도밍게스의 위치는 현재 무척 애매했고, 베르나르두에게로 신경이 쏠리면서 그와 왼쪽 풀백의 간격이 벌어졌다.
드러나는 공간.
그럼 수비가 이를 감추기 위해 하는 일은, 왼쪽 풀백인 파우스토 핀토(Fausto Pinto)를 중앙으로 보내어 수비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커버를 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 말은 즉.
“토마스!!”
본래 파우스토 핀토가 커버해야 했던 (수비기준) 왼쪽 진영이, 휑하게 바뀐다는 의미다.
패스 후 오른쪽 대각선으로 달려 나간 나는 뮐러에게 소리쳐 리턴을 이어 받았고, 축구공을 오른발 안쪽으로 간단히 잡아 둔 뒤에 바로 왼발을 휘둘러 로번에게 다시 볼을 보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왼쪽 윙어인 크리스티안 히메네즈가, 파우스토 핀토의 자리를 채우고자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서 로번을 계속 홀로 둔다면, 히메네즈가 지연을 할 것이고 핀토가 다시 리커버리를 와 2:1로 로번을 수비할 게 틀림없다.
그러는 사이, 중앙수비도 안정을 찾을 거다.
그래서 나는 패스 후에는 아예 윙어가 될 생각으로, 코너플랫을 결승 지점으로 정해 두고 전력으로 스프린트를 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로번이 볼을 받았을 때 하피냐가 그 뒤의 사이드라인을 타고 움직여 주는 것이었지만, 지금 그는 인테리오(Interio/IF) 위치에서 대기 중이다.
그렇게 내가 로번의 곁을 스쳐 지났을 때, 로번에게 달려오던 파우스토 핀토가 크리스티안 히메네즈에게 손짓을 하며 로번을 포기했다.
2:1이어야 했던 상황이 1:1이 된 순간이고, 처음부터 드리블 돌파를 노렸던 로번은 그의 장기를 마음껏 펼쳤다.
사이드라인을 등지고 직선으로 나아가다, 슈팅이 가능한 각도까지 접근해 소위 한국 네티즌들이 말하는 ‘zd 감아 차기’를 시도한 것이다.
코로나가 몸을 날려 보지만, 너무 완벽한 위치였다.
촤르르르륵-!!
지금 이 순간, 나는 크루즈 아줄의 플레이를 완벽하게 강제했다는 기쁨으로 가득 차 소리를 내지른다.
[바로 이거거든!!!]축구란 이렇게, 짜릿하고 또 재미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