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20)
519화 Unersetzlich (4)
이건 지금까지 내가 지켜봐 왔던 것들 중에서 가장 말도 되지 않는 것이다.
첫 번째 득점 이후, 고작 9분이 흘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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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59분
바이에른 뮌헨 5 : 1 볼프스부르크
(제임스 맥기) – Fox Sports U.S 코멘테이터
“만약 지난 10분을 놓치신 거라면, 크게 땅을 치고 후회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축구 역사상 가장 놀라운 마법이 일어났습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이 남자가 해트트릭에 필요한 시간은 단 3분. 그리고 다섯 골까지는 고작 9분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제가 농담을 하냐고요? 음, 저도 그게 궁금하네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금 전광판의 숫자가 그것을 잘 증명해 주고 있죠.”
(머크 허친슨) – Fox Sports U.S 해설위원
“전반전에 그 무기력했던 바이에른 뮌헨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볼프스부르크 선수들의 넋이 나가 버린 것 같네요. 충분히 그럴 만도 하죠. 아마 꿈을 꾸는 것만 같은 기분일 겁니다. 그것도 지독한 악몽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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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100%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99.9% 이건 신기록일 겁니다. 9분 만에 다섯 골을 터뜨린 선수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이후재) – KBS Spots N 아나운서
“정말 대단합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이제 5:1 앞서는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김다온 선수의 활약도 역시 빼놓을 수 없겠죠?”
(한희준)
“그렇습니다. 전반전 다니엘 칼리지우리 선수의 활약이 정말 엄청났었는데, 김다온 선수가 투입됨과 동시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게다가, 어시스트도 벌써 두 개째입니다.”
(이후재)
“시즌 초반 리그에서 정말 굉장한 페이스를 보여 주고 있는 김다온 선수입니다. 이렇게 되면 벌써 8번째 어시스트인데, 본인이 세운 분데스리가 최대 어시스트 기록에도 충분히 도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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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이 됨과 동시에, 볼프스부르크 선수들의 스위치가 꺼져 버린 것 같았다.
1:1이 된 후 1분도 채 되지 않아 수비가 허무하게 뒷공간을 내어 주며 추가 실점을 허락했고, 또 2분 후에는 내가 손쉽게 돌파를 하도록 해 컷백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게 바로 레비의 해트트릭 득점으로 이어졌고, 네 번째 득점도 내가 공간으로 보낸 패스를 연결받아 만들어낸 왼발 슈팅에서 나왔다.
그리고 금방 터진 마지막 골은 정말로 그림 같았는데, 뮐러와 포지션을 바꿔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든 괴체의 크로스를 멋진 시저스 킥으로 마무리했다.
볼프스부르크에게는 하염없이 잔인할 시간.
특히 단테에겐 PTSD가 올 만한 하루다.
삐?익!
결국 그는 또 한 번 파울을 범하고야 말았는데, 토비아스 슈티일러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고 볼프스부르크의 진영에서는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막시밀리안 아놀트가 대기심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는 걸로 봐선, 미드필드에 변화를 주려는 것 같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네.’
전반전에 우리가 그랬듯, 후반전은 볼프스부르크가 중원에서 전혀 볼 관리가 안 되고 있다.
그리고 두 명의 젝서(Sechser/DM)를 투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몽땅 무시되고 있어, 조금 더 볼을 지키는 것에 능숙한 아놀트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궁금했다.
과연 그걸로 될까?
사실 오늘과 같은 상황은 나 역시도 가늠을 해 보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만약 우리가 9분 만에 다섯 골을 실점했다면, 교체를 꺼내 듦으로써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게 가능할까? 벤치 역시 적잖이 패닉에 빠져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일방적으로 볼을 점유하는 상황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아놀트의 교체는 2분이 더 지나고서야 이뤄졌다.
삑-!
【“선수 교체입니다…….”】
야유를 보내지 않는 팬들을 보며, 나는 그것이 볼프스부르크에게 보내는 동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충분히 자존심 상할 만한 상황이지만, 상대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조차 못하는 것 같다.
사실상 기울어진 경기.
그럼 다음은.
‘뭐, 기록이지.’
레비가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할 수 있도록, 남은 시간을 즐기며 플레이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자비를 베풀고도 싶지만, 시즌 초반인 만큼 부지런히 득점을 챙겨 둬야 한다.
“여기-!!”
괴체로부터 패스를 연결받은 레비의 슈팅이, 아슬아슬한 차이로 크로스바 위를 벗어난다.
{“아아아…….”}
아-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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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6R)
바이에른 뮌헨 6 : 1 볼프스부르크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05분, 후반 06분(더글라스 코스타), 후반 09분(김다온), 후반 11분(김다온), 후반 14분(마리오 괴체), 후반 25분(베르나르두 실바)김다온 ? 47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1.5)
MoM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6골/평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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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레반도프스키! 불멸의 9분! – 키커] [9분 만에 5골! 레반도프스키 광풍을 일으키다. – 빌트] [9분 5골. 20분 6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게임 속의 주인공이 되다. – ARD]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한 경기 6골은, 1977/78 시즌 디터 뮐러 이후 최초의 기록이다. – tz] [기념비적인 경기에서 분데스리가 100번째 골 기록을 함께 달성한 레반도프스키 ? 쥐트도이체 차이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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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믿을 수 없다. 레반도프스키의 득점 행진은 경이로울 정도였고, 그가 피치 위에서 만들어 낸 마법에 나는 그저 평범한 관객 중 하나일 뿐이었다.” – Sky Sports German] [디터 헤킹, “우린 후반 25분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뮌헨이 우리를 최면에 빠트렸고, 그것에서 헤어났을 땐 경기는 이미 끝난 뒤였다.” – Sky Sports German]***
2015년 9월 23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잔뜩 들뜰 수밖에 없었던 경기가 끝나고, 춤추고 노래하고 있던 우리에게 다가온 펩은 대승을 기념하며 팀 전체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
그것은 화요일 오후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방법이었고, 환호성을 내지른 우리는 한참 동안 라커룸에서 파티를 벌였었다.
“으흡-!”
아영이가 시내에서 이런저런 볼일을 보는 동안, 소파에 늘어져 있던 나는 배를 채우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냉장고에는 아영이가 만들어둔 점심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고, 간단히 데워먹기만 하면 되는 그것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마실 것을 챙기러 다시 냉장고 앞으로 걸어갔다.
어제는 정말이지 굉장한 하루였다.
특별할 것 없었기에, 더욱 놀라운.
탁-
데워 온 용기들과 음료가 담긴 컵을 소파테이블에 놓아두고, 난 TV 채널을 ‘Sky Sports German’에 고정시켰다.
화면 속에서는 어제 우리의 경기가 재생되어 나오고 있었고, 세 명의 스튜디오 패널이 나와 거기에 관한 감상을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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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짐멜) – Sky Sports German 스튜디오 호스트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활약이었습니다. 해트트릭까지 3분 18초. 5골까지 8분 57초. 와-우! 어떠한 경기는 90분 동안 한 골도 나오지 않는데, 레반도스프스키는 정규 시간의 1/10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홀로 무려 다섯 골을 집어넣었네요.”
(루디 푈러) – Sky Sports German Studio 패널
“경악했습니다. 보고 있는데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하지만 온통 그 이야기뿐이니, 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을 해 보려고 합니다.”
(마누엘 짐멜)
“흥미롭군요. 어떤 부분이죠?”
(루디 푈러)
“두 가지 부분입니다. 우선 펩 과르디올라를 칭찬하고 싶네요. 전반전 팀의 나빴던 부분들을 완벽히 바꾸었습니다. 물론 레반도프스키의 득점이 결정적이었지만, 득점 전후로 뮌헨은 정말 완벽했죠. 전반전 4-3-3에서 4-2-3-1로 변화를 주었고, 또 멋진 용병술도 선보였습니다.”
(마누엘 짐멜)
“그게 첫 번째로군요. 그럼 두 번째는요?”
(루디 푈러)
“바로 다온입니다. 우린 이 친구가 얼마나 환상적인 초반부를 보내고 있는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더욱 놀라운 건, 최근의 환상적인 활약이 전부 다른 포지션에서 나왔다는 거죠.”
(마누엘 짐멜)
“바로 그 부분에 대해서 니나가 준비했습니다. 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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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가 끝났을 때, 펩이 내게 다가와 레비가 스포트라이트를 전부 가져간 것을 위로했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좋았고, 그 역시 내가 그런 상태라는 것을 알았을 거다.
‘아- 기껏 좋았는데.’
사실 나는 시즌 초반 스포트라이트로부터 조금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왜냐하면 그럴수록, 상대의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주목할수록 보는 눈이 늘게 되고, 꼭 상대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이슈가 되는 일에 들러붙어 하나하나 해부를 하려고 한다.
물론 상대 팀의 이목이 훨씬 더 쉽게 쏠리는 것도 맞다. 그래서 난 되도록, 이런 타이밍이 늦었으면 했다.
괜찮은 초반을 보내는 중임을 아는 건, 펩과 나 둘만으로도 충분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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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리타우어) – Sky Sports 리포터&패널
“최근 네 경기, 다온은 각각 다른 포지션에 들어섰습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오른쪽 중앙 미드필드. 왼쪽 중앙 미드필드. 그리고 왼쪽 측면 수비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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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띄워지고 있는 지난 경기들과 그 속에서 내가 클로즈업되는 것을 지켜본다는 건, 조금 낯부끄러우면서도 계속해서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타인의 나의 플레이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몇 동료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니나 리타우어(Nina Rittauer)는, 내가 역대 최초로 네 개의 각기 다른 포지션에서 뛰며 키커 평점 2.0 이하를 받은 유일한 선수라고 했다.
BBC 기준으로도 평균 평점이 8.8이 넘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최초란다.
그렇게 처음 레비를 다뤘던 것의 몇 배나 되는 시간을 내게 할애한 ‘Sky Sports German’은, 다음 마인츠 원정에서 펩이 나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궁금해했다.
거기에 내가 힌트를 주자면, 아마 센터백 없는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센터백의 공백으로 강행군을 이어온 제롬에게도 휴식이 필요했고, 마인츠 원정 다음이 챔피언스 리그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이 로테이션 될 타이밍이다.
물론 내일이 되어야 훈련을 하며 대충 유추해 볼 수 있겠지만, 아마 나는 센터백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티아고의 나쁜 폼을 생각하면 필리프를 중앙으로 보내고 내가 측면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베르나르두가 있으니 거길 녀석에게 맡기는 게 더 옳다.
오른쪽 풀백으로 돌아가는 건, 필리프의 로테이션 타이밍일 거다.
딸깍-
TV를 끄고 음식을 먹고 남은 빈 용기들을 챙겨 싱크대 앞으로 향했다.
그리곤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했는데, 있다가 아영이가 왔을 때 왜 했냐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쯤이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얼마나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도 새삼 깨달을 수 있고, 그녀의 존재에 더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끼릭-
물을 잠근 후, 그릇을 설거지통에 놓아두고 다시 물을 틀어서 손을 씻는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도 딱 맞춰 아영이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검은색 백 팩에 커다란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그녀는 환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뽀뽀- 다녀왔어.”
“응. 고생했어.”
먼저 짐을 내려둬도 될 건데, 아영이는 늘 내가 먼저다.
“밥은?”
“못 먹었어. 배고파. 자긴?”
“금방 먹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기다릴 걸 그랬다.
“안 돼! 때맞춰 먹어야지. 운동선수가. 안 그래?”
“네- 네- 그럼 뭐 시켜 줘?”
“응. 가벼운 걸로. 나 일단 씻고 올래.”
“그렇게 해.”
가방과 스케치북을 건네받은 후, 나는 먼저 휴대폰으로 아영이가 먹을 점심을 시켰다.
그런 뒤에는 소파테이블에 놓아둔 스케치북을 펼쳤는데, 그녀에게 듣기론 앞으로 1년에서 2년 정도 안에 자신의 이름을 건 런웨이를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쪽은 영 문외한이라 잘은 모르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제롬이나 데이비드의 말로는 굉장한 거란다.
천부적으로 재능이 있다나?
[“뭐, 네 옷을 골라주는 것만 봐도 확실하잖아?”] [“낄낄낄. 그래 맞아. 얘 원정만 가면 엉망이잖아.”] [“내가 뭐?”] [“인정해, 친구. 네가 옷을 고르는 센스는 영 꽝이니까. 물론, 너보다 더 엉망인 애들도 많지만 말이야.”]옷은 편안한 게 최고라 생각하는 주의인 나다 보니, 매번 출근길 복장은 아영이가 골라주는 것으로 입고 다니고 있다.
자기 전 그녀가 다음 날 아침에 입을 옷을 골라 드레스 룸 한쪽에 놓아두면, 과일과 견과를 넣은 시리얼로 간단히 요기를 끝낸 내가 옷 방으로 가 그걸 그대로 입는 식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내가 옷 입는 센스가 좋은 줄로 믿지만, 진실을 아는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대충 훑어본 스케치북을 도로 놓아두며, 나는 아영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 나가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나를 챙기는 것과 꿈을 병행하며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그녀이기에, 조금만 느슨해져도 부끄러울 것이다.
경기가 펼쳐지는 곳과 연습장 등에서 나는 매번 동기부여를 찾지만, 정작 가장 내게 자극을 주는 사람은 저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사람이다.
뽀송뽀송해진 모습으로 내려선 아영이가 가볍게 뛰어 내게 안겨오고, 그녀를 꼭 안은 나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기로 결정했다.
“머리 말려 줄까?”
“응! 좋아!”
“있어 봐. 드라이기 가져올게.”
“우흥흥.”
집안에서 이렇게 늘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건, 아영이를 알기 전에는 전혀 깨닫지 못했던 가장 큰 축복이었다.
***
2015년 9월 24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오전 훈련과 점심시간이 지나고, 펩 과르디올라가 그의 측근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한가로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센터백이라고?”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엔 답이 없어.”
“허-! 이번에는 또 다른 포지션이로군.”
“큭큭큭. 그렇지.”
센터백의 공백이 큰 바이에른 뮌헨에게 있어, 현재 가장 큰 위안은 하비 마르티네스의 폼과 컨디션이 가장 좋았을 때의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는 여전히 마르셀로 비엘사의 철학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종종 불필요하게 포지션을 이탈했다.
그래서 이런 약점을 채워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현재의 뮌헨에서 그런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단둘뿐이다.
한 명은 제롬 보아텡.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놀라운 녀석이야.”
“새삼스럽다고 말해 주고 싶네만, 같은 생각일세.”
“이러다 골키퍼까지 맡는 것 아닌가?”
“큭큭큭큭, 그럴 수도.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야지. 하지만 그것 아나? 녀석은 골키퍼 자리에서도 자신의 몫은 틀림없이 해낼 거야.”
펩 과르디올라의 이야기를 듣던 로렌소 부에나벤투라가, 마냥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는 것에 살짝 오싹함을 느꼈다.
그래서 슬쩍 주변을 돌아봤는데, 본인뿐만이 아니라 다들 비슷한 기분인 것 같았다.
‘허-! 정말 놀랍군.’
절로 고개를 가로젓게 된 부에나벤투라가, 이어지는 과르디올라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마인츠 전은 포백이야. 오른쪽에는 필리프. 그리고 왼쪽에는 하프냐를 둬야겠지. 지금 데이비드나 후안은 기준점을 채우지 못했어. 10월 이후에는 반드시 경기력이 나아져야 해.”
“신경을 쓰지.”
“그래. 부탁하네.”
펩 과르디올라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평범한 대화로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럼 코치들은 여기에서 나눈 대화들을 최종 미팅 때까지 기억을 해 둬야 한다.
다소 제멋대로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벌써 과르디올라와 몇 년이나 함께하고 있는 이들이기에 이런 식의 과정이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티아고도 문제야. 자신감을 많이 잃었어.”
“그거라면, 대화를 조금 해봤네.”
“응?”
“스스로도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더군, 영리한 녀석이니 몇 경기 쉬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거야.”
“그렇군. 참고하겠네.”
그렇게 계속 이어진 대화를 가장한 미팅이 끝나고, 코치들이 오후 훈련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안 펩 과르디올라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양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누워, 최근 몇 주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자네는 정말이지…….’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전술적 뮤즈(Muse)에서, 어느새 자신의 전술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 버렸다.
이제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은 그 없이는 충분한 실현이 불가능한 정도가 되었고, 그가 없었다면 실패로 점철되었을 시행착오 역시도 겪지 않아도 됐다.
그저 계속해서 새로운 전술을 궁리하고, 또 그것을 실전에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몽상가에 조금 더 가까운 전술가이자 너무나도 많은 생각 속에서 살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에겐, 모레 센터백으로 나설 김다온은 대체불가(Unersetzlich)한 존재였다.
단순히 바이에른 뮌헨에서가 아니라,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 그 자체에 있어서 말이다.
‘딱 셋이면 충분해. 마누엘 노이어. 리오넬 메시. 그리고 아홉 명의 다온.’
자신만의 Best 11을 상상하며 기쁜 미소를 지어보인 펩 과르디올라.
그는 느긋한 마음으로 오후 훈련을 기다린다.
“음흠흠~♩ 음흠흠~♪ 음흠흠-흠흠흠♬”
만약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깜짝 놀랐을,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