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94)
794화 Trauma (13)
삑-! 삐?익!! 삐—익!!
.
.
.전반 종료
브라이튼 0 : 0 맨체스터 시티
지난 2016/17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유럽의 클럽을 통틀어 한 가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점유율을 80% 이상 가져간 경기에서 최다 무승부(5무)와 패배(2패)를 기록한 것이다.
동시에 실제 득점(GF)에서 득점 기댓값(xG)을 뺀 수치에서 단일 경기에서 2.0 이상을 5회 이상 기록한 유일한 클럽으로 남았다.
즉, 최근 10년 동안의 슈팅 데이터를 분석하여 계산한 ‘득점이 만들어졌어야 할 확률’보다, 200% 이상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경기가 가장 많았다는 의미다.
물론 해당하는 지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록에서 유독 도드라진다는 면에서는 맨체스터 시티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 역시, 그러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SIT! SIT DOWN!”
“…….”
전반전, 맨체스터 시티는 득점으로 이어가야 했을 세 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모두 놓쳤다.
김다온의 크로스를 통해 만들어진 세르히오 아궤로의 헤더를 시작으로, 카일 워커의 컷백을 연결받은 케빈 더브라위너의 슈팅과 코너킥 후 혼전 양상에서 골대 앞 득점 기회를 붙잡았던 뱅상 콩파니 모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로 인해, 맨시티의 분위기는 침체되어 있었다.
“인상을 펴라!! 그런 얼굴을 하지 마!!”
“…….”
“우리 모두 실수를 저지른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그러니 이건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중요한 건!! 아직 경기가 남았고!!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SO EASY!! 삶에 비하면!! 축구는 너무 쉬운 문제다!!”
화이트보드의 앞에 선 펩 과르디올라가 양 팀 선수를 뜻하는 마그네틱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그의 말대로 인상을 편 선수들은 감독이 전할 구원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 중 80%는 본인이 최고의 경기력을 펼쳤다고 생각했고, 득점이 없었던 것을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며 방법을 찾아주길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기억해야 할 건, 펩 과르디올라가 지난 시즌 내내 해 왔던 이야기다.
축구 감독은 신(神)이 될 수 없다.
그저, 방향을 잡아 줄 뿐.
“전반전 우리는 무척 잘 뛰었다! 브라이튼을 시종일관 압도했고, 전술적으로 완벽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야기할 건, 득점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아니다! 우린 기회를 붙잡았다! 그저 그걸 놓쳤을 뿐이야!”
“…….”
“그렇기에 나는 브라이튼이 후반전에 대응할 방법을 말하려고 한다! 외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몇몇 맨시티의 선수들이 펩 과르디올라의 말에 약간 실망하는 동안, 전반전이 끝난 직후부터 고개를 푹 숙인 김다온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중이었다.
득점을 만들지 못한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수동적인 주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다온은 때때로 많은 이들이, 밥상을 펴 주는 것도 모자라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입 안으로 밀어 넣어 주기를 바란다고 생각을 했다.
그의 생각에 현재 팀 분위기는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고함을 내지르며, 서로가 실수한 부분을 지적하고 그것에 분해하는 게 옳았다.
바이에른 뮌헨이란 당대 최고의 클럽에서 뛰어 본 그였기에, 승리자의 태도와는 거리가 먼 동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반복적인 실망을 하고 있었다.
잠시 뒤, 고개를 들어 올린 김다온이 새끼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습에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던 펩 과르디올라는 애써 김다온을 외면하며, 분발이 필요한 몇몇 이들에게 더 많은 말을 하기로 했다.
결국 그게 김다온의 스트레스를 줄여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나쁜 날을 맞이한 게 아니다!”
“…….”
“우리가 나쁜 날을 만든 거야! 하지만 얼마든지 좋은 결말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면! 그걸 망치지 마라! 너희 중 누군가는 오늘의 영웅이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술적으로 우리는 무척 좋은 경기를 펼쳤다! 볼을 점유했고! 전진을 위해 좋은 패스도 했다! 방향을 바꿔 반대편도 바라봤어! BRAVO! 유일하게 부족했던 건,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끊임없는 독려와 자신감을 북돋우는 말로 채워진 하프타임이 끝나고, 펩 과르디올라가 떠난 드레싱 룸 안에서 김다온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일방적인 우세 속에서 0:0으로 전반전을 끝마칠 수는 있어도, 그것으로 인해 결말이 결정된 것처럼 굴지는 말아야 한다며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위기가 찾아왔다고 느낀 순간 감독에게 모든 것을 책임져 달라고 하는 것도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그렇다는 거야?”
“…….”
김다온의 이야기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케빈 더브라위너가 너만 열심히 하는 척하지 말라며 손을 들어 올린다.
곁에 앉은 페르난지뉴가 말리려고 하지만, 손을 들어 올린 김다온이 괜찮다고 말하며 할 말이 있다면 솔직히 하는 게 좋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케빈 더브라위너는 모두가 노력하고 있으나 운이 없었던 것뿐이라고 말했고, 팀 전체를 존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할 것 같다고 소리쳤다.
“전부 다 끝났어?”
“뭐?!”
“이야기를 전부 한 거냐고 말했어, 케빈. 그렇다면 지금부터 나도 이야기를 조금 더 할 테니까.”
“…….”
케빈 더브라위너의 침묵을 긍정으로 해석한 김다온이, 라커룸 전체를 둘러보며 본인의 생각을 표현했다.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노력했음을 알아주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며 그것은 때때로 타인에겐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린 축구 선수야. 그것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축구 선수. 우리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기에서 비기거나 패한 뒤에 볼을 점유했고 노력했으니 이해해 달라고? 그럼 그 책임은 누가 지는데? 감독이겠지. 너희들이 싸지른 똥을 닦아 달라고 했다는 걸 저 밖의 사람들은 모르니까! 그거 알아? FUCK OFF! 전반전에 분명 우린 실수했어! 쿤! 너! 그리고 뱅상! 최소 그것 중 하나는 득점으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우린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해! 열심히 했는데도 득점이 없으니 어떻게 좀 해 달라는 시선을 보내는 일 따위는 당장 관둬야 한다고!! 제기랄!!”
현재 맨체스터 시티에 속한 이들 중, 김다온을 단순한 신입생으로 여기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클럽이 1억 2,500만 유로를 주고 영입한 사이드백은 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였고, 프리 시즌을 치르는 동안 본인이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증명했다.
케빈 더브라위너 역시 훌륭한 축구 선수라 김다온에게 맞설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이는 김다온의 말에 부끄러움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실수에 위축되고야 마는 자신과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뒤에야 부지런해진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전반전에 입었던 유니폼 상의를 구겨 집어 던진 김다온의 모습에 케빈 더브라위너까지 조용해지자, 맨체스터 시티의 드레싱 룸에는 오직 한 남자의 목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래 맞아! 우리가 실수했어!! 그런데 뭐?! God Damn it!! 너희가 받는 돈을 생각해 봐! 우리는 프로라고!”
“…….”
“여기 누군가는 분명 서로가 실수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어야 해! 그리고 그것에 자존심이 상하고, 그것을 만회하려고 해야 했다고! 너희들도 그걸 알지?! 환상적인 어제의 맨체스터 시티! 끔찍한 오늘의 맨체스터 시티! 난 그게 싫어!! 제기랄! 나는 이제 겨우 여기에서 6주째인데, 그런 말을 듣는 게 너무나도 싫다고!!”
“…….”
“Come On-!! 펩은 구세주가 아니야!! 그는 우리의 감독이지!! 그러니까 제기랄 X같은 핑계는 집어치우고, 우리가 싼 똥은 우리가 치우자고!! 그게 그렇게 어려워?!”
후반전 때 입을 유니폼과 축구화를 챙긴 김다온이 먼저 저벅저벅 걸어 드레싱 룸을 빠져나가고, 침묵이 가득한 실내에서 다음으로 일어선 건 베르나르두 실바였다.
그 역시 조용히 유니폼과 축구화를 챙겨 일어나며,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했다.
“쟤가 옳아. 그리고 너희도 그걸 알 거고. 그럼.”
“…….”
김다온의 뒤를 따라나선 베르나르두 실바에 이어, 에데르송과 교체 멤버인 주앙 칸셀루. 그리고 이외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이들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섰다.
잠시 뒤 드레싱 룸엔 지난 시즌에도 맨시티 소속으로 뛴 이들만이 남게 되었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비드 실바가 주장 뱅상 콩파니를 바라봤다.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훌륭한 성품을 바탕으로 평화를 만들어가는 데 일가견이 있는 뱅상 콩파니였기에,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건 익숙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개를 끄덕인 뱅상 콩파니가 다비드 실바에게 발언권을 주었고, 이에 스페인의 베테랑 미드필드가 자신의 생각을 선수들에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쟤는 지난 4년 동안 빅이어를 세 개나 쥐었어.”
“…….”
“게다가 발롱도르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해도 발롱도르를 쟤 걸로 만들 거야. 반면 우린 어떻지? 3년 전에 PL 우승이 전부야. 이게 무슨 뜻일까? 난 이렇게 생각해. 우리가 틀리고. 쟤가 옳았다고.”
“…….”
“나도 알아.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지. 하지만 동의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 쿤.”
“?”
“네 헤더는 진짜 형편없었어. 우리 솔직하자. 마지막까지 너는 머리와 발을 쓰는 것 중에서 뭘 해야 할지 고민했지. 안 그래? 그리고 케빈? 금방 다온은 자기만 열심히 뛴다고 말한 게 아니야. 우리가 무거운 책임을 펩에게 짊어지게 한다고 말했던 거지. 너도 그걸 알잖아. 그러니까, 그런 반응은 좋지 못해. 우리 모두 마찬가지야.”
고개를 들어 올린 다비드 실바가 시계를 확인한 후, 얼른 준비를 하지 않으면 후반전에 늦을 것이라고 말을 했다.
아직 이야기를 다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비드는 여기까지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는 선수들 모두 성숙한 이들이고, 또 축구 선수로서 충분한 재능과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유일하게 부족하고 이들을 때때로 어린아이처럼 굴도록 만드는 건, 늘 결정적인 순간 무너지는 것을 반복해 온 이들의 지난 과거였다.
환상적인 어제의 맨시티.
끔찍한 오늘의 맨시티.
조금 전 김다온이 던지고 간 이 두 개의 문장은, 맨체스터 시티라는 클럽의 민낯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조용히 후반전을 준비하던 다비드 실바는, 결의에 찬 이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 당분간 펼쳐질 거라는 점이었다.
과연 그것에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비극적인 결말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비드 실바는 피치 밖에서도 김다온의 존재감을 가장 먼저 느낀 사람이 되었다.
‘저 녀석, 엄청난 것을 던지고 갔잖아?’
김다온이 던지고 간 커다란 돌이 맨체스터 시티라는 호수에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파문(波紋)을 던져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후반전과 오늘의 경기 결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삐?익!!
맨체스터 시티에 일고 있는 묘한 침묵 속,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후반전이 시작된다.
***
.후반 08분
브라이튼 0 : 0 맨체스터 시티
동료들보다 먼저 드레싱 룸을 빠져나온 나는 벤치에 있던 펩에게 다가가서 후반전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뛰어도 되는지를 물었다.
이미 전반전보다 공격적으로 임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이었기에, 펩은 내가 한 말의 의미를 곧바로 알아들었다.
펩이 말한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는 말은, 오늘 하루가 아닌 지난 시즌 전체를 통틀어서 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은 조금 지쳐 보였다.
[“펩.”] [“왜 그러지?”] [“승리를 가져올게요.”] [“……그래 주게나.”] [“네.”]지금까지 한 설명과 펩과의 대화 내용은, 내가 어째서 이 정도 높이까지 올라서 있는지를 말해 준다.
현재 축구공은 오른쪽 측면에 있었고, 카일 워커의 크로스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여 많은 인파를 뚫고 반대 방향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볼이 흘러나가는 것을 지켜본 나는 박스 바깥에 자리 잡은 다비드 실바를 보며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다비드!!”
중앙에서 왼쪽으로 움직여 볼을 컨트롤한 다비드 실바가 나를 확인했고, 바로 왼발로 찔러 보낸 패스를 바라보며 난 뒤쪽에서 달려드는 루이스 덩크에게 기대어 섰다.
왼팔을 들어 올려 뒤로 가져가 스탠딩 태클을 걸어오는 것을 방해하며, 곧장 오른발을 움직여 정면에 있는 베르나르두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몸을 빙그르르 돌려 안으로 움직이자, 굳이 함께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음에도 루이스 덩크가 내 동작에 반응하여 함께 골대 쪽으로 이동했다.
덕분에 베르나르두는 데일 스티븐스(Dale Stephens)만 따돌리면 되는 상황이 되었고, 능숙하게 수비수 하나를 요리한 그가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왼발에 맞은 축구공이 그대로 브라이튼의 골대를 향하지만, 워낙 많은 선수가 밀집된 상태라 수비수의 몸을 맞고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 버린다.
후반전 다섯 번째 코너킥.
우린 기세를 높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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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후반전 김다온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입니다. 거의 투톱으로 느껴질 만큼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러한 변화가 매우 유효해 보입니다. 후반전에도 아직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층 더 매섭게 승격팀 브라이튼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양은석) – SPORTV 캐스터
“맨체스터 시티의 오늘 경기 열한 번째 코너킥. 케빈 더브라위너가 킥을 준비합니다.”
.
빈이 쏘아 보낸 코너킥은 궤적은 날카로웠으나 토메르 헤메드(Tomer Hemed)가 먼저 머리를 가져다 댔다.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흐른 축구공은 다비드 실바의 앞에 안착했고, 그는 바로 절묘한 개인 기술을 선보인다.
절제된 동작과 한두 차례의 속임수 동작만으로, 세컨드 볼을 처리하지 못하게 달려 나오던 파스칼 그로스(Pascal Groß)를 가볍게 벗겨 낸 것이다.
현재 나는 그의 왼쪽 뒤에 서 있었는데, 슈팅으로 이어 갈 길이 보인다고 생각한 순간 다비드 실바가 놀랍게도 축구공을 옆으로 툭 밀어 보내왔다.
분명 헤메드의 헤더 이후 옆을 돌아본 적이 없었는데, 다비드는 이미 내 위치를 알았던 것 같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나는 바로 앞으로 발을 내디뎠고, 정확히 세 걸음을 가져간 이후 축구공 옆에 왼발을 놓아둘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박스 안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조금 전에 본 가상의 궤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변명 따위.’
퍽-!!
오른발 안쪽 축구화의 끈이 끝나는 부근에 정확한 느낌이 전해져 온 순간, 나는 특별히 뭔가에 걸리는 것만 없다면 득점이 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축구공은 내가 그리던 궤적을 따라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고, 속도 역시 충분히 만족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잠시 뒤.
팡-!!
“?!”
정말 어이없게도, 슈팅이 향하는 궤적의 골키퍼 바로 앞에 있던 쉐인 더피가 몸을 돌리는 척 손을 옆으로 뻗어 축구공을 가로막았다.
당연히 난 그 즉시 소리를 쳤고.
“에—이!!!”
휘슬을 분 마이클 올리버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브라이튼의 선수들을 헤집고 나아간 끝에, 쉐인 더피의 앞에 서서 빨간색 카드를 높이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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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레드 카드! 마이클 올리버! 바로 쉐인 더피를 그라운드 밖으로 내쫓습니다!”
(마틴 커윈) – BT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무척 당연한 판정입니다. 느린 장면으로 따로 볼 것도 없습니다. 지금은 고의적으로 손을 사용해서 슈팅을 막았습니다. 골키퍼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가 이러한 행동을 했을 때, 당연히 즉각적으로 레드 카드가 나와야 합니다.”
(이안 다크)
“남은 시간 35분, 브라이튼에 큰 위기가 닥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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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이 주어진 순간, 불끈 주먹을 쥐어 보인 나는 어느새 달려온 베르나르두와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 쿤이 페널티킥을 처리할 준비를 했고, 이에 어이없어하던 베르나르두를 말린 나는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뒤로 돌아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한참 뒤 휘슬이 불려왔고, 몇 초가 더 지나자 원정석이 들썩이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렇지!’
행여 내가 보는 것 자체가 부담될까 봐, 난 뒤로 돌아서서 페널티킥을 차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았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쿤은 제대로 마무리를 해냈다.
코너 플랫으로 달려 나간 쿤이 셀레브레이션을 시작하고, 조금 전 화를 내려 했던 베르나르두의 곁에 선 나는 득점을 만들었더니 되었다며 화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을 했다.
“그는 그저 만회하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P.K는 네가 만들었어.”
“나도 알아. 그래도 승리가 가장 중요해.”
“…….”
베르나르두의 가슴팍을 두드린 후,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린 나는 이번 시즌 첫 번째 득점을 기록한 쿤과 환호하는 원정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과정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펩에게 한 약속을 지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에 만족한다.
무엇보다 나는 현재, 벌써부터 이 팀에 완벽을 바라고픈 생각이 없다.
‘이제 겨우 한 경기야.’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승리를 거두는 건, 근래 최고라는 평을 들어온 클럽이 공통으로 해 왔던 일이었다.
알렉스 퍼거슨의 맨유부터 펩의 FC 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때때로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 줬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승리를 거두었다.
만약 맨체스터 시티에 그런 습관이 없다면, 지금부터 그걸 해 나가면 된다.
‘비록 그 길이 조금 힘들더라도.’
현재 내가 느끼고 겪는 모든 문제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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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7/18 EPL 1R)
브라이튼 0 : 3 맨체스터 시티
[골] 세르히오 아궤로 : 후반 11분(P.K/김다온)루이스 덩크 : 후반 30분(자책골/페르난지뉴)
베르나르두 실바 : 후반 36분(가브리에우 제주스)
김다온 ? 96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8.2)
MoM ? 페르난지뉴(1어시스트/평점 8.4)
***
작가의 말 ? 2017/18 시즌은 맨체스터 시티와 PL 역사를 통틀어 유례없는 시즌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에서도 첫 두 경기는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의 경기를 펼쳤는데, 그 과정을 편집 각색한 파트가 지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답답해하실 거라서 글을 남기는 건데, 이런 전개인 만큼 갈등 해소 과정은 더 극적일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곧’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