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04)
804화 Trauma (23)
2017년 9월 7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포먼스 센터.
A매치 주간이 끝나고 48시간 안에 치러질 경기.
듣는 것보다, 이는 훨씬 더 힘든 일이다.
다행이라면 리버풀 역시 주요 선수 대다수가 A매치를 소화해 공평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좋은 아침이에요.”
“오- 좋은 아침. 오늘도 일찍 출근했네요?”
“피곤이 핑계가 될 순 없죠.”
“하하. 당신이 가끔 저를 부끄럽게 만든다는 걸 아나요? 주변을 게으른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건 관둬 달라고요.”
“설마요, 메이시. 전 평생 이럴 거라고요.”
“그렇겠죠. 좋은 하루 보내요.”
“당신도요.”
출근해 퍼포먼스 센터 로비에 들어서면, 메이시 번즈(Macey Burns)는 늘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이한다.
따뜻한 미소와 그에 못지않은 마음 씀씀이를 지닌 메이시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본인은 늘 남자 복이 없다며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난 가끔 그녀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이야기하곤 했는데, 동료들도 그러고 있어 놀란 적이 있다.
이럴 때 어김없이 느끼는 건, 인간은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르는 존재라는 거다.
“응?”
당연히 아무도 없을 거로 생각하며 라커룸에 들어섰을 때, 나는 의자에 앉아 모자를 벗고 있던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지브롤터와 그리스를 상대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을 치르고 온 케빈 더브라위너다. 내가 알기론 사흘 전에 맨체스터로 돌아온 걸로 안다.
이번 9월 A매치 주간은 아시아/아프리카 대륙에 소속된 선수들에게 더 고된 일정이었는데, 유럽은 9월 3일 혹은 4일에 A매치 경기가 끝났다.
반면 나의 경우 한국 시각으로 9월 5일에 경기를 치렀고, 6일 새벽 전용기를 통해 잉글랜드 시각으로 6일 오전에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그런 뒤에는 종일 집에서 휴식을 취했고, 오늘이 A매치 주간 후 처음으로 하는 출근이었다.
“피곤하진 않아?”
“조금. 하지만 익숙해.”
“그래- 아시아는 멀긴 해. 나였다면 피곤해서 징징거렸을지도 몰라.”
“내 스타일은 아니야.”
“하긴, 너는 투덜거리는 타입하곤 거리가 멀지.”
얼핏 자연스러워 보이는 대화.
하지만 난 조금 어색했다.
케빈과의 관계가 나쁘다거나 평소 대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뭔가 미묘하게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뭐랄까.
조금 더 살갑다고나 할까?
물론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평소 케빈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처럼 먼저 말을 걸어오고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무척 의외의 일이다.
보통이었다면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녀석은 이어폰을 꼽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을 거다.
“좋은 아침!”
“어?”
“응? 왜?”
“왜 네가 지금…….”
“나도 여기에 출근하거든?”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인상을 찌푸린 라힘이 한쪽으로 걸어가 가방을 내려다 두는 것을 본 후, 고개를 돌려 케빈을 바라본 내가 뭔가 이상하지 않으냐는 눈빛을 보냈다.
과거 리버풀 시절처럼 잦은 지각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스털링은 출근 시간에 딱 맞춰 오는 것으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별명이 ‘Mr. Close(아슬아슬 씨)’겠나.
한데, 그런 스털링이 벌써 출근 도장을 찍었다.
한 번 더 휴대전화에 시선을 가져간 나는, 전화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두 번째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그것도 모자라, 고개를 돌려 라커룸 안에 걸린 시계까지 쳐다봤다.
하지만.
“헤-이.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
“Sup Dude.”
“??”
나의 놀라움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스털링에 이어 쿤과 오타멘디가 함께 안으로 들어섰고, 이후 몇십 초 간격으로 비어 있던 라커와 의자가 채워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자네가 가방을 내려 두면서, 훈련 시작 30분 전에 모두가 출근하는 마법 같은 풍경이 완성되었다.
“Ay, Amigo.”
“?”
“혹시 내가 출근 시간을 잘못 알았어?”
“……하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
“뭐?”
“조금만 참아. 아직 놀라운 일은 더 남았으니까.”
“??”
묘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인 베르나르두가 내 어깨를 두드리고,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나는 의아한 와중에도 서둘러 관리를 받기 위해 마사지실로 이동했다.
아무리 전용기를 통해 편하게 왔다지만, 장거리 비행으로 약해진 몸을 다시 정상적인 궤도로 끌어올리려면 컨디셔닝에 더 높은 비중을 둬야 한다.
그렇게 궁금함을 참고 마사지실로 들어선 뒤, 트레이너에게 몸을 맡긴 나는 낯선 광경을 다시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금쯤 이곳은 텅텅 비어 있어야 했고, 마사지가 거의 끝나 갈 무렵에야 하나둘 동료들이 얼굴을 비추는 게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일상이었다.
부지런한 동료들을 보는 건 좋지만, 나도 사람이다 보니 일상이 낯설어지면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내가 트레이너 더기 레너드(Deogie Loenard)에게 말을 걸려던 찰나, 목발을 짚으며 등장한 뱅상이 입을 막아 버렸다.
“비니? 왜 여기에 있어요?”
비니(Vinnie)는 뱅상의 애칭이다.
“왜냐니. 난 여기에 있어도 되는 사람이거든.”
“아니, 그 말이 아니라…….”
“하하. 무슨 뜻인지 알아.”
툭-
가까이 다가온 뱅상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곤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건 새로운 맨시티야.”
“…….”
새로운 맨시티(New Man City).
갑작스러운 변화를 설명하기엔, 지금 비니의 말은 충분한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더 자세히 알려 줄 것 같지도 않아.’
목발을 다시 짚은 뱅상이 케빈이 누워 있는 곳으로 걷는 걸 보며, 난 굳이 캐물으려던 것을 관두기로 했다.
내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그러했듯, 관찰과 시간이 결국 답을 천천히 알려 줄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때까진,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게 현명한 행동이다.
더구나 이틀 뒤 우리가 상대해야 할 클럽의 전력을 생각하면, 더더욱 경기와 관련된 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오랫동안 고민하는 취미도 없었던 관계로, 나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의문을 품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정 참기 힘들면, 베르나르두가 먼저 이야기를 해 줄 거다.
입이 가벼운 친구는 아니지만, 난 나와 삶의 많은 것을 공유 중인 베르나르두를 믿고 있다.
‘어쩐지 정겹네.’
이른 시간부터 북적북적한 클럽하우스를 보고 있던 나는,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나날들이 떠올라 양 손을 뒤통수 아래에 놓아두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곳 역시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챔피언이 될 수 있는 올바른 습관을 많이 지녔다.
‘이래서 사람은 뭐든 겪어 봐야…….’
바이에른 뮌헨이 얼마나 훌륭한 클럽이었는지를 떠난 뒤에 하루하루 깨달아 가고 있는 지금, 난 그것을 후회하기보다 내가 속한 곳에 비슷한 습관을 들이려 노력 중이다.
주변의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배경음악 삼으며, 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번엔 어쩐지, 예감이 좋다.
***
2017년 9월 8일. 리버풀 L12 8SY, 잉글랜드. 데이스브룩 레인, 멜우드 드라이브. 멜우드 트레이닝 그라운드 리버풀(Melwood Training Ground Liverpool. Deysbrook Ln, Melwood Dr. Liverpool L12 8SY, England).
리버풀 FC의 역사 속에서, 그들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Steven Gerrard)가 지니는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리버풀에서 태어나고 리버풀에서 자랐으며, 7살의 나이에 리버풀 FC 유스에 입단한 뒤 18살에 리버풀 FC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이후, 제라드는 약 17년 동안 리버풀에 헌신하며 클럽의 희로애락을 함께 경험했다.
스티븐 제라드는 리버풀 역사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선수였고, 가장 뛰어났던 리더이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로서 영원히 남게 되었다.
그런 제라드의 은퇴 이후, 리버풀의 팬들은 당연하게도 제2의 스티븐 제라드가 등장해 주길 기다렸다.
홈 그로운(Home Grown)을 향한 잉글랜드 사람들의 유별난 집착과 더해, 리버풀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어린 유망주에게 기대를 품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들도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리버풀에서 태어나 리버풀의 유스로 입단해야 한다는 것도 것이지만, 스티븐 제라드처럼 10대의 나이에 PL에 데뷔한다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The Reds(리버풀의 애칭)’는 미래를 발견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바로, 제라드처럼 리버풀에서 태어나고 제라드보다 한 살 어린 6살에 리버풀 FC의 유스로 입단한 젊고 유망한 어떤 풀백이다.
트렌트 존 알렉산더-아놀드(Trent John Alexander-Anold).
위르겐 클롭의 눈에 띄어 2016/17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이 1998년생의 어린 풀백은,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 주며 리버풀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Young Player of the Year’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게 레즈를 열광하게 한 것은 아니었다.
리버풀 FC 선정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직후, [“리버풀의 주장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라고 인터뷰한 게 팬들의 지지를 끌어낸 가장 큰 이유였다.
그들은 아놀드의 인터뷰에서 제라드를 발견했고, 그의 바람처럼 언젠가 리버풀 FC의 주장이 되길 응원했다.
또 한 가지 더, 리버풀 FC의 팬들은 아놀드의 포지션이 사이드백이라는 것에 열광했다.
김다온과 펩 과르디올라가 사이드백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시각을 제시한 이후, 유럽 내에서는 유망한 어린 선수들을 사이드백으로 전환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본래 오른쪽 미드필드였던 아놀드 역시, 위르겐 클롭의 제안으로 사이드백으로의 포지션 변경을 받아들였다.
“이봐, 꼬마! 오늘도야?”
“넵! 먼저들 가세요.”
“이런! 어지간히 하라고! 너 때문에 우리가 게으름뱅이처럼 보이잖아!!”
“하하! 그럼 더 남아서 하든지요!”
“Berger off!!”
“와하하하하.”
경기가 펼쳐지기 하루 전이건만, 루틴을 거를 수 없었던 아놀드는 훈련 후에 남아 크로스와 프리킥 훈련을 따로 이어 나가고자 했다.
정식적인 팀 훈련 외에 별도로 20~40분 정도 개인 훈련을 이어 나가는 게, 아놀드의 개인적인 루틴이다.
‘후우- 드디어 내일이야.’
수많은 10대 유망주들이 그러하듯,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역시 김다온과의 경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메시나 호날두와 경기를 치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근래는 김다온이 그런 대상이 되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드라는 현대 축구에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포지션에서 뛰었던 아놀드에겐, 풀백임에도 불구 모든 것을 보여 주는 김다온은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20살을 약 한 달 앞둔 아놀드.
기대감 등으로 피가 끓어오르지 않는다면 무척 이상할 나이다.
퉁-!
투웅-!
열의를 불태우는 중인 아놀드가 연신 골대가 있는 곳으로 크로스를 띄워 올리는 사이, 오후 명단 발표를 앞둔 위르겐 클롭은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다.
선발로 뛸 선수들과 후보명단은 진즉 정했지만, 그게 옳은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따로 있는 건 아니야.’
현재, 위르겐 클롭은 선발로 출전할 선수들이 적힌 종이를 보고 있다.
시즌 초반 수비 쪽에서 뜻하지 않은 부상이 생기면서, 클롭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에 한계가 생긴 상황이다. 특히, 오른쪽 풀백 나다니엘 클라인의 부상이 아쉬웠다.
작년 ‘리버풀 에코’가 [‘대체 불가능한 선수’]로 언급한 나다니엘 클라인은, 공수 모든 부분에 있어 현시점의 아놀드보다는 한 수 높은 단계였다.
“후우- 골치 아프군.”
최근 건강을 이유로 끊은 담배가 간절해진 클롭이 금연을 이어 가고자 막대 사탕의 껍질을 까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곤 의자에 몸을 기대어 천장을 쳐다봤다.
‘분명 알렉스에겐 도움이 될 일이야.’
김다온 정도 되는 선수와 만난다는 건, 어린 선수에게는 성장을 자극할 만한 일이었다.
특히 아놀드처럼 전술 이해도가 뛰어난 똑똑한 경우라면, 같은 라인에서 뛰게 될 김다온의 플레이를 보며 큰 영감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 대가가 클 가능성 역시 농후했다.
다재다능함과 높은 Football IQ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진 김다온과 아놀드. 보통 이런 경우 성향이 다른 선수끼리 맞붙었을 때보다 기량의 차가 극심하게 드러난다.
더구나 아놀드는 아직 피지컬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나이였고, 반대로 김다온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단단하고 뛰어난 육체를 지녔다.
그는 분명 이 같은 이점을 놓치지 않을 거다.
‘더 멀리 봐야 할까?’
클럽을 다시 챔피언스리그로 이끈 위르겐 클롭을 향한 보드진과 팬의 지지는 절대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위르겐 클롭은 클럽을 개혁하는 일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사이드백의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었다.
아직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앤드류 로버트슨에게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육성시키는 것처럼, 아놀드 역시도 더 먼 미래를 봐야 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경기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도 안 됐다.
승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건 무척 중요하다.
그 요령은 팀을 챔피언으로 이끈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위르겐 클롭이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 역시, 행여 내일 경기에서 아놀드가 극복하지 못할 충격을 입을까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게임과는 달라서, 제아무리 훌륭한 잠재력을 갖춘 선수라도 그것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벽을 마주하고 그 앞에 무너져 무릎을 꿇는 경우도 어린 선수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제기랄. 쓸데없이 고민만 하는군.’
과거 김다온과 바이에른 뮌헨에 의해 숱하게 패배를 겪어 온 리버풀 FC의 감독이 지닌 트라우마는, 강인한 정신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아놀드의 멘탈마저 의심하게 하고 있다.
습관이란, 이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
【3시간 뒤】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뱅상이 말한 ‘새로운 맨시티’의 2일 차.
퇴근하기 전, 펩의 호출이 있었다.
“미팅이라고요?”
“그래. 자네가 합류하기 전이었지.”
“…….”
말한 것처럼, 아시아/아프리카 대륙에 속한 선수들은 이번 9월 A매치 주간 일정이 하루 이틀 늦게 끝났다.
그리고 그에 속한 선수는 나 하나뿐이다.
야야는 2016년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외의 다른 선수들은 유럽이거나 남미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나보다 하루 이틀 일찍 클럽으로 돌아왔다.
“비니가 주도했네.”
“그렇군요. 뭔가 이상하긴 했어요.”
“이상하다고?”
“네. 아시잖아요. 본래 그가 나서는 유형은 아니라는 거. 한데 어제하고 오늘은 누구보다 가장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늘 다른 누군가와 함께였죠. 일반적으로 그런 일은 볼 수 없었던 일이고요.”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야.”
“어째서죠?”
변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누군가가 억지로 이끌어 강제로 새로운 것들을 씌워 입히거나, 아니면 스스로 느낀 의지가 모여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낸 끝에 변화가 끝나거나.
당연히 후자가 훨씬 더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고, 변화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에도 더 유리하다.
하지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
최소 몇 개월은 필요하다.
어째서라는 질문에, 펩은 뱅상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이 남질 않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거야.”
“…….”
“본인이 거부했지. 다음 시즌이 끝나고 나면 안데를레흐트로 돌아갈 거라더군. 마지막은 자신을 키워 준 클럽에서 보내고 싶다면서 말이야.”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은 뱅상 콩파니와 페르난지뉴의 연장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다.
30대 초반인 이 두 명은 전성기의 기량은 아니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존재들이며 팬들의 사랑 역시도 듬뿍 받고 있다. 축구 실력 역시도 여전히 뛰어났다.
하지만 연장 협상이 순조로운 페르난지뉴와는 달리, 뱅상은 클럽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앞으로 두 번의 시즌.
뱅상은 남은 기간 빅이어를 이곳으로 가져오고자, 스스로 바뀌기로 한 것이다.
펩은 그 이유를 내게서 찾았다.
그러니까, 최근 두 경기.
“분명 굉장했지. 버저비터. 라보나. 그리고 그 대단했던 스프린트. 본인의 실력으로, 자넨 이곳의 남자들을 설득하는 것에 성공했어.”
“단지 지기 싫었던 것뿐인걸요.”
“나도 알아. 그건 자네가 가진 대단히 훌륭한 습관이지. 패배가 가까워지면, 자네의 DNA가 그것에게서 벗어나도록 이끌고 있어. 자네가 승리자인 이유이기도 해.”
고개를 끄덕인 펩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한쪽에서 물병을 갖고 돌아온 그는 목을 축인 후에 지금과 같은 모습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던 것이었다고 말을 했다.
본인은 감독이긴 했지만, 감독이기에 선수들에게 미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것을 채워 줬고, 지난 시즌 자신이 심어 두었던 씨앗이 나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싹을 틔우게 되었다는 말도 보탰다.
“하하.”
“웃은 건가?”
“네. 사실, 조금 재미있어서요.”
“뭐가 말이지?”
“정작 저 자신은 그걸 모른다는 거요. 물론 저는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죠. 하지만 동시에 때때로 제멋대로 굴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모르는 곳에서는 늘 많은 일이 일어나죠. 다행히도, 지금은 긍정적인 거네요.”
“그게 바로 삶 아니겠나.”
“네. 우린 모든 걸 알 수 없죠.”
“후후.”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난 다시 펩에게 말을 했다.
“그거 있죠. 제가 이곳에 온 이후에 보게 된 건 트라우마예요. 여긴, 자신이 이 도시에서 두 번째 팀이라는 걸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죠.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그것을 위한 실천은 하지 않았고요.”
개막전이 끝나고 맨체스터로 돌아왔던 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이트클럽으로 향할 준비를 하는 몇몇 이들을 보며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시간에 클럽에 간다는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클럽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선수가 젊은 선수를 꾀려고 한다는 게 특히 경악스러웠다.
다음 날 지각하지 않고 제시간에 출근해 정상적으로 스케줄을 소화하긴 했지만, 본인과 팀 모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했다.
한데 그 사람이, 훈련할 때면 챔피언이 되자며 부르짖는다.
“과연 그 진실성이 얼마나 될까요?”
“…….”
“저는 그걸 탓하는 게 아니에요. 강령을 따로 어기는 것도 아니고, 클럽에 출입해서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술을 마시고 여자와 논 거죠. 그게 다예요. 하지만 제가 볼 때 그건 그냥 도피였어요.”
“트라우마로부터.”
“네. 도망친 거죠.”
의외로 많은 이들이 장애물 앞에서 도망친다.
부딪히는 것보다, 그게 더 쉽기 때문이다.
시험 때가 다가오면 공부를 하기 싫어 뉴스를 시청한다든가 하는 것도 비슷한 심리다.
경기 후 나이트클럽에 출입하고 훈련 시간 아슬아슬하게 맞춰 출근하는 동료들을 보며, 나는 그들이 축구라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몇몇 이들은, 챔피언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왜?
그걸 이뤄 본 적이 없으니까.
어떠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가진 이들은 간절함이 없어 가지지 못한 자들을 이길 수 없다고 말을 하지만, 경험에 비춰 말하는 데 오히려 그 반대다.
일단 무언가를 가지게 되면, 그것이 없었을 때의 삶으로 돌아가는 게 두려워진다.
그래서 더 간절하다.
삶을 지키기 위해.
맨체스터 시티는 빅이어를 단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는 곳이었고, 그들이 간절하다고 믿었던 감정이 착각이라는 게 지금까지 말한 부분들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중이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무척 긍정적이었다.
“내일 보지.”
“네. 내일 봐요.”
면담을 끝마친 후, 감독실을 떠나 1층으로 내려선 나는 한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이끌려 걸음을 옮겼다.
고통을 느껴 그것을 이겨내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일정이 끝난 후 재활을 시작한 팀의 주장이었다. 듣기론, 클럽과 함께하는 대신 재활 일정을 뒤로 미뤘다고 한다.
체력적으로 더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것이었지만, 뱅상은 그 모든 것을 감내하기로 했다.
‘힘내요, 비니.’
창문을 통해 콩파니의 재활 모습을 잠깐 동안 쳐다봤던 나는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낸 후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제와 오늘, 아무도 나이트 클럽을 찾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의 누가 핫(Hot)한 여자라는 말도 없었고,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가장 쾌락적인 밤을 말하지도 않으며 오직 팀 일정에만 집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가장 당황한 사람은 리로이 자네였는데, 녀석은 진지해진 클럽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익숙해져야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테니까.
우린.
‘드디어.’
드디어 함께 호흡을 맞춰, 빅이어로 향하는 항해를 시작하는 노질을 시작했다.
맨체스터 시티 합류 후 정확히 2달하고도 일주일이 지나 벌어진 일이었다.
***
작가의 말 ? 제가 안일했네요. 주변에 3차 맞고 멀쩡한 지인들이 많아서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1차 2차 때 겪은 증상 짬뽕이 되었네요.
오늘(1월 7일)도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열을 쟀는데, 38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네요.
내일(1월 8일) 지켜보고 차도가 없다면 응급실이라도 한 번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교체 접종(화이자-화이자-모더나)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 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고 그러네요.
다시 한번 갑작스러운 휴재 사과드립니다.
내일 혹여 업로드가 불가하다면.
차후 만회하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