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30)
〈 130화 〉 130 채찍 시뮬레이터
* * *
6.
채팅방은 역배들의 환호로 축제가 열렸다.
끼얏호오오오!
거다이맥스 묵언검객 조각상 건축자금이 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배분들
내 추억 어디감? ㅠ
이분 누군진 모르겠는데 진짜 예쁘시네요. 어라? 와타시, 어째서 눈물이…?
정배들 정신이 들어? 정배들 정신이 들어? 정배들 정신이 들어?
아니 십 정배엔 벤치빌런 말고 전부 우주정거장 인부들밖에 없었는데 ㅈ됐네 진짜
우리들의 우주정거장, 우주빌런들의 기상천외한 개인작품으로 대체되었다
대기공간이 벌써부터 두려워져요
해응응은 채팅창을 보며 의아해하였다.
[제 조각상을 만든다고요?]와! 묵언검객이 채팅을 읽었어!
ㅁㅊ 천만원 도네도 읽씹한 양반이 무료채팅을 읽었어
가성비 실화냐? ㅋㅋㅋ
보고 있냐 스피드마스터? 내가 널 이겼다..
ㅋㅋㅋㅋ
인생 최고 업적 달성했네ㅋㅋ
앞으로도 나도 무료도네만 쓴다 아 ㅋㅋ
돈이 없는 건 아니고? 주택청약에 실패한 건 아니고? 코인에 실패한 건 아니고? 주식에 실패한 건 아니고? 취직에 실패한 건 아니고?
누가 저새끼 족쳐!
시잇팔 수귀자폭병들 쿨타임 돌았네
매운맛 ON
모처럼 묵언검객이 관심을 줘도 샛길로 새버리는 시청자들의 관심사.
묵언검객이 관심을 주는 일 자체가 없다보니 자기들끼리 소통하는데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평상시의 모습이었다.
자연스레 해응응도 관심이 식었다.
‘임무는 깼지만 무공은 얻지 못했네요.’
채찍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20번 임무.
해응응은 훌륭하게 위기를 극복했지만 아직 무공을 습득하지는 못했다.
‘무공은 하나의 초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무공은 여러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식은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위한 연속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무공을 깨달았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연속된 동작들을, 무공을 이루는 초식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펼쳐내야 한다.
그것이 무공의 입문조건.
1성의 경지에 발을 들이는 기준이다.
‘천마신공처럼 세간에 널리 알려진 초상승무공의 입문난이도가 가파른 이유가 이래서였던가요.’
일련의 동작들을 관통하는 무술이론과 심득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입문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최소한의 연속동작을 펼치기 위해서 특별한 내공운용과 깨달음이 전제되는 무공들.
당연히 초심자는 흉내조차 낼 수 없다.
그렇기에 만들어지는 분할무공.
세간에서 흔히 전반과 후반을 나누어 배우는 분할무공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경지가 낮을 땐 전반부의 초식만을 배우고, 경지가 오른 뒤에야 후반부의 초식을 습득하는 요령을 부릴 수밖에 없죠.’
실제 무림이라면 배울 수 있는 부분부터 배우는 접근법은 나름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문제는 무림비망록이 무협게임이라는 거다.
게임에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시스템의 혜택을 받으려면 무공이 무공으로 인정받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반부 초식의 성취가 높다고 한들 모든 초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낼 수 없다면, 1성이 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경지는 1성조차도 되지 못한다.
무림비망록은 그런 점에서 까다로운 점이 있어서 상승무공의 입문이 더욱 어려웠다.
‘괜히 천마신공을 10년 넘게 배우고도 1성에 겨우 입문했다거나 20년을 배워서 2성에 올라섰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죠.’
천마신공.
이름만 들어도 무림인의 심금을 울리는 무공.
그 이름에 홀린 빙의자들도 참 많았다.
천마신공을 배운 빙의자만 모으면 백 명은 가볍게 넘을 것이다.
하지만 천마신공을 1성이라도 배운 빙의자는?
1푼(1%)도 높게 쳐주는 편이다.
스승이나 비급서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수련이 가능한 경지인 5성에 도달한 빙의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적어도 해응응이 아는 바로는 그러했다.
‘진정한 천마는 본래부터 무림인이었던 그 천마밖에 없었죠.’
천마의 이름을 사칭하는 위천마.
가짜천마들은 결코 5성에 도달할 수 없다.
비급서 하나만으로는 스승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없으니까.
그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
당대 마교의 적법한 계승자 천마.
그녀는 위천마들을 죽이면 죽였지, 가르침을 줄 인물도 아니었다.
자화요녀 해응응. 당신이라면 천마신공을 가르쳐줄 수도 있는데. 어때?
그런 천마조차도 자신은 퍽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지만.
그것이 그녀가 천마신공을 노리고 접근한 인물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한 질문인지 아닌지는 지금 와서도 알 길이 없다.
‘그때 그 무공을 배운다고 했으면. 지금쯤 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이립(30살)이 되기 전에 화경의 경지에 접어들지 못하고 죽었을까.
천마신공의 힘으로 더욱 빠르게 구음절맥을 극복하였을까.
새로운 천마가 되어 당대천마 파천린의 유지를 이어 마도천하를 위해 마교의 본거지 십만대산에서 절치부심하고 있을까.
지나간 미래.
고르지 않는 길.
천마가 될수도 있었던 자신.
‘미련은 없어요.’
해응응은 가볍게 잡념을 털어냈다.
‘초상승의 무공도 아닌 이류무공의 끝을 보는 건 그리 어렵지도 않고요.’
일일강사 이소혜의 채찍수업도 끝이 머지않았다.
해응응은 다시금 채찍을 들었다.
7.
20번대 임무는 또 한 번의 변주가 주어졌다.
10번대 맵에 [회전]요소가 추가되었다면.
20번대 맵은 [고저]요소가 추가되었다.
선반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중앙1칸과 주변8칸, 그 주변 14칸 등등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높낮이가 변화하는 방식이었다.
채찍 시뮬레이터 어디갔냐고ㅋㅋ
서커스 시뮬레이터 아님? ㅋㅋㅋ
ㄴㄴ팽이 시뮬레이터임
근본 없는 컨셉에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도 해응응은 선반들이 입체적으로 회전하는 꼴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
‘간격계산능력을 시험하는 임무들이군요.’
너무 힘을 실으면 선반 내벽까지 건드리고 온갖 것들이 와장창 무너지는 꼴을 보게 된다.
반대로 너무 힘을 적게 실으면 목표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채찍을 도로 회수하게 된다.
‘실전성이 있는 훈련이에요.’
목표물을 단순히 회수하기 위해 채찍을 휘두를 때와 죽이고자 휘두를 때, 각기 다른 상황에서는 채찍에 실린 힘도 달라야 한다.
트럭에 치이기 직전의 아이를 구할 때에 힘을 과하게 주면 아이가 다치고, 힘을 적게 주면 아이를 구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 진짜 잘하시네. 검으로도 간격을 가지고 놀던 사람이라 그런가?”
20번대 임무는 순식간에 끝났다.
검 한 자루로도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간격을 채찍을 들었다고 어려워할 이유가 없다.
[특별임무SPECIAL TASK] [임무Task 30] [유형Type 표적 쓰러뜨리기] [목표Target F2 : 기사 미니어처]30번 보스는 기사 미니어처.
전신갑옷으로 무장한 미니어처가 큼지막한 방패를 들더니 F2칸 선반을 통째로 가렸다.
머임 거북선 메타야?
와! 거북선 아시는구나!
겜 존나 잡탕이네
보스들 쪼꼬미 주제에 왤케 킹받냐고ㅋㅋ
딱 봐도 쥰내 튼튼하게 생김
“먼저 보여줄까?”
[제가 먼저 해보고 싶어요.]이소혜의 채찍을 보면 대처법은 바로 알 수 있다. 그게 유효할 거라는 확신도 있다.
그런데도 그녀가 고집을 부린 이유.
스스로 궁리하고 해결책을 찾고 싶다는 무림인으로서의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치는 이전과 같겠죠.’
표적을 맞추는 임무를 응용해 빈틈을 노리는 우회타격의 초식.
타이밍을 읽는 임무를 응용해 타이밍을 어긋나게 만드는 음파타격의 초식.
같은 수순을 따른다면 이번 테마와 공략법도 손쉽게 유추할 수 있다.
‘20번대 일반임무의 공략법은 간격계산. 그렇다면 이번에 필요한 건 간격을 속이는 간격교란의 초식이겠군요.’
시험 삼아 채찍을 휘두르자 방패의 벽에 막혀 채찍이 튕겨져 나왔다.
방패벽을 살짝 기울이며 바깥을 힐끔 엿보는 기사 미니어처.
쿵
채찍을 들고 공격하는 시늉을 하니
재빨리 방패를 닫고 수비를 굳힌다.
그 모습을 보니 그녀도 감이 잡혔다.
‘저 습관을 공략하면 되겠군요.’
어떤 식으로 간격을 속여서 기사 미니어처의 허를 찌를 수 있을까.
‘채찍을 손으로 잡기 전에 시야의 사각에서 휘두르면 되겠네요.’
망설임 없이 채찍을 들고 공격태세를 취하는 해응응.
막 채찍을 휘두르려던 그녀의 시야에 영상도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실시간 묵언검객이 원트에 깰까봐 억울해서 볼 빵빵해진 매니져 모습)
자기는 갖은 노력을 해서 기른 실력을
어떻게 단숨에 따라잡을 수가 있냐고
두 볼은 바람이 차서 빵빵해지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고
주먹은 부들부들 애처롭게 떨리는
보자마자 안쓰러워지는
이소혜의 딱한 모습을 담은 영상.
‘아차. 저도 참. 실수할 뻔했네요.’
이소혜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해응응은 정신을 차렸다.
괜히 자신이 오해해서 상승무리를 잔뜩 섞은 초식을 깨우쳤다가 그게 이소혜가 원했던 실제 초식과 딴판이 된다면.
그 무공은 이소혜의 무공이 아닌 해응응 본인이 개량한 무공이 된다.
‘시키는 대로 해도 일류에 준하는 실력이라 이류무공이 될지 아슬아슬한데 초식을 개량해버리면 일류무공이 되는 건 확정이겠죠.’
미니어처들이 너무 꼴받아서 과몰입을 하느라 잊고 있었지만, 그녀의 목적은 이류무공 배우기.
딱히 채찍 시뮬레이터를 깨려고 방송을 시작한 게 아니다.
적당히 채찍질을 몇 번 하고는 고정시점 카메라에 보이도록 고개를 저었다.
[어렵네요. 역시 숙련자의 시범을 보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그렇지?! 한 번 보고 따라하는 것도 충분히 사기인데 보지도 않고 해내는 건 진짜 억까지? 다 일일강사인 내가 대단한 덕분이라고!”
무너지려던 자존심을 간신히 회복한 이소혜.
그녀의 외침을 들으며 해응응은 생각했다.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배울 때에는 적당히 못하는 척을 하면서 일일강사들의 체면치례도 해줘야겠다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