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34)
〈 134화 〉 134 십년의 공백
* * *
1.
사무동 지원인력은 아예 팀 단위로 도착했다.
지원팀장은 소경석의 지시를 알려주었다.
길드장님이 친 사고라면 터무니없는 소동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기에 필요하다 싶은 인력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겁니다.
훌륭한 선견지명이었다.
바리깡에 머리를 빡빡 밀려 비구니가 되는 신세는 면했더라도 문파에 들어오길 희망하는 이들이 넘쳐나니.
이들을 모두 해결하기 전까지는 문파일과가 평소처럼 돌아가기 힘든 것이다.
“이들은 어떡하시겠습니까? 전부 돌려보내실 생각입니까?”
“저… 그렇게 되면 저 많은 사람들에게 그 역용술이라는 성형시술을 해야 됩니다만.”
[성형수술은 무리지만 규칙적인 수련을 하다보면 체형은 개선될 수 있을 거예요.]“알겠습니다. 해당 사항은 저희가 고지하고 희망자에 한해 받도록 하겠습니다.”
사무동에서 온 지원팀은 빠르게 방문객들을 응대하였고, 불과 30분 사이에 수백 명의 사람들은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았다.
그러고도 그 수가 무려 사십여 명. 졸지에 수련생이 이전의 배 이상이 되었다.
아직 해응응 대신 무공을 가르쳐줄 사람이 없는 상황.
‘수련생들을 대신 가르칠 교관을 양성할 때까지 당분간은 교육에 전념해야겠네요.’
묵언검객의 반요곡 방송은 이번에도 쉽게 찾아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2.
게이트 원정대 복귀환영식.
“꽃 빨리 갖다 버려!”
“카펫은 누가 깐 거야! 지금 여기가 축제 분위기인줄 알아?!”
“기자들 돌려보내. 괜한 소리 못하게 입막음 시키고.”
화환을 잔뜩 걸고 기자들까지 모아서 한바탕 성대하게 축제를 벌일 준비를 하던 협회는 급하게 행사를 취소하고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협회 감찰부 부장 곽훈은 식은땀을 흘리며 부하 직원에게 물었다.
“사상자가 얼마나 나왔다고?”
“3할이 넘는다고 합니다.”
“조졌군. 귀한 인재 데려가서 뭐하는 짓이냐고 길드들이 단단히 눈이 뒤집히겠어.”
두 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게이트원정대.
원정 자체는 성공했지만
발생한 인명피해는 도저히 기뻐할 수 없었다.
십대길드 출신 A급 각성자들이 대거 사망한데 비해 협회 소속 A급 각성자들은 사상자가 전무했던 것이다.
곽훈은 그 이유를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쪽 A급들이 멀쩡한 건 역시 그분이 힘을 써주신 덕분인가?”
스스로를 무림비망록의 귀환자라 밝힌
협회의 최고전력.
[매우 어려움] 난이도의 생환자.“예. 백대협께서 많이 신경 써주셨습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협회소속 A급 각성자들은 전부 뼈를 묻었을 겁니다.”
귀환자 백소천.
협회 내부에서는 백대협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마침내 협회에 복귀했다.
쟁쟁한 십대길드나 새로운 골칫거리에 맞설 강력한 억제력이 돌아온 것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백대협.”
청색 문사복에 학사모를 쓴 삼국시대 문관 같은 별난 차림새의 백소천.
손에 들린 부채를 까닥거리며 인사를 받아주는 모습에 곽훈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가 감찰부 부장이 되기 전에 그 자리에 있던 상사는 제 발로 협회를 찾아온 백소천을 보고 대놓고 폭소했다.
으핳하핳하! 제갈량 아니냐? 이거 완전 꼴통새끼네. 각성자 중에 또라이 같은 놈들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고퀄리티는 난생 첨이야.
백소천은 허허 웃으며 전임 감찰부장의 조롱을 웃어넘겼다.
그로부터 며칠 뒤, 상사는 소리 소문 없이 실종되었고 곽훈은 새로운 감찰부장이 되었다. 백소천은 그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승진 축하하네. 전임 감찰부장이 자네의 과묵함의 반만 닮았어도 승진은 힘들었을 텐데, 무능한 상사 덕에 운이 따랐구려. 안 그런가?
언중유골?中??.
말 속에 뼈가 있는 경고였다.
‘인상 좋은 웃음과 달리 속이 시커먼 작자. 절대로 저분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돼!’
다행히도 백소천은 기분이 나쁘진 않아보였다.
“마침 슬슬 찾아오리라 생각했네. 협회에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지?”
“자료를 보셨습니까?”
“준비한 이의 성의가 있는데 실망시켜서야 쓰겠나. 가져온 정보부터 보여주게.”
곽훈이 서류를 내밀자 앉은 자리에서 손을 내민 백소천.
모양 빠지게 책상 너머까지 상반신을 내밀어서 건네줘야 하나 곽훈이 멈칫하기도 잠시, 그의 손아귀에서 서류가 쏙 빠져나갔다.
‘어어어?’
착.
청소기로 쏙 빨아들이듯 서류를 날아오게 만든 백소천. 순간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압력을 떠올려보면 종이로만 저 짓이 가능한 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사람의 목도 앉은 자리에서 뚝 분지를 수 있는 거 아니야?’
각성자협회의 삼대장이라 불리는 세 명의 실력자.
그 중 하나인 백소천의 무위는 무려 S급.
십대길드의 길드장들이나 국가안보국의 유령 정도가 아니면 견줄 자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실력자다.
그에게 무엇이 가능한지를 따지는 것보다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따지는 게 빠를 만큼 백소천의 역량은 엄청났다.
‘이상하군. 오늘따라 잘난 체가 적은데?’
21세기에 제갈량 코스프레나 하면서 섭선으로 사람 목 따고 다니는 미친놈답게 평소라면 자기자랑에 심취해야 하건만.
어째서인지 서류를 넘겨보는 백소천은 입을 굳게 다물고 표정도 잔뜩 굳어있다.
“자네에게도 말한 적이 있겠지. 이 백 모가 경험했던 무림비망록은 본인보다 강한 자들이 기라성처럼 널려있었다고.”
“백대협의 지고한 무위를 감안하면 아직도 그리 믿겨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럼 더욱 귀담아듣게. 해응응. 이 자는 무림비망록에서도 이 백 모가 무림맹의 권력을 이용해 직접 손을 썼던 인물이네.”
곽훈의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
“그 말씀은 이 자가 백 대협과 같은 무림비망록의 귀환자라는 뜻입니까?”
“그런 셈이지.”
놀랍기는 했지만 차라리 잘됐구나 싶었다.
저쪽에서도 백소천이 노리던 적이라면 해응응을 좋게 생각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백소천이 죽이고자 했던 사람이 살아남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가?’
곽훈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조차 안 됐다.
그래서 더욱 겁이 들었다.
‘뭔가가 잘못됐어.’
느긋하게 풍류를 즐기듯 부채질하던 백소천의 손짓이 언제부터인가 뚝 끊겼다.
“무림에서는 그녀를 자화요녀라고 불렀지.”
미친 컨셉충이 컨셉에 몰입하지 못했다.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자화요녀라. 무슨 뜻입니까?”
“알려고 하지 말게. 자네가 알아서 득이 될 일은 하나도 없으니.”
한참을 뚫어져라 서류를 바라보던 백소천이 발뒤꿈치로 의자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 뒤의 벽에 부딪힐 기세로 밀려나간 의자가 스스로 속도가 줄어들더니 벽 앞에 이르러서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고 딱 붙었다.
“해응응은 무림공적이 되었고, 중원무림 전체를 적으로 두고도 죽지 않았지. 자네가 알아야 할 건 이것뿐이네.”
그 강력한 무림맹조차도 해응응을 처단하는 데에 실패하였다.
각성자 협회의 전력도 작지는 않지만 십대길드조차 발아래에 두지 못한 지금, 그녀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는 지극히 어리석은 짓.
백소천의 눈이 가늘게 좁혀지며 곽훈이라는 인간을 속속들이 꿰뚫어 볼 것처럼 응시했다.
흠칫
뱀 앞에 선 쥐새끼처럼 부르르 떠는 곽훈.
백소천의 눈에는 그의 무공수위가 보였다.
‘맹의 단주급 지위에 올라선 작자가 그에 걸맞은 실력조차 지니지 못했으니. 이런 전력으로는 해응응에게 견주기엔 어림 반 푼어치도 없겠구나.’
겁도 없이 황실의 보고에서 무공비급을 훔쳐 달아난 천하제일미녀.
무림맹의 적이 되고도 끝내 살아서 도망친 무림공적, 자화요녀.
혈교의 주구가 되어 중원으로 돌아온 혈교의 꼭두각시, 수라귀녀.
‘그 세계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은 무공의 수위조차도 절정 최상급을 웃돌았었지.’
무림맹의 군사로서 단 한 번의 작전입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백소천.
비록 그가 직접 주도한 작전이 아니었다고는 하나, 황실과 무림맹, 혈교의 덫에 번번이 빠졌던 그 여자가 현대로 돌아왔다는 말인 즉.
‘강해졌다는 뜻이겠지.’
그녀의 무공수위는 절정 최상위였던 예전보다도 한층 더 성장했다고 가정해야만 했다.
‘하북쌍웅이 뒤를 쫓았고 죽었다. 종남삼검도 뒤를 쫓고 죽었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그녀를 죽이라고 보낸 이는 안휘제일검 남궁벽.’
하지만 해응응은 죽지 않았다.
잃었던 사지까지 되찾아서 멀쩡한 몸으로 현대에 돌아왔다.
초절정고수인 남궁벽조차도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역으로 살해당했음이 틀림없다.
‘시기상으로는 10년인가.’
무림맹의 군사로서 중원무림 권력구도의 한복판에서 군림해왔던 백소천조차도 다가올 전란의 시대에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모든 권력을 포기하고 미련 없이 현대로 생환하였던 날로부터 10년.
그만큼이나 긴 시간을 무림공적의 신분으로 살아남은 해응응이 어떤 괴물이 되어있을지 백소천은 상상조차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그 여자는 강하다. 어쩌면 매우어려움 난이도 생환자인 자신 이상으로.
“오늘 이후로 해응응에 대한 일은 모두 잊게. 이는 협회의 기획조정실장으로서 직접 내리는 명령이기도 하네.”
부하들의 눈이 아닌 본인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방해만 될 세작들은 모두 치우고 직접 가서 확인한다.
“…….”
이 웃기지도 않는 짓거리 뒤에서 무슨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지.
무림 전역에 소문만 무성하던 천하제일미녀의 실물은 어떠한지.
초절정에 도달했던 무공은 어디까지 되찾았는지.
두 눈으로 직접 견식할 시간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