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37)
〈 137화 〉 137 수련의 성과
* * *
1.
각성자 협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백 대협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장 해명하십시오!”
협회의 많은 실력자들이 백소천의 공백에 비명을 질렀다.
당장 그의 강력한 정적이자 협회 삼대장 중 한 명이던 성무길이 협회장실에 들이닥쳤다.
“협회장! 설명하시오. 기획조정실장이 사직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오?”
협회장 박재호.
십자모양으로 칼자국이 난 왼쪽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오른쪽의 독안으로 사무용 패널을 노려보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올해로 쉰 살에 접어든 장년의 협회장은 각성자의 인권을 위해 정부와 싸워 권력을 쟁취한 2세대 각성자.
그의 노고를 고려해서라도 지금껏 다른 이들은 협회장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았다.
성무길 또한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백소천이 사직했다는 소문을 접하기 전까지는.
“사실이군.”
“견원지간인줄로만 알았더니 보기보단 사이가 좋았나보지.”
“쓸데없는 소린 집어치우시오! 백소천 그 자가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할만하다는 건 협회장인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 아니오.”
웃기지도 않는 수염이나 기르고 다니는 제갈량 코스프레 충이라며 뒤에서 험담을 듣는 백소천이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모두가 인정했다.
협회의 삼대장 중 하나로 협회최강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무력.
십대길드의 A급 각성자들이 죽어나간 이번 게이트 원정대에서도 협회소속 A급 각성자들만큼은 모두 살려낸 통솔력.
십대길드의 중재와 협상을 위해 세워진 공동조약기구에 불과했던 각성자협회에 십대길드와 대등한 권력구도를 구축해낸 지력.
협회의 전략기획과 업무조정, 예산총괄을 맡은 주요부서의 우두머리이자 사실상 협회장의 뒤에서 협회 전체를 컨트롤하는 행정력.
백소천은 어느 방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만능형 인재였고, 이는 그의 정적이었던 성무길조차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십대길드 분할지계는 어찌할 셈이오.”
“그가 남긴 계획을 따라야겠지.”
“그 없이 계획의 실현이 가능할 리 없잖소! 이대로는 협회가 먼저 쓸려나갈 거란 말이오.”
성무길은 백소천이 협회에 출사하기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자.
그가 비록 자신의 권력을 상당부분 빼앗았다고는 하나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협회의 입지를 얼마나 드높였는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상하군.”
한쪽 눈이 감겼지만 대신 남은 하나의 눈의 깊이는 더욱 깊어진 협회장.
그 서슬 퍼런 독안에 차가운 빛이 어렸다.
“언제부터 자네의 관심사에 협회의 안위가 포함되었지?”
“……13년은 긴 시간이오.”
“약해졌군.”
“그러는 당신은 기분 나쁠 정도로 13년 전과 무엇 하나도 변하지 않았소. 그 섬뜩한 성격도, 속을 알 수 없는 태도도.”
심지어는 그 외모조차도.
세상은 백소천이 협회장의 뒤에 숨어서 흑막으로 활동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십대길드에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 약속만 잊지 마시오.”
권력투쟁에 패배하여 십대길드에서 좌천되다시피 쫓겨난 성무길.
그의 십대길드를 향한 변치 않는 원한에 협회장 박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무길은 알기 쉬웠다.
원한도, 목적도.
백소천도 알기 쉬웠다.
원한도, 목적도.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더는 아니게 되었다.
“해응응이라.”
그 야심 많던 남자가 웃기는 이름을 지닌 여자에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자신이 내어주었던 모든 기회와 권력을 마다할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박재호의 감긴 왼쪽 눈이 꿈틀거렸다.
‘…아직은 이 눈을 뜰 때가 아니다.’
이 눈은 보다 먼 미래를 위해 필요할 터.
박재호는 인내했다.
‘넘어오지 마라. 침범하지 마라. 그리하면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다.’
협회장은 이번에도 눈을 감았다.
지난 십여 년을 그래왔듯이.
2.
“요즘 제자양성에 재미를 붙이신 모양입니다.”
우지우의 물음에도 해응응은 선뜻 긍정했다.
길드의 규모가 커지며 잡다한 임무로 협회 공적치를 모을 필요가 없어졌다.
덕분에 외근으로 발붙일 새도 없던 우지우는 수련동에서 살다시피 했다.
“게임방송은 안하셔도 됩니까?”
[게임보다 흥미로운 사람이 생겼어요.]백소천.
무림비망록의 당랑권을 구사하는 남자.
그는 아무리 봐도 동향사람이었다.
‘그 험난한 세계에서 돌아온 생환자가 저 말고도 또 있었다니, 신기한 일이에요.’
반가운 마음이야 크다.
저쪽 세계에서는 어떻게 지냈었는지 묻고 싶은 마음도 제법 크다.
그러나 이야기라는 것이 어디 한쪽만 일방적으로 묻는 입장이 될 수 있던가.
그녀가 그에 대해 궁금해 하는 만큼
그도 그녀에 대해 묻기 시작할 터.
‘제게는 적이 많았었죠.’
명색이 생환자라면 자화요녀로 악명을 떨친 그녀를 모를 리가 없다.
그녀가 죽인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이라면 복수를 하겠다며 덤벼들지도 모르고, 덜컥 겁을 먹을 수도 있다.
기껏 모든 은원을 청산하고 돌아온 이상, 지난 은원에 다시 사로잡히고 싶지는 않았다.
‘분명 저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미묘한 침묵이야말로 서로를 위하는 배려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해응응은 이런 침묵이 좋았다.
남들은 모르는 비밀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우지우는 그게 퍽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해응응의 관심을 돌리고자 애썼다.
“그 친구가 그 당랑권인가 하는 거에 그렇게 일가견이 있습니까?”
[수준급이에요. 제 기준으로도 나름 높은 점수를 줄만해요.]“그럼 이참에 교관으로 삼아보는 건 어떻습니까? 언제까지 혼자서 제자들에게 무공을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수도 부쩍 늘었는데.”
나름 옳은 소리였다.
해응응이 게임을 하지 못하는 이유.
그 절반의 지분을 백소천이 지니고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늘어난 제자들이 지니고 있다.
“음양오행당랑권을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란 말이오?”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교관이 필요해서 도움을 구하는 것뿐이니까요.]“싫은 건 아니오. 다만 제 음양오행당랑권은 워낙 입문난이도가 높은 탓에 아무나 쉽게 배울 수는 없소.”
[입문조건이 있나요?]“높은 지능과 C급 이상의 각성등급, 혹은 이류 이상의 경지를 필요로 하오.”
해응응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모처럼 흥미로운 무공이다 싶었는데.
다른 제자들도 배워봤으면 싶었건만 조건이 저리도 까다로워서야 배울 수 있는 사람 찾기도 만만찮은 일이 된다.
“근데 당랑권이 한글로 해석하면 사마귀권법 뭐 그런 겁니까?”
“우지우 간부도 배워보고 싶으시오?”
“아, 전혀 아닙니다. 제 머리로는 절대 못 배울 겁니다. 근데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사람은 한 명 알고 있어서 말입니다.”
우지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경석이 코드네임이 사마귀인간 아니겠습니까. 마침 권법이름도 사마귀권법이고,”
[머리도 좋은 편이죠.]“각성등급도 C급이고 말입니다.”
해응응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건 소경석을 위한 무공이었다.
“등급이 낮아서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몇 번 이름을 들어본 것도 같군. 알겠소. 한 번 만나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무공은 배우고자 하는 이의 의지보다
가르치고자 하는 이의 의지가 중요하다.
돈만 내면 쉽게 배울 수 있는 현대 학교나 학원의 지식과 달리.
무림인의 무공은 가르치는 이, 스승 된 자의 마음에 들어야만 전수받을 수 있다.
‘기회는 만들어줬으니 그걸 잡는 건 경석씨 하기 나름이겠죠.’
우지우의 꼬드김에서 비롯된 가벼운 제안.
모두가 당연히 생각했다.
무공을 배울 기회가 주어지면 소경석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하지만 그들은 잊고 있었다.
소경석이 지금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훌륭하군. 직접 만나 대화해보니 확실히 알겠어. 모든 입문조건을 충족하였으니 네게 음양오행당랑권을 전수하도록 하지.”
백소천이야 악의는커녕 호의를 베풀었다.
우지우도 동료를 챙겨주려는 마음이었다.
이를 수락한 해응응도 오래도록 자신을 따른 소경석에게 좋은 무공 하나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백소천을 보냈다.
‘이걸 어떻게 거절해.’
갑자기 시험이네 뭐네 하면서 찾아온 B급 각성자가 손짓으로 빛을 뿜고 주먹질로 벽을 뚫고 녹이고 난리를 벌인다.
심지어 길드장과 우지우의 추천으로 어렵게 찾아온 사람이라 거절하기도 힘들다.
“자. 어때, 따라할 수 있겠나?”
“할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럼 매일 두 시간씩만 연습하도록.”
잠자는 시간 빼고 쉬는 시간이 몇 시간이더라?
딱 두 시간이었네.
소경석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스케쥴이 좀 바빠서…”
“그럼 일을 더 빨리 하면 되지 않는가.”
“아니, 이게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만 사업이라는 것이…”
“본인도 각성자협회에서 기획조정실장 노릇 하던 사람인데, 시간은 만들면 나온다네. 자네의 사업이 협회 기획조정실의 일보다 바쁜가?”
“예?! 기획조정실장이라니. 서, 설마. 협회의 삼대장이라 불리는 그 백 대협이십니까?”
“알아보았다면 더욱 딴 소리는 못하겠지.”
소경석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우주공간에서 벤치를 불태우는 취미생활은 더 이상 즐길 수 없겠구나!’
일이 너무 많고 바쁜 나머지 퇴근할 적이면 늘 두뇌가 과부하 된 소경석.
본래는 머리를 식히고자 퇴근 후에 취미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던 시간마저 수련에 시간을 뺏기게 되었으니.
오늘은 걔 없네?
누구?
대기권 벤치빌런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했는데
이 시간에 벤치가 불타는 모습이 안보이니 먼가 어색해
ㅇㅈ
이날, 묵언검객의 우주대기공간에서는 날마다 무의미하게 벤치를 잔뜩 사서 대기권에 불태우는 대기권 벤치빌런이 종적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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