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13)
〈 213화 〉 213 1인자와 2인자의 싸움
* * *
1.
자박. 자박.
물에 젖은 발소리는 귀를 트이게 만든다.
와이즈는 그 소리가 싫었다.
발을 적시는 것이 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끈적거리며 질척거리는.
보다 기분 나쁜 질감의 피.
지독한 피바다 위에서 홀로 살아남은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적과 아군의 피가 뒤섞인, 마치 지옥 같은……
“와이즈.”
걱정스레 그를 부르는 목소리.
테레사의 부름에 와이즈가 정신을 차렸다.
“노즐로부터의 보고는?”
“차량 한 대 접근. 이능력자 여섯 감지. 교전 개시, 라고 했어.”
“그런가.”
“걱정돼?”
“조금은.”
“이번 신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조금 신경 쓰여서 뒤를 캐봤거든.”
“결과는 어땠지?”
“완전 깨끗. 흔한 신용카드 기록이나 메신저 기록 하나 없어.”
“수상하군.”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지 않아? 뭔가 꿍꿍이가 있는 이상, 쉽게 죽지는 않겠구나 하고.”
언제나 그렇듯 긴장을 풀어주는 테레사의 농담에 와이즈는 어깨에 들어간 힘이 적당히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가 떠올랐다.
남자의 등을 무겁게 만드는 여자가 공주님이라면 가볍게 만드는 여자는 현모양처라고 했던.
노즐의 수다에서 들어볼 법한 이야기.
“너는 좋은 아내가 될 거다.”
“…무슨 의미야?”
“아무것도 아니다. 슬슬 움직이지. 지하수로의 감지기에 생명반응이 포착됐다.”
“그거 혹시 프로포즈야?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 말??”
“나중에 얘기하지.”
“나중에 언제?!”
“이번 임무가 끝나면.”
해응응이 한참 무쌍을 찍는 사이.
착실하게 사망플래그를 새기는 두 사람이었다.
2.
지상 검문소.
해응응과 노즐은 남자를 심문했다.
“정체가 뭐냐.”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의사입니다.”
[지하는 몇 명이 갔죠?]“알려드리면 저희를 놓아주실 겁니까?”
“적어도 당장 죽지는 않겠지.”
“…저희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입니다. 아이들이 일곱, 그리고 론 베르거님이 계십니다.”
노즐이 탐지기를 꺼내들었다.
“탐지기는 론 베르거가 당신이라고 말하는데.”
“베르거님께서는 모두가 함께 이동하면 다 같이 죽을 뿐이라며, 제게 미끼 역할을 맡아 달라 부탁하셨습니다.”
“이건… 보조장비에 있어야 했던 발신기!”
당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와이즈, 들려? 와이즈!”
[응답했나요?]“틀렸어. 통신차단이다. 교전이 시작된 게 틀림없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시간제한이 활성화되었다.
[와이즈팀의 지하수로조가 적의 함정에 빠졌습니다.] [지원이 늦을 시, 팀원이 사망합니다.] [남은시간 00:10:00]제한시간 10분.
이동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원하는 정보는 모두 말했으니 이제 약속을 지켜주세요.”
해응응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즐. 수면가스로 실험체들을 재워주세요.]“능력을 사용하라니. 당장 지원을 가야한다니깐! 어서 이 녀석들을 모조리..”
해응응은 깨달았다. 자신이 없이 노즐만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지금 그가 보인 태도로 미루어보아 지하수로조가 함정에 빠졌음을 눈치 채더라도 위쪽의 적을 소탕하는데 중점을 두었을 것이다.
[노즐. 동료의 목숨과 임무. 당신에게는 어느 쪽이 더 중요하죠?]“그야 동료가 중요하지!”
[그럼 저들을 궁지로 몰지 말아요. 당신의 능력이라면 제압으로 평화롭게 끝날 수 있어요.]노즐의 얼굴에 고뇌의 기색이 어렸다.
시간은 시시각각 줄어든다.
그가 짜증스레 팔목의 장치를 조작하더니, 뿌연 수면가스가 실험체들을 잠재웠다.
“묵언검객. 네가 가라.”
[그래도 괜찮겠나요?]“의사선생이라는 녀석도 전혀 잠들질 않고 있어. 한 명은 남아서 여길 지켜야해.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강한 사람이 가야 도움이 되겠지.”
노즐이 무언가를 휙 던져서 건넸다.
가볍게 손가락 끝으로 낚아채어 받았다.
“우산이다. 락커룸에서 하나 주웠지.”
“…….”
“가라. 그 우산으로 와이즈와 테레사를 지켜줘.”
묵언검객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헬세살의 본래 스토리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 이 시작되었다.
3.
“저 인간은 전생에 땃쥐가 틀림없어.”
갑자기?
대쉬맨 오피셜> 묵언검객은 두땃쥐파를 공식 팬클럽으로 지지해
이거 응애야
음해겠지ㅋㅋ
마망검객이니까 응애가 맞음
“어떻게 게임을 할 때마다 혼자 히든루트란 히든루트는 전부 개척 하냐고!”
대쉬맨의 헬세살 첫트에 비하면 묵언검객의 플레이는 예술이다.
가속능력을 얻고 신나서 고속도로를 질주하다가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스포츠카에 치여 죽은 것에 비하면 뭐든 예술이 아니겠냐만은.
덕분에 대쉬맨의 채팅창은 니 실력에 양심이 있냐, 비교할 걸 비교해라 등등 날선 반응으로 단단히 곱창이 나버렸다.
“멈춰! 괴롭힘 멈춰!”
야랄말고 화면이나 돌려주세요
묵언검객 뛰는 속도를 관전카메라가 따라가질 못하자너…
화면은 움직이는데 플레이어는 안 보이는 마술
머지 버근가?ㅋㅋ
미니맵 보는데 속도 진짜 살벌하네
누가 보면 스피드마스터인줄 알겠네
묵언검객도 은근히 빨라
지하수로의 복잡한 통로를 질주하는 속도가 시가지를 주행하는 자동차 속도보다도 빠르다.
뭐지?? 어째서 반요곡을 하다 말고 딴 겜을 또 하는 것이지??
앜ㅋㅋㅋ 본인등판
보고 있었구나 스센세!
응 스피드마스터 히든루트 기약 없죠? 묵언검객 반요곡 엔딩 안 보고 1주년 찍을 기세죠?
스센세 저혈압 걱정은 없겠네ㅋㅋ 묵언검객이 혈압은 잘 올려주자너
대신 고혈압으로 쓰러지시겠는데요!
약 한 사람만 속이 타는 가운데.
묵언검객은 무려 2분이나 여유시간을 두고 교전이 한창인 지하수로에 도착했다.
조직의 1인자 와이즈와 2인자 론 베르거의 이능력대결은 스케일부터가 달랐다.
지하수로의 하수를 통로 전체로 퍼뜨려 대량의 얼음을 만들어내는 론 베르거.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얼음기둥이 회전하며 자그마한 얼음회오리를 형성하고, 살이 에이고 신발이 얼어붙는 맹추위가 엄습했다.
“쉴 틈을 주지 마!”
“계속해서 몰아붙여!”
“베르거 씨의 능력을 돕는 거야!”
얼음조작이 쉽도록 물을 뿌리고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실험체들.
이능력의 연계발동으로 엄습해오는 얼음가시들의 양과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와이즈가 좌에서 우로 한 차례 손을 휘두르자 얼음가시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매섭게 날아들던 얼음다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압축에 당하니, 위력적인 공세가 무색하게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얼음알갱이들이 됐다.
“이건 사기잖아.”
“그 많은 공격이 단번에 무산됐다고?”
손짓 한 번이면 수십 개의 공격이 일거에 무력화되는 불합리한 전투.
와이즈의 절대적인 능력동시제어력 앞에서는 어떤 공격도 압축을 피해가지 못했다.
“동요하지 마라. 공격은 압축할 수 있지만, 빼앗긴 열마저 돌아오는 건 아니다.”
론 베르거.
그 또한 조직의 2인자의 이름값을 했다.
거듭해서 공격을 펼치고 막히지만.
그 진가는 공격 그 자체가 아닌 공격을 통해 발생하는 부가효과에 있다.
얼음이 얼어붙으며 주변공간의 열을 빼앗고, 점차 온도를 낮추어간다.
가혹해지는 온도 속에서 신체와 두뇌가 둔감해지고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저 와이즈도 모든 공격을 대처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 번이라도 좋다.
한 번만 저 철옹성 같은 방어가 뚫린다면 론 베르거는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대로 얼려 죽여버려!”
“벽을 쳐서 퇴로를 막아!”
“베르거님의 말씀대로다! 온도를 계속 낮춰버리는 거야!”
기세등등하게 소리치며 몰아붙이는 실험체들.
파상공세 앞에서 테레사는 꼼짝도 못했다.
“아직이야?!”
“지금이다.”
지휘라도 하듯이 연거푸 손을 휘두르며 모든 공격을 압축해왔던 와이즈.
그가 양손을 모아 힘껏 내질렀다.
그의 능력 사용은 심플하게 극악무도했다.
자신의 전방 전체를 ‘압축’해서 수로 저 너머로 날려버린다.
얼음투성이 수로도.
열을 빼앗긴 대기도.
범위에 속한 대상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압축을 사용하며 발생한 공간과 공간 사이의 시커먼 틈새.
그 찢어지는 구멍으로부터 주변공간을 흡입하는 강한 흡력이 발동하며 실험체 몇몇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빨려 들어갔다.
휘이익 펑!
되돌아온 공간.
채워진 공간의 틈새에 빨려 들어간 이능력자 넷의 신체부위가 모조리 터졌다.
“아아악! 손이!”
“다, 다리가 사라졌어어!”
“사, 살려…”
목숨을 애원하던 실험체.
그의 머리에 반투명한 공기구슬이 닿았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의 머리가 손톱만한 크기로 압축됐다.
두말 할 것도 없는 즉사였다.
‘조직의 1인자의 싸움은 이런 건가요. 굉장히 위협적인 이능력이네요.’
압축에 더불어 빈 공간에서 발생하는 흡력과 물질파괴까지.
와이즈의 압축능력은 쓰기에 따라 여러 개의 능력을 지닌 것이나 다름없었다.
싸움의 수준은 높았다.
지켜보는 묵언검객도 이를 인정했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저기요. 님 안 들어가세요?
언제까지 구경하냐고!
아니 무친련아! 지하수로조 안 돕냐고!!
아ㅋㅋ 싸움 구경은 절대 못 참지
눈앞에서 라이브로 얼음쇼가 펼쳐지는데 이걸 어떻게 참냐고ㅋㅋ
높은 수준의 싸움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묵언검객이 격전지에 들어갈 생각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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