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48)
〈 248화 〉 248 묵언검객의 동료
* * *
1.
기둥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 ‘살아있기’를 해버린 승천의 기둥ㄷㄷ
저게 공격 가능한 대상이었다고??
이딴 걸 숨겨놓고 누군가 깨기를 바라고 숨겨둔 제작사 실화냐?
시미럴 사 진짜 개또라이들이네ㅋㅋㅋ
반경10km가 넘는 상승지대를 지탱하는 기둥을 때려잡으라고? 칼이 박히기는 해?
상상도 못한 히든레이드보스의 정체에 충격에 빠진 시청자들.
놀란 건 스피드마스터도 마찬가지였다.
“와. 나도 나름 최고난이도로 도전해서 절망의 집합체 발견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한술 더 떠서 히든레이드보스가 있었네?”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는 둘째 치고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저런 말도 안 되는 크기의 기둥이 토벌대상이라고 어찌 상상이나 하겠는가.
자 여기가 관광명소 승천의 기둥이고. 이제부터 저게 일어나서 여러분을 공격할 거야
ㅋㅋㅋㅋ
무슨 공포물이냐고ㅋㅋㅋ
와 기둥에서 팔 뻗어 나오는 거 봐라 ㅅㅂ
이거 완전 거다이맥스 부기맨 아니냐?
진짜네
옷장 대신 기둥에 숨은 부기맨ㄷㄷ
규모의 거대함에는 필연적으로 장엄함이 뒤따른다.
산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가슴에 호연지기를 심어주고, 거대한 짐승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을 일으킨다.
그러나 거대한 자연재해는 용기도 경외심도 심어주지 않는다.
공포와 절망.
오직 마음을 무너뜨릴 뿐이다.
빌딩만한 크기의 거대한 팔들은 움직이기 전부터 마음을 꺾었으니, 진행경로에 걸친 요괴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이었다.
“도원향… 가고 싶었는데…”
“엄마야…”
힘겹게 빚어낸 거주지가, 문을 넘을 자격을 얻고자 쌓아온 재산이, 요괴들의 존재가 손아귀에 붙잡혀 산산이 터져나간다.
오직 묵언검객과 부기맨만이 그런 재해를 밑으로 두고, 팔의 위로 올라탔다.
스스슷
선풍처럼 가볍게 내달리는 주행.
묵언검객의 걸음이 오간 길에는 붉은 꽃이 매화처럼 흩날렸다.
태극과 나선, 팔괘와 마방진의 모양으로 상흔이 새겨졌다.
거대한 팔 하나가 걸레짝이 되는 사이, 상처부위를 부기맨의 손이 헤집었다.
먹이를 사냥하는 매처럼 내리꽂아 쥐어뜯는 권조술. 넋을 잡아당기는 무술이라는 이름처럼 우악스러운 손짓이 살 속에 감추어진 뼈에 도달했다.
치지이이익!
공격은 통했다.
하지만 팔의 내부에는 독혈이 흐르고 있었다.
비대해진 몸을 지탱하기 위한 근육과 뼈의 강도도 심상치 않았다.
‘힘이 부족한가.’
독혈을 막아내고자 투력이 소모되고, 단단한 근육을 찢고 뼈를 뽑고자 악력이 소모된다.
산을 부수는데 힘을 써봤자 산보다 부수는 이가 더욱 힘들 듯이 고작 팔 하나를 상대하는 데에도 힘이 소모되는 건 도전자였다.
‘그저 저 거대한 도원향을 지탱하기 위해 무절제하게 수용하고 포식한 결과가 이 꼴인가?’
부기맨은 규모의 폭력과 장엄함 속에 감추어진 나약함을 보았다.
모든 요괴에게 존재하는 진화의 방향성.
승천의 기둥이 지닌 방향성은 도원향을 지탱하고 떠받들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인간과 희로애락을 나누고자 특정한 감정에 집착하는, 특정한 성취에 집착하는, 세속적인 욕망을 달성하고자 변화하는.
그런 보통의 요괴들과는 완전히 상궤를 달리하는 성장이다.
그것은 돌이 되고 싶다고 돌이 되고, 산이 되고 싶다고 산이 되려는 것과 같았다.
전자라면 차라리 귀여운 구석이 있다.
둔갑술.
변신술.
형체를 바꾸어 위험을 피하고 적을 속이고 싶은 약한 요괴들이 꿈꾸는 소재니까.
후자는 그렇지 않았다.
위험을 피하지도, 적을 속이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 그 자체가 될 뿐.
의지가 없기에, 다루는 이의 뜻대로 휘둘리기에 가능한 지극한 자기희생의 끝에 이루어진 참담한 결과다.
대요괴를 향한 증오가 차오르지 않을 수 없다.
“잘도 내 신체를 여기까지 욕보였겠다.”
부기맨의 옷장 위로 솟구치는 기운은 이제 암흑투기라 불러야 마땅했다.
살귀의 본능이 불길한 힘을 넘어서 농밀한 살기로 변모했다.
증오가 더해지고.
분노가 점점 깊어지며.
일거수일투족에 요계를 방랑하며, 인계로 돌아오며, 묵언검객의 여정을 함께 하며 보았던 힘과 기술의 묘리가 접목된다.
묵언검객이 걸어 다니는 검법의 보고라면 부기맨은 날아다니는 권조술의 보고였다.
‘묵언검객. 저 인간을 알기 전까지의 내게는 힘이란 그저 세게 휘두르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
요력을 많이 싣고 조금 더 빠르게 발산한다.
강공과 쾌공의 변주.
시작은 고작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달랐다. 아니, 그녀만이 달랐다.’
정교한 규칙과 법칙으로 자아낸 힘의 아름다움을 펼쳐냈다.
섭리와 이치를 궁구하고, 이를 위배하는 역천의 힘으로 위험을 담보로 힘을 강화했다.
기를 막처럼 펼쳐 막아내는 방어술.
거기에 일시적으로 전신의 신진대사를 늦추는 위험을 부담하여 외부로 향하는 기를 더한다.
수천 개의 투로를 새겨 받아치는 반격술.
거기에 뇌로 향하는 혈도를 비틀어 찰나지간에 무의식적인 반응의 속도와 세기를 더한다.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금기라 불리기에 마땅한.
본래의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대적을 꺾기 위해 탄생한 마공들.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힘 같았지.’
요괴왕의 사생아는 그녀에게서 같잖은 모정이나 갈구했다.
그에 비하면 나락의 왕이 차라리 나았다.
그는 목숨을 내려놓고 자신의 전부를 내던지는 마공의 이치에 입문했으니까.
부기맨은 달랐다.
입문 따위, 진즉에 지나쳤다.
스스로도 제법 높은 성취를 얻었음을 알고 있다.
그 결과가 눈앞의 광경이다.
푸슈슈슈슉!
그오오오오…
거대한 팔의 동체에서 폭포수처럼 탁한 독혈이 쏟아진다.
싸움의 여파로 무너진 거리.
잔해 속에 숨어있던 요괴들이 독의 피에 녹아내리며 절규했다.
거대한 팔도 절규했다.
팔의 끝, 손바닥에 달린 거대한 입이 고통에 울부짖었다.
포식만을 위해 발달된 기관.
끝없는 식탐이 구현된 입.
살귀에서 식귀로 전락한 신체가 비명을 자아내고, 무절제하게 취했던 쓰레기 같은 힘들이 섞인 피를 쏟아낸다.
구구구구
고고고고
그렇게 쓰러뜨린 하나의 팔이 무색하게 쏟아져 나오는 십여 개의 팔들.
심혈을 기울여 쓰러뜨렸다면 절망을 안겨주는 광경이겠지만, 스피드마스터를 비롯한 수많은 다회차 플레이어들이 공략을 포기할 대목이겠지만.
묵언검객과 부기맨은 달랐다.
새발의 피, 빙산의 일각.
그것의 무어가 문제인가.
‘요괴의 성장에 방향성이 있듯이 무술의 구현에도 방향성이 있다.’
대부분의 무술은 인간이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서 발달되었지만, 무림인의 경지가 높아지면서 초인이 초인을 상대하기 위함으로 변화했다.
하늘을 떠도는 구름과도 같이 자유로운 검을 추구한 자가 있었고, 쏟아지는 비처럼 저항을 무색하게 만들 비도술을 꿈꾼 이가 있었다.
신주이십사강.
천하쟁투의 주역들.
24명의 강자들이 바로 그러했다.
신검일후 해응응.
그녀는 무술의 가능성을 궁극으로 연마해 개화한 초고수들과 자신의 무술을 맞부딪혔다.
누구의 가능성이 보다 실전적인지.
누구의 가능성이 보다 우위를 점했는지.
가장 깊고 먼 경지로 나아간 자가 누구인지.
이를 겨루는 과정에서 깨달았다.
자신이 가지 않았던 길의 가능성들을.
자신이 익히지 않았던 무술의 이치들을.
그 모든 가능성을 기억하고 섭렵했던 결과.
그녀의 안에 녹아들었던 가능성은 반요곡에서 재현되었고, 이는 부기맨의 눈에 닿았다.
‘인간조차도 그만한 가능성을 피워낼 수 있을진대, 대요괴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 몸이 궁극에 닿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패턴이 바뀌며 하늘 높이 올라간 팔들이 지상을 내리쳤다.
구역 단위로 도시가 뭉개지고, 구겨지며, 침강하는 지반과 함께 부서지는 끝에 화산재처럼 치솟은 흙더미가 근방 구역을 덮친다.
재해.
종말.
요괴들이 무시하고 외면해왔던 하강지대의 실체가, 그들의 죽음과 절망을 집어삼키며 자라난 절망의 집합체가 도시에 최후를 고한다.
개미떼처럼 쓸려나가는 요괴들 사이로 맞설 수 있는 유이한 존재.
묵언검객의 검과 부기맨의 손이 진동했다.
해응응은 자신의 검에 바다를 담았다.
어떠한 공격도 수용하고 받아내는,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바다.
수세를 취함에 있어서는 끝이 없으나, 바다가 진노하면 온 세상이 두려움에 떤다.
하늘의 문을 닫을 기세로 치솟은 대해일과 한 순간에 휩쓸리는 문명의 흔적들.
재난영화에서나 보았던 장면들이 그녀의 안에 깊은 심상으로 남아 언젠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되었기에.
그녀는 펼쳐낼 수 있었다.
검해??.
검 한 자루로 이루는 검격의 바다를.
범람??.
넘쳐흐른 끝에 퍼져 나오는 기세를.
한 번의 공세에 혼재하여 펼쳐낸다.
만천여람이 하늘을 물들이는 창공에서부터 내리꽂히는 재앙이라면.
검해범람은 지상을 밀어내며 넘쳐나는 검격으로 파괴하는 재앙이었다.
다른 위력, 다른 실리.
통일되지 않은 무수한 검격에 이합집산의 묘리를 담아낸 검의 바다가 몰아치는 거대한 팔들을 받아내고, 밀어내며, 산산이 분해한다.
그것과 같은 재주를 펼칠 수는 없지만.
이합집산의 원리만큼은 이해했다.
그렇기에 부기맨은 도달했다.
자신만의 결전오의에.
언젠가 닿고자 하는 부기맨류 무술의 도원향.
아직은 멀게만 보이는 위대한 경지, 궁극으로 향하는 첫 걸음에.
만악??
덩굴처럼 얽히고설키며 널리 퍼지는 악처럼
잔해??
잔인하고 해롭게 침투하는 기세.
한 손으로 펼쳐내기에 부족한 힘을, 옷장에서 뻗어낸 무수한 손의 힘을 빌려 구현한다.
묵언검객의 검해범람이 다가오는 위협을 베고 또 베어서 흩어내는 바다 위의 바람이라면.
부기맨의 만악잔해는 무한한 악의를 쌓아올린 것처럼 한 손으로 잡아 벌리고, 한 손으로 헤집으며, 한 손으로 쥐어뜯는 악의의 연속체다.
이합집산의 원리를 손으로 구현해낸.
수많은 권술과 조술이 각기 다른 기의 발산에 접목되어 펼쳐지는 지옥.
‘무수한 악의에 집어삼켜진, 그저 비대하게 부풀어졌을 뿐인 그릇으로 당해낼 수 있겠나? 이몸의 무한한 악의를.’
부기맨의 만악잔해가 다가오는 팔들을 너덜너덜하게 쥐어짜낸 끝에,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터뜨렸다.
푸화악!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독혈의 비.
비산하는 살점.
녹아내리는 도시의 곳곳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요괴들이 고개를 들었다.
“인간 무서워…….”
“옷장 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비할 수 없는 격차에 현자타임을 느끼는 요괴들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