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64)
〈 364화 〉 364 모니터링요원 우지우
* * *
1.
한 턴의 흐름으로 경과하는 시간.
그것은 하루인가, 일주일인가, 한 달인가.
가늠할 수 없는 시간.
가혹한 신체 속에 삼켜진 존재는 이미 자신의 의지로 언어를 내뱉는 행위조차 불가능해졌다.
물론 그것은 묵언검객의 책임이 아니다.
그녀가 느껴야 할 책임감은 하나도 없다.
‘제가 좀 더 강했더라면 이런 괴물이 되기 전에 해치울 수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저라면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알고는 있다.
알고는 있는데도,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것이 혈강시로 조종당하던 시절의 자신과 무엇이 다른가, 라고.
순수는 전염병과도 같다.
마크2의 나쁜 점이 옮아버렸다.
‘멍청한 생각은 그만두세요. 이 싸움에 걸린 목숨은 저 하나의 것만이 아니에요.’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걸렸던 혈겁참사.
그 한복판까지 제 발로 찾아와 목숨을 걸고 그녀를 깨워주었던 사문의 어르신과 달리, 그녀는 그렇게까지 이타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물며 이 옷장에 갇힌 괴물은 처음부터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었던 존재.
‘구해주겠다는 거짓말은 할 수 없어요. 할 수 없지만……’
스르릉.
‘고통뿐인 삶으로부터 해방시켜주겠다는 약속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죠.’
꿀렁거리며 내벽 위로 튀어나오는 요괴들의 형상을 향해 묵언검객이 몰살검을 겨누었다.
2.
흑의종군이 이렇게 유능했나?
현실에서 게임모니터링과 닥터 요한2세 수색작전 모니터링을 병행하던 우지우는 날백수 옆집아가씨가 자본력을 숨긴 코인갑부인걸 알게 된 것처럼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흑비둘기조, A83 공장부지 클리어. 해당 지점은 다른 마약조직의 아지트라고 합니다.”
“백비둘기조. B303 선착장 화물선 클리어. 불법무기를 지닌 밀입국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전부 쓸어라.”
닥터 요한2세의 예상거점으로 추정되는 장소들 위로 빠르게 떠오르는 X가 표식들.
저걸 언제 다 뒤지나 싶던 방대한 면적이 하나둘 줄어들면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수색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밤까마귀조. G806 에어리어. 지도와 다른 장소가 발견되었습니다.”
“진입해라.”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앞은 십대길드 중 하나인 오션월드길드의 사유지라고 합니다.”
위스퍼는 차가운 목소리로 재차 지령을 내렸다.
“그딴 걸 내가 신경 쓸 것 같은가.”
“죄, 죄송합니다.”
“힘든가? 보이스걸의 빈자리를 대신하기가.”
“아, 아닙니다!”
“내 눈에는 힘들어 보이는군.”
위스퍼가 보이스걸의 후임자를 노려보았다.
“브레인스톰걸. 날 실망시키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너에게는 보이스걸만큼의 가능성을 보았다. 널 믿었던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그런 실망을 느끼게 하지 말란 말이다.”
“……!”
“알겠나?”
“예!”
위스퍼의 테러방송.
현재시청자 11만 5천 명.
정말로 이런 걸 방송으로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화끈하게도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수상한 곳은 다 족치느라 실시간으로 쓸려나가는 범죄조직이 한둘이 아니니, 국가나 지방길드들도 게을리 했던 치안이 테러방송으로 잡히고 있다.
덕분에 정부의 방송중지신청에 맞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흑의종군의 힘을 빌려서라도 악을 척결하고자 하는 정의로운 기관, 단체, 길드들이 힘을 빌려주고 있다.
“시청자수 미쳤네. 무슨 우리 길드장님만큼 조회수가 높아?”
분명 시작은 묵언검객의 시청자수 12만 5천 명이 훨씬 더 높았었는데.
10만 명을 넘기고 최고기록을 달성한 것이 무색하게도 어느새 인기가 비등비등해졌다.
“그거야 우리 흑의 종군의 대단함을 일반인들도 인정하고 있으니 그렇지.”
전신에 착 달라붙는 녹색전신슈트.
개구리를 닮은 헬맷.
스위치를 누르면 보호색이 활성화되고 사라지는 신기한 기능을 지닌 옷의 주인.
우지우에게는 생소한 사람이 아니다.
각성자협회에서 일하던 시절, 오고가며 본 적이 있던 얼굴이기 때문이다.
“프로그걸. 당신, 현역 각성자 아니었어?”
“어머, 실망스러워라. 우리는 기억 못하는 거야?”
“프로그걸의 가슴, 너무 오래 쳐다보지 않아? 성형 빨로 탈피한 인면지주남 주제에.”
해상조난 구조전문 각성자 프로그걸.
신혼여행 호위전문 각성자 웨딩걸.
학교폭력 잠입색출전문 각성자 스쿨걸.
모두 우지우가 인면지주남 소리를 들으며 우스갯거리가 되는 걸 참고 꾸역꾸역 일하던 시절, 각 분야에서 능력의 상업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인기도 끌던 각성자들이다.
C급 각성자계의 미녀 5인방이라 불리는 다섯 미녀 중 셋이 한 자리에 모이다니, 우지우는 엄청나게 당황했다.
더럽게 못생겼던 그의 얼굴 때문에 협회에서 오고가며 마주쳤을 적에는 “야, 저기 니 남친 지나간다.” “쯧.” “마스크 좀 쓰고 다니면 안 되나?” 같은 소리나 들었던 것!
“당신들이 여긴 왜 온 거야? 설마… 날 괴롭히려고 여기까지?!”
우지우가 정색하며 두 주먹을 치켜들었다.
“사람 우습게보지 마! 난 더 이상 너희들의 놀림감이 아니야. 흉측한 인면지주남은 더 이상 없어. 여기에 있는 건 길드장님의 자비로 다시 태어난 K스파이더맨이라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우리들, 오늘로 삼 개월이야. 흑의종군에 가입한지.”
프로그맨의 뒤로 웨딩걸과 스쿨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날 괴롭히러 온 게 아니라?”
“푸풋. 괴롭힘 당하고 싶어? 곤란한걸. 나는 괴롭히는 쪽보단 괴롭힘을 막는 쪽인데. 현역시절에도 딱히 괴롭힌 적은 없지 않아?”
“내 얼굴은 너무 못생겨서 보기도 싫으니 마스크 쓰고 다니라면서!”
“피해의식 너무 심하지 않아? 얼굴 때문에 매번 놀림당하니까 얼굴을 가리라는 거잖아. 영화에 나오는 스파이더맨도 얼굴은 가리고 다녔다고?”
“그, 그런가?”
“얼굴은 달라져도 그 답답할 정도로 쓸모없는 눈치는 달라지지 않았구나. 조금 안쓰럽네.”
잔소리부터 퍼붓는 스쿨걸과 달리, 웨딩걸은 헤에 하고 감탄했다.
“체리보이 주제에 제법 달라지긴 했어. 전에는 우리 같은 미녀랑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도망다녔을 텐데.”
“어, 언젯적 소리를 하는 거야! 날 찾아온 용건이나 말해!”
묵언검객과 위스퍼의 방송을 양쪽에 동시에 틀어놓고 모니터링을 하는 우지우.
묵언검객에게 중요정보를 도네로 전달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은 그의 시간을 뺏으려면 어지간히 중요한 용무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보스가 지시를 내렸어. 공간능력은 널 좌표로 삼아서 펼쳐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남파에 두 번이나 침략을 당하면 곤란하니 우리에게 네 주변을 감시하고 있으라고.”
요컨대 메카코끼리 2차 습격을 경계해서 붙여준 경호라는 뜻이다.
“그럼 괴롭히지 말고 구석에 가있어!”
“뭘 큰소리치는 거야? 도와주러 온 사람들한테.”
“동정 주제에.”
“도덕교육 다시 받아야 하지 않아?”
“으아아, 제발 그만해!”
남자 하나에 여자 셋.
뭣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부러운 새끼라며 욕먹을 광경이지만 우지우는 누구라도 좋으니 이 여자들을 데려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방송 보면서 도네나 하는 거잖아.”
“간부 주제에 시답잖은 일만 맡고. 동정답네.”
“보호관찰학생이 그렇지 뭐.”
진짜. 제발. 진심으로.
“그러는 니들도 범죄조직에나 몸 담은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큰소리야! 보이스걸처럼 위스퍼 같은 놈들 좋다고 찾아왔을 거면서!”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
그 속담마냥 프로그걸의 안색이 슈트의 보호색으로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졌다.
“어, 어떻게 알았어? 내가 보스에게 반해서 조직에 들어왔다는 걸.”
“나는 위스퍼씨가 좋은데. 결혼하면 의외로 착실한 남자가 될 것 같은 스타일이랄까?”
“…이 바보들이랑 같은 취급 하지 마. 학창시절부터 애들 건드는 깡패 같은 십대길드 놈들에 진저리가 나서 조직의 힘을 빌리려는 것뿐이니까.”
팬심으로 가입한 프로그걸이나 웨딩걸은 둘째 치고, 스쿨걸처럼 착실한 여자까지 그런 목적으로 가입했다는 사실은 몹시 놀라웠다.
“다른 조직도 많을 텐데 왜 하필 흑의종군에?”
“몰라서 물어? 십대길드에 맞설 길드나 조직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바닥 조직은 전부 내색만 안하지 그놈들 하청이나 다름없어.”
“그 정도였나?”
“그 정도야. 비행청소년 잡았더니 조직의 인간이 찾아오고, 조직의 인간 잡으니 길드사람이 협박하고, 길드 족치니 십대길드가 인계해가고. 잡아놓은 것들은 전부 해방. 이 짓만 몇 번을 겪었는데. 이젠 다 지긋지긋해.”
확실히 해응응이나 흑의종군 보스 쯤 되는 미친인간들이 아니면 위에서부터 대놓고 벌어지는 범죄의 연쇄 고리를 막을 방법은 없다.
스쿨걸의 고충과 이를 해결하고자 흑의종군을 선택한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근데 별로 궁금하진 않으니까 저기 구석에 가서 조용히 있어주면 안될까?”
“……쓰레기 같은 놈. 메카코끼리가 나와도 절대 안 도와줄 거야.”
“여스방송보고 도네나 하는 동정.”
“육수 너무 많이 흘려. 해상구조 전문 각성자라도 저건 무리.”
“제발 그만해. 이러다 나 죽어!”
“육수에 익사당해서?”
“동정이니 고독사가 아닐까?”
“메카코끼리에나 치여 죽어.”
“너희들, 호위하러 온 거 맞지?! 나 괴롭히러 온 거 아니지?!”
근데 왜 날 괴롭히고 있냐고.
우지우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3.
길드장님 제발 빨리 깨주세요 저 너무 힘들어요
“……!”
침착하게 적의 수를 분쇄하며 간격을 좁히던 해응응.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반요곡의 바깥, 현실에서 무언가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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