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57)
〈 457화 〉 457 아무튼 난 모름!
* * *
1.
당연히 먼저 내린 줄 알았던 해응응이 이젠 어떻게 할 거냐며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차지연은 화가 나서 빽 소리쳤다.
“길드장님 살리려고 이랬는데 이걸 재밌어 보인다고 안 내리고 같이 있으면 어떡해요?!”
[여러분은 잊고 있을지 몰라도 저도 같은 합방멤버에요.]“!”
재밌어보여서 따라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마음이 있던 것도 어엿한 사실이다.
희생은 하나면 충분하다.
[계속 지켜봤어요. 그러니까 알아요.] [당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한계에 가까워졌는지도.]해응응은 차지연의 팔을 잡아 손을 보았다.
역시, 피가 맺힐 정도로 힘껏 움켜쥐며 반동을 억누른 탓에 손은 엉망진창이었다.
다리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쿡 찌르자 “아얏!” 하고 새된 비명이 터져나왔다.
지하철에서 추락하는 것은 피했지만 순간적으로 다리를 삐끗하며 근육이 다친 탓이다.
파바밧
장난치듯이 손가락으로 손바닥과 다리를 몇 번 꾹꾹 찌르는 해응응.
“어라? 아픔이… 사라졌어?”
[점혈로 고통을 덜 느끼게 해줬어요. 움직일 수는 있지만 부상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그거면 충분해요. 아직 저 괴물이…!”
[아뇨. 이미 충분해요.]열차가 기울어진다.
거대한 괴물을 동력차 전면에 매달고 질주하는 열차가 코너에 접어들었으니, 그 무게에 열차가 살짝 떠오르며 기울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콰가가가가강!!
무서운 기세로 튀어오르는 불똥과 열차 측면이 갈려나가는 소음.
맹렬한 진동에 몸이 부평초처럼 정신없이 흔들렸지만 차지연은 제 몸이 지하철 안을 쓰레기처럼 나뒹굴지 않고 있음을 느꼈다.
길드장이 그녀를 잡아주고 있었다.
불길한 소리를 내며 손잡이마저 붙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사이.
깨진 파편과 내려놓은 도끼, 승객들이 두고 내린 잡동사니들이 마구 돌아다니는 와중에 그녀만이 두 다리로 꼿꼿이 선 채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팔로는 차지연을 지탱하고, 다른 손으로는 날아드는 잡동사니를 연달아 쳐내고 차곡차곡 손 위로 쌓다가 음식물이 든 비닐봉투를 보고는 전부 와장창 던져서 쳐낸다.
악!
갑자기 다 던져버리기
음식물쓰레기는 선 넘긴 했어
봉투에 든 컵 떡볶이 쏟아짐ㅠㅠㅠㅠ
정리정돈 잘해놓고 다 갖다버리기 나만 불편함?
뒤늦게 튀어 오르는 잡동사니를 받아낸 손이 제 손에 쥐어진 것을 보고 멈칫했다.
‘립스틱?’
해응응의 눈에 진한 호기심이 떠올랐다.
아ㅋㅋㅋ 눈 봐라 진짜
장난감 찾은 애기 표정
안 된다 이것아! 립스틱은 장난감이 아니야!
“넘어지지 않아, 넘어지지 않아, 계산대로면 분명 넘어지지 않아…!”
두 눈을 질끈 감고 해응응의 팔에 매달려서 중얼거리는 차지연.
그녀의 얼굴에 뚜껑을 뽑아든 해응응이 립스틱을 스윽 칠했다.
ㅋㅋㅋㅋㅋ?
아니 저기요
이분 뭐하심?ㅋㅋㅋ
아 지하철에서 화장 고치기는 국룰이라구요
국룰은 무슨 아이셰도나 확 빗나가버려라
ㄹㅇㅋㅋ 손 휙하고 빗나가서 개짜증남
지하철에서 화장고치기는 ㄹㅇ 생활의 달인 나가야됨
이분처럼요?
?
립스틱 어케 안 빗나감?
쓸데없이 잘 칠했네ㄷㄷ
무림인의 손떨림 보정
!!
무술을 배울 이유가 하나 늘었네
포인트핑크의 생기 있는 색상으로 칠해진 입술에 시청자들이 웃음이 터진 줄은 까맣게 모르는 차지연.
그녀가 눈을 뜬 것은 기울어졌던 차량이 쾅 소리를 내며 도로 선로에 내려앉은 직후였다.
“해냈다!!”
눈을 뜬 차지연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길드장을 덥썩 안고 방방 뛰었다.
열차를 감싸안은 거대한 좀비의 몸으로 열차의 파손부위를 최소화하며 좀비의 팔 한 짝이 떨어져나간 뒤에 무게균형을 되찾아 착지한다.
이론으로 생각할 때는 정말 될까 싶었지만 기능이 보여준 시뮬레이션만 믿고 저지른 일이 정말로 현실로 이루어졌다.
계획이 성공했다는 짜릿함.
그 쾌감은 보이스걸의 우승 이후, 민우성 실장이 사장이 되었다고 알리며 그녀들을 데뷔시켜주겠노라 약속하고 이를 실현시킨 날의 기쁨 못지않았다.
“보세요, 길드장님! 정말로 성공했어요!”
[특수좀비 타이탄Titan이 오른팔을 잃었습니다.]하반신은 선로에 갈려서 사라지고 오른팔은 벽에 갈려서 사라졌다.
왼팔 하나로 매달린 특수좀비는 이제 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저 거대한 좀비를 혼자 힘으로 이만큼이나 몰아붙이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훌륭해요.]“헤헤. 보셨죠? 길드장님이 없어도 저희 해남아이돌즈는 이만큼이나 해낼 수 있다구요!”
[자찬하기엔 아직 이르지만요.]쾅!
유리창 위로 갈라지는 균열.
그것이 머리를 창문에 들이받으며 생긴 것임을 알아차린 차지연의 놀람은 정말 엄청났다.
“이쯤이면 그만 죽을 때도 됐잖아! 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거냐고!”
쾅! 쾅! 콰아앙!
와장창창!
박치기의 힘으로 전방동력칸의 유리를 모조리 뚫어버린 타이탄.
그의 거대한 고개가 입을 쩍 벌리며 계기판을 한 입 크게 와작 씹었다.
파지지지직!
퍼벙! 벙!
더는 조종조차 불가능하게 부서진 조종석.
혼자는 죽지 않겠다는 그 처절한 머리의 돌진에 차지연은 완전히 압도당했다.
이건 무리다.
할만큼은 했다.
그런데도 죽지 않는다면 이젠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알고는 있지만 억울했다.
이길 줄 알았는데.
이건 반칙 아니냐고.
이 정도면 정성을 봐서라도 죽어주면 안 되냐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머리를 해응응이 짚었다.
‘수고했어요.’
마치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듯이 그녀를 달래며 지나치는 해응응의 옆으로 그녀가 펼쳐낸 검풍에 쓸려나간 동력칸의 잔해와 파편이 지나쳤다.
후두두두둑
덜커덩!
전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후면으로 쏟아지는 잔해에 벌집이 되어버린 이중연결문.
너희도 같은 꼴로 만들어주겠다며 고개를 들이밀고 점점 가까워지는 머리를 향해 해응응이 무표정한 얼굴로 마주 걸어 나갔다.
까드드드득!
잘근 잘끈 씹어 죽이겠다며 천장과 금속구조물마저 닥치는 대로 씹어 부수는 타이탄.
그 최후의 돌격이 두렵지도 않은지, 자신만 믿으라며 머리를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길드장님의 모습을 차지연은 멍하니 쳐다보았다.
콰아앙!
바로 위까지 잔해가 모두 뜯겨져나간 열차 위에서 마침내 피할 수 없는 각도로 타이탄의 고개가 해응응의 전신을 덮쳤다.
두 손도 아닌 한 손으로.
등 뒤의 제자를 고려해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오직 제 자리에서 선 채로 펼쳐내는 장풍.
위력이 약해질 요소는 수도 없이 많았다.
장풍 자체도 무공 중에서는 그리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는 무공이었다.
기를 담아 일점에 내지르는 검기와 달리, 손바닥 가득 기탄을 실어 분출한다.
매개체가 없는 허공에 기를 날리고 위력이 전달되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등한 기술과 심후한 공력이 뒷받침되어야한다.
크기부터 1m가 넘는 거대한 얼굴을 같은 조건에서 등 뒤의 제자가 다치지 않게 받아치라고 한다면, 이를 해낼 수 있는 무림인은 많지 않다.
고등한 기술.
심후한 공력.
‘그게 뭐가 문제가 되죠?’
그 전부를 지닌, 현대무림의 최강자인 해응응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퍼버벙!!
안면이 뭉개지며 잔뜩 쏟아지는 좀비의 피가 덮쳐도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 전부를 마치 벽을 치듯이 옷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과 차지연을 감싼 무형의 타원형의 호신강기를 펼쳐 흘려내면 그만이니까.
“꺄아아악!!”
동력칸을 잃고 조종도 받지 못한 채 마구 흔들리는 차량 속에서 타이탄의 손이 열차 창문을 뚫고 들이닥쳐도 두렵지 않다.
그 또한 한 손으로 붙잡아 사뿐히 움켜쥐면 풍선처럼 가볍게 받아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흘리기를 좋아한다면 어디 원 없이 피를 흘려내게 해주죠.’
그녀의 막대한 내력이 얼굴과 몸통, 팔 하나만 남은 타이탄의 전신내부를 마주잡은 팔 하나를 통해 거침없이 침투하며 기혈을 뒤틀었다.
혈액과 기가 흐르는 길을 막고 근육을 강제로 수축시킨다.
꾸드득 꾸드드드득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오른 타이탄의 신체가 처음 크기의 세 배 가량 부풀어 오른 직후.
펑!!!
육편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엄청난 양의 혈액을 쏟아냄과 동시에 산산조각 났다.
[특수좀비 타이탄Titan을 격퇴했습니다.] [당신의 공헌도가 매우 높습니다.] [수리경험치 +50%] [수리 기능이 전문가 등급으로 승급합니다.] [수리공의 모든 부가기능이 상급으로 승급합니다.]“와…….”
불똥을 튀며 정지한 열차의 잔해.
피 한 방울 근처에 떨어지지 않은 타원형의 영역 안에서 차지연은 넋이 나갔다.
‘이런 분이 정말 시한부 맞아?’
이게 어떻게 시한부 환자의 저력이냐고.
입만 뻐끔거리기를 잠시.
“어?”
입에 왜 이상한 기분이 들지?
설마 좀비 피가 묻기라도 했나?!
기겁하고 입술을 닦는데 손등에 상상도 못한 것이 묻어났다.
“립스틱 자국??”
이게 왜 묻어있지?
어안이 벙벙한 그녀를 해응응은 열심히 딴 짓을 하며 외면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