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30)
〈 530화 〉 530 생존용 상품
* * *
1.
[Story mode]홈쇼핑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제발 다음 방송 좀 시작해!!!”
“저 미친 요호를 스튜디오로 돌려보내줘!!!”
“뭐든지 빨리 다음 상품을 팔아서 저것이 밖으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라고!!!”
묵언검객이라는 살아 숨 쉬는 괴담을 거리에서 쫓아내고 싶은 지옥 주민들의 필사적인 항의!
헬즈TV쇼핑오락채널의 프로그램을 담당한 방송PD는 백 번째 항의전화를 받은 뒤로 휴대폰 전원을 끄고 사무실 전화선을 전부 뽑았다.
“지들이 뭔데 방송을 하라 마라야? 정규편성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헬즈 쇼핑호스트로 넘어오는 상품은 근래 부쩍 지옥에 유입이 많아지거나 쓸모없는 상품.
일종의 재고털이를 위해 기획을 잡은 예능이니만큼 지옥의 군주가 지정하는 남아도는 재고를 받기 전에는 상품이 정해지지도 않는다.
평소대로라면 족히 일주일 동안은 다음 상품이 정해지지 않아야 하는 상황.
“PD님! 염라대왕의 집행부 사자가 PD님이 다음 전화도 받지 않거든 지옥로에 튀겨주겠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아이고. 내 쇼핑호스트 하나 잘못 썼다가 두 번 죽게 생겼네.”
전원을 켜고 부팅이 되기 무섭게 전화가 걸렸음을 알리며 진동하는 휴대폰.
“집행부에서 어쩐 일로… 예? 그 미친 요호를 지옥에서 쫓아낼 상품을 찾아내라고요? 어디 그런 상품이 흔해야지… 예? 거기까지 권한을 열어주세요?”
통화가 길어질수록 PD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종이 있다면 사람 잡아먹는 식인식물의 꽃이 틀림없을 사악한 웃음꽃이.
2.
[Player mode]하도 열심히 깽판을 치더니 자동으로 시야가 바뀌었다가 스튜디오에 돌아왔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묵언검객님! 설마 장외 완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시다니. 심지어 첫 판매가의 100배에 달하는 가격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시작가 50카르마.
최신매매가 5000카르마.
화술 대신 무력으로 일궈낸 성과에 사회자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기발한 마케팅 전략이야 이 자리에 있으면서 여러 번 보아왔지만 힘으로 상품가치를 올리다니.
가만 보면 머리에 뿔도 고위악마들의 뿔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실은 악마의 피가 진하게 흐르시는 분인가?’
보통 이 프로그램에 출현하는 쇼핑호스트들은 지옥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어서 도전하는 이들이었다.
그만큼 많은 죄악을 쌓아서 자신이 생전에 지은 죄만큼 많은 카르마를 벌어야 하는 이들이 대부분.
그런데 이번 쇼핑호스트는 달랐다.
인과 제로.
공도 과도 없음.
즉시 지옥 탈출 가능.
도대체 뭐 하러 여기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기묘한 존재였다.
그것이 고위악마의 혈통을 물려받은 놀러 온 고위악마가문의 자제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갔다.
재벌 2세가 낙하산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였다.
[저야 제 본분에 충실했을 뿐이죠.]“하하하. 좋습니다. 이번에 저희 고객센터로 상품의 수를 늘려달라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던 건을 생각하면 묵언검객님은 정말 거물이 되실 겁니다!”
“오늘은 그런 거물에게 어울리는 상품을 준비했죠. 아주 *빅*한 상품입니다. 준비는 되셨나요?”
해응응이 고개를 끄덕이자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다.
“방송 이후 완판! 장외가격 100배 폭등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달성한 쇼핑호스트 묵언검객님을 모셔보겠습니다!”
묵언검객의 두 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방송의 쇼핑호스트들은 지옥에 머무를 형량을 줄이거나 카르마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방송에 출현하시는데요.”
“놀랍게도 묵언검객님은 형량 제로! 언제라도 지옥을 탈출할 수 있는 분이십니다.”
“즉, 막대한 카르마를 벌겠다는 야심 하나로 이 자리에 올라와주신 겁니다. 얄미워서 물건을 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지 않나요? 하하.”
사회자는 은근슬쩍 묵언검객을 향한 반발심리를 조성했다.
금수저의 유희 때문에 지옥의 죄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원망의 마음이 담긴 사심 가득한 복수였다.
해응응이 이 놈 봐라? 하는 눈으로 쳐다보자 사회자가 움찔했다.
“어이쿠!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고 화가 많이 나셨군요.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 이런 거 아시죠? 살해당할까봐 무서우니까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블라인드 세일즈 마케팅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습니다!”
다음 무대로 이행되었으니 난이도가 오른다.
게임에서는 흔한 일이다.
“오늘은 상자 속에 들어있는 상품을 손으로 맞춰서 정체를 추측해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좀 의외였다.
상품을 직접 만질 수 있으면 정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가?
차라리 사회자의 편파적인 발언으로 반감이 생긴 것이 난이도 상승에 유효했다.
“자, 그럼 판촉페이즈를 시작하겠습니다!”
【판촉페이즈】
[정체불명의 상품의 판촉행위를 시작하십시오.] [직접 만져서 상품의 정체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내용물을 들여다볼 수 없는 암막으로 둘러싸인 상자에 지옥구덩이마냥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고오오오오.
밖으로 새어나오는 은근히 불길한 기운은 덤!
정말로 손을 넣어도 되는 걸까?
미심쩍게 사회자를 쳐다보자 능청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야 힌트를 드리고 싶은 마음에 기회를 드렸을 뿐입니다. 내키지 않으시면 뭐 그냥 만지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까짓것 그냥 만져보지 뭐.
해응응은 팔을 쑥 집어넣었다.
철퍽
손에 닿는 끈끈한 점토를 닮은 무언가.
그것이 자신의 팔을 ‘만진다’는 느낌이 든 순간, 해응응은 반사적으로 힘을 썼다.
펄럭 하고 솟구치는 옷자락.
두 배 가까이 부풀어오른 오른팔의 상의가 제 크기로 돌아가는 순간, 상자가 거칠게 요동치며 쿠콰콰쾅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대한 내공을 손을 통해 펼쳐내는 장법은 경지에 접어들수록 그 위력이 떡상한다.
그리고 그녀는 화경을 넘보는 초절정의 경지.
150년.
2갑자 반에 달하는 내공은 산들바람을 일으키는 장법으로 산봉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
상자 속의 내용물이 무엇이건 산봉우리보다 튼튼할 리는 없었다.
‘이런.’
깜빡깜빡.
눈만 깜빡거리고 있자니 사회자부터 촬영스태프 일동까지 모두가 입을 틀어막았다.
말 한 마디 나오지 않는 정적 속에서 조용히 상자 속에 넣었던 팔을 꺼내는 해응응.
투둑 툭
손끝에서 흘러내리는 액체는 정체불명의 상품이었던 것이 남긴 유일한 흔적이었다.
상품(이었던 것)
절대로 이분을 놀라게 하면 안 돼…
다른 의미로 정체불명이 되어버렸네ㅋㅋㅋ
“네…”
사회자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귀한 상품이었나요?]“그렇게 많이 귀하진 않은데…”
[양서류인가요?]퀴즈 맞추기 하고 있지 말라고ㅋㅋㅋㅋ
혼란을 틈탄 스무고개ㅋㅋㅋㅋ
아ㅋㅋㅋ 아무튼 맞춰보고 싶다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사회자가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며 황당해하였다.
“제가 질문을 해야 하는데 잠시 놀란 사이에 묵언검객님이 역으로 질문을 하셨군요. 경외의 의미를 담아 마지막으로 답해드리자면 양서류는 아닙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멀뚱멀뚱 서있는 해응응에게 사회자가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묵언검객님은 이것을 주로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부술 것 같아요. 지금처럼.]“아… 네… 그러셨죠…”
뭔가 휘말린다.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회자가 한층 과감한 질문을 던졌다.
“만일 식당에서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파괴욕구가 들 것 같아요.]“하… 쓰읍. 이게 맞나…?”
뭔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골탕을 먹여보자는 마음으로 사회자는 거듭 유도질문을 던졌다.
“이것을 하루에 몇 번 드시는 편인가요?”
[먹지 않고 부수는 편이에요.]“이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부수고 싶어요.]“…그러면 이 상품을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을까요?”
아 맞다.
이거 물건 파는 게임이었지.
뒤늦게 손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촉감을 떨쳐낸 해응응이 작위적인 미소를 지었다.
“상품가치가 낮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요?”
[왜냐하면, 이게 없는 사람은 제가 또 공격을 할 거거든요.]누가 물건을 이런 식으로 팔아.
“…혹시 지난 번 상품이 100배 비싸게 장외거래가 된 이유가…”
해응응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사회자는 공포에 질렸다.
“혹시 제가 서운하게 했다거나 화나게 한 거 없죠?”
[한 대 때려보면 알 것 같아요.]“왜, 왜 그래야 하죠…?”
이 녀석 좀 누가 지옥에서 쫓아내줘.
사회자의 애타는 시선에 아랑곳 않고 직원 한 명이 속보를 전달했다.
“앗, 지금 막 들어온 속보입니다. 상품이 전부 매진되었습니다!”
“…저게 뭔줄 알고 사? 아직 상품 정체 공개도 안 했는데?”
“일단 가지고 있어야 요호한테서 살아남는다고 생존용으로 구매했다고 합니다.”
넋이 나간 사회자.
그에게 직원이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구매사유로 상자가 들썩거리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저렇게 산 채로 터져 죽고 싶지는 않다는 말도 하셨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