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78)
〈 578화 〉 578 마음에 드는 길
* * *
1.
생각 이상으로 너무 잘하잖아.
대결을 보며 주아영은 조금 질투심을 느꼈다.
흥미진진해하며 대결을 바라보는 언니.
그 시선을 자신은 누리지 못한다.
저것들은 게임도 자기보다 더 못하는데.
뭔가 불합리하지 않아?
심통 맞은 그녀의 기색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해응응이 입을 열었다.
“아영.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네요. 너무 하등한 하수들의 솜씨를 보니 기분이 상한 건가요?”
“저 그렇게 도S스러운 사람 아니거든요?! 뭐… 허접들이라고는 생각하지만요.”
도S네
완전 도S
어딜 봐도 도S 맞는데요?
시청자들의 놀림에 주아영이 사납게 눈을 뜨며 허공에 대고 마구 주먹질을 하며 입 다물라고 협박했다.
물론 진짜로 맞는 것도 아닌 시청자들이 신이 나서 더 놀려댔다.
욱한 주아영이 시청자들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 나자 해응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맵은 저도 해본 적이 없네요. 아영은 어떤가요?”
언니가 말을 걸었으니 한 번만 봐주는 줄 알아.
시청자 시점카메라에 대고 말없이 겁을 준 그녀가 냉큼 화사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야 당연히 다 깨봤죠. 제일 취향에 맞는 필드가 고산의 전설 필드여서 주로 이쪽을 깨지만요.”
표정변화보소
요요 여우같은 년. 어디서 끼를 부려?
속지마여 묵언검객님 저거 순 나쁜 년이야! 우리 때린다고 막 협박하고 그랬어!
묵언검객은 진짜로 시청자 때리는데?
?
왜 진짜임?
저쪽은 보통 여우년도 아니고 아예 구미호인데?
아ㅋㅋㅋ 아영이가 누구 보고 여우짓을 배웠겠냐고
ㄹㅇㅋㅋ
걱정할 사람이 따로 있지ㅋㅋ
대체 불가능한 피지컬은 자신감을 선사한다.
대결을 뛰는 6인을 모두 합쳐도 자신만도 못하다.
누구도 자신을 대체할 수 없다는 확신이 주아영의 가슴에 차올랐다.
역시 아영이가 최고야.
벌꿀사탕을 주고 싶을 정도로 기특해.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자신의 유능함을 언니의 앞에서 어필한다.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긴장이 풀린 주아영의 표정이 부드러워지자 중계방송의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졌다.
“아영은 저 중에 같이 공략을 할 팀을 고른다면 어느 쪽을 고르고 싶나요?”
양쪽 모두 기본은 됐다.
다만 양측의 공략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야, 가시인간!! 벽에 구멍 좀 그만 뚫으라고!!”
“아 점프력 후달려서 벽에 가시 안 꽂으면 발판이 없다고.”
“김제철 이 양반은 또 어디갔어?”
“창밖을 노니는 심해의 물고기도 제 짝이 있는데 내 곁에는 오늘도 땀에 젖은 사내들뿐이구나. 인생이 무상함에 어찌 살리오.”
“아오씨. 습관적 한시 읊기 증후군 좀 그만 재발하고 빨리 뛰어오라고!”
팀워크는 내다버린 개인플레이 위주의 무림인들.
“경로는 내가 뚫었다. 빨리 넘어와!”
“나이스, 괴인선배님!”
“정말 미친 짓이군. 초고기압의 심해에서 잠수정을 이용해 구간스킵을 노린다니.”
개인플레이의 부족함을 팀워크로 메우는 면벽수련자들.
“어느 쪽도 마음에 드는 건 마찬가지인데… 으음. 그래도 제 취향에 가까운 쪽을 고르자면 면벽수련자들 쪽일까요? 친분 있는 간부분들에겐 미안하지만요.”
미안한 마음에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주아영.
해응응은 그런 웃음이 싫지만은 않았다.
“얼버무리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제 수제자인걸요.”
“그래도 미안하잖아요.”
“사실 이번 대회에는 아영, 당신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목적도 있어요.”
“정말요?”
“줄곧 수련만 하고 매니저 노릇을 하느라 깨달은 적이 없었죠? 당신이 누리는 지위. 저의 수제자라는 지위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
평소의 언니와는 다르다.
정말로 이별을 앞두고 하나라도 더 많은 깨달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발언.
주아영은 눈물을 꾹 참으며 물었다.
“제게 무슨 영향력이 있는데요?”
“앞으로 해남파가 공략하게 될 수많은 게임들. 어떤 게임에 어떤 사람을 배정할지, 누구와 함께 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영향력이죠.”
“에에. 겨우 게임이요?”
“겨우 게임이 아니에요. 세계의 흥망, 국가의 존속을 결정지을 수도 있을 게임공략을 당신의 뜻대로 결정짓는 것이에요.”
“네에에?!”
부담스럽다.
한 사람이 책임지기에는 너무나도 막중한 무게다.
“그러다가…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요?”
“피해가 있기는 하겠죠.”
“저, 저는 못해요. 그런 엄청난 일은.”
“두려운가요?”
“당연하죠!”
“저들도 두려울 거예요.”
해응응은 중계방송으로 보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심해의 잠수정. 점핑싱크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잠수정을 이용해 해양괴수들을 뚫고 제한시간 내에 2000m를 구간스킵을 해야 하는 도전이에요.”
층으로는 무려 200층.
두 발로 뛰어서 주파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구간을 단숨에 스킵한다.
그런 형편 좋은 일에 리스크가 따르지 않을 리 없다.
지름길에는 언제나 따르는 하이리스크.
통상루트보다 더한 시련이 면벽수련자들을 덮친다.
“저들이라고 그 위험을 모를까요? 그렇지 않아요. 이번 대결에서 패배하면 면벽동으로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저지르고 있어요.”
“그건… 대단한 일이죠. 저랑은 다르게요…”
“고개 숙이지 말아요. 아영. 당신은 이 대결을 끝까지 바라볼 의무가 있어요. 무엇이 저들이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대답하고 싶지 않다.
알고 싶지도 않다.
정답을 깨닫는 순간, 모든 짐을 벗어던진 언니가 미련없이 세상을 떠나버릴까봐.
어찌 보면 환골탈태의 본질과 일맥상통하는 직관력을 발휘한 주아영.
놀라운 직감과 달리 그녀 본인은 직감이 가리키는 진실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지도 모르죠.”
자신 없어하는 그녀의 뺨에 부드러운 온기가 닿았다.
해응응의 꼬리가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턱 끝을 조용히 들어올렸다.
강제로 시선이 올라온 주아영은 아홉 개의 꼬리로 자신의 주변을 꽃처럼 둘러싼 길드장과 두 눈을 마주쳤다.
“정답이에요.”
“정말요…?”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아직 모르는 건가요?”
“죄송해요…”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스승의 역할은 제자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럼 꼬리로 제자의 마음을 희롱하는 것도 스승의 역할인가요?
불쑥 튀어나오려는 진심을 겨우 억누르고 있자니, 해응응의 설명이 이어졌다.
“무림인은 본디 혼자에요. 자신의 병장기 하나만을 믿고 험난한 무림을 헤쳐 나오죠. 그런데 스스로를 믿지 못해도 언제부터인가 혼자가 아니게 되어요.”
“따르는 사람들이 생기니까요…?”
“그래요. 동료로서 양귀호를 따르는 해남파 간부들과 리더로서 점핑괴인을 따르는 면벽수련자들이 그렇듯이. 아영, 당신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전 그런 우정이나 충성은 바라지 않아요… 그냥 언니가 조금 더 오래 함께 해주시길 바랄 뿐인걸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마치 떼쓰는 마크2를 타이르듯이 부드럽지만 엄한 어조로 꾸중하는 해응응.
때로는 불량하고 때로는 태만하지만 결국 본질인 마망검객의 기질은 숨길 수 없다는 걸까.
반가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모습에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강자의 곁에는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해요. 중심을 잡지 못하면 목표를 잃고 헤매다가 추종자들의 뜻대로 따르는 처지가 되기도 하죠.”
“언니가 가끔 들려주는 약소문파에 대한 이야기처럼요?”
“그래요. 누군가는 가족의 정을, 우정의 가치를, 지역의 체면을 위해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 살아갈 길을 결정짓죠. 그런 조직은 결코 오래 갈 수 없어요.”
스스로 생각하여 만들어낸 조직이 아니니까.
가족, 우정, 체면.
작은 가치는 아니지만 영원할 가치도 아니다.
“가족이 변하고, 우정이 변하고, 체면이 변하면 추종자들도 변하겠죠. 무림에서 마지막까지 변치 않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로 오롯이 세운 검뿐이에요.”
그렇기에 이 대결이 중요하다.
“아영. 당신이 보기에 저들은 어떻죠? 우정에 휘둘리고 있을 뿐인가요? 아니면 우정의 가치를 스스로의 칼로 올곧게 세워 칼끝을 따르는 자들인가요?”
지금까지는 단순히 언니의 괴팍한 취미에 휩쓸린 불쌍한 사람들로만 보였던 이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간부3인방에게서는 ‘수련동지’로서 서로 함께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살아갈 목표가 아니기에 뭉치지 못하는 불협화음을 느꼈다.
면벽수련자3인방에게서는 ‘수련동지’로서 함께 하는 것 이상으로 점핑괴인의 점핑력을 믿고 따를 뿐만 아니라, 모두를 인도하는 김만득의 확실한 신념이 느껴졌다.
“그치만… 결국 김만득의 신념은 면벽동에서 탈출하고 싶은 거잖아요. 그런 볼품없는 신념이라도 괜찮은 건가요?”
“그런 볼품없음이 간부들을 역전했잖아요. 개개인으로 싸운다면 결코 이길 수 없을 이들을요.”
히든루트 잠수정 도박은 기어이 성공했다.
“신념의 차이에요. 믿고 따를 수 있는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얼마나 더 강한 의지로 그 길을 따르고 있는지의 차이.”
“만일 그 신념이 나쁜 일이면요?”
“스스로의 마음에 망설임이 있는 만큼 잠깐은 나아갈 수 있더라도 머지않아 막히겠죠.”
“스스로가 나쁜 일이라고 자각하지 못하면요?”
“누군가는 알겠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진실이 전해지면 언젠가는 멈출 걸음이에요.”
“그럼 저 사람들도 그렇게 멈추게 되어요?”
해응응은 뜻 모를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면벽동을 나와 손에 넣은 힘으로 잘못된 길을 걷는다면 그때는 그러겠죠.”
“그럼 언니는요?”
“저야 괜찮아요.”
“왜요?”
“어떤 길을 걷든 상관없을 최강의 힘이 있으니까요.”
“피. 뭐예요. 쭉 진지하게 얘기했으면서. 순 엉터리잖아요.”
“무림인이 원래 그래요.”
잘못된 길로도 자신만의 세력을 일구고, 그 길로 그릇된 방식의 성공을 거둔 이들도 있다.
사파의 오왕문이 그랬듯이.
정파무림의 무림맹이 그랬듯이.
대명제국의 황제가 그랬듯이.
그렇지만 영원할 것 같던 악덕도, 정의를 표방한 위선도, 천상천하의 절대권력도 끝이 존재한다.
[축하합니다.] [점핑레빗 필드를 만렙토끼 난이도로 클리어했습니다.] [클리어 특전으로 이 지급됩니다.]끝내 대결에서 승리하고 환호하는 면벽수련자 3인방과 차마 캡슐에서 나오지 못하고 절망하는 해남파간부 3인방.
엇갈린 희비를 보며 주아영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점핑레빗의 끝을 함께 볼 공략대원이 모였네요. 내일부터는 다시 바빠질 거예요.”
“…저, 열심히 할게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가 뭘 믿어야할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주아영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언니와 함께 하는 평온한 시간뿐.
해응응은 그것 또한 하나의 답이라는 것처럼 쭈볏쭈뼛 다가오는 면벽수련자 3인방을 바라보며 말없이 주아영의 머리를 어루만져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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