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86)
〈 586화 〉 586 기나긴 모멸과 핍박의 시간(아님)
* * *
1.
어스웜이 폭주를 하지 않으니 를 발동할 때, 어스웜과의 높이차이도 훨씬 커졌다.
당연히 데미지도 더욱 크게 들어간 상황.
심지어 번개를 충전하는 묵언검객 쪽에서도 차징속도와 규모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충전한도에 도달하면 낙뢰가 시작하는 구름을 아예 자기 권능으로 늘려버린다.
검술을 응용해 창을 내질러 번개의 충전속도까지 가속을 걸어버리니 더 빠른 시기에 전격폭풍을 내리꽂아 상태이상 를 걸 수 있었다.
덕분에 2차 고산대붕괴를 일으키지 않고도 오히려 전보다 더 빠르게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
“다들 기둥에 탑승하세요.”
어스웜의 입을 향해 나선으로 회전하며 침투하는 고산필드.
[어스웜의 체내에 침투합니다.] [주의하십시오.] [마비상태가 풀릴 시, 어스웜은 당신들을 어떻게든 소화시켜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현재위치 마이너스330m(마이너스1구간, 마이너스33층)] [마이너스1구간 어스웜의 주둥이]기둥이 나아가는 속도는 똑같다.
그것만큼은 어떤 점핑을 해도, 어떤 무공을 펼쳐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둥을 지킬 필드블록들의 수는 전보다 훨씬 더 많았다.
“얘들아 보고 있니? 나 괴물 뱃속 들어왔어!!”
오기 전까지는 울고불고 땅을 치고 난동을 부리기 직전으로 싫어하던 엄길동은 막상 괴물 배에 들어오니 브이튜브 각이라고 신나서 떠들어댔다.
괴물에게 잡아먹힌 처지라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절망했겠지만 자발적으로 괴물 뱃속에 들어왔으니 용기가 생긴 것이다.
입에 나무는 왜 꽂혀있음?
발 딛을 발판처럼 뭐가 하나씩 듬성듬성 있네
기둥 없이도 이거 내려올 수 있는 듯
“이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개쫄리네 진심.”
양귀호와 가시인간은 당장 위에서 목구멍을 타고 뚝뚝 흐르는 괴물의 침에 바위가 녹는 모습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침조차도 저 정도의 산성을 띠고 있는데 위장까지 내려가서 소화액과 접촉하면 기둥과 바위가 전부 녹아내리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간담이 다 서늘했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길드장님은 무섭지도 않으십니까?”
“저희한테는 아영이가 있잖아요.”
제자를 향한 신뢰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묵언검객.
계기판 너머의 광경을 지켜보며 당당하게 우뚝 선 채로 팔짱을 낀 그녀의 뒷모습은 마치 선원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줄 선장처럼 믿음직스러웠다.
“다 죽어도 아영이만 살리면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해줄 거예요.”
“…”
내 감동 돌려내
와장창(감동 깨지는 소리)
ㅁㅊㅋㅋㅋ
반면, 김만득은 뭔가 아쉬움을 느꼈다.
“죽어라 실력을 키워서 점핑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막상 어스웜 뱃속에서는 할 게 없네.”
“그러게요 선배. 뭔가 배신감이 느껴져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라. 배가 좌초되어서 맨 몸으로 뱃속을 가로지르는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면.”
철두공의 말이 맞았다.
이런 아쉬움도 몸이 편할 때야 좋지.
상황이 악화되면 이때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에이 참. 철두공 선배도 부정 타게 뭐 그런 소리를 해요? 그러다 진짜로 기둥이 멈추고 맨 몸으로 통과해야하면 어떡하려고 그러세요.”
신입이 타박을 하기 무섭게 갑자기 조종석에 붉은 조명이 들어오더니 경고문구가 떠올랐다.
[WARNING! WARNING!] [전방에 거대장애물 감지.]쾅!
“꺄아악!”
“꽉 잡아!”
공략대원들이 내부손잡이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사이, 기둥의 현황을 나타내는 선체현황판에서 외부필드가 파괴되었다는 표식이 빗발쳤다.
[마이너스2구간 어스웜의 식도기관 도달] [현재위치 마이너스1001m(마이너스2구간, 마이너스101층)] [특정필드에 진입했습니다.] [이벤트트리거 체크를 실시합니다.] [대인류결전병기 의 파손도를 계측합니다.]“내, 내 탓 아니다!”
“으아아! 철두공 선배 때문에 정말 부정 탔잖아요!”
그런데 기존 점핑레빗 시스템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문구가 뜨기 시작했다.
모임??
몬가… 몬가 일어나구잇서…
큰 거 온다!!
[외부출격병기 가 개방됩니다.] [격납고 보유아머 현황 그레이20기, 블루 30기, 레드 40기]벽면에 수납되었던 격납고가 펼쳐지고 레일이 깔리며 기체가 줄지어 도열한다.
잘 관리된 신형기체처럼 반짝이는 모습에 넋 놓고 쳐다보는 결사대원들.
WA!!!!!
진짜 큰 거 왔다!!!
주아영의 환호에 모두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굉장해~! 점핑레빗에 이런 로봇이 있었다니. 점핑아머? 나 이거 탈래요. 무조건 탈거야!”
“와… 점핑레빗 종결컨텐츠가 이 정도 규모였다니. 이거 진짜 대박이네요.”
수많은 게임을 플레이해왔던 엄길동이 호들갑을 벌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점핑아머 타입 그레이]◎기체상태
코어가드 : 내구도 100%(파손 시 엔진출력감소)
마나엔진 : 내구도 100%(파손 시 기체작동불가)
아머핸즈 : 내구도 100%(파손 시 락아머 잠금)
레빗부츠 : 내구도 100%(파손 시 도약력부스트 잠금)
◎보유옵션
점핑싱크로 : 탑승자의 점핑모션으로 점핑아머의 움직임을 제어. 플레이어 동화율에 따라 기체의 싱크로 효율도 상승.
도약력부스트Lv3 : 점핑사거리 30m 연장
락아머 : 근처의 암석을 손바닥에 끌어당겨 방패처럼 사용할 수 있다.
줄곧 멸망의 짐승에게 당하기만 해왔던 플레이어들.
망겜에 고통 받던 사람들에게 점핑아머라는 이름의 병기가 생겼다.
“이걸로 어스웜의 체내를 박살내는 건가?”
“그건 아닐 겁니다. 밖을 보십시오.”
입을 넘어서 본격적인 식도기관에 진입하자 산성액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구도까지 나타난 마당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점핑아머를 타고 고산필드를 지켜야 하는 건가?”
“우리 망한 거 아니야? 사람 너무 적잖아.”
신병기가 나온 건 좋다.
그런데 병기는 맨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진엔딩 공략루트의 난이도를 감당하기 위해 주어졌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게임이 더 어려워졌으니 진엔딩 클리어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충분해요.”
그런 불안을 한 사람의 목소리가 종식시켰다.
수많은 정신나간 난이도의 게임을 클리어한 정상급 스트리머, 묵언검객.
그들의 곁에는 그녀가 있었다.
“이 미션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반응속도와 피지컬도 중요하죠. 제가 모은 공략대에서 반응속도와 피지컬이 부족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저는요?”
“…제가 모은 공략대에서 반응속도와 피지컬이 부족한 사람은 엄길동 한 사람밖에 없어요.”
ㅋㅋㅋㅋ
이걸 정정해버리네
묵피셜> 엄길동은 반응속도와 피지컬이 부족해
“엄길동씨는 남아서 혹시 모를 변수에 대응해주세요. 나머지는 모두 출격하도록 하죠.”
“어휴 감사합니다. 오히려 좋아. 난 여기 남아서 꿀이나 빨래.”
열심히 손을 흔들며 응원하는 엄길동의 모습에 출격준비를 하던 신입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저 사람 얄밉지 않아요 선배?”
“내버려둬. 현역 스트리머인데 시청자보다 피지컬이 나쁘대잖아. 저 정도면 재능이 더럽게 없다는 건데 오히려 불쌍하게 여겨야지.”
“머리숱이 없는 나도 저 녀석은 불쌍해보인다.”
ㅋㅋㅋ
세상에서 젤 불쌍한 면벽수련자들한테도 동정을 받는 엄길동
이거 맞니 길동아…?
대머리도 동정할 정도면 찐 불쌍한건데?
느낌이 이상해진 엄길동이 밑에서 뭐라 외쳤지만 이미 레일을 따라 출구로 사출되는 이들의 귀에는 엄길동의 외침이 들리지 않았다.
아머에 탑승하고 격납고를 빠져나온 플레이어들.
압도적인 속도감으로 빠져나온 것에 도취되기도 전에 싯누런 액체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 도착한 것처럼 식도에서 위험한 산성액들이 아머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모습에 김만득은 다급히 조종간을 손에 쥐고 버튼을 눌렀다.
드드득 소리와 함께 근처 필드와 식도벽에 박혀있던 암석들이 딸려와 아머핸즈의 표면 위에 뭉쳤다.
치이익!
[아머핸즈 가동에 성공했습니다.] [기체내구도가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아 이거 빡세네.”
불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식도액들.
대부분은 거대기둥의 주변부를 둘러싼 고산필드로 방어할 수 있지만 필드의 두께가 얇거나 이미 소모된 전방부위는 플레이어가 직접 막지 않으면 데미지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인류결전병기 의 파손도가 일정 퍼센테이지를 넘길 때마다 페널티가 늘어날 것은 명약관화.
“이거 점점 손이 바빠지는데?”
“점핑속도로 다 감당할 수가 없어!”
자기들만 진엔딩 공략을 한다고 방송을 보며 부러워하던 점핑레빗 랭커들도 슬슬 생각이 달라졌다.
저거 너무 빡세지 않아?
맞으면 아플 것 같아
개사기 수직무한비행기술 허공답보로도 입체기동이 안 돼서 못 피하는 산성비…?
난이도 실화냐 싶은 진엔딩루트의 가혹한 여정에 차라리 참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은 수준!
애초에 탈락하면 우리야 좋지
ㄹㅇㅋㅋ
엔딩 볼땐 나도 데려가야 한다고ㅋㅋ
니들만 날아가지 말고 우리도 태우고 데려가!
여기 사람 못 탔어!
팩트> 날아가는 게 아니라 가라앉고 있다
근데 니들은 마이너스 자주 경험했으면서 왜 같이 타고 싶다고 그럼?
우리가 언제??
마이너스를 살면서 경험할 일이 있나?
주식
아
아아…
꼭대기에 타서 갇힌 놈은 탐욕 부리다가 갇혔으니 자업자득이라고 쳐도 우린 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버려졌잖아!!
아무튼 우리 못 탔으니까 진엔딩 못 봄 우리가 그렇게 정했음ㅅㄱ
제발 망해줘!
간절히 기도하는 랭커들.
그러나 그 기도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오랜만이네요.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조종간은. 2년만인가요?”
조 졌 다!!!
소드마스터 몰살검객 부활;
기나긴 모멸과 핍박의 시간은 님이 방송을 안 해서 우리가 겪었는데 왜 님이 각성하시냐고
우린 진짜 억울해
ㄹㅇㅋㅋ
검성 몰살검객 각성 멈춰!
멈춰!!
제발 멈춰 시발 나도 저거 같이 하고 싶다고 공략대원 모집 2트 한 번만 더해줘!!!
“이거 재밌네요. 검투사키우기에서 아머드 타고 다니던 기억도 나고.”
본의 아니게 다른 게임으로 예행연습을 한 셈이 된 묵언검객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인원 부족은 해결 못해!!
열 명이서 100인분급 활약 어떻게 할 건데!!
성난 랭커들은 플레이어들이 막지 못할 먼 곳의 산성액을 가리켰다.
다음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커다란 암반이 산성액을 덮치고 사라졌다.
“발사도 되네요. 다들 암기술 펼치는 요령으로 하면 간단해요.”
호잇 하고 가볍게 손에 든 암반을 날려서 원거리의 산성액을 막는 새로운 방어술까지 즉석에서 터득한 묵언검객.
그녀를 필두로 암반들이 전방위로 날아다니며 산성액을 막아대는 모습에서 묵언검객 공략대에 참여할 다음 기회는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졌다.
점핑레빗 진엔딩 공략대.
그들이 놓친 막차는 다시는 탈 수 없을 세계최강의 성능을 지닌 슈퍼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