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87)
1.
식도산성액 방어전에도 나름의 기믹은 있었다.
점핑아머 한 대가 들어가면 딱 틀어막을 수 있는 크기의 구멍에서 대량의 산성액이 쏟아지는 구멍기믹.
근방의 산성액이 모두 집결하여 한 곳에 폭포수처럼 산성액이 쏟아지는 폭포수기믹.
“자잘한 녀석들은 우리가 막겠다!”
“여기는 내 머리를 믿고 큰 것들을 먼저 막아라.”
“철두공 선배… 산성액은 박치기로 막을 수 없어요…”
면벽3인방이 시간을 버는 사이, 양귀호와 가시인간, 김제철이 구멍을 향해 뛰어올랐다.
“햣하! 구멍 녀석, 대력발산권을 받아라!”
“가시인간, 바위를 다 부숴버리면 어떡하나! 충격을 물체에 싣고 충돌 시에 터뜨리는 백보신권의 경지를 응용하라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살살 때려!”
“그니까 살살 때리기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저 무식한 새끼…”
손을 휘두르는 족족 바위를 부숴먹는 가시인간과 달리, 신법을 익히면서 신법의 묘리를 자연스럽게 권에도 담아 백보신권을 펼치는 양귀호.
막대한 힘을 싣고 날아간 바위가 구멍에 쾅 틀어박히며 그 너머로 산성액을 밀어냈다.
무공의 힘으로 구멍기믹을 대처하는 사이, 더욱 전방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산성액폭포수들.
김제철은 세차게 쏟아지는 산성액에 압도당했다.
“으음. 도저히 바위 하나로 막을 수준이 아니군.”
“걱정 말아요. 여긴 저희가 맡을 테니까.”
그런 김제철의 옆을 구름에 탄 묵언검객과 주아영이 지나쳤다.
“아영. 할 수 있겠나요?”
“거뜬하죠!”
백보신권의 묘리만으로는 다 틀어막을 수 없는 거대한 구멍에서 쏟아지는 산성폭포수.
막는 것이 아니라 물살을 역행시키는 수준의 개벽이 필요하다.
동물의 움직임, 자연의 이치를 무공에 담아 발전시킨 무공들로는 극의를 깨우쳐도 감히 벌일 수 없는 역천의 힘을 요구하는 시련.
정종무공과 정파무림의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을 시련을 앞두고도 주아영은 자신만만했다.
그녀가 해응응에게 전수받은 무공은 정사지간을 떠나 무림계에 존재했던 수많은 무공들.
자연을 거스르고 물리를 왜곡하는 역천의 이치조차도 주아영은 이미 익히고 있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원리를 거슬러 폭포를 밀어 올리는 원리.
그 비결은 물의 흐름을 뒤바꿀 정도의 거센 바람에 있다.
폭포가 역류할 정도로 엄청난 장력을 지속적으로 발산하는 장력이 백보신권의 원거리 타격을 뛰어넘는 극강의 공력제어능력을 통해 발현되었다.
“저게… 사람의 몸으로 가능한 경지라고??”
제 옆을 지나쳐 앞서나간 주아영이 벌인 일에 김제철은 벽을 느꼈다.
밟고 딛고 뛰어오르고 우회하면 넘어설 수 있는 점핑레빗의 절벽과는 다른, 어떻게도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경지의 벽을.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더니, 이성의 마음보다 더욱 두려운 불가해의 경지를 마주쳤구나.”
김제철의 마음은 무섭도록 공포에 질렸다.
넘어설 수 없다.
이 벽만큼은 무슨 수를 써도 극복할 수 없다.
일생을 걸어도 정복을 장담할 수 없는 경지.
무인으로서의 한계.
이 앞에서 더는 한 걸음도 위로 올라설 수 없을 것이라는 강한 직감이 머릿속에 심마의 파도를 몰아치게 했다.
김제철은 분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더는 흐를 산성액도 남지 않은 폭포였던 것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외쳤다.
“칼 빼어 물을 베나 물은 다시 흘러가고
잔 들어 근심을 삭이나 시름을 더하듯
사람 나서 세상에서 뜻대로 되잖아야 하는데
나 홀로 그랬음을 알고 어찌 배를 띄우랴!“
순간적인 절망을 참지 못하고 점핑아머를 벗어던지고 고산필드 위에서 뛰어내린 김제철!
[김제철 님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원인 – 산성액에 투신자살]-아니ㅋㅋㅋㅋㅋ
-돌아왔구나 절개남!!
-이젠 여자도 아니고 무공에 급발진 거네ㅁㅊㅋㅋ
-솔직히 벽 느낄만 했음
-저게 무슨 무공이야 마법이지…
-본인 해남파 일급제자인데 수제자님 무공보고 가슴이 옹졸해져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본인 살면서 수련해본 시간 5시간인데 이거 보고 수련 접기로 결심했다
-5시간 뭐 수련함?
-매점 1빠로 달려가서 벌꿀사탕 사는 수련이요
-급식충 실화냐???
-아ㅋㅋ 벌꿀사탕은 못참지
-그거 먹고 있으면 나도 막 마크2 된 기분임
-ㅇㅈ
시청자들은 김제철의 급발진에 신이 났지만 공략대원들은 당혹스러웠다.
“아니 저 새끼 왜 갑자기 또 급발진이야?!”
“난 알 것 같아… 인생 무공밖에 없다고 무공으로 도망쳤는데 거기서도 벽을 만나면 더는 살아있을 이유가 없는 거잖아…?”
“정신 차려 가시인간! 김제철 같은 놈은 인생 막 살아도 잘생긴 새끼라서 그냥 기만질이지만 너 같은 놈이 인생 내려놓으면 그거 진짜 죽는 거야!”
-니가 제일 나빴어!!
-자살은 김제철이 했는데 왜 가시인간을 갈궈!ㅠㅠ
“아 싯팔 죽을 마음도 싹 사라지네. 너 이 겜 끝나면 대련장으로 나와 이 새끼야.”
“흐흐. 그렇게 나와야지. 사망페널티로 빌빌거리고 싶지 않으면 죽지 말고 끝까지 버티라고.”
무공의 벽을 마주하고 김제철과 마찬가지로 자살충동을 느꼈던 가시인간.
정신이 번쩍 드는 독설에 독을 품은 북어처럼 분기탱천하니 적어도 이 게임이 끝날 때까지 그가 자신의 의지로 죽을 걱정은 사라졌다.
“근데 전방의 저건… 너무 크지 않아?”
길드장과 주아영.
두 사람만으로는 미처 손을 쓸 수 없을 것처럼 시야를 가득 채우는 산성액의 비.
그것은 구멍에서 쏟아지는 샘물이나 산성액폭포를 넘어서 마치 바다에 비견해도 될 정도로 크고 넓게 쏟아지는 특대규모의 산성액 바다였다.
“암반으로는 안 되겠어. 필드를 통째로 뽑아서 들어내지 않으면.”
“그것도 안 돼. 산성액 바다에서 튀는 산성액들 때문에 주변에 남는 암반이 없어.”
직격은 피할 수 없다.
물론 길드장님이 나서면 어떻게든 해결은 될 거다.
알고는 있지만 동시에 걱정도 들었다.
이만한 위기가 이거 하나로 끝일까?
벌써부터 길드장님이 큰 힘을 써도 될까?
모두가 주저하는 순간.
뜻밖의 인물이 답을 찾았다.
[엄길동 님이 회전제어컨트롤권한을 습득합니다.] [고산필드가 회전하여 산성액으로부터 동력기둥을 보호합니다.]암반을 산성액 바다가 떨어지는 부위로 회전시켜 기둥에 직격으로 맞는 것을 피한다.
암반이 남아있는 필드부위가 나타나기까지 초반부만 무공으로 막아내면 되는 상황.
“잘했어요, 엄길동씨. 덕분에 소모값이 적게 막아낼 수 있게 되었어요.”
주아영의 무공과도 급을 달리 하는, 눈으로 보고도 그 원리를 파악조차도 할 수 없는 무공의 발현.
바다가 그치며 감히 경계를 침범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변을 앞에 두고도 공략대원들은 그저 가슴을 쓸어내렸다.
눈앞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암담함을 일으키지만 얼마나 먼지도 모를 아득한 천상의 벽은 그저 아름다움과 경외의 대상일 뿐.
피했다.
단 한 명의 희생 아닌 희생자만을 낸 채로 위험한 구간을 극복했다.
[서둘러 격납고로 복귀하십시오.] [곧 대인류결전병기 의 잠항이 시작됩니다.]급히 외부필드에서 격납고로 돌아온 공략대원들.
그들을 반기는 것은 산성액의 바다 따위가 아닌 진남색의 어둠에 잠긴 담수의 바다였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인데?”
“아이 참, 선배. 벌써 까먹으면 어떡해요? 대결에서 죽자살자 탈출했던 필드의 지상에서 내려다본 바다의 모습이잖아요!”
“어…? 진짜네.”
-?
-이게 왜 진짜임?
-필드가 설마 이어진 거야?
플레이어와 시청자들의 추측은 이내 현실이 됐다.
[어스웜의 격멸을 위해서는 담수구간에 집어삼켜진 통합인류의 대인류방어요새에 잠든 를 회수해야 합니다.] [심해에 가라앉은 인류 최후의 도시이자 요새로부터 워터코어를 탈환하십시오.]계기판에 떠오른 미션창.
문자로나마 분명히 거론된 어스웜의 격멸.
막연한 기대는 확실한 보증이 되었다.
“이게 이렇게 된다고?”
“와 대박…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 선배…”
“내 대머리에 식은땀이 나게 만들다니… 이 게임도 제법이군.”
곧이어 시작되는 잠항.
담수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나선기둥과 고산필드.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문제가 시작됐다.
“필드가 너무 커!”
“바다에 가라앉은 기존 수중블록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거 여러분들이 나가서 직접 격퇴하셔야 할 것 같아요!”
“과연. 블루타입 점핑아머를 쓸 때가 되었네요.”
[점핑아머 타입 블루]◎기체상태
-코어가드 : 내구도 100%(파손 시 엔진출력감소)
-마나엔진 : 내구도 100%(파손 시 기체작동불가)
-감지센서 : 내구도 100%(파손 시 미니맵 잠금)
-자석신발 : 내구도 100%(파손 시 흡착부스트 잠금)
◎보유옵션
-점핑싱크로 : 탑승자의 점핑모션으로 점핑아머의 움직임을 제어. 플레이어 동화율에 따라 기체의 싱크로 효율도 상승.
-흡착부스트Lv3 : 흡착세기 3단계 강화
-미니맵 : 근방 100m 이내의 구조물 및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다.
점핑아머 타입 그레이가 산성액으로부터 바위를 끌어당겨 고산필드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이었다면 타입 블루는 해저필드를 재빨리 철거하거나 시설에 침투하여 시설을 이동시키는 청소부 내지 철거꾼 역할.
“이거 목표시설에 침투해서 제때 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당연히 고산필드랑 시설물 사이에 깔려죽겠지.”
가시인간의 적나라한 발언에 공략대원들은 의욕 떨어진 얼굴로 점핑아머를 쳐다보았다.
관짝이 될지도 모를 곳에 제 발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
“무서우면 여기에 남아있어도 괜찮아요. 언니랑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정말입니까?”
반색하고 좋아하는 김만득.
해응응은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점핑레빗을 좋아했어요. 이 세계는 제게 언제나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하늘이 되어주었고 마음의 안식처이자 고향이었고요.”
주아영은 그렇다.
그녀는 이 세계를 사랑한다.
“그러니 제가 좋아하는 세계를 파괴한 어스웜에게 복수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여러분에게까지 그 역할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다른 이에게도 이 세계를 사랑해주기를 요청하지는 못한다.
때로는 똑부러지는 면이 있으면서도 아직은 장문인의 자리를 물려받기에는 무른 면모가 남아있으니까.
역시 아직은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미숙한 수제자를 위해서.
사문의 일을 도울 마음이 없는 머리가 굵어진 문파고수들을 어찌 부려먹는지 시범을 보여줄 차례다.
“근데 저라면 한 번에 끝낼 것 같아요.”
너무 착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다.
가끔은 나쁜 소리도 할 줄 알아야지.
“다음엔 저 없이 다 같이 끌려와서 도전할 텐데, 머릿수는 많아도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걸요?”
너희 이거 엔딩 볼 때까지 계속 해야 돼!
충격적인 사실로 겁을 주어 강제로 게임을 강행하게 만드는 잔혹한 독려기술!
이거라면 물러설 수 없겠지.
공략대원들도 눈빛이 달라졌다.
과연 아직 제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며 흡족해하던 해응응은 이어지는 양귀호의 말에 뭔가 핀트가 어긋났음을 느꼈다.
“크흡… 길드장님이 저희와 함께 게임을 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인 겁니까?”
“제기랄. 여태껏 무공을 전수받기만 하고 은혜갚기를 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이건 죽을 각오로 클리어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잘못된 방향으로 반성하는 양귀호와 가시인간.
“조타는 저한테 맡겨주십쇼!”
“닌자는 철거의 달인. 무인스시가게의 회전스시접시도, 돈을 요구하는 메카종업원도, 기계파손비를 요구하는 오가닉휴먼도 전부 해치우는 철거의 프로. 맡겨도 좋은 것입니다.”
“닌자슬레이어씨, 그거 그냥 무전취식에 기물파손에 살인 아닙니까?! 게임에서 하신 거죠? 게임에서도 곤란하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도움을 보태는 엄길동과 닌자슬레이어.
“칫. 그런 사정이면 도망칠 수도 없잖아.”
“선배님들. 면벽동에 다시는 돌아가기 싫어요. 다른 무림인들이 저희 자리까지 빼앗고 다시 면벽동에 갇히기 전에 이번에 꼭 클리어해요!”
“걱정 마라. 이번에야말로 내 머리가 빛을 발할 시간이다.”
자신만만하게 나선 철두공은 진행경로를 가로막는 해저부유물에 박치기를 갈겼다.
“내 머리를 감당하기에 이 머신은 너무 나약하군.”
[기체에 가해진 충격이 너무 큽니다.] [해소되지 못한 데미지가 본체로 전달됩니다.] [마나엔진이 파괴되었습니다.] [기체작동이 불가능합니다.]“…어?”
“철두공 선배?!”
[철두공 님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원인 – 자해에 의한 이동불가상태로 인해 잠항중인 대인류결전병기에 치여서 사망.]-아니 왜 한 명씩 자꾸 자살하냐고ㅋㅋㅋ
-사망전대임?
바보 한 명의 사망과 함께 마이너스 3 구간 공략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