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02)
1.
-해남파의 전통놀이 안녕하살법 최종진화체
-이딴 게 인사…?-인사 두 번 받으면 사람 죽겠네
-사람 이전에 비무장 형태가 사라졌는데요?
-전 한방컷인 듯ㅠㅠ
복구된 채팅서버.
쏟아지는 경악에도 묵언검객의 무자비한 인사치레는 멈추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괴물 같은 여자로군…!’
시작은 암흑생성에 불과했던 힘.
시야를 빼앗고 적의 빈틈을 노리는 수준에 그쳤던 능력에 속성을 더하고 성질을 추가하며 전혀 다른 능력으로 발달시킨 블랙.
현역시절 최강의 기술이라 불리던 블랙홀은 감히 1초 이상을 유지할 수 없는 결전기술이었다.
탄환. 창검. 심지어는 포탄까지.
대부분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암흑장막.
그것으로도 방어할 수 없는 미사일과 정밀포격, 고등급 각성능력을 막을 때에만 일순간 동원하여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리는 절대방어기술.
블랙홀은 그 강대한 위력 탓에 시전자인 블랙 본인도 자칫 휘말릴 수 있다.
그렇기에 그가 종말점에 도달했을 때, 정부는 초긴장상태에 빠졌다.
-블랙님의 능력이 폭주한다면 그때는 도시 하나, 아니 지역 하나가 블랙홀에 휘말려 증발할지도 모릅니다. 부디 종말점 치료에 협조해주십시오!
그 또한 사태의 심각성은 인지했다.
그렇기에 치료에 전념했다.
인공장기를 배양하고 그것을 대체하여 육신의 수명을 연장하였다.
그래도 시간과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는 깨달았다.
이런 연명을 언제까지고 계속 할 수는 없음을.
그에게 남은 시간은 한정적이다.
정부에 척을 지지 않으면 그 시간을 조금은 더 연명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는 보았다.
정부의 지하조직 오푸스 기관이 협회 뒤에서 무슨 짓을 해왔는지.
자신과 달리 대부분의 힘없는 각성자들은 어떤 처지에 빠졌는지.
‘그렇게 흑의종군을 설립하고, 인재를 모으고, 궐기하기까지 수년이 걸렸지.’
조직의 활동을 알리는 첫 공식활동을 해남파로 잡아버린 탓에 개같이 스트리머 생활을 시작하게 됐지만 지금 와서는 전화위복이었다.
게임을 깨면 마력이 늘어난다.
정순한 마력이 공급받는다.
혼탁한 탁기가 정화되고 조금씩 몸이 건강을 되찾기 시작한다.
‘살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적중했지.’
그는 살아남았다.
종말점의 예고된 파멸의 순간을 뛰어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강해졌다.
기의 순도가 높아지며 전성기를 새로이 갱신하였다.
현역시절보다 내공의 총량은 줄어들었지만 순도가 높아지며 기의 출력이 안정적이고 거칠지 않아졌다.
‘그 덕분에 늘어난 블랙홀의 발동시간, 3초.’
컴마초 단위의 능력을 연속적으로 발현할 수 있게 된 이후, 블랙은 3초의 무적시간을 얻었다.
능히 천하제이인은 되리라 생각했다.
천하의 묵언검객도 진심을 드러낸 자신은 쉽게 당해내지 못하리라.
그리 믿었던 자부심이 흙바닥을 구르며 더럽혀졌다.
연이은 블랙홀의 발현에 몸을 지키고자 일으킨 마력은 얼마나 많고, 순간적으로 대량의 기가 빨려나간 팔과 몸통의 기혈은 어찌나 욱신거리는가.
‘이 3초가 짧다고 원망할 날이 다 오다니.’
사치스러운 불만이지만 그 또한 현실.
방어로는 끝이 없다.
이제는 가볍게 호잇 호잇 손가락 끝으로 견제기만 날리는데 블랙홀을 쓰기는 아쉽고 암흑장막으로는 막아내기 버거운 일격의 연속.
이대로는 마력이 먼저 다 털려서 죽겠다는 생각에 블랙은 마침내 공격을 결심했다.
‘자잘한 잔공격은 어차피 통하지 않는다.’
스피드마스터의 일광신속이 바보 같은 자살골이라며 무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블랙의 생각은 달랐다.
동급의 위력으로는 어림도 없고 자신보다 강력한 힘도 반요곡을 통해 언제든지 무공을 이용해서 흘려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불리함은 알고 있다.
무공의 대단함도 알고 있다.
그러나 질 거라는 생각 또한 하지 않는다.
‘묵언검객. 너는 모른다. 세상에는 무공에 견줄만한 이능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공에 비하면 인스턴트 내지 하위호환처럼 여겨지는 각성능력.
그런 보잘 것 없는 각성능력도 연마하기에 따라서는, 무공개발에 들이는 천재성과 노력, 시간을 각성능력에도 투자한다면.
인간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기존의 각성능력들의 한계선.
인간을 초월하는 초인경의 경지.
종말점이 허락하는 각성자의 마지막 성장단계.
그 너머를.
종말점의, 주화입마의 제약을 돌파한 광경을.
‘무림인은 편리하게 이 경지를 드나들었지. 내공과 혈도, 안정적인 기틀과 안전한 운용법만을 준수하며 충분한 힘을 갖추고 최대한 내구도를 온존하며 벽을 넘고자 시도하니까.’
물론 무림인에게도 쉬운 도전은 아니다.
조화경의 경지.
현 시대에 감히 자신 있게 그 경지를 논할 자는 묵언검객 하나뿐이니까.
그러나 각성자들의 세계에도 선구자는 있다.
무공과는 전혀 다른 하등분야라 여겨지던 영역.
각성능력의 세계에서.
블랙은 찾아내었다.
다음 경지로 향하는 새로운 공식을.
‘무공은 재가공 된 마력, 내공을 통해 펼쳐지는 힘. 셀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된 자연수와 정수, 유리수로 이루어진 가산집합Countable의 영역.’
‘각성능력은 원시적인 마력으로 발현되는 무리수와 실수와 같은 비가산집합Uncountable의 영역.’
‘무림인은 가산집합의 영역에 속하고 각성자는 비가산집합의 영역에 속한 존재.’
무림인은 주화입마의 영역이라 불리는 비가산집합의 영역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힘을 모아 단숨에 돌파하지 못한 자들만이 그 영역으로 전락하고, 힘을 모아 돌파한 자들은 그 너머의 영역으로 나아갈 뿐.
이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힘을 매번 무작위로 눈대중으로 사용해온 각성자들에게 정련된 힘을 다루는 정교함은 부족하다.
그 대신.
안전을 포기한 대가로.
그들은 후천적인 직감을 얻었다.
오성.
해응응이 무림비망록의 상태창을 통해 얻은 능력치가 보장하는 을.
‘거대한 규모의 힘을 완벽한 단위로 통제하여 거대건축물을 쌓아올리듯이 펼쳐내는 무공. 각성능력은 어느 시점에서부터 그런 기교를 부리지 못했지.’
‘하지만 본능적인 감각이 그 기교를 실현시킨다면. 그리고 그 감각을 고정적으로 기억할 수만 있다면.’
그 가설에서부터 시작된 도전.
질서가 혼돈으로 승화하는 조화경의 공식.
모든 정련된 순서수의 고유모임Ord을 모든 혼돈의 기수의 고유모임Card으로 잇는 개념, 알레프 수א.
그것을 뒤집는다.
모든 혼돈의 기수의 고유모임Card을 모든 정련된 순서수의 고유모임Ord으로 잇는다.
도달하는 지점은 똑같은 알레프 수א.
기나긴 진화의 여정에서 거쳐가는 길과 도달한 값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끝에 기다리는 개념만큼은 같다.
누군가가 정교한 힘의 단위로 빌딩을 쌓듯이 공식과 이론을 쌓아올려 검 한 자루로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면.
누군가는 혼돈의 힘의 단위로도 극한의 본능으로 핵폭발을 일으키는 모든 절차를 연속적으로 골라서 본능적으로 실행할 수도 있다.
과정은 달라도 결과는 같은 핵폭발.
최종점이 클수록 결과는 동일해지는 이치.
무공에서는 만류귀종이라 부르는 영역.
정사지간의 무공이나 정기와 마기의 성질의 간극을 넘어서는 영역.
내공과 마력, 질서와 혼돈 사이에서 벌어지는 훨씬 더 거대한 규모에서의 만류귀종.
모든 가산 무한 집합의 도달점은 같음을 의미하는 수학적인 공식.
이를 해응응이 무공의 영역에서 실행했듯이.
이번에는 블랙이 각성능력의 영역에서 실행한다.
한 치만 어긋나도 혈맥이 상하고 한 치만 단위가 부족해도 최대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힘이 확률의 농단을 깨고 완벽한 값을 도출한다.
챙강!
챙강!
장난삼아 내지르는 일격에 깨지는 방어막.
그러나 한 치도 새어나가지 않는 힘과 정교한 힘의 분배를 느낀 해응응은 그 기색부터 달라졌다.
아무렇게나 주변에 풀어두었던 아홉 개의 꼬리들이 꼿꼿이 펴지고 털이 곤두설 정도의 놀라움.
자신이 들인 내공의 소모값을 완벽히 동등한 값과 위력으로 사출된 장막이 막아냈다.
카피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황당할 정도로 완벽한 대칭되는 응수!
상대의 모든 수에 대응 가능한 본능의 힘으로 간격을 좁히고 최강의 일격을 꽂아넣을 시간을 번다.
그 너머로, 이번에는 블랙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잔재주는 없다.
할 수 있는 최강의 일격을 끌어낸다.
모방과 대응을 넘어선 그 너머.
절대적인 본능으로 펼쳐낸.
혼돈으로 정교함으로 연성한 모순의 극치.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펼쳐진 검 형태의 블랙홀이 무공의 물리력을, 격하의 모든 발악을, 무한한 초상의 영역에 닿지 못한 개념을 부순다.
절대본능의 완벽한 보조가 없다면 감히 시전을 시도하는 순간 블랙홀에 모든 마력이 털려 무력화되거나 자기 자신까지 집어삼켜질지도 모를 미친 능력.
백광이 번뜩이고.
빛마저 집어삼키는 블랙홀의 검이 울부짖었으며.
소리조차 없는 흔들림의 너머.
검 한 자루에서 비롯된 번뜩임이 서걱, 하는 뚜렷한 소리와 함께 교착을 끝냈다.
“제법이네요. 지금의 그거. 그간 게임과 방송을 열심히 한 티가 나요.”
“하. 진짜 킹받네. 방송도 이제는 몇 달에 한 번씩 킬까 말까한 인간한테 이딴 소리나 듣고. 이 정도를 하고도 아직도 일방적으로 채점을 받을 입장이냐?”
“아직은 저보다 약하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
정교함을 쌓아 거대한 물리현상을 일으키는 무공의 기적에 맞서 모순의 극치를 쌓아올려 법칙이 붕괴하는 특이점을 펼쳐낸 블랙의 일검.
그의 검은 정교함에 그친 평범한 무공이라면 꺾을 수 있었지만 묵언검객의 무공은 꺾을 수 없었다.
그녀 또한 무의 극한을 넘어서며 모순과 법칙너머를 다루는 진정한 초상의 영역의 깨달음을, 조화경의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으니까.
“그래도 봐줄만했어요. 이번 한 번에 한해서는 특별히 선출전에 나가는 걸 허락해드리죠.”
“완전 엎드려 절 받기네.”
금이 간 채 얼굴에서 반쯤 떨어진 가면을 손으로 꾹 눌러쓴 블랙.
미처 손으로 가리지 못한 그의 입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럼 블랙 vs 블랙2호임?
-아니 이거 뭐야
-묵언검객 vs 스피드마스터 어디갔어!!
-홍철 없는 홍철팀
-묵언검객 없는 해남파 대표
-스피드마스터 없는 연말대상전 대표
-아니 매치업 이게 맞냐…?
-심지어 원본 vs 복제인간임
-어이가 없네 진짜ㅋㅋㅋ
플랫폼의 자존심을 책임지는 2인자들의 매치업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