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10)
1.
겹경사라는 말이 있다.
둘 이상 겹친 기쁜 일이라는 말로 사람들은 이런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묵언검객이 방송을 키고 반요곡을 한다.
이에 기쁨을 느끼기도 잠시.
-아니 슈발 소리는 또 어디감?
-음소거 당한 듯
-폭군 무친놈아!!
-사운드플레이도 허락하지 않는 잔혹한 폭군;;
-불 끄고 소리도 끄고 둘이 뭐 하는 거야!!!
-공공장소에서 이러면 안되욧!!!
-어맛;
억빠보다는 억까가 넘쳐나는 세상.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
명암 제로에 사운드 제로라는 겹재앙까지.
시청자들이 악을 쓰며 미쳐가는 것도 당연했다.
-죽었을까?
-당연히 죽지 앞도 안 보여 소리도 안 들려 이걸 어떻게 피해?
-ㄹㅇㅋㅋ
-개사기 옵션조작 플레이는 못 막지
아무리 묵언검객이라도 이건 에바다.
수많은 불신을 꺾고 정상에 군림한 묵언검객이지만 이건 눈과 귀를 다 뺏긴 꼴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공격을 대관절 무슨 수로 막아낸단 말인가.
-근데 게임이 안 끝나는데?
-ㄹㅇ 플레이타임 왜 계속 늘어남?
-계속 싸우고 있나본데?
그런데 그 미친 짓을 또 해내는 무친련이 있다.
끝내 호기심을 참지 못한 시청자들은 늘 후회하던 짓을 반복했다.
-본인 감각링크 참여함
-또야? 매번 호된 꼴을 겪고도 또 켰어???
-후… 니들은 이런 거 하지 마라.
-오늘은 장기 뒤틀리는 느낌이 덜 드
-쟤 어디감?
-강제로그아웃 3초컷ㅋㅋㅋ
-라고 친 놈도 3초컷 당함
-대체 무슨 싸움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매지컬구미천마검객님…(진짜 모름)
-강제로그아웃은 왜 당함?
-뭔가 역류하는 느낌 들더니 데미지 훅 들어옴
-스트레스성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캡슐에 눕기 3시간 전부터는 식사하지 마세요.
-무슨 역류성식도염이 강제로그아웃을 당해요; 드래곤도 아니고
-팩트> 묵언검객은 구름용이 인정하는 희대의 마룡이므로 드래곤이 맞다.
캄캄했던 화면에 빛이 돌아왔을 때.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이제야 겨우 폭군토벌전을 볼 수 있겠구나.
…그런데 돌아온 시야에 비치는 광경이 어째 뭔가 좀 이상했다.
-?
-이거 머임?
-볼따구 같은데?
-?
-왜 볼따구? 보스전 어디감? 이거 누구?
어리둥절한 시청자들의 귀에 고막을 간질거리는 미성이 들렸다.
“마마. 이 동그라미는 시청자 시점 카메라입니까?”
“맞아요.”
“먹으면 무슨 맛이 납니까?”
“먹어보면 알지 않을까요?”
“와앙.”
-마크2야 지지야 지지!
-삼키지마!!
기존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페이즈 패턴을 보이기 시작하는 루트분기 최종보스 폭군.
달라진 폭군과의 박진감 넘치던 보스전을 기대하던 시청자들.
그들이 기대하던 보스전은 몰수당했다.
시야 가득 펼쳐지는 선홍빛 목구멍.
작게 흔들리는 앙증맞은 목젖.
꿀꺽.
마크2의 입속으로.
2.
시야를 뺏고 소리를 빼앗는다.
제법 영리한 수작을 부렸다.
“부기걸. 짐꾼. 눈을 조심하세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경고를 해줄 입은 있다.
한 모금의 연초로부터 피어난 마크2.
새카만 암흑 저편에서 호기심 가득한 장난꾸러기의 기척이 느껴졌다.
관심.
애정.
신남.
방방 뛰는 강아지처럼 신이 났을 마크2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마크2. 안광플래시빔을 난사해주세요.”
내가 안 보이면 너도 안 보이게 해주마.
마크2를 이용한 눈뽕작전!
정식 허락까지 받으며 신이 나서 마구 번쩍거린 마크2 덕분에 폭군이 밝기조절막대를 조절했다.
밝기조절막대 – □□□□□
밝기조절막대 – ■■■■■5 key up!
최대치의 밝기.
마크2의 안광플래시빔에 노출시켜 다른 의미로 앞이 보이지 않는 괴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겠다는 폭군의 의도가 빤히 읽혔다.
생각 없는 하급 빛의 응애정령이라면 계약자가 곤란해하건 말건 계속 빛을 난사했겠지.
마크2는 그런 약체가 아니었다.
인격적으로도 훨씬 발전했으며 정령으로서의 능력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침대 옆 탁자에 세워두는 무드등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출력감소.
잦아드는 빛 너머로 폭군의 입이 열렸다.
들리지는 않지만 읽을 수는 있는 입모양.
[눈을 뜬다고 달라질 건 없다.]스토리모드와 플레이어모드.
모드전환을 이겨내고도 감수해야만 하는 내공차단의 부가현상.
그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밝기조절막대가 최대치와 최소치를 오가며 암흑과 광채 사이를 오갔다.
‘과연. 이래서는 안광플래시빔도 함부로 쓸 수 없게 되었군요.’
눈이 어둠에 순응할라치면 밝기가 최대치가 되니 아예 눈을 떠서 사물을 인식하는 행위를 그만두었다.
내공으로 기감을 펼쳐서 움직임을 읽는 것이야 쉽지만 그런 운공에도 모드전환에 의한 내공차단이 간간이 발동되며 기의 순환이 끊긴다.
눈은 예민한 기관.
자칫 역류한 기가 눈에 악영향을 미치거든 심대한 데미지가 남는다.
육안으로도 기감으로도 앞을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극한의 방해.
지금껏 당연하게 누려왔던 오감과 내공이 적이 되는 극한의 환경.
폭군의 위명에 아쉬움이 없을 실로 포악한 전투에 감각링크에 들어갔다던 시청자들의 비명과 절규는 얼마나 울려 퍼지고 있을까.
“무공을 심도 깊이 익히지 못한 사람들은 방송도 편하게 못보고 참 고달프군요.”
그 모든 참사를 정작 최전선에서 겪는 당사자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일방적으로 우세를 점하던 폭군의 공세가 언제부터인가 모든 공격이 전부 막히더니, 검집으로 주먹을 막아내는 소리마저 끊겼다.
막기 이전에 동작을 예측해서 회피한다.
대기의 떨림.
피부로 느끼는 살기.
보이지 않는 공격을 전부 읽어내며 끝내 폭군의 육신에 심대한 피해를 누적시키니, 다시 한 번 페이즈가 변경되었다.
폭군의 주변을 맴돌던 인형 같은 인간이 웅장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넣었다.
[세상의 끝을 본 영웅은 잠들기를 택하였으니.] [오랜 기다림과 침묵의 끝에 마침내 연자가 제 발로 영웅의 앞에 나타났도다.] [세속의 존재들은 연자를 일컫기를 이라 부르되, 영웅을 일컫기를 이라 칭하니.]물리적으로 반쯤 뜯겨져나갔던 사슬과 고리.
남은 반절의 사슬과 고리가 팽팽하게 벌어지며 폭군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뜯겨져나갔다.
[규명되지 않은 진실함이란 존재의 사슬과 속박에도 구속되지 않노라.]몇 마디 나레이션이 힘을 해방하는 트리거가 되었다.
되찾은 자유.
진정한 해방.
아마도 이번이야말로 폭군의 온전한 상태.
이 강함은… 심상치 않다.
“처형자여. 그대는 자신이 짊어진 업의 올바른 이름을 알고 있는가?”
나레이션의 너머, 폭군이 자신의 목소리로 물었다.
그저 고개를 젓는 해응응.
“하늘 아래 제가 앎을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제 검뿐이에요.”
“하면 알려주지. 처형자란 죄인에게 형을 고하는 자. 반요곡의 처형자란 이 협곡에 드리운 가장 깊은 원죄를 범한 자, 대죄인을 찾아내어 죽이는 자다.”
옥좌 아래 바닥의 장식인줄만 알았던 거대한 대검을 들어 올리는 처형자.
[시스템 콜 – 귀물 활성화] [시스템 콜 – 파괴불가 옵션 활성화] [시스템 콜 – 만병지왕 옵션 활성화]남성의 목소리가 아닌 여성의 목소리로 긴박하게 울리는 나레이션.
그것이 잠들었던 검의 성능을, 진정한 힘을 해방시키며 막대한 기운을 폭발적으로 고조시켰다.
그 기운은 기이하리만치 묵언검객의 몰살검과 닮은 검은 뇌전을 뿜어내었다.
살육.
파괴.
몰살.
묵언검객이 쌓았던 요괴사살의 업이 저 거대한 대검에도 동등하게 쌓인 것이다.
동시에 파괴불가라는 옵션으로부터 해응응은 자신의 검이 지닌 특징을 돌이켜보았다.
초보자의 검.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기본무장.
그 주된 특징은 .
그렇다.
검의 형태는 다를지언정 속성은 다르지 않았다.
부술 수 없는 검.
저것은 또 다른 초보자의 검이었다.
플레이어인 자신과 같은 혜택을 얻듯이, 자신보다 한 세대 앞서서 등장한 플레이어인 것처럼.
“받아보겠나? 나와 같은 힘을 구사하는 2대째의 플레이어여.”
“얼마든지요.”
모드변경도, 옵션변경도 없는 순수한 힘의 증대.
그의 검이 자아내는 움직임은 투박했다.
투박했지만 강맹한 힘이 있었다.
외공의 극의.
사투의 연속.
검 한 자루로 거대한 괴물들을 구축하고 토벌해온 사내의 인생이 담긴 궤적.
자신을 칭하는 별호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업이 되어버린 자.
대요괴에게 꺾여 실패한 처형자와 달리, 처형자라는 존재가 사명을 완수하고 극한까지 성장하면 어디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막강함.
산이 나타나면 산을 부수고 바다가 앞을 가로막으면 바다를 가른다.
타협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패배 따위는 용납하지 않는.
오직 승리만을 따르며 올라선 존재의 일격이 무섭도록 강렬한 섬광을 토해내었다.
‘검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대단한 일격. 무림에서도 이런 검을 본 적은 몇 번 없어요.’
천마 파천린.
고금제일인 기극조.
신선 장삼단봉.
하나같이 무학의 끝에 도달한 극의.
그마저도 초월한 저력을 보여주었던 이들.
앞선 페이즈들이 외력에 의한 방해에도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면 이번 페이즈는 보다 직접적으로 묻고 있었다.
이만큼의 거대한 힘과 맞서더라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의 여정이 헛되지 않았는지.
동료나 세력의 힘을 빌렸을 뿐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그에게 견줄 강함을 손에 넣었는지.
“이것이 제 답이에요.”
모이고 흩어짐은 물결에 휩쓸린 모래요.
높고 낮음은 파도의 흔들림이니.
천지를 이음은 태풍의 일어남이요.
세상을 덮음은 땅의 안개와 하늘의 운무인지라.
사람은 숨 쉬기 힘든 선경에 헐떡이니.
구름, 멈추지 않으리.
바다, 마르지 않으리.
여기, 그리운 고향을 새긴다.
나의 검, 나의 마음 속 깊은 무혼에…
극한의 변화 속에도 흔들림 없는 깨달음이 굳건히 자리를 지킴을 증명한다.
검에 깃든 파괴불가의 전승을 뛰어넘는 절대불변의 깨달음이 검을 쥔 손의 밀려남을 허락하지 않으며 힘과 힘의 격돌이 솟아올랐다.
땅이 무너지고.
동굴이 무너지고.
공동이 토사에 짓눌리면서도 멈출 줄 모르는 검격.
해남파의 정수가 담긴 검해劒海.
그것이 폭군의 패도覇道를 막았다.
백 마디 말보다 확실한 일격.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했다.
압도적인 강함과 그 강함의 근간에 자리한 변치 않는 강인한 정신을.
“너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군.”
[페이즈 종료] [폭군의 시련을 견뎌내었습니다.] [폭군이 당신의 강함과 정명한 인과를 인정하여 세계비화의 천기를 누설합니다.]또 다시 찾아오는 스토리 모드.
그러나 악의는 들어있지 않은, 오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의 방책.
해응응은 그 순수한 의지를 느끼며 신체의 제어권이 박탈당하는 현상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선각자가 폭군을 죽이려 한 이유를.
다른 루트에서는 그가 백령신군을 처치하던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