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26)
1.
마선의 분신의 제안은 간단했다.
백령신군의 자아가 깃든 귀물을 이용해서 요괴들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마.
백령신군이라면 자신의 대의를 대신 이루어주겠다는 것을 깨닫고 제 죽음에도 개의치 않고 전적으로 협력을 할 것이다.
요괴왕의 조언도 간단했다.
배신을 두려워하지 마라.
까짓것 배신당하면 쿨하게 변신 도중인 애들 목숨은 버리고 저놈 목도 치면 그만 아니냐.
양자의 얘기를 모두 들은 해응응의 결정도 간단했다.
“다 좋은데 배신을 당하든 안 당하든 왜 백령신군의 영혼이 착취를 당해야하죠?”
“내가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의 대업을 대신해서 이루어주겠다고!”
“그니까 그걸 왜 당신이 해야 하냐고요. 그냥 가면 씌우면 장본인이 깨어날 것 같은데.”
마선의 분신의 얼굴 위로 새카만 기운이 다급히 솟아올랐다.
필사적인 저항시도는 등허리를 깔아뭉갠 요괴왕의 체중싣기 한 번에 무참히 무산되었다.
“비켜라, 이 천것아! 유희의 피조물 따위가 어찌 주인을 해하려 들 수 있단 말이냐! 너흰 장난감이다. 내 즐거움을 위해 살아갈 뿐이란 말이다!”
“낯짝 한 번 대단하구나. 장난감에게 장난감처럼 놀아나고도 그리 기고만장할 수 있다니. 그 기개는 높이 평가하나 짐이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는 장난감은 그대가 아닌 백령신군이다.”
요괴왕은 마선의 분신의 발악을 허용하지 않았다.
“보잘 것 없는 대의일지라도 그의 숙원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자네는 뭐지? 백령신군의 뒤에 숨어서 그저 즐기고 탐할 뿐.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는 탐욕이란 그저 폭식에 지나지 않는다. 너의 탐욕은 백령신군에게도, 이 요괴왕에게도 하찮다는 말이다.”
해응응의 손에 들린 가면이 두 팔마저 제압당한 채 상체를 비틀며 추하게 발버둥치는 마선의 분신의 얼굴에 끼워졌다.
고통스러운 절규도 잠시, 오색찬란한 빛과 함께 어둠이 마선의 분신의 주변을 한바퀴 돌며 대순환을 이루다 가면 속으로 사라졌다.
[마선의 분신이 인위적으로 봉인됩니다.] [요괴왕이 봉인에 심마를 새깁니다.] [요괴왕의 심마를 이겨내지 못할 시, 마선의 분신은 백령신군과 주 인격교체를 이룰 수 없습니다.]불길한 어둠이 잦아들고 형태 없는 민얼굴로 돌아온 백령신군.
모습과 기색은 돌아왔지만 전선장수 시리마마의 죽음을 겪은 그의 수하들은 섣불리 환호하거나 안심하지 못하고 긴장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미안하다. 다들 신세를 졌군.”
“네놈이 약했기 때문이다. 분발해라, 애송이.”
“유념하도록 하지.”
요괴왕이 엉덩이를 떼어 그를 놓아주고 해응응이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아 일으켜주었다.
백령신군의 수하들은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모두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오. 백모를 쓰고 종군하는 마음으로 세력장이 되어 본인의 부족함에 너무 많은 이가 피해를 보았소.”
“아닙니다. 어찌 저희가 신군님을 탓하겠습니까.”
“신군께서는 저희들의 구세주십니다.”
“요괴의 몸이 되었다고 신군님을 탓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희가 걸어온 길이 최선의 길은 아닐지라도 최고의 길이라는 사실은 확신합니다. 마선의 사악한 계략에 놀아났다고 한들, 신군께서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응응도 백령신군의 주변에 모여 고개를 숙이는 수하들의 한 걸음 뒤에서 설핏 웃었다.
“모두의 존경을 받는 대장이라… 나쁘지 않네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마지막으로 태양이 산 너머로 저물기 시작했다.
[묵언검객의 페이즈가 종료되었습니다.] [운명의 시간이 도래합니다.]태양이 저물고 달이 떠오르는 시간.
[거짓선각자가 돌아옵니다.]최후의 대적.
거짓선각자가 삼대진영에 복귀했다.
2.
[Story mode]큰일을 앞둔 사람은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
비로 목욕하고 바람으로 머리를 빗는 목우즐풍沐雨櫛風의 각오로 비바람을 무릅쓰고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물론이요.
뜻을 이루지 못하거든 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배를 가라앉히고 솥을 깨뜨리는 침선파부沈船破釜의 정신으로 필사의 의지로 결전에 나섰다.
휘오오.
옷깃을 파고들며 뼈에 스며드는 바람의 강도는 태풍의 무자비함과 다르지 않았지만 누구도 밤바람이 차다 논하지 않았다.
이 최후의 전투에서 패배하거든 그들에게 찾아올 미래보다 매섭고 차가운 것은 없으니까.
“이런. 날도 추운데 다들 멀리도 마중을 나오셨군.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거짓선각자 토벌장소를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필드보너스가 존재하지 않습니다.]“가져오기로 했던 보패는 어디에 있죠?”
“끌끌. 마음이 많이 급하신가보군.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그러면 늙어서는 근심걱정에 밤새 잠도 못 자겠소이다.”
“저희 사이가 많이 편하게 느껴졌나 보군요. 그런 농지거리를 던질 정도로.”
선각자와 묵언검객의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뒤에 모여든 이들이 손에 땀을 쥐거나 전의를 끌어올렸다.
“뻣뻣하기가 첫날밤을 치르는 처녀만큼 심하구려. 그리 빨리도 척을 지려 들어서야 쓰겠소?”
“먼 길 돌아다닌 사람을 위해 연회라도 준비할 걸 그랬나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소. 그대도 알고 있지 않나? 여린 마음을 지닌 것들은 말 한 마디, 손길 하나에 홀리지만 우리 같은 족속들은 그럴 수 없음을.”
“우리 같은 족속이 어떤 족속이죠?”
“인세를 초월하여 유희를 즐기는 몸. 그대와 내 차이가 있다면 낮은 곳에서 즐기는가, 높은 곳인가. 즐기는 위치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지.”
선각자와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은 불쾌하지만 이번만큼은 해응응도 동의했다.
절대적인 강함을 얻고 현대로 돌아온 이래, 그녀가 거쳐온 여정이 그러했다.
시한부인생.
구음절맥.
살기 위해 내공을 모으며 시작된 게임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게임 그 자체를 위해서 무공을 수련하고 진심으로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백령신군과 대요괴는 도원향이라 부르는.
선각자와 자신은 유희라 부르는.
결말을 향해 결착을 내기 위한 싸움.
선각자는 전의를 드러냈다.
감추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이미 우리가 적이 되었고 그를 적대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깨달았다.
“어디에서 걸렸죠?”
“백령신군의 그릇에서 해방되었던 분신의 힘이 도로 사라졌는데 어찌 이를 모를까.”
“당신이 본체군요?”
“어떨 것 같나?”
“분신이라면 대요괴를 통해서도 충분히 겪어봤어요. 그 육신은 틀림없는 본신이겠죠.”
상대의 술수를 입에 담고 겨룸에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서로의 의도를 잘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 뜻은 지극히 간단했다.
“그리도 저와 겨뤄보고 싶었나요?”
“어찌 기대되지 않겠나.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고,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났고, 오랜 유희의 끝을 볼 때가 되었는데.”
[거짓선각자가 중대한 비밀을 깨달았습니다.] [보스전 시작 시, 제 1 페이즈부터 종말급 도술 를 준비합니다.]난이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고난이도에게만 허락된 세계의 명운을 결정지을 수 있는 권리.
그것을 가 아닌 로 격상시키며 선각자에게도 더 이상 다음 기회를 위해 힘을 아끼는 짓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짐꾼. 때가 되었어요. 폭군을 불러오세요.”
“끌끌. 경계를 넘어 힘을 비축해온 폭군을 부른다. 그것이 본인을 쓰러뜨릴 비책인가?”
“어떨까요. 직접 겪어보면 알겠죠?”
“그럼 겪지 않겠네. 자네가 어디까지 날 만족시켜줄지 기대되거든.”
선각자의 손에서 한 줌의 재가 퍼지며 경계를 향해 달려가던 짐꾼의 걸음이 멎었다.
[선각자가 를 사용합니다.] [짐꾼의 행동이 봉인됩니다.]“초대 요괴왕, 멸룡. 그는 유희상대치곤 단순하지만 그만큼 만만찮은 힘을 지녔지.”
“꽤나 귀한 가루를 썼군요.”
“비록 폭군의 손에 명을 달리했지만 그의 뼈에 깃든 살육의 의지는 모든 생명체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힘이 깃들어있네.”
최후의 결전.
이 순간만을 위해 준비해온 것은 묵언검객과 그녀의 세력만이 아니었다.
선각자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찾아온 것이 아니다.
“대요괴는 죽었고, 백령신군은 무력화되었으며, 폭군은 발이 묶였으니. 이로써 한 시대를 풍미하던 오래된 주역들은 모두 끝났군.”
“당신까지 보내면 참 좋을 텐데요.”
“걱정 말게. 그 아쉬움을 곱씹을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솜씨를 발휘해줄 테니.”
점점 빛의 세기를 더해가며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선각자의 육체.
그의 육신이 공중으로 떠오르자 이를 본 짐꾼이 다급히 외쳤다.
“저 귀물은 머리 위의 광원으로부터 빛의 장막을 펼쳐 모든 공격을 막는 힘을 지녔으며, 제관은 광원의 세기를 갈수록 증가시키는 효능이 있습니다! 서둘러 막지 않으면 공격이 닿지도 않을 겁니다!”
[알고 있다. 저것의 까다로움은 몇 번이고 경험해봤으니.]짐꾼의 대답에 응하듯이 공간의 균열을 깨부수며 커다란 대검이 날아들었다.
회심의 귀물연계가 시작부터 무너지자 선각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스토리 모드가 나타났을 때부터 예고된 등장이죠.’
폭군은 단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짐꾼을 통해 성가신 유해를 하나 소모하게 만들고, 선각자가 까다로운 패턴을 조기에 발동시키도록.
“폭군. 넌 아직 경계에 갇혀있어야 할 때일 텐데?”
폭군은 덤덤한 목소리로 과거를 고했다.
그것은 패배로 얼룩진 역사였다.
[세계는 999번 멸망했고, 내 회귀 또한 999번을 반복했다.] [끝을 모르는 네놈의 수법에 놀아나며 굴욕을 딛고 일어서고자 많은 것을 버렸다.] [전생을 함께 할 동료.]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 [영웅으로서의 자존심과 선악의 경계.] [그 모든 것들을 희생하고도 끝내 네놈을 능가할 가능성이 없음을 깨달았을 때, 짐은 한 차례 모든 것을 내려놓을 각오마저도 하였다.]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지는 고독함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겼을 때, 이 여자가 나타났지.]그녀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 타이틀을 보며 폭군의 전신에서 웅혼한 힘이 솟구쳐 올랐다.
[어두운 하늘의 끝을 고하는 역할은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다.] [그러니 최후의 일격을 위해 이 손속에 여력을 남겨둘 이유도,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이 되어 회귀가 막힐 것이 두려워 언제나 자살할 준비를 할 필요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랜 놀이의 끝? 최후의 유희?]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은 네놈만이 아니다.] [999번의 회귀를 딛고 일어선 1000번째의 폭군은 진정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최강의 폭군이다!]자연지기의 농도가 상승하면 술사의 의지가 현실에 반영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생각이 곧 현실로 펼쳐지는 의념지경이 매 순간 이어질 수 있다.
진정한 고수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초전부터 과감하게 기를 방출하며 막대한 존재감과 저력을 과시하려던 선각자였으나… 그 기운의 확장이 멈추었다.
나아가 먹히기 시작했다.
타도 선각자.
1000번의 생에 걸친 원한을 벼리고 또 벼려낸 폭군의 기운방출에 의해서.
“호기롭게 외친 것치고는 보잘 것 없구나. 고작 귀물연계를 하나 막아낸 것이 네 전부더냐?”
[그것이 네 유언이었길 바라지.] [지금부터는 이 목숨이 다하도록 단 한 순간도 네놈이 날뛸 기회를 허락하지 않겠다.]폭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가 더욱 강건하게 분출되며 세상을 불사를 기세로 검붉은 색채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종말급 영역전개의 영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었습니다.]그저 모아온 힘을 분출한다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기류의 폭발.
오만한 선각자조차도 그 얼굴에서 비웃음이 사라지고 긴장감이 떠올랐다.
해응응의 눈에는 그 비결이 보였다.
[폭군이 자신의 처형자로서의 모든 자격을 걸고 을 추가합니다.]【금제 & 축복】
[10분 속의 영겁] – 폭군이 지닌 모든 힘의 원천과 생명력, 내세의 평온을 걸고 10분 간 전투력을 극도로 상승시킨다.10분 내에 선각자 타도 및 마선토벌에 실패할 시, 폭군은 모든 힘을 상실하고 마선의 분신으로 전락하여 억겁의 고통을 받는다.
마선토벌전.
이 최후의 싸움에 폭군은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