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42)
1.
애플여왕.
사과녀의 인벤토리에는 재화가 많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조선소의 배를 모조리 일시불로 구매하고도 돈이 남아돌 정도로.
“와씨 함대를 차려도 되겠네.”
부둣가에 나란히 대기 중인 선박들을 보며 플레이어들은 압도적인 빈부격차를 느꼈다.
목재 주택에서 수공예품이나 만들며 살던 러시아 병사들이 처음으로 겨울 궁전을 본 것처럼 비현실적인 광경에 모두가 넋이 나가 멍하니 배를 올려다본다.
“억울해.”
누군가의 한 마디가 도화선이 되었다.
“쟨 뭐 여자라서 돈 받고 게임해?”
“뭔데 재화가 그리 썩어넘쳐?”
“실력도 없는 주제에 남자한테 아양이나 떨어서 게임하는 비겁한 년!”
“피지컬 대신에 애교력만 키운 쓰레기 같은 년!”
“니가 애교 좀 있고 인기 많으면 다야?”
“비겁하게 인기로 게임하지 말고 실력으로 게임을 하란 말이야!”
분탕들의 성화에 그들 사이에 있던 구 애플단원 몇몇이 반박에 나섰다.
“아닌데? 애플님은 여왕님 시절부터 피지컬 장난 아니기로 유명했는데?”
“한국섭에서 랭커급 실력자였는데?”
“애교가 아니라 허접 바보라고 매도를 하고 다니셨는데?”
분탕들은 더욱 열이 뻗쳤다.
“니들 뭐야? 왜 저 여자 편 들어?”
“묵언검객 잡으러 갈 배를 저 여자한테 다 뺏겼잖아. 그럼 저 여자를 까야지!”
“저거 누구야? 존나 듣보잡인데.”
“묵언검객이 돈 주고 데려온 해남파 문도 아니야?”
듣던 애플단원들도 심기가 불편해졌다.
“애플여왕이잖아. 말 조심해. 누가 듣보잡이라는 거야. 2세대 인기 스트리머였는데.”
“잼민이새끼들이 머가리에 철퇴를 덜 맞았나. 뚫린 입이라고 막말하는 거 아니야.”
“애플여왕? 검색해도 안 나오잖아!”
“지금 닉네임은 사과받기좋아하는사람이래.”
검색을 해본 분탕들은 깜짝 놀랐다.
구독자가 삼백만이 넘는 엄청난 기록이 떡하니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미 은퇴한 2세대 플레이어가 이만한 구독자를 기록하고 있다면 현역시절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을지는 저절로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사과 어쩌고 저거 쓰레기 아님?”
“맞아. 분명 인성논란이 있으니까 방송 접고 자숙했던 거겠지.”
“분명 돈 떨어져서 돌아왔을 걸?”
분탕들은 오기를 부렸다.
듣보잡이 아니면 뭐가 됐든 하자가 있는 스트리머라는 원색적인 비난!
묵언검객이 아니꼬워서 모이긴 했지만 애플여왕을 잊지 못하던 애플단원들도 점점 분노가 차올랐다.
“감히 에픽판타지 한국 플레이어들의 성역인 애플여왕을 건드려?”
“이 씨발놈들이. 니들이 해외랭커한테 개털려가면서 찢기던 한국유저들의 설움을 알아?”
“여왕님은 자기 때문에 우리까지 게임 못 즐기고 통제 당하니까 우리라도 즐기라고 게임 접으신 분이라고. 어디서 감히 그딴 개소리를 지껄여?”
“깃발 꽂았다 핏덩이들아. 주둥이만 놀리지 말고 PVP존으로 올라와.”
단단히 빡친 애플단원들의 외침에 분탕 플레이어들은 코웃음을 치며 PVP존에 올라갔다.
“거 나이 먹고 레벨빨로 깝치시나본데 이 게임 일정레벨 위부터는 피지컬 빨인 거 몰라? 개같이 두들겨 패줄 테니 살려달라고 울지만 마.”
기세는 좋았다.
젊음의 피지컬과 반사신경, 혈기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에게는 판단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애플단은 에픽판타지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형성된 팬덤이다.
쌓이고 쌓인 경험의 깊이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점핑레벨. 완전공략. 최적화동선.
그런 편리한 비책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야생의 뉴비시절부터 맨땅에서 헤엄치며 자신들의 로망을 캐릭터 빌딩으로 실현시켜온 도전자들이다.
“하, 틀딱답게 무기도 올드하네. 검방이나 쳐들고. 근데 어쩌냐? 내 대검 경직도 앞에선 방패 그거 그냥 개박살 날 텐데!”
호기롭게 대검을 들고 덤벼든 분탕 플레이어는 대검궤적이 최고데미지 판정을 형성할 높이에 도달하기도 전에 들이닥치는 방패에 얻어맞았다.
[자세붕괴][약점노출]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접근한 애플단원에게 방패치기를 맞아 허우적거리며 소검으로 마구 복부를 난자당하는 분탕 플레이어.
화들짝 놀란 그가 급히 스킬을 발동하며 대검을 크게 원형으로 휘둘러 쫓아내었을 때는 이미 HP게이지가 무서울 정도로 줄어들었다.
“블링크!? 그건 마나도 너무 많이 쓰고 전사의 돌격스킬보다 쓸모도 없다고 진즉에 티어표에서 버려진 스킬이잖아!”
“티어표? 그걸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건데. 나같은 놈들이 만든 거다 이 새끼야.”
“아닛, 블링크는 쿨타임이잖아!!”
“지금 건 그림자밟기다. 도적계열 스킬이지.”
“시발 이번엔 그림자도 없는데 날아왔잖아!”
“날다람쥐 100마리를 받아주면 배우는 생활스킬모션 ‘안아줘요’다. 남이 만든 길만 따라오는 너같은 놈은 절대로 모를 스킬이지.”
“스킬을 전부 이속계열로 도배를 했다고!?”
한 명의 플레이어가 배울 수 있는 스킬의 수는 무제한이지만 그가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스킬의 종류수는 패시브를 제외하면 10개를 넘기기 어렵다.
너무 많은 스킬은 스킬숙련도 측면에서 효율도 떨어지고 전부 외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한정된 스킬을 딜량 높은 공격스킬도 아니고 이동기와 스턴기로 도배를 해버린 미친 검방전사빌드에 분탕플레이어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크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강제로그아웃 당하는 플레이어.
애플단원은 쓰러진 시체 위로 검을 푹 찍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이것도 애플여왕이 만든 콤보다. 3년이나 걸려서 간신히 구사할 수 있게 됐지만 그분은 나 따위보다도 훨씬 더 강하다고, 이 새끼야.”
실효성을 입증 받아 대중에게 보급된 국밥메타가 아닌 오직 자신에게 최적화된, 컨셉에 충실한,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고유메타.
애플여왕은 낭만의 시대에 게임을 해온 올드게이머였고, 그녀의 추종자들 또한 낭만을 기억하는 멋을 아는 컨셉 플레이어들이었다.
“우, 우읏.”
“미쳤어… 저런 건 못 이긴다고.”
“그래, 니들 세서 좋겠다. 근데 묵언검객이 악질방송으로 우릴 꼴받게 한 것도 사실이잖아. 그러니 묵언검객을 돕는 애플여왕도 나쁜 년이라고!”
“맞아. 피지컬이 있든 없든 인기빨로 템 받고 강화 대신 받으면서 돈이 썩어 넘치니까 선착장의 배를 모조리 일시불로 지를 수가 있지. 돈으로 게임하고 성별로 게임하는 비겁한 짓은 용서 못해!”
애플단원들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선박으로 가는 길을 나란히 막아섰다.
“꼬우면 PK 뜨던가.”
“…….”
차마 힘으로는 이길 자신이 없던 분탕들.
슬그머니 눈을 돌린 그들은 작당모의를 했다.
“저 새끼들 올드 플레이어라서 스펙도 우리한테 안 꿀리잖아.”
“피지컬은 비벼볼만한데 메타가 너무 종잡을 수 없어서 이길 자신이 없어.”
“근데 우린 쟤들 이기려고 모인 게 아니라 묵언검객 분탕 치려고 모인 거잖아.”
“맞아. 굳이 이길 필요는 없지.”
“딱히 쫄려서 발을 빼는 게 아니라 할 필요가 없는 짓을 안 하는 거라고.”
“이런 게 스마트하다는 거야. 인정?”
“어 인정.”
추한 변명을 대며 합리화하는 분탕들!
그들은 곧장 목표를 돌렸다.
“그래서 이제 어떡하지?”
“배를 사도 어차피 초보자 마을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다른 곳의 분탕들은 배 사서 벌써 대양으로 나가고 있을 걸?”
“그러네?”
“그럼 우리만 손 놓고 있는 거야?”
“그게 아니라 애플여왕인지 사과녀인지 저 사람도 결국 바다로 나갈 거란 말이지. 근데 배는 선원이 없으면 못 몰잖아.”
“오.”
“바로 그거네.”
집단지성의 힘을 체감한 분탕들은 감탄했다.
“또 뭐야. 이 패배자들아.”
“우리 여왕님 건들면 뒤지는 줄 알아.”
“묵언검객 분탕질은 포기해라. 여왕님이 묵언검객을 지키길 바란다면 아무도 묵언검객은 건들 수 없어.”
애플단의 선전포고에도 분탕들은 피식 웃었다.
“배가 있으면 어쩔 건데? 선원이 없잖아.”
“이걸 어쩌나? 분탕 아닌 선원은 우리가 다 죽일 건데!”
“무료 선원 고용하는 선술집 NPC는 우리가 다 죽이고 왔지롱!”
피가 뚝뚝 흐르는 도끼를 들고 자랑하는 분탕들.
딴에는 계획은 완벽했다.
“어차피 니들만으로는 바다에 못 나가.”
“다른 곳에서는 벌써 배 띄우고 했을 텐데 니들만 못 가서 초조하지 않냐? 분탕은 종족별로 진영별로 다른 대륙에서도 다 출발하고 있을 텐데.”
“이렇게 하자. 우리를 선원으로 고용해. 그럼 운전은 도와줄게. 가는 동안만 협력하자고.”
“나는 제발 해주십시오 하면 해줄게.”
“인심도 좋네. 부탁은 됐고 나는 돈이나 줘.”
“강화석.”
“강화석이 왜 필요해? 15강 장비 받으면 되는데.”
“오 천잰데?”
“우리 좀 고용해요 여왕님!”
“애플단원 얘들은 무서우니까 얘네가 타면 우린 안가요. 선원 수 적으면 배 이속은 느려지고 다른 쪽 배는 먼저 가니까 우리 없으면 망하는 건 알죠?”
가불기 제대로 잡았다!
마침내 분탕에 성공했다고 사악하게 웃는 분탕들.
하지만 배 위에 올라탄 사과녀는 풉키풉키 입으로 손을 가리며 비웃음만 지었다.
“배? 그거 타봤자 소용없어♡ 뭘 타도 못 따라가♡”
인게임에서 띄운 묵언검객의 방송.
영상 속 묵언검객은 정든 크라켄(1200레벨)에서 레비아탄(1400레벨)으로 탑승물을 갈아탔다.
선박의 이동속도로는 감히 따라갈 엄두도 나지 않는 엄청난 속도의 탑승물이었다.
“아니 그럼 지금 바다 나간 애들은 어떡해?”
“몰?루.”
“거기 해수의 바다라고 배 내구도 까이고 좌초도 당하고 돈 존나 깨질 텐데.”
“배 터지고 물에 빠지면 해수한테 물려죽고 템 쏟아지고 보호설정 걸어놓은 장비는 되찾는데 돈도 억수로 깨지잖아.”
“…이 정도면 바다로 안 나가서 다행인데?”
애플여왕이 막아줘서 차라리 다행인 상황!
“그래서 묵언검객 저건 어디로 가는데?”
“아니 1레벨에 레비아탄 안 잡고 뭐함?”
맵을 보던 애플단원 한 명이 멍청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거 저 방향으로 쭉 가면 해신의 신전 나오는데.”
“시즌 8 월드레이드보스 포세이돈 나오는 거기?”
“시즌기간 끝나도 던전보스로는 여전히 나오잖아.”
“…1레벨에 그걸 잡으러 가?”
무슨 이딴 초보자가 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