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7)
〈 67화 〉 67 걱정은 거기까지만 해주세요
* * *
1.
경찰서로 출석한 주아영을 기다리는 건
편의점 사장의 거친 욕설이었다.
“너, 이 배은망덕한 년! 부모 없는 녀석도 먹고 살 수 있게 일자리도 주고 폐기도시락도 주고 먹고 살게 키워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아?!”
“오해에요, 사장님.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녀석이 각성자들이랑 같이 몰려다녀? 너 아니면 누가 각성자들한테 마력폐기물을 받아오는데! 네가 범인이잖아!”
삿대질을 하며 못에 핏대가 오르도록 소리치다가
분을 참지 못하고 필기구와 전화기를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집어던지는 편의점 사장.
“꺄악!”
“이순경, 뭐하고 있어! 얼른 안 떼어놓고!”
“저, 저 옘병! 엄한 우리 서 물건은 왜 집어던지고 지랄이요! 전병태 점주, 이거 부서지면 전부 다 당신 돈으로 물어내야 돼!”
“놔! 이거 놔! 오늘 저년 죽이고 나도 죽어버릴 라니깐! 으아아아!”
“으헉, 이 인간 힘이 왜 이리 세? 수갑 채워. 이거 놓치면 일 난다!”
머리채를 붙잡으려고 달려들던 사장이
경찰 네 명이 달라붙고 나서야
꼼짝도 못하고 제압된 채 유치장으로 끌려갔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점주 겸 점장인 전병태씨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정하고 있어서 상태가 저렇습니다.”
“네에…”
“주아영씨는 혹시 이 상자케이스들을 본 기억이 있으십니까?”
“어? 이건… 사장님이 지난달에 저보고 창고에 넣어두라고 했던 건데요.”
“내용물이 뭔지는 알고 계십니까?”
“몰라요. 명절선물인데 보장할 곳이 마땅찮아서 편의점에 둬야겠다는 말만 기억나요.”
“그럼 이 박스는 어떻습니까.”
“이것도 다른 요일 알바친구한테 듣기로는 사장님이 어디서 받아온 거라고 하셨는데요.”
“마력폐기물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진짜요?! 그럼 예전부터 이런 위험한 물건들이 편의점에 있었다고요?”
놀람도 잠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주아영이 머리를 굴렸다.
“잠깐 친구한테 확인문자 좀 보내도 되나요?”
“길게 걸리지만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주아영이 다른 요일 편의점알바를 맡은
알바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아영 : 미나야, 사장님이 맡겼다던 갈색박스. 그거 언제 받았어?
최미나 : 음… 한 넉 달 전쯤?
넉 달.
역시 날짜가 맞지 않았다.
‘언니랑 처음 만난 건 석달 전이었어요.’
언니와 자신을 노리고
명호길드에서 편의점사장을 포섭해서
수작을 부렸다고 하더라도
마력폐기물에 편의점에 반입된 시기는
석 달을 넘겨서는 안 됐다.
그 이전까지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면
이건 명호길드의 소행이 아닌
편의점사장이 독단적으로 저지른 짓.
배신감과는 별개로 헛다리를 짚은 꼴이 된다.
“강형사. 용의자 수사 도중에 스크린폰 만지작거리게 허락하는 형사가 어딨어?”
“죄송합니다. 잠깐이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서.”
“이래 기강이 흐트러지니까 각성자 새끼들이 우릴 지들 봉 취급하고 시다바리로 부려먹고 다니는 거 아녀. 거 아가씨도 얼른 끄쇼.”
“저, 저 급히 연락 한 건만 보낼 일이 생겼는데 잠깐만, 진짜 잠깐만 더 쓸게요.”
“분위기 파악 못하쇼? 빨리 끄라고!”
주아영은 울상을 지으며 스크린폰을 접었다.
빨리 언니한테 문자 보내야 되는데.
명호길드는 이번 건이랑 관계없었다고.
애먼 길드에 선빵 치러 가는 거라고.
말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취조가 끝나기 전까지는 통화도 불가능하다는
형사의 강경한 윽박질 앞에
주아영은 그저 속으로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취조 끝나고 문자 보내기 전까지 부디 언니가 사고치지 않게 해주세요.’
취조가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5시간.
해응응이 한 건 거하게 저지르기에는 차고도 넘칠 시간이었다.
2.
각성자협회 명호동 지부.
소경석이 뽑아온 등록시험 데이터를 제출하자
고작 10분만에 각성자등록증이 발급됐다.
[각성자는 사람을 죽여도 괜찮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소경석의 팔뚝 위로 소름이 일었다.
면허증이 있으면 영화관에서 30% 할인을 받거나
버스 및 택시요금을 국가가 대신 내준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신입각성자들이 흔히 하는 귀여운 질문과 달리
해응응의 질문이 너무 살벌했기 때문이다.
‘빌런조직 사람 아니랄까봐 합법적으로 사람 죽일 생각에 신이 난 건가?’
이러다 제 손으로 연쇄살인마 손에 무기를 들려준 꼴이 되게 생겼다.
“민간인을 마구 학살해도 좋은 건 아닙니다. 아무나 막 죽이고 다니면 면허정지 30일부터 시작해서 정지기간이 늘어납니다. 악용이 심하다 싶으면 각성자면허증까지 같이 취소되기도 하니 선은 지키셔야 합니다.”
노파심이 가득한 소경석의 우려에도
해응응은 ‘조금이라면 죽여도 좋다’라고
얌체같이 지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들었다.
[길드의 수뇌부는 보통 어디에서 뭘 하죠?]“현역은 현장공략조로 던전을 돌고, 현역에서 은퇴한 이전세대 강자들은 임원으로 본사에서 업무를 보거나 엔터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집니다.”
[어느 쪽이 노리기 쉽죠?]“공략조는 게이트 내부의 던전까지 찾아 들어가야 하니 현실적으로 노릴 수가 없습니다. 은퇴한 임원급이 그나마 노려볼 여지라도 있습니다.”
[안내해주세요. 가급적 주변에 사람이 적은 전대고수의 거처로.]각성자길드는 업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임원급 전대고수들이 현역 공략조보다 강하고
단기결전에서 상대하기 더욱 어려울거라는
소경석의 설득은
동생을 건드린 사실에 살심을 품은 그녀에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명호길드는 2세대 각성자들이 임원으로 올라가며 은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밑의 놈들만 보고 얕보다간 경을 치를 겁니다.”
[걱정은 거기까지만 해주세요. 전 충분히 자신이 있어요.]“죄송하지만 저는 아직 해응응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지는 못했습니다. 정 가야겠다면 실력으로 설득해주십시오.”
소경석이 오른팔 정장소매를 걷자
그의 팔뚝 위로
사마귀의 앞발처럼 생긴 칼날이 돋아났다.
‘실력을 보고 싶다….’
소경석의 진지한 눈을 마주하며
보폭을 반 보 넓히고 검집에 손을 얹은 해응응.
그녀의 눈에 옅은 호기심이 어렸다.
‘제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무림의 천하제일인 후보로도 손꼽히던
신검절후 해응응.
그녀가 현실로 귀환하기 직전.
검후의 명성을 드높이 세운 그녀에게
실력으로 도전할 상대는
기껏해야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치직─
신발 끝이 땅을 끌면서
발끝에 점점 힘을 싣는 소경석.
그 무게중심의 이동을
일순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속도를
행동보다 빠르게 예측한 해응응의 검이
카강!
단숨에 맞받아쳤다.
“지금 봐주시는 겁니까? 리자드맨을 학살했다는 이야기만 감안해도 당신의 힘이 고작 이 정도는 아닐 텐데요.”
대담한 도발과 달리
몸의 안쪽으로 당겨지는 근육들.
도발과 함께 반격을 노리는 영리한 술수였지만
해응응은 이를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힘을 고조시켰다.
‘속도는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놀아주는 건 여기까지. 더는 당신에게 할애할 시간은 없어요.’
마나컨트롤보다 정교한 제어력을 자랑하는
내공심법의 내공제어력.
안정성이 돋보이는 기가 어지간한 마나보다도
거대한 힘의 유동이 느껴질 정도로
작정하고 기를 부풀리자
검신이 웅웅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이류의 경지를 회복한 해응응.
그녀의 진심을 담은 일격이 펼쳐지자
소경석이 온몸을 뒤틀어가며
회피에 성공했다.
‘흘렸다!’
이젠 내 차례. 완벽한 반격을 가해주마.
그렇게 다짐한 소경석의 눈에
공격이 빗나가 자세가 무너졌어야 할 해응응이
변치 않는 자세로
그의 정면에서 검을 겨눈 모습이 보였다.
“?!”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에
완전히 패닉에 빠진 그의 앞으로
시간차를 두고 해응응의 공격이 이어졌다.
홰애액!
온 힘을 다해 공격을 막아내고자
칼날이 달린 팔을 휘두른 소경석.
날의 끝에는 검이 스치는 일조차 없이
자세가 무너진 그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든 검이
어찌할 도리도 없이 목을 파고드는
“!!”
죽음.
그 최후를 뇌리에서 지울 수 없던 일격이
목 앞에서 멈춰있었다.
“방금 그건 뭐였습니까? 해응응님의 각성능력은 위력증강이 아니었습니까?”
[거짓말은 아니에요.]“그럼 지금 건 대체 뭡니까! 분명 봤단 말입니다. 제 앞으로 공격이 날아드는 걸. 분명히 흘리고 이어지는 반격도 쳐냈다고 생각했는데!”
1분도 안 지난 와중에
식은땀에 등이 젖을 정도로 기진맥진한 소경석.
그의 나쁘지 않았던 반응을 떠올리며
해응응은 정답을 알려주었다.
[살기였어요.]“살기… 라고요?”
[제 검로와 의도를 정확히 읽고 반응했었죠. 반응속도가 뛰어난 건 좋지만 허실을 가려낼 여유가 부족했네요.]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살기를 드러낸 것만으로
정말로 공격받는 느낌을 들게 만들다니.
“게임에서 보여준 것도 전부가 아니었습니까?”
해응응은 아직도 자신이 게임한다는 사실을
남들이 아는 체를 할 때마다
1위 기록을 세워서 자동으로 등록되는
고스트모드를 말하는 줄 알고 있었다.
소경석이 잠시 의아해하였다.
‘기록? 아아. 히든루트를 개척하며 달성중인 루트신기록 말인가.’
그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해응응이 한 가지 충고를 건넸다.
[판단력을 키우려면 감각을 연마하세요. 눈이 속아도 귀가 속지 않고, 바람이 속여도 냄새로 알아차리도록.]얼마나 높은 위치에서 던져주는 깨달음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가르침.
소경석은 간신히 심적 충격을 억누르고
조언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그러면 다음에는 세 번째까지 반응했을 거예요.]소경석이 의아해하였다.
처음 자세가 무너진 허초가 하나.
다음으로 팔을 들어 받아치려 한 허초가 둘.
소경석의 목을 겨눈 마지막 검은 실초.
역시 허초는 둘밖에 없었다.
“방금은 좀 오싹했습니다. 농담을 잘하시네요.”
[농담처럼 들렸나요?]“…….”
실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마지막 공격마저
허초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능력이지? 감각교란. 아니, 인지교란인가? 하지만 협회 시험장에서 산출한 데이터는 분명 거짓이 아니었는데…….’
그의 머리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허초.
소경석은 이를 진짜 허초라고 믿는 대신
각성능력에 의한 현상이라 단정 지었다.
편협한 사고방식 앞에서
어쩌면 그가 깨달았을지도 모를 경지는
굳게 닫히고 말았으니.
“약속대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닫혀버린 자신의 가능성도 깨닫지 못한 채
소경석은 해응응이 그토록 바라던
명호길드 2세대 각성자 중 한 명의 거처를 향해
그녀를 안내했다.
목표는 명호길드의 은퇴한 B급 각성자이자
임원진 중 하나인 신성곽 전무.
“한때 명호길드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던 공략조의 메인탱커입니다. 그 방어력은 은퇴한 지금도 현역 공략조 메인탱커보다 더할 겁니다.”
허초일변도의 대응에도
제 풀에 무너져버린 소경석과는 등급부터 다른
이전세대의 강자.
“정말 하실 겁니까? 죽여도 후폭풍이 장난이 아닐 겁니다.”
[일단 제압부터 해놓고 생각해보죠.]그런 강자를 상대하러 가는 길에도
해응응은 일말의 두려움조차 품지 않았다.
두려움 많던 소녀는
무림에 묻고 왔으니.
누군가 두려움을 품는다면, 그건 그녀의 적이어야만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