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84)
1.
묵언검객의 비행기가 나타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이블아이는 자포자기 하는 대신 의외의 응수를 보였다.
쾅!
비행기의 양 날개를 부수고 동체를 접어버리는 오토클릭으로 공격을 펼치기!
순간 오싹함을 느낀 일동이었지만 이내 자신들이 묵언검객의 걱정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기 전까지 내몰렸던 처지에 누가 누구를 걱정하고 있단 말인가.
투쾅
구깃구깃 접혔던 비행기 동체를 뻥 걷어차며 추락하는 동체에서 탈출하는 묵언검객의 모습은 역시나 걱정해서 손해 보는 스트리머 넘버원다웠다.
“다들 잘 버텨줬어요.”
“…너 근데 왜 하늘을 날고 있냐?”
“? 그야 날 수 있으니까요.”
“그럼 비행기는 왜 탔는데?”
“힘쓰기 아까워서요.”
쓰읍.
틀린 말은 아닌데 꼴 받는 이 기분은 뭐지?
블랙은 볼수록 킹받는 넘버원 스트리머 또한 묵언검객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블아이는 강적.
성좌들의 능력을 대거 하사받았다.
만약에 대비해서 힘은 되도록 아껴둬야 하는데…
묵언검객은 안 그래도 될 것 같아서 약이 오른다!
“그래서 저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나요?”
“앗, 빛나는 부위를 막아!! 놈의 공격이 빛나는 부위에 닿으면 즉사한…다?”
“제가 공격을 허용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 당연한 소리를 큰 소리로 얘기하면 귀만 아파진다고요.”
암흑장막을 펼치며 조일성을 꼴받게 했던 블랙의 모습이 떠오르는 호신강기를 펼친 묵언검객의 여유.
심지어 의식적으로 펼쳤다기보다는 상시방어 패시브 스킬마냥 자연스럽게 공격이 지척에 도달하자마자 펼쳐진다.
등장 이래 이블아이가 계속해서 공격을 집중해서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을 지경!
‘이 정도인가요.’
공격을 받아내는 해응응은 조금의 부담도 느끼지 못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지금의 이블아이 수준만으로도 상당히 고전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격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경지]조화경(Lv595)(누적Lv2095)조화경에서도 한층 더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자.
요괴들의 움직임으로 수많은 무공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며 경지상승을 목전에 둔 그녀에게는 오히려 지는 것이 힘들겠다고 느껴졌다.
사도들이 성가신 것은 멋대로 도망다니며 포세이돈처럼 자신을 약올리는 점이지, 딱히 그들이 엄청나게 강한 탓이 아니었다.
[잡기] [섭혼술]그래도 위지천이나 다른 이들이 고전할 만은 했다.
[이름]신웨이(남성, 이블아이) [경지]오토 진9급(Lv5985)5985레벨.
어느 게임의 상태창이 기준이든 저만한 수치가 쌓이면 이미 보스몹이다.
레벨에 걸맞은 격이 없는, 그저 자동사냥이나 다름없는 오토클릭으로 수치만 잔뜩 오른 레벨 업이라고 해도 강함만큼은 진짜배기!
“반짝반짝 자꾸 빛나지 말아요. 눈부시잖아요.”
커다란 눈이 츠쾅 빛나며 적색광선이 뿜어져 나와 짜증을 느낀 해응응이 손을 휘두르니 이블아이가 그대로 지면 아래로 30m를 처박혔다.
원형으로 파인 지면 안에서 연달아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에 콧김을 뿜으며 강환을 생성해 연달아 집어던지는 해응응.
폭음과 함께 구덩이의 반경이 50m, 100m, 200m로 점차 넓어지자 틈을 노려 가세하려던 일동들도 넋 나간 얼굴로 구경만 했다.
“도움이… 하나도 필요 없어 보이잖아?”
“하하. 실로 현대의 수호신이군. 이 정도면 마지막 존재력을 아낀 보람이 있겠어.”
“이것이 한국 3세대 최강의 각성자의 현 저력… 이 조일성의 이름이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된 연유를 싫어도 실감할 수밖에 없게 되었군.”
“아미타불… 먼저 떠나보낸 동도들이 부디 극락왕생하기를.”
통하지 않는다.
마비도, 소멸광선도, 전리품의 효과도, 수동클릭의 100배 위력도.
무엇 하나도 묵언검객의 호신강기와 검격, 강환세례를 넘어설 수가 없었다.
“뭍으로 건져낸 소양화리처럼 저항이 귀찮군요. 내단을 적출하듯이 눈 속의 마석을 뽑아야만 얌전해질 작정인가요?”
심지어는 이제 손을 쓰지도 않고 꼬리치기만으로 상하좌우로 마구 이블아이를 밀쳐내며 시야의 조준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블아이 자신도 모르던 오토클릭의 약점, 너무 빠른 속도로 얻어맞으면 시야가 흔들려서 아무것도 초점 안에 둘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날 지경!
-불합리해.
“그저 성좌의 힘을 받는 것만으로 그만한 힘을 얻은 당신이 논할 말인가요?”
-인류를 적으로 돌렸어. 세상을 멸할 작정이었어. 그런 힘이 간단히 농락당하다니, 너무 원통해.
방어막은 진즉에 깨진 이블아이가 피눈물을 흘리며 꿈틀거렸다.
눈동자의 표면에 어렴풋이 비치는 신웨이의 인간시절 모습에 해응응은 그를 가엽게 여기거나 조롱하지도 않았다.
그저 냉정하게 현실만을 직시했다.
“간단한 얘기에요. 그 많은 힘을 받고도 당신이 졌다는 것은 당신 개인의 힘이 너무나도 미약했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가… 이번에도 내 잘못인가. 또 내가 부족해서 모든 일을 그르쳤단 말인가.
이블아이의 눈에서 점막을 뚫고 사람의 형상이 솟구쳐 나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멈출 수는 없다.
-도망쳐? 닥쳐라.
-너희도 어차피 날 이용할 속셈이었잖아.
-오늘로서 깨달았다.
-내게 기다리는 것은 너희의 이득을 위한 짧은 유예와 희생뿐임을.
미친 듯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홀로 중얼거리던 이블아이.
그가 자신의 영혼을 구속하는 불길한 검은 사슬을 쥐어뜯으며 해응응과 그 너머의 한 사람을 노려봤다.
-더는 피하지 않겠다.
-묵언검객에게도, 그리고 장노야에게도!
절규와 함께 급격히 커지는 신웨이의 영혼.
거인처럼 커다래진 그의 형상은 신들이 주입한 업을 자신의 뜻대로 재정렬하며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신의 구속을 뛰어넘어 정해진 방식의 힘의 운용을 거부하고 자신의 뜻대로 힘을 조율한다.
이것은 명백한 진화의 전조.
조율이 끝난다면 자신만의 권능을 지닌 새로운 존재로 탄생한다.
해응응은 이러한 존재를 무어라 부르는지 알았다.
“성좌의 신격!!”
위지천이 다급히 태세를 갖추었다.
“지금이다. 지금 끝내야만 한다!! 녀석이 새로운 별의 주인이 되기 전에. 힘의 일부만을 끌어오는 외계의 성좌들과 달리 지구의 성좌가 되기 전에!!”
타인의 힘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
무공의 형식을 빌리고, 초식에 깃든 묘리를 분석하고, 깨달음을 제 것으로 만드는 것처럼 무림인에게는 흔한 일이다.
무림과는 어떠한 관계도 없었을 이블아이의 누구보다도 무림인스러운 성장.
그것은 해응응의 정신에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다.
어떤 힘을 쌓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궁극에 이르러 도달해야 할 장소는 같으니까.
자신만의 권능으로 세계의 법칙을 지배한다.
한 사람의 고유영역이 하나의 세계를 지배하며 그 속의 모든 생명체를 복종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되기 위한 조건.
그리고 조화경의 너머에 기다리는 경지.
“기대하지도 않았던 깨달음을 얻었군요.”
성좌의 힘 중에서 신웨이가 취하지 않은 악덕과 마귀가 깃든 기운이 지독한 썩은 내를 풍기며 주변 대지로 흘러내렸다.
그만큼 남은 기운은 더욱 악과 마의 정순한 악의와 마기가 가득했다.
저것이 온전한 형체를 이룬다면 마선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한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한 게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이계의 성좌들과 동격의 존재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운이 나빴다.
그의 앞에는 묵언검객이 있었고, 그녀가 그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여기까지 만이었으니까.
쩌적.
신격을 이루어가던 이블아이의, 신웨이의 심령체가 반으로 쩍 갈라졌다.
흘러내리는 반쪽의 얼굴에는 원망과 허탈함이, 남은 반쪽의 얼굴에는 납득과 평온함이 감돌았다.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딱히. 그저 힘이 부족했을 뿐이죠.”
부정당하지 않았다.
“당신은 충분히 강했어요. 저만큼은 아니지만요.”
오히려 인정받았다.
자신의 노력과 성취가.
최대의 적이었을 묵언검객의 입을 통해서.
그녀의 인정은 평안을 불러왔다.
그것이 우스워서 신웨이는 웃고 말았다.
“널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
“그저 소망이었다. 인정받는 것만이…”
[월드레이드보스 를 토벌했습니다.]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신웨이의 형상.
그 너머로 수많은 성좌의 권능들이 무질서하게 상공으로 솟구치며 핏빛 기둥을 일으켰다.
외계의 저편으로 시공을 찢고 날아가는 힘들.
이를 지켜보던 해응응이 사라져가던 신웨이의 형상에 강제로 기를 불어넣었다.
무얼 하려는 거지?
사라져가던 영혼의 고개를 들어올리며 묻는 신웨이.
그 시선에 답하듯이 해응응은 기를 불어넣었다.
그 기가 무엇을 위해 주입된 기인지 깨달았는지 사라져가던 영혼이 아주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날 이용하려 들던 놈들을 하나라도 더 망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신웨이의 힘이 한때 자신에게 귀속되었던 성좌들의 권능을 하나씩 해체하였다.
[의 권능이 분류되었습니다.] [의 권능이 분류되었습니다.] [의 권능이 분류되었습니다.]성좌들의 힘을 하나씩 나누어 찢은 신웨이.
그 권능에 묵언검객의 은밀한 내기가 침투했다.
그것은 일종의 마킹Marking이었다.
이곳에 적이 있다고.
방향과 거리를 파악하게 도와줄 표식.
[신웨이의 혼령이 소멸합니다.]이블아이는 죽었다.
그러나 약속된 파멸 대신 복수의 기회를 얻은 영혼은 홀가분하게 세상을 떠났다.
[30개의 성좌들의 모성에 대한 좌표를 습득했습니다.]그 대가로 해응응은 마침내 손에 넣었다.
이 건방진 침략자들이 숨어든 소굴의 위치를.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