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91)
1.
“믿을 수 없어요.”
TNT는 자국민을 배신하고 수많은 사람을 미트블록으로 만들어 그 영혼을 외계의 성좌들에게 바쳤다.
제 이름처럼 불길한 폭탄 같은 자를 어찌 함부로 믿을 수 있는가.
TNT가 그 답을 주지 않는 이상 그를 벤다.
해응응은 날카롭게 정제된 살기를 검처럼 뻗으며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었다.
“미래를 보았다.”
“미래…?”
“받아라. 이것이 내가 본 미래의 일이다.”
TNT가 던진 큐브가 묵언검객의 검에 갈라졌다.
반으로 갈라진 큐브 절단면에서 후두둑 파편이 땅에 떨어졌다.
“아니, 받으라고…”
“적이 주는 물건을 네 그러십니까 하고 순순히 받을 리가 없잖아요.”
“정 못 믿겠다면 나를 먼저 제압하고 난 뒤에 봐도 상관없다. 이쪽은 진심이니까. 다만… 서둘러다오. 내게 얼마나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니까.”
TNT의 귓가에는 지금도 들리고 있다.
자신에게 힘을 하사한 성좌들이 분노하는 소리가.
이 분노어린 욕설이 끝나는 순간, 그의 영혼을 저당잡은 성좌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어디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는 그들밖에 모른다.
“거짓은 없군요.”
섭혼술로 상대의 발언에서 진위유무를 파악할 수 있기에 해응응은 TNT의 진심을 느꼈다.
“그럼 잠시 얼어 계세요.”
“얼어…?”
무공에 세상의 이치를 왜곡시키는 신묘한 기술이 많다고는 하나, 설마 면전에서 사람을 얼리는 기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탓에 TNT는 어정쩡한 자세로 그대로 얼어버렸다.
물론 자신에게서 비롯된 힘은 아니지만 성좌들이 하사한 권능을 이용해 현인신의 지위를 넘보던 TNT라면 충분히 저항할 수 있는 일격이었다.
‘진심이기는 하군요.’
거짓도 없고 함정도 아니다.
조금은 설득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며 해응응은 자신이 검으로 벤 큐브를 허공섭물로 들어올렸다.
갈라진 큐브에서 반짝이는 작은 잔등 불처럼 흐릿하게 기운을 발산하는 권능.
이를 그녀의 힘으로 봉합하여 다시 재구성하자 약간의 손실은 있지만 열람은 가능한 재생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시간으로 따지면 0.1초도 되지 않는 찰나지간의 기억열람현상.
하지만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얻었다.
TNT가 굉장한 궁지에 몰려있다는 사실도 포함해서.
‘이 남자, 지금 당장이라도 성좌들의 모성으로 영혼이 끌려갈 수 있겠군요.’
미래를 본 순간, 해응응은 깨달았다.
이 남자가 자신의 손에 죽은 후에 겪게 될 일들을.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언제라도 성좌들의 고향별에 끌려가 육신은 빼앗기고 영혼만이 복사되고 기억이 주입된 채로 전투병기를 조작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그가 지닌 고유의 예지능력은 전투병기가 되더라도 멀쩡히 발동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고 성능도 향상되리라.
언젠가는 모든 미래를 내다보는 전능한 예지력을 토대로 성좌들의 미래예지도구처럼 부려먹어지는 모습마저도 예상 된다.
‘뭐가 됐든 하나는 분명하네요.’
해응응은 오래 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부숴주길 바랬네. 이 정도의 가혹함조차 이겨내지 못할 인물이라면 언젠가 내 능력의 반대급부로 나타날 사상최악의 정신계 몬스터를 극복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겠지. 인류가 나와 같은 능력을 지닌 몬스터가 출현하더라도 극복할 수 있도록 ‘경험’을 만들고자 했으니, 결과적으론 나 또한 괴물과 다르지 않지.
-더 큰 정신지배에 당하기 전에 보다 작은 정신지배에 당하는 사회를 만듦으로써 정신지배능력에 대한 오랜 원한과 증오, 경계를 만드는 것이지.
각성자협회 2대 협회장 박재호.
그는 말했다.
언젠가 자신의 능력의 반대급부로 탄생할 사상최악의 정신계 몬스터를.
그 몬스터가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는가.
이제는 알 수 있다.
TNT의 영혼이다.
이 능력으로부터 파생된 영혼복제체가 지구를 멸망으로 몰아넣을 사상최악의 적이 되어서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것이 박재호가 예지하였던, 그가 모든 불의를 눈감으면서도 막고자 했던 유일한 어둠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리 그녀가 현인신이나 다름없는 조화경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제 영혼을 걸고 사도계약을 한 TNT가 정당한 인과에 따라 이계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란 불가능하다.
상당한 편법과 속임수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TNT는 이미 성좌의 장난감이라고 봐야 한다.
반대로 그런 상당한 편법과 속임수가 가능한 존재는 누가 있을까.
“아.”
몇 명인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생각난 김에 저질러보자.
해응응은 곧바로 요력의 발현강도를 낮추고 방송을 켰다.
-묵하
-ㅁㅎ
-묵언검객 하이라는 뜻임
-방제 머임?
-어떻게 방송제목이 임?
-엄길동 인생 최후의 날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몰라도 삼대가 멸문당하기 전에 본인 선에서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본인은 일단 죽는거냐고ㅋㅋㅋ
엄길동.
행운의 편지를 만든 건으로 해응응의 머릿속에 이름이 떠오른 스트리머.
브이튜브계의 악질보추에게 업보가 돌아왔다.
2.
와 진짜 가기 싫다.
방송제목을 보자마자 엄길동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이거 혼나는 거 아니야?”
-혼날 걱정보다 살아서 돌아올 걱정을 하는 게 우선 아닐까?
-장례식 도네 1000원 넣어드렸습니다
“아니 조문 와서 먹는 육개장도 천원보다는 비싸거든? 누구 방송을 보고 다녀서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 악질이잖아.”
-양심? 엄길단한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제 얼굴에 침뱉었죠?
-논란> 자기 팬덤을 욕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엄길동은 이 악질시청자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그냥 묵언검객 얼굴을 보러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천하의 묵언검객보다도 질리는 기분이 들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한 시청자들이다.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긴장까지 완전히 풀렸다.
“안녕하심까!”
“안녕하살법이죠.”
“네?”
“인사는 똑바로 해야죠. 해남파에 들락거리면서 아직도 안 배웠나요?”
“아…”
방송과 함께 덤으로 딸려온 시청자들의 채팅창이 안녕하살법과 함께 난장판이 되어간다.
브이튜브 편집본으로 올리면 조회수 백만은 따놓을 편집구간이라는 사실은 솔직히 기뻤지만 구박부터 당하는 입장은 한편으로 서글펐다.
“아무튼 오늘은 이 정도로 봐드리죠. 당신에게 용무가 있어서 부른 거니까요.”
“그, 묵선생님? 자진출두라는 말에 깜짝 놀라서 달려오기는 했습니다만 혹시 제가 무슨 실례를 끼쳐서 부르셨는지…”
“행운의 편지.”
“결례를 끼쳐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를 기획한 기획력을 빌리고 싶어서 불렀는데요.”
“네? 혼내는 거 아닙니까?”
“가볍게 사정을 알려드릴게요.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들어주세요.”
해응응은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엄길동은 당연히 사색이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인류의 배신자 TNT의 영혼이 성좌들에게 넘어가서 전투병기로 거듭나게 생겼는데 이걸 막을 편법을 제가 떠올려야 한다는 말이죠?”
“그런 셈이죠.”
“덤으로 가능하면 앞으로 30분 이내에 지금 이 자리에서?”
“너무 부담은 안 가져도 돼요.”
“안 가질 수가 있겠냐!”
인류의 미래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달렸다는 말에 엄길동은 속이 울렁거렸다.
-실화냐…
-이딴 녀석이 인류를 책임진다고…?
-묵언검객 따라잡기부터 행운의 편지까지 꾸준히 기획력을 발휘한 엄길동의 자업자득
-했던 짓 돌아보면 진짜 검증된 인사네
-악질보추와 대마왕구미검객의 콜라보에 인류의 미래가 걸림. 어이가 없네ㅋㅋㅋ
-아니 저딴 중대사를 왜 우리 길동이한테 시키냐고요;;
-100분토론에 대국민담화라도 열어야하는 거 아니냐고
-응 묵언검객 방송 시청자수 지금 2300만명이야
-전 국민의 반이 여기에 있어…?
-대국민담화(게임방송 채팅창)
-마지막 스트리밍 1주 전이 더 어이가 없네ㅋㅋㅋ
-월간검객이 방송을 1주 만에 해…?
-요즘은 계속 이랬는데
-와! 초창기 반요곡 기다리다가 런하셨구나!
평소에는 잘만 쓰던 시청자찬스도 전 국민이 자신의 입만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의지할 수가 없었다.
전 국민 앞에서 줏대없이 악질시청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모습을 보여 봤자 평생 먹을 욕을 하루만에 먹을 뿐이다.
어디서 저딴 유유부단한 녀석에게 이런 중차대한 일을 맡기냐고 말이다.
묵언검객한테는 뭐라고 못하겠지.
현실에서 만나면 무서우니까.
자연히 묵언검객의 몫까지 엄길동이 전 국민에게 두 배로 욕을 먹는다.
말이 좋아 전 국민이지 한국만 해당되는 일도 아니고 지구 전체가 엮인 일이다.
하루 만에 세상에서 가장 많이 욕먹은 사람 기네스북에 올라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뭐라도 그럴싸한 책략을 내놓아야만 했다.
“저분, 아니 저놈의 영혼이라는 것이 분명 사도계약으로 빼앗겼다고 하셨죠?”
“그랬죠.”
“그럼 묵언검객님이 TNT에게 사도계약을 체결해서 영혼을 먼저 뺏어버리면 다른 성좌들은 뺏어가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묵언검객의 눈에 흥미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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