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컹! 참 나! 정말 어이가 없군. 이런 멍청이들이 자르엔 하운드를 100명이나 처치하고, 우리는 엄두도 못 내던 제국군의 비밀 요새를 털었다고? 말도 안 돼!”
‘개… 머리?’
경악하는 대사를 하며 서서히 드러난 그의 얼굴… 아니, 머리라고 해야 할까?
그는 새하얀 털을 가진 개의 머리를 한 수인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 낮게 으르렁대면서 다가와 구속된 찬성 일행을 풀어 주었다.
“저기, 누구신지? 그, ‘자르엔 울프’시죠? 어째서 저희를…….”
“컹! ‘자르엔 울프’의 진도다. 하여간 죽기 전에 내가 와서 다행이군.”
‘진도… 아! 진돗개! 백구!’
진도라는 이름을 듣자 모티브에 대해서 눈치챈 찬성은 ‘백구’를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실제 진돗개의 머리를 모티브로 한 만큼 왠지 친숙한 외모를 한 그는 ‘자르엔 울프’라는 강력한 클래스를 가진 NPC답게 자르엔 백작가 스토리의 인기 캐릭터였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죠?”
“어떻게 된 거냐고? 컹! 쉽게 말해 주지. 어딘가에 사는 어떤 놈씨가, 우리 영지의 제국 놈들을 잡던 우리 ‘자르엔 하운드’ 대원을 무려 100명이나 죽이고, 거기에 물류 수송하던 배를 침몰시켜 가지고 인력이 후달리니 제국 놈들이 엄청 침입해 버린 거지. 그래… 누군가가 말이야. 으르르릉!”
“…죄, 죄송합니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보면서 으르렁대는 진도의 태도에 찬성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원래 이 부분 대사… ‘너희 앱솔 공작가를 편드는 놈들 때문에 사람이 모자라서…’라고만 하는데, 찬성 님이 레오나 앱솔 퀘스트를 진행하며 원흉이 되어 버리니 바뀐 것 같네요.’
‘쿠룩, 이런 진행 차이에 따른 시나리오 변화도 게이머라면 못 참는 요소죠.’
‘더불어 D.E사가 얼마나 세심하게 게임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요소이고…….’
게이머들은 이런 게임 내 스토리가 행적에 따라 소소하게 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의 행동에 따라 세계가 변화하고, 그 행적이 그저 게임을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취를 남겼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릉! 아무튼 좋아. 앱솔 공작의 전갈을 전하러 왔지? 빨리 움직이자고. 지금 영지 내부는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국 놈들이 계속… 제길!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당장 전투 준비해! 컹!”
크게 짖으면서 찬성 일행에게 전투를 준비하라고 하는 진도. 그리고 그는 자신의 무기를 꺼내어 성벽 옆의 숲속 방향으로 앞서 나가 단검을 한 자루 던졌다.
채애앵!
“과연 자르엔이 기르는 개다운 실력이군. 훗…….”
그러자 안에서 비웃는 목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인간들이 나타났다.
검회색의 망토로 몸을 숨긴 자들. 겉으론 일단 소속은 알 수 없었지만 이 왕국 내에 앱솔 공작 파벌도, 자르엔 백작 파벌도 아닌 적대적 조직이라면 단 한 곳뿐이었다.
“망할 제국 놈들……! 으르르르릉! 끝까지 왕국 내의 평화를 방해하려는 거냐?”
“에이~ 비밀 조직이 그런 걸 쉽게 말해 주면 안 되죠. 거, 잘 아시면서~”
“으르르릉!”
“아, 똥개라서 말을 못 알아먹나? 하핫, 얘들아… 처리해라.”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화합을 향하여(5)]편지를 전달하러 가던 중… 역시나 제국의 방해를 받게 되었다. 일단 그것을 극복하자.
조건:제국의 방해를 극복하기 0/1
자르엔 백작에게 앱솔 공작의 편지를 전달 0/1
퀘스트가 갱신되는 동시에 제국의 비밀 요원 10여 명이 각자 무기를 들고 찬성 일행에게 달려왔다.
“다 처리하면 되는 거죠?”
“네, 찬성 님. 제가 본대를 지키겠습니다. 맘껏 날뛰십시오.”
“‘질주’!”
검을 뽑은 찬성은 그대로 발을 굴러서 바람 같은 속도로 달려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주한 요원을 향해 검을 휘두르면서 생각했다.
‘비검… 까진 괜찮다고 했으니까!’
[Lv.38 제국군 비밀 요원(아마)]‘근데 의외로 레벨이 낮네?’
“크아악!”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Lv.38 제국군 비밀 요원’이 384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시스템-당신의 공격으로 ‘Lv.38 제국군 비밀 요원’이 435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시스템-‘Lv.38 제국군 비밀 요원’이 쓰러졌습니다.]‘약해! 아아! 공용 퀘스트였지!’
사전에 이야기했듯이 이번 퀘스트는 모든 플레이어가 다 같이 하는 것이라서 난이도는 노멀. 찬성의 앞을 막기엔 터무니없이 약했다.
“쿠룩, 잔몹 열둘을 쓰러뜨리는 데 걸린 시간, 단 5초인가?”
“지지직… 점점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어지고 있어요.”
“컹, 과연 실력이 아예 없는 놈들은 아니었군. 굉장하군.”
순식간에 정리해 버리는 찬성의 무용에 옆에 있던 진도도 감탄할 정도. 그렇게 덤벼든 자들을 다 정리한 찬성은 이제 혼자 남은 대장 격인 비밀 요원을 향해 달려갔다.
“맙소사! 여, 역시 이놈들이 펠릭스켈 대장군님을 처치한 놈들인가? 믿을 수 없군. 이렇게 되면……!”
삐이이이이익!
비밀 요원 대장은 품에서 재빠르게 호각을 꺼내 불면서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놓칠까 보냐!”
찬성은 쫓으려 했지만 저 비밀 요원 대장의 이동 속도가 빠르게 설정되어 있는 건지 찬성보다도 빠른 속도로 도주했고, 그때 숲속에서 또 다른 인간들이 나타났다.
‘제국군?’
마찬가지로 검회색의 망토와 군복에 갑옷을 입은 제국군들. 물론 문장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익히 봐 온 터라 양식이 눈에 익었기에 정체를 착각할 수 없었다.
[Lv.38 비밀 임무를 받은 제국 기사]‘제국… 이라는 걸 대놓고 드러내고 있네.’
지원을 온 기사들도 검을 뽑아서 찬성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도 찬성의 적수는 되지 못했고, 그가 휘두르는 검에 3초 이상을 버티는 자가 없었다.
“끼이잉! 우리도 힘겹게 상대하는 제국의 비밀 요원과 기사들을 저리 손쉽게 처치하다니……. 대체 저자는 뭐 하는 괴물이오?”
NPC 진도도 너무나 괴물 같은 찬성의 무용에 감탄한 듯 입을 벌린 채로 그 광경을 보며 파티원들에게 물었지만, 찬성 일행은 일상이라는 듯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본래 이 퀘스트의 의도는 이제 ‘화합을 향하여’의 중요하면서 핵심인 시나리오의 심각한 전개로써 점점 거세지는 제국군의 압박을 느껴야 하는데…….
“나오는 족족 다 썰어 버리네요. 무슨 하루살이 잡아 버리는 것도 아니고…….”
“쿠룩, 이 퀘스트… 원래 일반 유저들은 힘들다고 난리인데…….”
“킁, 원래라면 이제 저기 열심히 도망치는 친구가 온갖 고상한 폼을 다 잡아 대면서 ‘훗, 재미있군. 어디 그럼 이건 어떨까?’ 하면서 축차 투입이 되어야 하는데…….”
“크윽! 이, 이거 미친놈 아니야! 나, 나 좀 살려 줘! 전부 다 나와! 신호고 나발이고!”
삐이이익!
찬성에게 쫓기던 비밀 요원 대장은 결국 다급하게 숨어 있는 모든 병력을 호출하지만…….
“은하검법 비전 1식-타오르는 샛별!”
적게 나오면 적게 나오는 대로, 많이 나오면 많이 나오는 대로 찬성의 광역 공격에 불붙은 벌레들인 양 싹 쓸려 버렸다.
그렇게 도망치다 지친 건지 헥헥거리면서 비밀 요원 대장은 다가오는 찬성을 보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네놈을 살려 두는 건 제국의 큰 후환이 될 터!”
‘저건?’
“제, 제국을 위하여! 크으윽! 아아아아악!”
자세히 보니 녹색 액체가 든 주사기 같은 걸 꺼낸 그는 목에 꽂아 넣더니 그대로 몸에 주입했고, 찬성은 그것이 여태껏 제국군 계열 던전에서 보았던 실험의 결과물인 것을 눈치챘다.
“그아아아아아악!”
[Lv.45 변이된 비밀 요원(보스 몬스터)]생명력:100퍼센트
보유 스킬:클래스-시크릿 에이전트(잠김), 강력하게 변이된 육체
“실험 성공!”
전신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거대한 살덩어리 괴물이 된 비밀 요원은 찬성을 향해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난 이제 무적이다!”
“보스라기엔… 뭔가 초라하네.”
패기 넘치게 달려들었지만 찬성은 전혀 겁먹지 않았는데, 거대하긴 했지만 그냥 부풀어 오른 살덩어리에 지나지 않았고, 그동안 상대해 온 규격 외의 적들에 비하면 사이즈라든가 스킬 개수가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킬 하나는 잠겼네?’
“우오오오!”
“은하검법 3식-항성(恒星).”
찬성은 침착하게 용맹하게 달려드는 ‘Lv.45 변이된 비밀 요원’의 목에 정확하게 스킬을 찔러 넣었고, 목 부분이 폭발하면서 그대로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땅에 허무하게 떨어지며 ‘생명력’이 0퍼센트를 가리켰다.
“크아아악! 마,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으음… 일반 난이도 시나리오 보스라 더 약한 거죠? 급소 원킬인 데다 데미지가 1만 뜨네요. 얼마나 약하면…….”
“쿠룩, 네, 맞습니다.”
5인 파티 던전 보스도 원킬을 내 버리는 찬성의 스펙이다.
일반 시나리오에서 잠깐 지나가는 보스 정도로는 그를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다시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듯 진도가 이야기를 이어 갔다.
“킁킁, 보다시피 제국 놈들이 이번 ‘화합’을 어지간히 싫어하고 있지. 그래서 이렇게 앞뒤 안 보고 달려들고 있고.”
“그렇군요.”
“그르릉! 그리고 우리 백작님도 그걸 알아서 아니꼽지만 앱솔 공작가와 손잡으려고 하는 거고 말이야. 네놈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우리도 치가 떨리지만 왕국이고 나발이고, 백성들이 고통받는 걸 싫어하시니까… 아무튼 이동하지. 할 일을 해야 하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진도가 선행했다.
찬성 일행은 곧바로 진도를 따라 움직였고, 가던 중에 진도는 성벽 아래에서 맨땅으로 보이는 곳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잠시만 기다리게. 비밀 통로 입구에 안전장치를 달아서 삽으로 뜨지 못하게 해 놔서 말이야. 킁킁…….”
“뭔가… 개처럼 파고 있네요.”
“찬성 님, 그런 건 생각으로만 하셔야 하는 거예요.”
“지지직… 풉!”
하지만 누가 봐도 정말 개처럼 땅을 파는 모습이었기에 부정하지는 않는 파티원들이었다.
잠시 후, 땅바닥에 마치 금고 문짝처럼 나타난 비밀 통로 입구에 진도는 앞발처럼 생긴 손을 툭 대었고, 기계음과 함께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자동으로 열렸다.
“저거 암만 봐도 지문 인식 잠금장치죠?”
“크흠! 마도 공학!”
“지지직… 고대 문명!”
“크릉, 어차피 저러나 열쇠를 꺼내서 여나 똑같으니까…….”
“아뇨. 그, 그냥 그렇다고요. 어, 얼른 들어가죠.”
찬성으로서는 이미 게임 속에 이런저런 게 있는 걸 포기한 지 오래였다.
작은 해프닝이 있고, 파티원들은 그대로 진도를 따라 비밀 통로를 통해 죽 이동하여 20분 만에 자르엔 백작가의 저택에 도착했다.
“그릉! 이제 백작님의 방으로 안내할 테니, 다들 허튼짓하지 말고 조용히 날 따라오도록.”
소박해 보이는 양식을 가진 저택의 풍경과 함께 찬성 일행은 진도를 따라 2층 맨 끝에 있는 백작의 방에 도달하게 되었다.
똑똑…….
“그릉! 백작님, 저 진도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오게나.”
노크를 하고 허락을 구한 뒤 진도가 문을 열자, 진도와 같은 복장을 한 자르엔 울프 대원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자르엔 백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호오?”
순간 밝은 얼굴이었다가 찬성 일행을 본 그는 이마에 힘줄이 솟아나고, 볼이 떨려서 일그러지려 하지만 간신히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찬성 일행을 반겼다.
“설마~ 앱솔 공작 측에서 보낸 모험가들이… 자네들일 줄은 몰랐군. 허허허, 그래. 이 기회에 들어 볼 수 있겠군. 내 의뢰를 받아서 가 놓고는 갑자기 그 망할 놈의 편에 선 이유를 말이야.”
“그게… 죄송… 읍.”
뒤끝 가득한 감정을 담아 날린 백작의 대사에 찬성은 비록 이유가 있다지만 배신한 것이 양심에 찔린 건지 금방 허리를 숙이고 사죄하려 했지만, 파티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에휴~ 너무 정직한 것도 탈이라니까… 내가 할게.”
우선 진행을 위해서는 누군가 나서야 했기에 미니멈실버가 앞으로 나와 그의 말에 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