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그으으… 그아아아!”
‘휴우, 한숨 돌리긴 했지만 이건 썩 기분이 좋진 않네.’
찬성이 자리 잡은 곳은 ‘태양을 베어 낸 검성’의 검이 꽂힌 곳. 즉 ‘대족장’ 남편의 무덤을 인질로 잡은 셈이었다.
아무리 분노와 슬픔에 이성이 마비되었어도, 사랑하는 사람의 무덤을 파괴할 사람은 없으니…….
“감히……!”
‘하지만 효과는 확실해.’
결국 자리를 이곳에 둔 이상 그 파괴력과 범위가 넓은 공격은 잘 쓰지 못하게 된다.
남편의 무덤을 방패로 쓰는 건 치사한 행위 같지만 따지고 보면 이렇게 덤벼드는 것 역시 남편에 대한 일방적인 분풀이를 애먼 사람에게 푸는 거니 피장파장인 것이었다.
“당장 비키세요!”
“싫어요. 그보다 정신 드셨으면 그만하세요.”
“당신도… 당신도 똑같은 족속이잖아! 검성! 망할 검성! 멍청이들! 주변 사람들 생각이라곤 하지 않는 벽창호들!”
“그,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대족장님도 ‘권성’이라는 무(武)의 길을 걸으시는…….”
“나는 달라! 그아아아! 나는…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배웠을 뿐이라고. 이딴… 이딴 거!”
콰아아앙!
권갑이 대지를 부수고 흙과 돌들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세상엔 찬성처럼 스스로 원하는 것과 재능이 완전히 맞물려서 그 길을 가는 자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자도 있다.
“망할 제국 놈부터 시작해서! 우리 종족을 노예로 만들려는 인간들! 각종 몬스터! 마계에서 호시탐탐 영혼을 노리고 넘어오는 마족에! 부족 간의 분쟁까지! 근데 할 수 있는 건 나뿐이고… 나뿐이고오오!”
투쾅! 콰앙! 콰아앙!
여전히 맹렬하고 무서운 기세로 권갑에 오러를 둘러 휘두르는 대족장이었지만 공격에 예리함은 없었다.
단순한 감정적인 공격. 그래서 찬성은 극히 회피하기 쉬웠고, 이때를 놓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데미지를 누적시켜 나갔다.
***
실시간으로 찬성의 전투를 바라보던 D.E사 사장과 사원은 의외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오? 공략을 노리는데요?”
“음, 필란데스 영지에서 기기가 과부하했던 게 오히려 게이머로서 방안을 찾는 방향으로 머리를 굴리게 만든 것 같군. 근데 저거 다른 변수 패턴 없었지?”
“예. 저렇게 사기 스킬이랑 클래스 기반이 탄탄한데… 저것만으로 압도적인 난이도죠. 나머지는 인공지능이 하는 그대로 가는 거죠. 뭘 더 넣을 필요가 있나요?”
“음, 하긴 정규 레이드 보스도 아니라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
애당초 사망 플래그로 주어지는 선택지에서 나오는 전투이니 무식하게 강하게 해 놓은 게 전부였다.
“웬만한 유저였다면 지금쯤 이미 죽고도 남았을 일이죠. 오… 이제 딜 각이 잡히니까 서서히 딜 포텐이 올라가네요.”
[Lv.?? 분노한 대족장] [생명력:73.54퍼센트]공격 방식이 단순화되고, 큰 기술의 사용이 제약되자 그 틈을 노린 찬성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생명력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회를 잡으니 순식간에 깎아 내려가네요.”
“급소 하나에는 기가 막히게 딜 넣으니까……. 특히 저 투구랑 목 틈새를 대체 몇 번을 베는 건지.”
“RPG 게임 아니었으면 바로 목 절단되어서 즉사(卽死) 판정이었죠.”
만든 이들도 경탄이 나오게 하는 찬성의 검기(劍技). 화려하게 휘두르면서도 그 검의 궤적은 귀신같이 급소를 베었다.
흉흉한 기세로 몰아치는 권갑과 녹색 아우라의 폭풍 속에서 그는 태연히 대화까지 하면서 집중을 잃지 않았다.
“진짜 어떻게 되어먹은 인간입니까? 세상에…….”
“뭐긴, ‘인간’이라는 육체에 구속되어 있다가 드디어 해방된 ‘초인(超人)’이지.”
그렇게 찬성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고는 미소를 짓는 D.E사 사장. 보면 볼수록 새로운 그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듯 웃으면서도 데이터 수집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
[Lv.?? 분노한 대족장] [생명력:43.51퍼센트]“그으… 그으으으으! 이 비열한 자 같으니!”
‘저거 진짜 체력이 많네. 이러다가 내가 지칠 지경이야. 가뜩이나 피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큭!’
남편의 무덤을 방패막이로 쓴 이후부터는 수월하게 전투를 풀어 나갈 수 있었지만, 워낙 생명력도 많고 충격파라든가 데미지를 모두 차단하는 게 아니라서 찬성도 꽤 소모가 발생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죄다 충격파 및 여파 데미지가 들어온다고 생각해야겠네.’
“그으으… 다 싫어. 대족장의 자리도 싫고, 검성도 싫고… 그… 흐… 흐으… 나는 그래도 당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흐… 흐흑… 흑…….”
‘어? 어어어?’
다시 공격을 하고자 했는데, 갑자기 주저앉아선 울기 시작하는 엘프 대족장. 찬성은 순간 당황해서 휘두르려던 검을 멈췄다.
‘어쩌지? 이건… 공격할 그게 아닌데? 뭔가 이벤트 같은 건가?’
심지어 양손에 끼고 있던 권갑과 사슴뿔 투구까지 사라진 상태이다 보니 검을 휘두를 수가 없게 된 찬성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 어쩌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위로라도 해야 하나?’
“흐흑… 흐흐흑… 왜 나만 이런… 이런 일이… 흐흑…….”
게다가 눈물 흘리는 모습까지 저렇게 아름다우니 더더욱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싸울 의욕이 순식간에 꺾이는 건 물론 이대로 도망칠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찬성이었다.
“저기, 아,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힘내세요. 이, 이제라도 괜찮으시면… 그,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다 이야기해 드릴 테니…….”
검을 집어넣고 조심스럽게 늦은 위로를 하며 다가가는 찬성. 이 정도까지 슬퍼하고 상처받을 줄 알았다면 그냥 처음부터 1번을 찍을 걸 생각하던 순간…….
“……!”
갑자기 녹색 안광이 번뜩이더니 눈물을 닦고 있던 손이 쏜살같이 찬성을 향해 날아와 멱살을 잡고, 그대로 뒤로 던져 버렸다.
‘어어?’
당황하면서 중력의 역전을 체험하던 찬성의 눈에 다시 순식간에 권갑과 투구를 차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분노한 대족장’이 보이고 있었다.
“‘극성권법 3식-알라이(Alrai)’!”
“…은하검법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星雲)’!”
날아오는 주먹과 그 형상의 아우라들을 보며 찬성은 급히 검을 뽑아서 비전 2식을 시전! 일단 주먹의 형상을 한 아우라들을 차단하고, 검으로 간신히 권갑을 막아 내며 땅에 떨어졌다.
“아, 아니, 이건 치사하잖아요.”
땅을 굴러 일어나면서 화를 내는 찬성. 우는 척 속이고는 자신을 집어 던질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남의 남편 무덤을 방패막이로 쓴 건 치사하지 않고요?”
“애초에 저에게 싸움을 건 것 자체가…….”
“당신도! 당신도 검의 길만을 보며! 주변을 바라보지 않을 거면서!”
“아니요. 반대예요! 주변이 보이니까… 기대에 부응해야 하니까! 더더욱 열중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분은… 그분은 그저 그런 ‘검성’이 아니라! 당신에게 어울리는 ‘검성’이 되고자 한 거예요!”
카아아아앙!
이리저리 휘둘리고, 속기까지 한 찬성이 듣다못해 반박하면서 검을 휘둘러 권갑을 쳐 냈다.
“그저 같이 있어 주면 되는 것을!”
“그럼 그 사람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그랬어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해. 그 사람은… 그 사람은… 그아아아앗!”
“결국 저한테 분풀이만 하는 거잖아요! 하아아… 정마알!”
이쯤에서 찬성은 깨달았다.
지금 이런 상태의 사람은 말로 해선 절대 설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 비겁한 짓까지 한 번씩 주고받았고, 거기에 서로 할 말은 다 했다.
그 뒤, 남은 것은 이런 사람에겐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것과 이 안타까운 사람을 빨리 멈추게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검기 제어’! ‘비검-육성파(六星破)’!”
그리하여 찬성은 기기 과부하를 무릅쓰고, 파성검각의 여섯 번째 ‘비검’을 해방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비검을 초월한 여섯 번째 비검. 서른여섯의 검광(劍光)이 ‘Lv.?? 분노한 대족장’에게 작렬하여…….
[Lv.?? 분노한 대족장] [생명력:31.51퍼센트]‘데미지로 보면 약 12퍼센트 정도인가?’
단번에 약 12퍼센트의 데미지를 입히는 것을 확인하는 찬성이었다.
공격 횟수가 많은 비검인 만큼 개별 공격마다 피해 감소 영향을 받고, 거기에 권갑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니 모든 검기를 급소에 적중시킬 수가 없었기에 데미지는 생각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었다.
‘하지만 기기에… 아직 안전 모드가 뜨지 않아?’
“그아아아아아!”
‘안전 앱들은 다시 누님이 깔았을 텐데… 똑같은 기기일 텐데? 아… 완전 새삥(?)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처음에 자신이 쓰던 ‘팬텀 드라이브-2’도 엄연히 민희가 주문한 신제품이고, 거기에 사용 기간도 그가 쓴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건데, 새삥(?)과 헌것의 차이를 따지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아직 ‘안전 모드’가 뜨지 않아서 좀 더 한계가 있다면……!’
[비검-오성화(五星花)] [은하검법 3식-항성(恒星)]다섯 분신으로 나뉘어 공격하는 ‘비검-오성화(五星花)’로 적을 현혹하거나 혹은 방어 자세를 굳히게 한 다음 ‘은하검법 3식-항성’을 찔러 넣어 폭파시키는 연계.
[Lv.?? 분노한 대족장] [생명력:24.31퍼센트]“그아아아앗!”
‘아직도 기기가 괜찮아!’
[은하검법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 [비검-사성절 배검(四星切 倍劍)]별빛을 머금고 휘둘러진 검광 아래로 화염을 뿌리는 ‘비전 1식’과 ‘더블 슬래시’와 ‘비검-사성절’을 융합한 ‘비검-사성절 배검(四星切 倍劍)’을 연계하여 적의 발을 묶어 ‘비전 1식’의 장판 데미지를 극대화!
“그아아! ‘사자후(獅子吼)’!”
그러나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듯 대족장은 그대로 사자후 스킬을 사용했다.
‘사자후(獅子吼)’. 격투가 클래스 공용 스킬로 기합이 담긴 포효를 내뿜어 주변의 적들을 혼란 상태로 만드는 스킬이지만…….
그헝헝어허허헝!
[시스템-‘(유일)알기에바(Algieba), 쌍성(雙星)의 반지’의 효과로 ‘사자후(獅子吼)’의 상태 이상을 무시합니다.] [시스템-‘사자의 격노’가 활성화됩니다.]찬성에겐 ‘사자’의 가호가 존재한다!
사자후는 무효화되고, 찬성의 검무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 대족장을 몰아붙였다.
[Lv.?? 분노한 대족장] [생명력:18.48퍼센트]‘좋았어. 이제 버프까지 있다면……! 충분히 마무리가……!’
콰아앙!
비검과 게임 스킬의 연계에 ‘분노한 대족장’의 생명력은 쭉쭉 내려갔고, 10퍼센트대에 접어들자 최후의 발악이라는 듯 대족장은 자세를 고치고 무시무시한 기백을 뿜으며 여태껏 보지 못한 스킬을 시전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군요. 하아아아아……!”
‘뭐지?’
‘비검’과 ‘스킬’의 연계를 보여 준 찬성에게 화답하는 것처럼 ‘분노한 대족장’은 양손을 위로 올려서 녹색 아우라를 모으더니 마치 압축을 하듯 양손으로 그 모인 것을 찌그러뜨리기 시작했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
녹색 빛이 점점 선명해지고, 위험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저러는 동안에도 찬성은 방해하고자 나름 스킬과 아이템까지 동원해서 상태 이상으로 끊어 보려고 했지만…….
[시스템-‘충격 폭탄’의 ‘스턴’ 효과가 무시(금강불괴(金剛不壞)의 효과)되었습니다.]‘상태 이상 면역이라니?’
그럼 남은 건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데미지로 때려눕히는 것이었지만 그러기엔 생명력도 꽤 남아 있었다.
[Lv.?? 분노한 대족장] [생명력:16.48퍼센트]‘여기서 육성파를 써도… 쓰러지지 않을 건데?’
육성파의 데미지량은 약 12퍼센트. 불사 NPC 속성이라고 해도 1퍼센트까지는 깎아야 하기 때문에 그래도 몇 퍼센트나 남는다.
“‘극성권법 오의-초신성(Supernova)’.”
마치 신의 선포라도 되는 듯 스킬의 이름을 알린 그녀는 양손에 모인 오러를 압축하여 만들어 찌그러뜨린 별을 찬성을 향해 그대로 던져 버렸다.
‘오의가 원거리 투사 스킬이라면……!’
[은하검법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星雲)’]“소용없어.”
‘……!’
앞으로 날아오는 ‘별’을 막아 내고자 은하검법 비전 2식을 썼지만 성운(星雲)은 초신성(超新星)을 막아 내지 못하고 뚫려 버렸다.
‘하지만 피하면……!’
이라고 생각한 순간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던 ‘별’은 찬성의 머리 옆에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추고, 그대로 해방되기 시작했다.
“그대로 사라지세요. 내 분노와 함께.”
‘아직… 아직 찰나가! 남아 있어!’
동시에 들려오는 ‘분노한 대족장’의 목소리. 하지만 찬성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옆에서 폭발하기 시작하는 별을 보던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였다.
‘그런가? 이런 의미였나? 비전 다음에 나온 이 퀘스트가……!’
그 이미지를 따라서 폭발해 가는 별을 향해 ‘태양을 베어 낸 검성’이 시전한, 마지막 그의 인생을 걸어 만든 ‘비전’을 시전했다.
[은하검법 비전 3식 ‘갈라져 내리는 항성(恒星)’]폭발해 가는 초신성(超新星)을 가로지르는 검광, 그리고 열리기 시작하는 공간의 틈. 초신성의 폭발은 그대로 갈라진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 말도 안 돼. 게다가 저건…….”
자신의 오의가 깨진 것에 놀란 건지 ‘분노한 대족장’은 그 광경을 손 놓고 지켜보는데…….
‘완벽한 빈틈!’
은하검법 비전 3식 ‘갈라져 내리는 항성(恒星)’을 베자마자 상태도 안 보고 달려온 찬성이 그녀의 코앞에 도착했고, 그는 이번에 끝장을 보기 위해 최강의 ‘비검’을 휘둘렀다.
“하아아아앗! ‘비검-육성파(六星破)’!”
“아……!”
난무하는 서른여섯의 검광. 이번엔 완벽한 노 가드 자세였기에 공격 대부분을 급소를 향해 벨 수 있었다.
[Lv.?? 분노한 대족장] [생명력:1.00퍼센트]‘잡았다.’
털썩!
그리고 서른여섯의 검광이 사라지고, ‘분노한 대족장’의 생명력이 딱 1.00퍼센트에 도달하면서 그녀는 무릎을 꿇고 땅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고…….
[Lv.?? 아데신 대삼림의 대족장]그녀의 이름 상태가 변하면서 전투가 끝났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