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05
104화 재회(3)
이신은 데뷔를 앞둔 시절부터 이미 수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던 예비 스타였다.
탁월한 게임 실력과 수려한 외모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최환열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은 덕분이었다.
최환열은 데뷔 이전부터 이신을 자주 언급하며 팬들에게 그의 존재를 각인시켜 주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선수가 있다.
이신은 명백한 우승후보다.
덕분에 이신은 최환열의 골수팬들의 지원까지 힘입어, 처음부터 준비된 스타로서 공식무대에 출현할 수 있었다.
그렇듯 최환열에게 신세진 것이 많았기에, 이신은 합동 방송에서 많은 고마움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신의 그런 모습은 의외였기에 많은 시청자에게 어필했다.
최환열도 옛 추억이 떠올랐는지 세삼 감격에 젖은 모습이었고, 그렇게 호평 속에서 방송을 마쳤다.
“수고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최환열이 다가와 이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유설희도 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진짜 덕분에 저 처음으로 시청률 1위 먹었어요.”
그야말로 광기의 별사탕 세례에 흥분해서 정신을 못 차렸던 유설희였다.
오늘의 방송은 그야말로 역대 최대의 흥행이었다.
이신교의 광신도들까지 소문을 듣고 몰려와 파프리카TV 서버가 폭주할 정도로 흥행을 달렸다.
이신교는 이신의 은인인 최환열에게 매우 호의적이었고, 그 호의가 고스란히 별사탕으로 이어졌던 것.
먹방을 했던 유설희는 물론,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야외 방송을 했던 최환열의 방송까지도 대박을 터뜨려 버렸다.
커플이 번갈아가며 이신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오늘 거둔 수익만도 족히 2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이신교는 과연 무서웠다.
“오늘 소득은 나눠야겠다. 금액이 너무 커.”
“맞아, 이거 다 이신 씨 인기를 팔아서 얻은 거니까.”
최환열의 말에 유설희도 동의했다. 하지만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
“필요 없기는, 인마. 제대로 나눠야 우리도 마음이 편하지.”
“옛날 신세 갚은 셈 쳐.”
“신세는 무슨. 그건 선배로서 도리를 다한 거지.”
“그럼 소개비로 쳐.”
“소개비라니?”
“찻 차이.”
이신은 태국의 천재 소년을 다시 언급했다.
“아, 수열이? 정말 키워보게?”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실력을 다시 확인하고. 게임 몇 판 한 영상만 봐서는 아직 몰라. 진짜 천재인지 아닌지 한 번 봐야지.”
“진짜 천재면 MBS로 데려가려고?”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MBS는 오래 있을 곳 아니야.”
이신도 MBS의 사정을 모르지 않았다.
방진호 감독에 대한 호의로 MBS에 들어왔지만,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할 일은 없었다. 그럴 이유가 이신에게는 없었다.
“그럼?”
“일단 어디든 데리고 다니며 키울 거야. 도제처럼.”
그 말에 최환열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신의 성격에 누군가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인간관계를 몹시 귀찮게 여기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이신이 찻 차이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한 말 때문이냐?”
최환열이 물었다.
너도 한 번 당해봐라.
자신이 발굴하고 데뷔시킨 이신에게 4강전에서 무참히 격파당한 최환열.
이신 역시 훗날 찻 차이를 통해 같은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최환열이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어, 한 번 제대로 키워보려고. 그런 다음에 죽여 버릴 거야.”
“…….”
“거꾸로 내가 당하면, 도저히 못 당하겠구나 싶으면 그땐 내가 은퇴할 때가 된 거지.”
“은퇴… 너도 벌써 그런 얘기를 할 때가 됐냐?”
“이미 한 번 은퇴했던 몸이야.”
이신은 오른쪽 손목을 빙글 돌려 보였다.
“지금은 여벌의 삶이지.”
“그 손목, 지금은 아무 문제없고?”
“없어.”
“그럼 다행이다. 아무튼 수열이에 대해서는 같이 한 번 게임을 해보든가 해서 검증을 해봐. 정말 우리가 본 그대로 천재인지 어떨지는 직접 보지 않고는 모르잖아.”
“그러려고.”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걔한테 전해. 온라인에 접속해서 나한테 쪽지 보내라고. 직접 확인해 보고, 내 기대에 못 미치면 전부 없던 일로 할 거야.”
그렇게 최환열·유설희 커플과 작별한 이신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줄곧 찻 차이라는 천재 태국 소년이 생각났다.
‘큰일이군.’
프로게이머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최영준, 박영호, 신지호, 마이클 조셉…….
예전과 달리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수많은 적수가 있었다.
‘이러면 마음을 접기가 힘들잖아.’
선수 생활을 은퇴한 이후를 생각했기 때문에 선수 겸 코치라는 포지션을 택한 이신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내고 나니,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욕심만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
집에 돌아와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실행시켰다.
Kaiser 아이디로 온라인에 접속했을 때, 수많은 쪽지가 와 있었다.
전 세계 팬이 보낸 수많은 나라의 언어로 된 쪽지들…….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죄다 삭제해 나갔다. 그런데 그때, 한 쪽지가 이신의 눈에 들어왔다.
-SY: 안녕하세요, 이수열입니다.
‘벌써?’
이신은 답장을 보냈다.
-Kaiser: 찻 차이?
-SY: 네^^
-Kaiser: 얘기는 들었고?
-SY: 네, 꼭 한국에 가고 싶어요. 이신 선수의 마음에 들고 싶어요.
-Kaiser: 그럼 네 재능을 입증해 봐.
이신은 방을 만들고 SY를 초대했다. 둘 다 인류를 고른 채, 첫 게임을 시작했다.
맵은 신성한 잔흔.
불과 며칠 전에 신태호를 격파했던 그 맵이었다.
찻 차이가 그때의 신태호와 똑같은 1병영 더블로 나오자, 이신도 그때와 똑같은 2기갑을 선택했다.
기동포탑을 배제하고 과감하게 고속전차만 모아서 공격.
찻 차이는 병영 1개와 군량고 2개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침투를 차단시켜 놓았다.
이신의 손이 빨라졌다.
쉽게 성공시킬 수 없는 지뢰 비비기가 이신의 손에서 아주 손쉽게 펼쳐졌다.
지뢰 비비기로 바리케이드를 넘어온 고속전차 2기가 곧바로 지뢰를 매설했다.
그러자,
퍼펑― 펑!
찻 차이의 기동포탑 2기가 일점사로 지뢰 2개를 매설되기 전에 일점사격으로 제거했다.
연이어 출입구로 본진 안으로 파고들려는 고속전차 2기.
그러나 건설로봇이 블로킹을 했다.
‘역시 손이 빠르군. 신태호보다 대처가 좋아.’
그렇다고 신태호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마도 신태호와의 경기를 이미 봤기 때문에 대처가 빠른 것이리라.
이신은 판단이 빨랐다.
고속전차 2기가 바로 방향을 전환해 앞마당의 식량자원 뒤편 구석으로 이동시켰다.
고속전차 2기는 식량자원을 채집하던 건설로봇들을 공격했다.
그렇게 고속전차 2기로 찻 차이의 신경을 분산시켜 놓고서, 바깥에 있던 다른 고속전차들을 계속해서 지뢰 비비기로 넘겨 보냈다.
순식간에 안팎에서 견제가 펼쳐지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같은 이신의 마술 같은 견제에 찻 차이의 대응이 다급해졌다.
일단 앞마당에서 일하던 건설로봇들을 본진으로 피신시키고, 계속 생산되는 기동포탑으로 침투하는 고속전차들을 막아냈다.
이제 기동포탑의 포격모드만 개발 완료되면, 찻 차이의 디펜스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신은 새롭게 생산된 고속전차 2기를 따로 빼두었다.
그리고 항공정거장에서 생산된 항공수송선에 태워서, 찻 차이의 본진에 드롭했다.
앞마당 쪽에서도 계속 지뢰 비비기로 고속전차가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견제였다.
본진에 들어온 고속전차 2기가 질풍처럼 돌진.
재빨리 찻 차이의 기갑정거장에 지뢰를 매설했다.
막 생산이 완료된 찻 차이의 새 기동포탑이 지뢰에 휘말려 허망하게 폭사당했다.
1병영 더블을 선택했을 때, 새 기동포탑이 지금쯤 완성될 타이밍이라는 것을 이신은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연습과 경험!
이신은 초 단위까지 시간이 딱딱 맞는 견제 플레이를 구상한 것이었다.
이어서 출입구 쪽에도 지뢰를 매설.
앞마당에서 싸우던 찻 차이의 기동포탑은 지뢰 때문에 본진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속전차 2기는 계속해서 본진을 휘저으며 건설로봇들을 공격했다.
찻 차이의 선택은 건설로봇들로 테러를 진압하는 것.
넓게 포진한 건설로봇이 포위망을 좁히며 고속전차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다름 아닌 이신의 고속전차였다.
치고 빠지는 날렵한 아웃복싱으로 건설로봇을 1기씩 터뜨렸다.
찻 차이의 새로운 기동포탑이 생산되었을 땐, 이신도 항공수송선에 다른 고속전차를 태워 운반한 뒤였다.
치열한 격전이었다.
찻 차이는 병영에서 보병까지 생산해 디펜스를 펼쳤지만, 이신은 끝내 불꽃같은 고속전차 컨트롤로 압살해 버렸다.
-SY: GG
-Kaiser: 아직 나가지 마봐.
-SY: 네.
-Kaiser: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일 것 같아?
-SY: 앞마당에 확장 기지 가져가고, 기동포탑이 생산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Kaiser: 틀렸어.
이신은 설정을 바꿔 자신의 맵 상황을 찻 차이에게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이신은 앞마당은 물론 또 다른 확장 기지까지 가져간 상태였다.
병력이라고는 견제를 펼치는 고속전차와 항공수송선 1기가 전부였다.
다만, 지뢰를 잔뜩 매설해 방어를 해놓았을 뿐.
-SY: 어, 그럼 견제만 막아냈으면 제가 이긴 것 아니었나요?
-Kaiser: 내가 확장 기지를 추가로 가져가느라 병력이 없었으니까?
-SY: 네.
이신은 실망했다.
기대에 미칠 정도의 재능은 아니었던 듯했다.
손이 아무리 빠르고 대처가 좋아도, 그게 톱클래스에 들 수 있는 재능은 아니었다.
진짜 재능은 넓은 시야.
전투가 벌어진 지점에서 컨트롤을 잘하는 게 아니라, 국면(局面) 전체를 아울러 판단하고 행동할 줄 아는 통찰력이었다.
그런 선수가 불리한 형세 속에서도 싸움을 길게 보며 역전을 이루어낸다.
실망한 이신은 일방적으로 게임을 종료시키고 나가 버렸다.
그런데 온라인 상태에 있을 때, 찻 차이의 쪽지가 도착했다.
-SY: 아, 제가 바보예요! 죄송해요.
-SY: 제가 항공정거장 없이 기갑정거장만 늘려 짓는 걸 보고 확장을 택하신 거죠?
-Kaiser: 맞아.
찻 차이에게 항공정거장이 없으니 항공수송선이 생산될 수 없었다.
그래서 지뢰만 매설해도 충분히 디펜스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신이었다.
기동포탑의 전진만 지뢰로 저지시키면, 지뢰가 통하지 않는 고속전차의 공격쯤은 얼마든지 디펜스가 가능한 것이다.
-SY: 착각해서 죄송해요. 이신 선수는 저랑 달리 한 번도 근거 없이 결단한 적이 없었어요.
-SY: 저는 이 게임이 가위바위보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전 노름꾼이고 이신 선수는 프로 도박사였어요.
잠시 후, 이신이 답장을 보냈다.
-Kaiser: 한국말을 잘하는 것 같아 다행이야.
-SY: 네, 엄마한테 배웠으니까요.
-Kaiser: 그럼 됐어. 언제 올 거야?
-SY: 내일 당장이라도 갈게요!
-Kaiser: 도착해서 전화해.
그렇게 찻 차이의 한국행이 결정되었다. 이신에게 또 다른 제자가 생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