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6
145화 귀환(1)
-4세트 맵은 신성한 잔흔입니다.
-지난 전적을 봐도 인류에게 웃어주는 맵이죠.
-그렇습니다. 인류 대 신족의 승률이 59대 41이니까요. 아, 그런데 이건 또 의외네요. 이신 선수가 또다시 신족을 선택했습니다.
-신성한 잔흔에서 신족을 택할 거라고는 또 예상을 못했을 겁니다!
-이신 선수는 이제 이 한 세트만 더 잡으면 됩니다! 반면에 신지호 선수는 이 고비를 넘겨야지요?!
-그렇습니다. 신성한 잔흔에서의 신지호 선수의 승률은 좋은 편이니만큼 한 번 기대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끝날지, 5세트까지 갈지! 자, 4세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운명의 4세트 경기가 시작되었다.
“진짜 신족 하는구나.”
박영호는 너무 놀란 나머지 기가 막혀서 중얼거렸다.
이 중요한 결승 무대에서 자기 메인 종족이 아닌 다른 종족을 쓸 줄은 몰랐다.
“그러게. 3세트 때 보니까 광신도 컨트롤 장난 아니더라.”
옆자리의 최영준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광신도는 단순한 근접 전투 유닛이 아니었다.
양팔에 장착된 칼날의 길이는 2칸.
그 2칸의 공격 거리를 잘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초정밀 컨트롤의 핵심이었다.
신족을 메인 종족으로 삼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도 제대로 못하는 그 컨트롤을 이신은 완벽하게 펼쳤다.
가까이 붙어서 한 방.
도망치면 즉시 따라붙으며 2칸 거리에서 또 한 방.
그런 엄청난 무빙으로 이신은 신지호를 3세트에서 꺾은 것이었다.
“이번에도 또 센터 참회실로 승부 볼 생각은 아닐 텐데.”
“그렇지. 지호 형도 그것만 조심하면 운영 싸움에서 안 진다는 마인드겠지.”
“신지호 상대로 서브 종족을 골라서 운영 싸움? 아무리 신이래도 이게 가능할까?”
“뭔가 준비한 게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신성한 잔흔에서 굳이 신족을 고른 걸 보면.”
4세트를 지켜보는 두 사람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이 4세트의 결과에 따라서 향후의 프로리그의 양상이 상당히 달라진다.
쌍영이라 불리는 박영호와 최영준.
두 사람에게 이신을 꺾어야 한다는 숙제는 팀의 에이스로서 가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런데 이신이 인류는 물론 신족까지 잘 다룬다면, 앞으로 그와의 대결을 준비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지는 것이었다.
***
신지호는 대 신족의 정석적인 빌드 오더를 밟아나갔다.
이른 초반.
기동포탑 1기가 생산되자 보병 6명, 건설로봇 1기와 함께 공격에 나선 신지호.
-신지호 선수가 먼저 치고 올라갑니다. 상대를 앞마당까지 압박해놓고서 안전하게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갈 생각입니다.
-추가로 생산된 고속전차가 합류. 그렇다면 현재 기갑부속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것은 지뢰죠?
-예, 지뢰만 매설해놓고 바로 빠지겠죠. 여기서 강하게 푸시해서 상대에게 타격을 입힐 정도로 신지호 선수가 공격적인 선수는 아니거든요.
-물론 1세트 때처럼 신지호 선수가 다른 면모를 모일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상대가 또 이신 선수거든요. 라스베이거스에서 했었던 이벤트 매치 때 이신 선수가 보여준 거신병기 컨트롤이 굉장히 무서웠잖습니까?
-그렇습니다. 과연 이신 선수는 이걸 어떻게 받아칠지?
일명 페이크 더블(Fake Double).
진출하는 척 상대를 위협하면서 안전하게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인류의 정석 전략이었다.
거꾸로,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척 하고 병력을 더 생산·투입해 끝내기를 하는 패턴도 있지만, 신지호는 주로 전자의 방식을 채택하곤 했다.
살살 전진하며 압박을 해오는 신지호.
이신은 3기의 거신병기로 신간을 벌며 그런 신지호의 전진을 늦췄다.
-으악!
-으악!
거신병기가 뒤로 물러나면서 레이저빔을 쏘았다.
정교한 무빙에 보병이 한 명씩 죽어나갔다.
애당초 같이 나온 보병 6명은 거신병기로부터 기동포탑을 지키는 총알받이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신이 거신병기를 계속 컨트롤해가며 저항하자, 보병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신지호 측에 고속전차 1기가 합류될 때쯤, 이신 역시 거신병기 1기가 충원되었다.
길목마다 지뢰를 매설하며 전진하는 신지호의 압박.
그런데 그때였다.
이신은 벼락 같이 달려들어 일점사격으로 고속전차를 파괴했다.
그리고 또 한 걸음 전진하면서 남은 보병 2명을 일격에 사살했다. 거신병기 2기 당 보병 1명을 찍은 정교한 순간 컨트롤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일격으로는 따라온 건설로봇 1기마저도 사살.
삽시간에 신지호는 기동포탑 1기만 남아 있게 되었다.
-어어어! 이신 선수의 맹렬한 반격! 밀리고 있다가 갑자기 덤벼서 물어뜯습니다!
-당장 후퇴해야 합니다! 여기서 기동포탑을 잃으면 피해가 막심해지죠!
신지호는 급히 기동포탑을 도망치게 하면서, 거신병기들을 지뢰가 매설된 쪽으로 유인했다.
하지만,
퍼엉!
매설된 지뢰가 튀어나오자마자 이신의 거신병기들이 일점사격으로 제거해버렸다.
-지뢰가 매설된 위치가 어디였는지 기억하고 있어요!
지뢰 2개를 전부 제거한 뒤, 기동포탑을 쫓아가는 거신병기들!
후속 생산된 고속전차 2기가 급히 달려와 구원하러 왔다.
이신 측에서도 병력이 충원되었는데, 열심히 달려오는 그 유닛은 광신도였다.
-광신도까지 합류했습니다!
-다시 교전! 고속전차들이 계속 지뢰를 매설하면서 저지선을 구축하려는데…… 아아!! 거신병기가 계속 일점사로 지뢰를 족족이 없앱니다.
-뭐 저렇게 생겨먹은 컨트롤이 다 있나요!!
흥분한 해설진의 드립에 관객들이 웃음과 환호를 동시에 터뜨렸다.
거신병기의 어마어마한 컨트롤 무빙.
그러는 와중에 광신도가 저돌적으로 돌격했다.
매설되었던 지뢰 1개가 광신도를 인식하고 땅속에서 튀어나왔다.
지뢰가 광신도를 향해 날아갔다.
광신도는 지뢰를 끌어당기며 그대로 기동포탑에게 붙었다.
퍼어어엉!
“우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악!!”
쩌렁쩌렁한 환호!
-지뢰 역대박!
-기동포탑과 고속전차들까지 지뢰에 휘말려버렸습니다!
-광신도의 장렬한 산화! 이러면 이신 선수는 거침이 없죠!
-신지호 선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거신병기들이 신지호의 앞마당까지 들이닥쳤다.
하지만 다행히 신지호는 디펜스를 해놓았다.
언덕 위에 기동포탑 1기가 자리 잡고 포격모드로 전환.
앞마당에서 일하던 건설로봇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거신병기들을 막아섰다.
이신은 뚫을 수 없다고 판단, 그대로 병력을 물렸다.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갔습니다.
-정말 무서운 역습이었습니다. 보통 이때쯤 앞마당까지 압박을 받은 쪽은 신족이어야 하거든요? 신지호 선수가 딱히 실수한 것도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역공을 받아버렸습니다.
-같은 병력을 쥐어줘도 이신이 잡으면 정말 무섭습니다!
-이신 선수는 이제 여유가 생겼죠. 당장 2번째 확장 기지를 가져가도 될 텐데요?
-그런데 저 본진 구석에 짓고 있는 건물이 뭐죠?
신호탑과 우주공항이 건설되고 있었다.
소환관문 2개와 신호탑 1개.
소환관문은 머나먼 우주의 행성으로부터 신족의 함대를 소환해오는 관문.
한마디로 신족의 비행유닛 생산 건물이었다.
이 건물에서 생산되는 비행유닛은 사략기, 항공모함, 아바타 등이 있었다.
-소환관문과 신호탑입니다!
-신호탑을 짓고 있다는 것은, 항공모함이죠!
-아까의 교전에서 엄청난 이득을 본 이신 선수거든요. 그 이득을 바탕으로 벌써부터 항공모함을 뽑습니다!
-항공모함을 6기까지 모아서 지상군과 같이 밀어붙이겠다는 뜻이죠. 신지호 선수가 저걸 알아야 할 텐데요?
이신은 2번째 확장 기지를 가져가지 않고 계속 병력을 뽑았다.
광신도와 거신병기를 꾸준히 생산했다.
그리고 완성된 소환관문에서도 비행유닛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소환관문에서 생산된 유닛은 바로…….
-사략기?!
-항공모함이 아니라 사략기가 나왔습니다!
사략기는 지상공격을 못하는 대신 공중전에 특화된 비행유닛이었다.
하지만 인류가 신족을 상대로 비행유닛을 뽑을 일은 없었다.
때문에 인류 대 신족 전에서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유닛이었다.
-저건 사략기의 전파방해 스킬을 쓰겠다는 건가요?!
-그것밖에 없는데요? 언덕 위에 포진한 기동포탑들을 전파방해로 공격불능으로 만들어놓고 지상군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경기장이 술렁였다.
관객들은 이신이 보이는 돌발적인 전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건 공식전에서 몇 차례 나온 적은 있었습니다만 전부 실패로 돌아갔죠. 인류가 기계보병을 적절히 포함시킨 병력구성만 갖춰도 저 사략기·지상군 조합보다 더 우위를 갖거든요!
-그걸 모를 리 없는 이신 선수죠. 다행히 지금 신지호 선수는 이신 선수의 사략기를 몰라요! 저걸 들키지 않고 계속 비밀을 유지했다가 한 방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사략기가 모였다.
이신은 승부에 나섰다.
진군하는 지상군.
사략기 편대는 최후의 순간까지 들키지 않기 위하여 멀리 우회하여 움직였다.
목표는 신지호의 본진이었다.
신지호 또한 병력을 전진 배치시켜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
통상적으로 저 잘 짜인 인류의 방어선을 신족이 그대로 들이받는 짓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위였다.
***
‘와봐.’
신지호는 자신만만했다.
위기도 잠시 있었지만 신지호는 운영으로 극복해내고 다시금 디펜스 태세를 완비했다.
이번 한 타만 더 버티고 장기전에 들어가면 승기를 쥘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침내 이신이 접근했다.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대회전이 펼쳐지려는 순간이었다.
문득, 좌측 방면에서 웬 비행유닛 편대가 날아들었다.
‘……사략기?’
그리고…….
파파파파파파팟!
눈부신 백색의 섬광 같은 이펙트(efact)가 삽시간에 화면을 가득 매웠다.
사략기들이 전파방해를 펼친 것이다.
-와아아!! 전파방패가 정말 엄청난 속도로 펼쳐집니다!
-그 와중에 지상군 컨트롤까지! 저게 사람 손입니까!! 저렇게 빠를 수가 있나요?!
전파방해는 한 지점에 있는 유닛들을 공격불가상태에 빠뜨리는 것.
저렇게 온 화면을 가득 채우려면, 사략기 1기 1기가 일일이 스킬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사략기만 붙잡고 있다가 지상군 컨트롤을 못해 말아먹을 위험도 있었다.
그런데 이신은 그것을 급속도로 해내버린 것이었다.
신지호의 대응도 빨랐다.
기동포탑들이 일제히 포격모드를 해제했다.
그리고 전파방해가 펼쳐진 지점에서 빠져나와 살짝 물러선 채로 다시 포격모드로 전환했다.
그랬다.
이것이 사략기의 전파방해가 쓰이지 않는 이유였다.
그냥 물러나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파파파파파파팟!
이신은 다시 한 번 엄청난 속도로 전파방해를 펼쳤다.
***
경기장의 대형화면에 이신의 개인화면이 잡혔다.
마우스 커서가 미친 듯이 움직이며 전파방해를 온 화면에 수놓았다.
하나같이 절묘하게 기동포탑들이 자리 잡은 곳에 펼쳐졌다.
그러면서 광신도가 돌격해 가까이 붙고, 거신병기는 레이저빔을 쏘고 한 발 전진하고, 쏘고 전진하고…….
“꺄아아아악―!!”
경기장은 비명과 환호로 가득 채워서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이어서 대형화면에 놀란 관객들의 얼굴이 잡혔다.
넋을 잃은 최환열과 유설희 커플이 보였다.
그 옆에 ‘여친 구함’이라고 쓰인 플랜카드를 든 채 멍한 표정을 짓는 박영호가 화면에 잡히는 바람에 깨알 웃음을 선사했다.
그 옆으로 최영준도 경악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경악했다.
탁상공론일 뿐 실현이 불가능한 저 전략을 이신이 들고 나온 이유는 단 하나.
……가능한 거였다.
손이 저렇게까지 빠르고 정교하면 되는 거였다.
신지호의 방어선이 뚫려버렸다.
경기장의 열광은 그칠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