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5
144화 결승(4)
이신은 뛰어들었다.
양방향!
정면은 기계보병과 고속전차.
그리고 일부의 고속전차는 배후로 우회해 기동포탑을 덮쳤다. 기동포탑 주위에 지뢰를 마구 매설했다.
기계보병들이 기관총을 난사해 신지호의 고속전차들을 제거해나갔다 .
퍼퍼퍼펑一!!
신지호의 기동포탑들도 계속해서 불꽃을 뿜으며 반격했지만, 매설된 지뢰가 발동하면서 전부 폭사 당했다.
그랬다.
기동포탑의 천적은 바로 발 빠른 고속전차의 지뢰. 이신은 그 컨트롤의 달인이었다.
물론 기동포탑들의 숫자가 많았다면 접근하기도 전에 포격으로 전멸시켰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숫자가 충분치 않았다.
타이밍을 노리고 치고 나온 신지호.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되었던 것.
퍼어어엉! 퍼어엉!
지뢰에 휘말려 기동포탑들이 정리되었다.
-승리! 이신 선수가 센터 교전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렇게 되면 신지호 선수는 이신 선수의 반격에 대비해야죠!
-이제 이신 선수가 갑니다!
이신의 병력이 신지호의 진영으로 물밀 듯이 밀어닥쳤다.
신지호는 계속 생산된 기동포탑을 언덕 위에 배치하고 디펜스를 갖췄다.
이신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공격은 신지호가 예상 못한 방향으로 시작되었다.
‘어?’
항공수송선 1기가 앞마당을 가로질러 본진에 들어온 순간, 신지호는 아차 싶었다.
‘제기랄!’
드롭이었다.
항공수송선에서 내린 고속전차 4기가 삽시간에 언덕에 배치된 기동포탑들을 공격했다.
지상전에 치중하느라 신지호는 대공방어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 역점을 정확히 노린 것이었다.
항공수송선은 계속해서 병력을 수송해 드롭했다.
계속해서 본진에 떨어지는 이신의 병력.
“아놔…….”
신지호는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래도 안 되는구나.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드리웠다.
-GODJiHo: GG.
-신지호 선수 GG!!
“와아아아아!!”
쩌렁쩌렁한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1세트는 이렇게 이신 선수가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신지호 선수도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로, 팬들에게 똑똑히 각인시켰어요! 나도 이정도 한다! 쌍영을 꺾고 올라와 이신과 자웅을 겨룰 클래스다! 그 것을 입증한 거예요!
-예, 정말 최강자를 가리는 대결다운 경기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그 해설이 신호가 되어서 일부 팬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곧이어 경기장이 온통 박수로 가득 채워졌다.
부스에서 나와 대기실로 향하면서, 신지호는 그 박수를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받는 찬사였다.
아니,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크게 환호를 받은 적은 없었다.
저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플레이를 보고 기뻐하고 감탄한 것이었다.
‘쳇, 이게 뭐라고.’
졌는데도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물론 패배가 달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속은 후련했다.
“지호야, 난 네가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땐 정말 네가 쌍영과 동급이라고 생각한다.”
최민재 코치의 말이 떠올랐다.
신지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이신처럼 화려하게 싸웠다. 그리고 장렬하게 패배했다.
그걸로 된 거다.
이제 신지호는 공격적으로 화려한 스타일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런 걸로는 이신을 꺾을 수 없었다.
‘이제는 내 방식대로 간다.’
그것은 신지호의 각성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서 다시 시작된 2세트에서 신지호는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의 디펜스를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신지호는 시작부터 모험을 걸었다.
생 더블.
시작부터 곧바로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도박적인 빌드 오더였다.
위치도 서로 거리가 먼 대각 방향이라 운까지 따라주었다.
서로 거리가 멀면 공격에 나선 병력이 도달하기까지 오래 걸리므로, 방어를 해놓기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원적으로 매우 유리한 출발을 한 신지호.
이신은 그런 신지호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빠르게 고속전차와 기동포탑을 뽑아서 견제에 나섰지만, 신지호가 내세운 다음 카드는 스텔스 전투기였다.
견제와 함께 턱 밑까지 숨통을 조여 오는 이신의 압박을 빨리 생산한 공중유닛으로 걷어낸 것이다.
기동포탑도 고속전차도 지대공이 불가능했으므로, 이신의 견제와 압박은 막혀버렸다.
그렇게 뛰어난 판단력으로 위기를 모면한 신지호는 그때부터 시종일관 유리한 국면을 유지했다.
보다 풍부한 자원이 병력으로 이어졌다.
보다 우세한 병력은 전선의 전진으로 이어졌다.
인류 대 인류 전의 전형적인 라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신지호는 전선을 유리하게 그어서 보다 많은 면적의 맵을 장악했다.
그것은 즉 매장된 자원도 더 많이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신은 전술위성을 활용한 돌파와 항공수송선을 활용한 대규모 드롭 등을 구사하며 돌파를 시도해보려 했지만, 그때 작렬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108대공포였다.
-108공포!
-대공포로 온통 도배를 해버리는 신지호 선수. 저건 바늘로 찌를 틈도 없는 완벽한 디펜스입니다!
그렇게 전선을 고착시켜놓은 채, 신지호는 계속 디펜스만 하면서 버티고 또 버텼다.
맵의 자원이 모두 고갈되자 비로소 최후의 격전이 펼쳐졌다.
보다 많은 자원을 먹은 신지호는 물량과 회전력으로 밀어붙여 승기를 얻었다.
57분의 장기전 끝에,
-Kaiser: GG.
어찌 해볼 도리가 없이 이신이 패배를 선언했다.
-초반에 승부가 이미 갈린 게임이었습니다. 신지호 선수의 과감한 생 더블과 빠른 스텔스 전투기가 이미 승기를 굳힌 셈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신이래도 도리가 없죠!
-물론 이신 선수는 이런 상황에서도 숱하게 역전을 했던 전례가 있지만, 지금은 상대가 또 신지호거든요! 신지호 선수는 그렇게 잡은 승기를 웬만해서는 절대 놓치지 않아요. 특히 같은 인류를 상대로는 말이죠!
-예, 같은 인류끼리는 저 엄청난 방어를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거든요! 어쩌면 이신 선수의 천적은 바로 신지호 선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2세트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1대 1이 되었습니다.
‘역시 이런 양상이 나오는군.’
대기실로 돌아온 이신이 생각했다.
1세트에 어마어마한 공격성을 보였던 신지호의 플레이는 바로 2세트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나 싶었다.
1세트의 기억 때문에 이신은 신지호가 생 더블로 얻은 자원 우위로 고속전차 같은 지상군 물량을 쏟아낼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신지호도 그런 액션을 취해 이신을 속였다.
평소답지 않은 파격 플레이가 이신을 속일 수 있는 미끼가 되었던 것.
그리고 나타난 스텔스 전투기 .
거기서 이미 허를 찔렸고, 승부가 갈렸다.
‘정말 제법이야.’
사실 신지호가 느끼는 콤플렉스와 달리, 이신은 예전부터 이미 신지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번 개인리그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신지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이신의 그런 예상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이대로 남은 세트도 전부 인류로 싸운다면 신지호와의 대결에서 승부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종족 간의, 그리고 선수들 간의 상성이었다.
신지호는 최영준에게 매우 약했지만, 괴물과 같은 인류에게 강했다.
반면 이신은 모두에게 강했기에 무패우승 같은 업적도 세웠지만, 그래도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바로 같은 인류.
그것도 디펜스가 철저해 견제가 잘 들어가지 않는 선수였다.
바로 그 방면에 특화된 결정판이 바로 신지호인 것이었다.
‘그럼 이제 나도 새로운 것을 꺼내야지.’
이신은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3세트.
“꺄아아아악!!”
“오오오오오!!”
경기장에 경악과 탄성이 울려 퍼졌다.
3세트는 이제 막 시작한 상황.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이신의 종족 선택이었다.
-신족입니다! 이신 선수가 신족을 골랐습니다!
-저건 실수가 아닙니다! 스태프가 확인해 봤는데 이신은 실수가 아니라고 했어요!
-마이클 조셉을 상대로 한 번 깜짝 선보인 바 있었던 신족을 다시 골랐습니다!
-마이클 조셉 선수와의 이벤트 매치 때도 1세트에서 졌을 때 저걸 꺼냈거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를 상대로, 중요한 고비에 이르자 이신 선수가 다시 저 카드를 꺼낸 거예요!
-이신 선수가 정말 이번 3세트를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심리의 역점을 찌른 한 수였다.
신지호도 이신이 신족을 꺼내들 수 있다는 걸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1, 2세트에서 인류 대 인류로 치열하게 맞붙었다.
바로 그것이 이신의 포석.
인류를 상대하는 데 집중했던 신지호의 두뇌회전은 갑자기 상대가 신족으로 바뀌자 쉽게 전환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3세트가 시작되고서 너무 이른 시간에 출몰한 광신도 2명은 신지호의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센터 2참회실!
-초반 끝내기를 하나요?! 정말 과감합니다, 이신 선수!
‘큭!’
이제 보병 1명이 생산된 신지호는 크게 당황했다.
-으악!
심지어 보병이 광신도 2명의 공격을 받고 죽어버렸다.
건설로봇들의 블로킹을 피해 들어간 광신도 컨트롤이 빛을 발한 것이다.
-저러면 망했죠!
-너무 어렵습니다, 신지호 선수! 광신도들은 계속해서 건설로봇들을 처치하고, 병영에서 보병이 생산될 때마다 족족이 사살했다.
대형화면에 두 사람의 얼굴이 차례로 내비쳤다.
냉정한 이신.
그리고 낭패와 분노가 얼굴에 드러난 신지호.
결국 신지호는 GG를 선언했다.
-아아! GG!
-이신 선수의 기습에 완전히 걸려들었습니다. 그렇죠, 기분 좋게 정면 승부만 해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신 선수는!
신지호는 분노를 느꼈다.
전략이라지만 이렇게 비겁한 기습을 걸어온 이신에게, 그리고 맥없이 당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1세트와 2세트가 시원시원하게 원 없이 싸운 승부였다면, 이번 3세트는 너무나 허망한 패배였다.
스코어 1점을 도둑맞은 기분.
작년에 3대 0으로 처참하게 패배했던 일이 떠올랐다.
‘잊고 있었다. 이게 저 자식이지.’
이신은 기분 좋은 패배를 선물해주지 않는다.
내장이 끊어지고 위장에 구멍이 뚫릴 것 같은 정신적인 데미지를 선사한다.
‘이렇게 스코어를 내주다니.’
아직 두 세트가 남았다.
한 번만 더 지면 패배였다.
이신은 아직 숨겨온 비장의 한 수가 있을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이신은 남은 1승을 가지러 온다.
절대로 내줘서는 안 된다.
‘디펜스다.’
마법의 주문처럼 속으로 되뇌었다.
‘내겐 그것밖에 없어. 철통 같이 막고 또 막으면 이기는 건 나다. 그거면 되는 거야. 그게 나야!’
한편,
‘이제 됐군.’
이신은 냉정하게 생각에 잠겼다.
5판 3선 다전제의 꽃은 바로 선수들의 수 싸움.
전 판에서 어떤 전략을 썼으니 이번에는 이런 수를 쓸 것이다.
그런 심리전이 묘미였다.
수 싸움은 현재까지 이신이 짜놓은 각본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 1, 2세트는 인류 대 인류.
그중 1패 정도는 허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렇게 인류를 두 번 보여준 뒤에 3세트에서 기습적인 신족, 그것도 센터 2참회실.
예정대로 스코어가 2대 1이 되었다.
이제 파리SCC의 연습실에서 엔조 주앙을 상대로 선보였었던 그 전략을 꺼내들 때가 왔다.
이걸로 부족한 1승을 마저 채우면 된다.
문득 무대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금색으로 번쩍이는 우승패가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