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4
143화 결승(3)
“얼레, 니들 왔냐?”
유설희와 함께 경기를 관람하러 온 최환열이 알은체를 했다.
“오, 형님!”
박영호가 손을 흔들었다. 그 옆에는 최영준도 있었다. 쌍영이라 불리는 라이벌이 사이좋게 관람하러 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최영준은 대선배인 최환열을 보자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어, 그래그래. 쌍영이 사이좋게 왔네. 니들 두고 요즘 쌍탈이라고 하더라.”
“쌍탈이요?”
“광탈한 쌍영.”
“크윽! 이런 젠장!”
박영호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하아…….”
최영준도 한숨을 쉬었다.
사실 4강 정도의 성적이면 광탈이라는 비속어로 표현할 수 없는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기대 받던 우승후보들이었기에 팬들이 실망감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3대 0으로 완패한 최영준은 할 말이 없었다.
설령 상대가 신이었어도, 새로운 천재로 주목 받던 광기신족이 그렇게 져서는 안 되는 거였다.
“으하하, 그렇다고 뭘 그렇게 표정들이 썩어 있어. 여기 내 애인이다, 인사들 나눠.”
“안녕하세요.”
유설희가 웃으며 인사하자, 박영호와 최영준의 표정이 변했다.
금발 숏컷에 화면에 잡힐 것에 대비한 섹시한 숏팬츠 차림이 잘 어울리는 유설희의 미모는 혈기왕성한 두 청년의 눈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우오오, 안녕하세요!”
그렇게 흥분하며 인사하는 것은 활발한 박영호.
“아, 안녕하세요.”
쑥스러워하며 인사하는 것은 최영준이었다.
“우와, 애인 분이 너무 예쁘십니다! 형님, 저도 여자 좀! 소개팅 좀!”
박영호가 최환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정말로 간절한 태도였기에 최환열은 식은땀을 흘리며 당황했다.
“이, 인마, 왜 그런 소릴 나한테 해? 설희한테 부탁해봐.”
“누, 누님!”
박영호의 활활 타는 눈빛이 유설희를 향했다.
유설희는 눈웃음을 지었다.
“으음, 내가 예쁜 BJ 애들을 좀 많이 알긴 하지.”
“오오!”
“하지만 말이지…….”
“뭐, 뭔가요? 얼굴인가요? 아니면 키가 문제인가요?”
콤플렉스를 전부 드러내놓고 묻는 박영호였다.
유설희는 깔깔거리며 말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그럼요?”
“소개해주면 나한테 뭐 해줄 건데요?”
“음, 글쎄요? 뭐 원하시는 거라도?”
“시즌 끝나면 우리 방송에 한 번 게스트로 와주실래요?”
“오, 그거 좋죠.”
박영호는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예 저 여친 찾아주기를 콘텐츠로 삼아도 될 것 같은데요?”
“어머머, 그거 진짜 좋다. 완전 천재!”
“크하하! 제가 원래 예능 쪽으로 잔머리가 잘 돌아가거든요.”
박영호 역시 프로리그 시즌이 끝날 때는 개인방송을 하곤 했다.
경기력은 물론이고 엄청난 입담을 과시하기 때문에 방송을 켰다 하면 시청률이 어마어마했다.
“완전 마음에 드네. 벌써 소개시켜줄 애들이 몇 명 떠오르려고 그래!”
“오오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방송 완전 흥하도록 아예 지금부터 제가 떡밥을 던져 놓을게요!”
“떡밥? 어떻게요?”
“잘 보세요!”
박영호는 경기장 입구에서 나눠주는 플랜카드에 매직으로 뭐라고 크게 적기 시작했다.
[여친 구함.]“꺄하하하! 그게 뭐야!”
유설희는 빵 터졌다.
“자, 이제 이게 화면에 잡히면 완전히 게임 끝나는 거예요. 오키?”
다름 사람도 아닌 박영호가 저런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면 엄청난 인기의 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다.
“와, 진짜 천재다 천재!”
유설희는 웃으면서도 박영호의 예능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옆자리에 앉은 최영준은 유설희와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소개팅 건을 진행하는 박영호를 부럽게 쳐다봐야 했다.
‘나도 시즌 끝나면 방송이나 해야지. 신이 형도 한 번 출연해주기로 했고.’
그렇게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예,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경기장의 조명이 꺼졌다.
어두컴컴해진 경기장에 사회자 이병철의 목소리가 힘 있게 울려 퍼졌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수만 관중이 이목을 빼앗겼다.
-최고의 자리를 꿈꾸는 두 남자가 있습니다!
파앗!
한 줄기의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왼편을 비친다.
그곳에 신지호가 서 있었다.
“와아아아!”
“오오오!”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두 남자는 모든 것을 걸고 사투를 벌일 것입니다!
파아앗!
또 한 줄기의 스포트라이트가 오른편에 떨어졌다.
그곳에 이신이 서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
“이신! 이신! 이신!”
함성을 지르는 관객들.
이윽고 짜인 각본에 따라, 두 사람이 서로에게 걸어갔다.
걸음걸이에 맞춰 스포트라이트도 따라갔다.
두 사람은 서로 악수를 했다.
짝짝짝─!
박수가 쏟아졌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등을 돌려 각자의 부스로 떠났다.
-자,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1세트, 피의 권좌! 시작합니다!
이미 경기 준비는 모두 끝나 있었다.
완벽한 연출에 따라, 카운트다운이 세어진 후에, 1세트는 시작되었다.
“와, 존나 간지 난다.”
박영호가 멍하니 결승전 오프닝에 감탄하였다.
“하아, 내가 저기에 섰어야 했는데.”
최영준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짜식들, 아직 한창인 것들이. 난 이제 저런데 서지도 못한다.”
최환열도 옛 추억과 감동에 젖은 그리운 얼굴이었다.
그런 그의 손등을 유설희가 가만히 쓰다듬으며 위로해준다.
누구보다도 선수 생활에 대한 열정과 그리움이 대단했던 최환열의 심경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환열은 웃으며 유설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겨라, 이신.’
최환열은 속으로 기원했다.
‘앞으로의 계획이야 어쨌든, 일단 시작은 네가 다시 신이 되는 거야.’
그렇게 1세트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인류 대 인류 전이었다.
***
고요한 출발.
하지만 기갑 정거장을 지을 타이밍이 되자, 먼저 송곳니를 드러낸 건 의외로 신지호였다.
그것은 신지호가 정찰 운이 좋아 한 번에 이신의 진영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병영 하나 짓고 바로 앞마당을 가져가는 빌드오더.
초반에 기습적인 찌르기가 없다는 걸 안 신지호는 디펜스에 전혀 자원을 투자하지 않고 바로 테크트리를 올렸다.
혹시나 있을 위험에 대비해 참호를 건설한 이신과 대비되는 양상.
정찰 운이 결정지은 유리한 출발이었다.
-이신 선수는 기갑 정거장을 2개째 짓기 작하는데, 오! 신지호 선수는 3개!
-3기갑! 물량에서 이기겠다는 거죠!
신지호는 한 발 먼저 생산한 첫 고속전차로 곧장 견제에 나섰다.
이신의 앞마당에 쳐들어가 건설로봇 1기를 사살했다.
이신도 막 생산된 고속전차로 맞섰다. 이어서 생산된 2기째의 고속전차가 가세해 퇴치하는데 성공.
그러나 신지호는 날카롭게 본진으로 파고들어 죽기 전에 이신의 빌드오더를 확인했다.
-두 사람 다 기갑 정거장을 늘리는데요, 이신 선수는 4기갑! 우와, 신지호 선수는 그걸 보더니 5기갑입니다!!
-지금 저게 신지호 선수가 맞나요?! 대단히 공격적입니다. 아주 작정하고 나온 것 같아요!
앞마당 확장 기지만 가져간 타이밍.
당연하지만 5개나 되는 기갑 정거장에서 전부 비싼 기동포탑이 생산되는 게 아니었다.
생산되는 것은 당연히 값싼 고속전차.
스피드 업그레이드와 지뢰 개발이 완료된 고속전차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내가 디펜스위주로 플레이하는 이유는 말이지.’
신지호가 이를 악물고 쌓아놓은 고속전차를 모두 이끌고 출진했다.
‘공격을 못해서가 아니야, 이 새끼야!!’
-갑니다! 신지호가 갑니다!
-아주 작정한 물량! 이신 선수도 마중 나가죠!
대규모의 고속전차 부대가 충돌했다.
퍼퍼펑一 퍼펑一
현란하게 치고받는 스피디한 싸움에 보는 관객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신지호가 삽시간에 진형을 넓게 펼치고 덤비자, 이신이 포위되는 형국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이신은 고속전차들을 뭉치더니 뒤로 물러선 후에 반시계 방향으로 선회. 신지호의 측면을 쳤다.
신지호도 계속 이신의 후방을 잡으며 포위진을 형성하려 들었고, 두 마리의 뱀이 서로 꼬리를 물고 공멸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우와아! 엄청난 접전입니다!
-저 물량과 스피드 좀 보세요! 저게 다 바퀴 떼가 아니라 고속전차예요!
-신지호 선수도 이신 선수도 계속 물량이 나옵니다. 그런데 신지호 선수가 더 많죠!
-5기갑까지 올리고 물량을 생산하니까요! 어? 6기갑! 6기갑입니다!
“와아아아!!”
관객들이 경악했다.
신지호의 진영에 기갑 정거장이 무려 6개였기 때문이다.
이 이른 타임에 벌써부터 6개나 되는 기갑 정거장이 고속전차를 괴물의 바퀴마냥 쏟아내고 있었다.
물량에서 밀리자 이신도 낌새를 느낀 것이 틀림없었다.
-이신 선수도 6기갑 올립니다!
-상대 물량 보니까 바로 감이 왔죠!
-싸움 길게 갈 것 없다! 아주 끝장 보자 이겁니다!
맵 사방팔방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신지호의 고속전차들이 6시로 치고 들어가 2번째 확장 기지를 짓던 건설로봇을 사살했다.
이에 질세라, 이신도 2번째 확장 기지를 지으러 가는 신지호의 건설로봇을 중간에 사살해 컷했다.
서로 확장 기지를 더 가져갈 타이밍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펼치는 치열한 견제였다.
계속해서 전 병력을 쏟아 붓는 신지호.
그 순간, 맵을 크게 우회해 신지호의 11시 진영으로 접근한 이신의 고속전차들.
신지호가 전 병력을 공격 보낸 순간, 텅 비었다고 판단하고 삽시간에 치고 들어갔다.
-어어어! 저거 본진 난입 허용하면 신지호 선수 망하는 겁니다!
-병력 돌아와야죠! 막아야…… 아! 막았어요!
앞마당에서 일하던 건설로봇들이 일제히 움직여 본진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블로킹했다.
그리고 나갔던 고속전차들이 재빠르게 돌아왔다.
본진 난입에 실패하자, 이신은 더 싸우지 않고 바로 빠져나가 버렸다.
-바로 뺐습니다!
-거기서 싸우면 잡아먹히는 걸 알아요! 판단 정말 빠릅니다!
-그런데 저기 3시 지역에 있는 건물 뭔가요?
대형화면에 3시 지역이 비춰졌다.
놀랍게도 신지호가 그곳에 몰래 확장 기지를 건설하고 있었다.
계속 확장을 방해 받자, 아예 예상 못했을 3시 지역에 확장 기지를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몰래 확장!
-저렇게 치열하게 치고받는 와중에 몰래 확장 기지까지 가져가려는 신지호 선수의 안배!
-늘 안전하게 확장을 하는 신지호 선수의 평소 모습과 전혀 달라요! 누가 저 선수더러 안전주의자라고 했나요?!
-그런데 이신 선수도 알아요! 고속전차 1기가 따로 움직이면서 다른 지역 정찰을 해주고 있어요!
-하하하! 이신 선수도 알아요! 이신 선수도 심리의 허점이 없어요!
-두 선수 정말 손이 몇 개입니까! 이게 인류 대 인류 전 맞습니까? 너무 빨라요!
속사포처럼 전투가 사방에서 벌어졌다.
확장 기지 견제, 본진 난입 시도, 맵 센터 주도권 싸움.
맵에 깨알같이 찍힌 수십 개의 점들은 전부 다 두 사람이 매설한 지뢰였다.
그 와중에도 두 사람은 계속해서 본진에서 테크 트리를 올렸다.
비슷했던 두 사람의 운영이 갈렸다.
이신은 군사학교를 짓고 레이더를 개발했다. 상대의 지뢰를 제거하려면 레이더가 필요했기 때문.
그리고 신지호는 그걸 생략해버리고 기동포탑 생산에 들어갔다.
기동포탑 5기가 생산되자 다수의 고속전차와 함께 공격에 나섰다.
-신지호 선수! 레이더도 없이 그냥 갑니다! 고속전차는 몰라도 기동포탑은 지뢰를 밟고 터질 수도 있는데요?!
-그냥 강행돌파?! 갑니다!
“우와아아아!”
“오오오!!”
관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기동포탑에 반응하여 지뢰가 튀어나올 때마다 호위하던 고속전차들이 일제히 공격해 제거해나간 것이다.
그렇게 지뢰를 억지로 제거하면서, 신지호는 진군했다.
-이신 선수는 아직도 기동포탑이 없는데요?! 화력에서 밀립니다! 어떻게 막을 겁니까!
이신 역시 매설해놓은 지뢰를 통해 신지호의 진군을 알고 있었다.
이신의 선택은 기계보병이었다.
기계보병들이 쏟아져 나와 고속전차들과 함께 움직였다.
-신지호 선수, 기동포탑들이 일제히 라인을 잡고 포격모드로 전환!
-전선을 유리하게 잘 그었습니다!
띄엄띄엄 배치된 기동포탑들.
호위하는 다수의 고속전차들.
이신은 그 전선을 향해 덤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