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1
150화 진용(陣容)(2)
“안녕……하세요.”
어눌한 한국말로 인사하는 작은 키에 앳된 얼굴의 청년.
바로 일본에서 막 영입한 사나다 료였다.
“사나다 마사유키랑 같은 성인가?”
이신이 무심코 물었다.
료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자…… 달라요. 일본 무장 관심 있으세요?”
“그냥 취미.”
‘직접 붙어봤지.’
취미라고 얼버무린 대답에 료의 눈빛이 묘하게 반짝거렸다.
“사나다 마사유키도 인기지만 역시 전국 무장은 다케다 신겐이죠.”
“기마군단?”
틈틈이 공부한 역사 상식이 무심코 튀어나오는 이신.
료의 눈빛이 더욱 찬란하게 반짝거렸다.
“역시 아는군요!”
“아니, 잘 아는 건 아니고…….”
“그래서 제 신조도 풍림화산(風林火山)이에요. 아까 말하신 사나다 마사유키도 다케다 류 군학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고요!”
어색한 한국말이 묘하게 일본 무장 얘기가 나오자 유창해진 료.
“의외다.”
“신이가 그런 쪽에 관심이 있었을 줄은 몰랐네.”
최환열과 선수들이 수군거렸다. 스페이스 크래프트 외에는 그 무엇도 안중에 없을 줄 알았던 이신의 새로운 면모에 모두들 놀란 눈치였다.
이상한 오해를 받았지만 이신은 개의치 않았다.
다만 계속 일본 전국 무장 얘기를 나불대려는 료의 말을 가차 없이 끊었다.
“자리에 앉아.”
“네? 아, 예.”
“실력 좀 보자.”
“네!”
뭔가 많이 아쉬워하면서도 료는 자기 자리에 앉아 가져온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세팅했다.
료가 꺼낸 마우스패드를 보자 이신은 흠칫했다.
마우스패드에 이신의 얼굴이 프린팅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신의 이상한 시선을 받은 료는 씨익 웃으며 마우스패드를 흔들어보였다.
“누가 취미로 만든 걸 몇 개 샀어요. 일본에 이신 팬 많아요.”
“…….”
“혹시 불쾌하신 건 아니죠?”
“아니, 별로.”
그냥 자기 얼굴이 남의 마우스 밑에 깔려 있어서 떨떠름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주디와 존이 그 마우스패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료가 한 장씩 주겠다고 하자 레벨린 가문의 남매는 뛸 듯이 기뻐했다.
“와, 팀이 점점 이신 빠들로 채워지고 있네.”
최환열이 중얼거렸다.
심지어 팀의 단장이 이신교의 교주이니 말 다한 셈이었다.
아무튼 일본에서 건너온 사나다 료의 실력은 모두가 궁금해 했다.
작년 전 일본 SC 개인전에서 우승한 선수의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이신을 상대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다들 관심이 높았다.
이신은 자신의 메인 종족인 인류를 택했다.
신족을 고른 료와 한 판 승부가 시작되었다.
“위치 대각 걸렸네.”
“오, 료가 대각 정찰부터 간다.”
11시의 이신.
5시의 사나다 료.
료는 곧바로 대각선으로 정찰을 가서 한 번에 이신을 발견했다.
서로 거리가 먼 대각선에 위치한다는 걸 안 료는 참회실 1개를 짓고서 곧장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버렸다.
거리가 먼 대각선상에 있으면 초반에 공격을 받을 위험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었다.
정찰 운이 좋지 않은 이신은 안전하게 기갑 정거장까지 테크 트리를 올린 후에야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갔다.
자원상 불리한 출발을 하게 된 셈이었다.
시작이 반.
실시간 전략 게임에 있어서 이 진리는 더욱 비중이 크다.
“저거 만회하려면 견제 들어가거나 2번째 확장 기지를 더 빨리 가져가거나 해야 돼.”
최환열이 말했다.
“감독님 성격상 견제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일반적이긴 한데, 의외로 확 째버리는 선택도 곧잘 한단 말이야.”
소위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짼다고 하는 표현은 디펜스에 돈을 쓰지 않고, 일꾼을 뽑거나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등 자원 확보에 주력하는 선택을 뜻했다.
그렇게 상대가 ‘째는’ 것을 모르고 방치해버리면, 어느 순간 자원상으로 매우 불리해져버리는 것이었다.
“오, 확장 더 가져간다.”
이신의 건설로봇이 12시 지역에 확장 기지 건설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고속전차가 튀어나와 맵 길목에 지뢰를 매설하기 시작했다.
지뢰로 방어하면서 확장 기지를 안정적으로 돌리겠다는 심산이었다.
“저거 모르면 안 되지.”
최환열이 중얼거렸다.
다행히 료는 알아차렸다.
맵 센터를 장악하기 위해 나온 거신병기들이 고속전차와 마주친 것이다.
어디에 매설되어 있을지 모를 지뢰 때문에 추격하지는 않았지만, 료는 고속전차가 1기밖에 없는 걸 보고 이신이 확장 기지를 더 가져갔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렇지! 가야지!”
최환열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신이 가장 약하고 료가 가장 강한 타이밍.
먼저 앞마당 확장 기지를 돌린 료는 그 자원 우위를 바탕으로 다수의 거신병기와 광신도를 확보했다.
반면, 이신은 2번째 확장 기지를 가져가느라 병력이 열세인 상황.
료의 전진이 시작되었다.
타이밍은 완벽했다.
정찰선이 나왔을 때, 수송기 1기와 그 수송기에 태울 수 있는 광신도 4명이 생산되었다.
“오, 타이밍이 딱딱 맞네.”
“운영 잘 하네요.”
선수들이 나직이 감탄했다.
과연 작년 전 일본 우승자.
원하는 타이밍에 모든 게 딱딱 맞아 떨어지도록 생산 시간을 조율한 운영 능력이 매우 탁월했다.
정찰선이 앞장서서 매설되어 있는 지뢰를 찾아냈다.
쫓아오는 거신병기들이 레이저빔으로 지뢰를 제거했다.
그러면서 광신도 4명을 태운 수송기도 쫓아온다.
그러면서도 2번째 확장 기지를 뒤늦게 따라간다.
“어?!”
“이신도 간다!”
고속전차 4기가 질주했다.
맵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던 고속전차들은 진격하는 료의 병력과 맞닥뜨렸다.
휙―
보자마자 고속전차들이 곧바로 U턴을 해버렸다.
엄청난 반응 속도.
거신병기가 레이저빔 1대도 쏘지 못했을 정도였다.
“저게 25살 맞아? 어떻게 저렇게 빠릿빠릿해?”
동갑내기인 박진수가 혀를 내둘렀다.
최환열이 어깨를 으쓱했다.
“본인 말로는 그마나 저게 옛날보다 많이 떨어진 거란다.”
“와, 진짜…….”
박진수는 타고난 재능의 격차에 한탄이 들었다.
아무튼 고속전차 4기가 료에게 보여져버린 것은 불운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고속전차로 견제를 가고 있다는 사실을 료에게 미리 예고해준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신은 멈추지 않았다.
시계방향으로 우회, 그대로 료의 진영으로 달려갔다.
당연히 료는 방비를 해두고 있었다.
2번째 확장 기지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줄지어 건설한 3개의 생명석으로 바리케이드를 쳐놓은 상태.
고속전차는 건물 부수는 속도가 느린 탓에 저 정도만 해둬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가 일반적인 인류 플레이어일 때의 이야기였다.
“와!”
“저 반칙 같은 스킬!”
이신은 지뢰 비비기로 고속전차 1기를 생명석 바리케이드 안으로 집어넣어버렸다.
그러면서 나머지 3기는 본진 쪽으로 향했다.
이신의 집요한 견제 플레이가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료는 침착했다.
추가 생산된 거신병기로 견제를 막아내면서, 주 병력은 계속 진군.
마침내 12시 지역에 있는 이신의 확장 기지 앞에 이르렀다.
기동포탑들이 포격모드로 되어서 방어태세를 갖춰놓고 있었지만, 수적 우위는 료에게 있었다.
수송기가 날아가 언덕 위에 포진된 기동포탑의 머리 위에 광신도를 1명씩 드롭했다.
체력 좋고 공격력도 강한 광신도가 바짝 붙어서 때리니 기동포탑은 속수무책.
함께 있던 고속전차와 보병 4기가 반격했지만, 연이어 거신병기들의 돌격이 시작되었다.
건설로봇들이 뛰쳐나와 출입구를 블로킹해버렸다.
료는 침착하게 거신병기를 컨트롤해 건설로봇들을 닥치는 대로 사살했다.
퍼엉! 펑!
광신도 드롭에 공격당한 기동포탑도 2기나 터졌다.
수송기는 계속 드나들며 거신병기 2기를 태워 다시금 기동포탑 위에 드롭했다.
하지만 수송기도 곧 이신이 건설해놓은 대공포에 얻어맞아 격추되어버렸다.
치열한 격전.
“아, 디펜스 예술이다.”
“손놀림 봐라. 저 와중에 건설로봇들이 서로 수리하고 있다. 나 참…….”
“그래도 료도 판단 좋다. 수송기가 격추되기 전에 다시 거신병기를 태워서 드롭했잖아.”
잘 막았다.
하지만 이신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기동포탑을 다수 잃은 것이 컸다.
“카운터로 견제 안 넣었으면 이신이 크게 불리할 뻔했다.”
견제 플레이를 펼친 이신의 고속전차 4기가 신도를 7명 사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게다가 길목에 매설해놓은 지뢰가 료의 후속 병력을 차단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료는 참회실을 늘려 짓고서 병력 생산에 더 열을 올렸다.
이신은 기동포탑을 다수 잃은 상태.
뿐만 아니라 건설로봇도 디펜스를 하다가 많이 희생되었다.
이틈에 지상군 물량을 더 뽑아서 끝을 보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신도 기갑 정거장을 늘려 지었다.
그리고 승부의 시간이 왔다.
광신도와 거신병기가 배합된 료의 병력이 다시 2차 진격을 개시했다.
그리고 이신은…….
“고속전차?”
“기동포탑은 몇 기 안 뽑았어.”
“고속전차로 막으려고?!”
선수들이 이신의 판단에 깜짝 놀랐다.
이신은 값이 싸고 빠른 생산이 가능한 고속전차를 대량으로 생산한 것이었다.
고속전차들이 우르르 질주했다.
양측의 군대가 충돌했다.
그것은 예술이었다.
두 갈래로 갈라진 고속전차들이 좌우 양방향에서 료의 병력을 둘러쌌다.
그리고 지뢰 매설.
이어서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서, 이번에는 상하 양방향으로 포위한 채 다시 지뢰 매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퍼퍼퍼퍼퍼펑―
거신병기와 광신도들이 사방에 깔린 지뢰에 휘말려 몰살당한 것이었다.
고속전차들도 상당수 폭발에 휘말렸지만, 병력의 단가를 생각하면 이신이 훨씬 이득이었다.
그렇게 한 타이밍을 무사히 넘긴 이신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6개나 되는 기갑 정거장에서 쏟아지는 고속전차들이 계속해서 견제에 나섰다.
료의 앞마당 앞에 지뢰를 마구 깔아 병력이 나오지 못하게 봉쇄해버리고, 앞마당과 6시의 확장 기지를 번갈아가며 게릴라 플레이!
심지어는 료의 병력들이 막고 있는데도, 작은 바늘구멍 같은 빈공간이 보이자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와!”
“아 놔, 저걸?!”
“죽인다!”
곡예처럼 아슬아슬하게 그 틈새를 파고드는 고속전차들.
미로 탈출 게임을 하듯이 고속전차들이 일렬로 줄지어 빈 틈새를 쏙쏙 파고들어 료의 본진까지 들어가 버렸다.
이를 보던 팀원들이 흥분할 수밖에 없는 슈퍼 플레이였다.
본진에 침투한 3기는 지뢰를 매설하고 자원을 채집하던 신도들을 살육했다.
“후우…….”
료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신의 견제에 시달리면 누구나 암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료는 GG를 선언했다.
-Shingen-Chan: GG.
-Kaiser: GG.
이어폰을 뺀 이신이 말했다.
“운영이랑 판단 괜찮아. 컨트롤은 많이 연습을 해야겠다. 무빙 당기면서 지뢰 제거하는 컨트롤을 잘 했으면 내가 질 수도 있었어.”
“네.”
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2번째 전투에서 이신의 지뢰 플레이에 크게 당해버린 게 너무 아쉬웠다.
사실 그건 이신이 지나치게 잘했을 뿐, 보통의 경우라면 료가 승리를 가져가는 그림이었다.
“쓸 만하네.”
그렇게 총평을 내린 이신.
괴물은 유진영과 한태화.
그리고 신족은 이신과 박진수에 이어 사나다 료가 합류하면서 라인업이 보강되었다.
비로소 프로팀으로서의 제대로 된 스쿼드가 갖춰진 올도어SCC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