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0
169화 괴물(1)
10팀 체제로 바뀌면서 경기가 더 많아졌지만, 올도어SCC는 현재까지 진행된 3경기까지 연승 행진을 이어나갔다.
에버스에 이어 제미니와 CT까지 연이어 격파.
3 대 0, 3 대 1, 3 대 0의 쾌진격이었다.
특히 CT와의 일전을 계기로 차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차이는 CT의 에이스인 이철한과 진검승부를 벌여 승리를 거두었다.
그것도 괴물에게 유리한 맵인 오염된 성좌에서 말이다.
이신은 오염된 성좌에서 이철한이 나올 거라는 사실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본래는 이신이 출전해 이철한을 저격하기로 했는데, 그 역할을 차이가 선뜻 자청하고 나섰다.
차이는 병영 체제의 지상군과 다수의 전술위성이라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한 번 공격에 나선 대량 병력이 맵을 순회공연하며 이철한의 확장 기지를 연이어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전까지 실력 면에서는 그냥 준수한 정도로 평가받던 차이였다.
하지만 괴물 맵에 뛰어 들어 이철한을 격파한 것을 계기로 차이의 위상이 단번에 높아졌다.
최강자가 이신이라면 그 아래로 박영호, 최영준, 신지호 등과 견줄 만한 정도쯤 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온 것.
이는 최환열이 유도한 것도 있었다.
팀의 수석코치이자 전 레전드라 주목을 잘 받는 최환열은 차이를 띄워주는 발언을 자주 했던 것이다.
“이신이 다전제에서 패배하는 날이 온다면, 그 주인공은 차이일 것이다.”
“차이는 이신의 대항마로서 태국에서 데려왔다.”
“이신은 자신의 후계자이자 적수로 차이를 선택했다.”
팀 내의 사제지간이자 라이벌이라는 구도를 만들어 팬들의 흥미를 더하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철한을 꺾으면서 그 같은 띄워주기 발언들이 설득력을 받았다.
그리고 사실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신이 인류를 잡을 때는 차이와 겨뤄서 6 대 4 정도의 비율로 승패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신과 겨뤄서 4할 대의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
옛날에도 황병철밖에 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신도 활력을 얻고 있었다.
붙어서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가 팀 내에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즐거움이었다.
“팀에 괴물이 너무 없어요.”
어느 날, 존이 토로했다.
1세트의 불꽃러시로 괴물 전의 스페셜리스트로 떠오른 존.
존은 그야말로 병영 체제에 특화되어 있었다.
보병·의무병·화염방사병을 컨트롤할 때는 이신을 보는 것처럼 탁월했다.
다만 그러한 병영체제는 오직 괴물을 상대로만 쓰인다는 게 문제였다.
다른 종족으로는 초반의 치즈 러시 외엔 잘 안 쓰이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존은 현재 괴물을 상대로 내는 전략적인 카드로 쓰이고 있었다.
“괴물이 좀 없긴 하지.”
최환열이 한숨을 쉬며 동의했다.
올도어 1군 선수 중 괴물 플레이어는 유진영뿐이었다.
괴물 부족으로 영입한 한태화는 2군 선수였다.
그나마도 한태화는 정상적인 빌드 오더를 잘 안 쓰는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괴물 전에 대비한 훈련에서 연습 상대가 되어줄 사람은 유진영이 유일했다.
그런데 다음 1라운드 4경기 상대가 하필이면 JKT였다.
철벽괴물 박영호를 필두로 수많은 일류 괴물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괴물 제국이었다.
지난해 JKT의 준우승은 괴물들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올해 27세로 개인리그 우승 2회 경력의 레전드인 오성준까지도 아직까지 현역으로 뛰며 활약하고 있었다.
장기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반까지는 매서운 공격성과 컨트롤을 보이는 무서운 괴물 플레이어였다.
오성준은 놀랍게도 광기신족 최영준을 상대로도 1승을 기록했다.
우연히 최영준을 상대로 만났을 때 미친 듯한 쐐기충 컨트롤로 대사제를 연달아 저격, 사살해 한 방 싸움에서 큰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 정도로 대단한 오성준이 레전드로 버티고 있으며 후배를 지원해 주니, JKT의 괴물 라인이 흥할 수밖에 없었다.
JKT와의 이번 경기에 존도 출전시키기로 했는데, 존의 연습상대가 없어서 애를 먹고 있는 형편이었다.
2군이나 연습생들 중에는 괴물이 있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제대로 된 연습이 안 된다.
유진영은 주디, 차이, 사나다 료가 사이좋게 연습 상대로 이용하고 있어 좀처럼 존의 차례가 오지 않았다.
이신은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나랑 하지.”
“엑? 인류 대 인류 전이요? 아니면 인류 대 신족?”
“괴물로 할게.”
“선생님이 괴물로요?”
“어.”
“알았어요.”
기본적으로 다른 종족을 플레이 못하는 프로게이머는 없었다.
상대를 이기려면 상대 종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신도 기본적인 괴물의 빌드 오더는 전부 알고 있었다.
정확한 심시티는 모르지만, 괴물을 상대로 싸웠던 그간의 경험들을 되살리면 얼추 존의 상대를 해줄 수는 있을 듯했다.
그렇게 존과 이신의 연습 게임이 시작되었다.
괴물을 잡아도 이신의 공격성은 어딜 가지 않았다.
9일벌레 빌드로 빠르게 바퀴 6마리를 생산한 것이었다.
스피드 업그레이드까지 완료된 바퀴 6마리가 존의 진영을 향해 달렸다.
이신은 용의주도했다.
반시계방향으로 크게 우회시켜서, 존이 정찰 보낸 건설로봇과 마주치지 않게 했다.
그렇게 9일벌레 빌드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 존의 앞마당에 당도하는 데 성공!
존은 병영 1개가 지어진 채였다.
‘1병영 더블이군.’
바퀴 6마리는 그대로 본진에 난입해 버렸다.
“어?!”
화들짝 놀란 존은 일하고 있던 건설로봇 다수를 동원해 대응했다.
보병 1명이 이제 막 생산된 상황.
건설로봇들이 보병을 보호한 채 이신의 바퀴들에 맞섰다.
이신은 싸워주지 않았다.
그렇게 건설로봇이 싸움에 동원되느라 일을 못 하게 한 것 자체가 피해였으니까.
바퀴들은 정면으로 맞붙지 않고 계속 빙빙 돌며 존의 본진 내부를 휘젓고 다녔다.
그러면서,
-퍼엉!
식량 자원을 캐던 건설로봇 하나를 둘러싸 일순간에 터뜨리는 데 성공.
존이 달려들자 다시 빙 돌아 달아나며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시간을 재는 이신.
어느 순간, 바퀴 6마리가 병영을 향해 달려갔다.
존은 그제야 아차 싶어서 쫓아갔다.
왜냐하면,
-으악!
병영에서 다음 보병이 생산 완료되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이었다.
2번째 보병이 생산되자마자 바퀴들에게 린치를 당해 죽고 말았다.
초 단위까지 타이밍을 정확하게 캐치한 이신의 놀라운 견제였다.
이어서 바퀴들은 입구에 참호를 건설하던 건설로봇도 사살했다.
존은 완전히 이신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버렸다.
이신은 계속 바퀴를 생산해서 보냈다.
결국 존은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아 진짜…….”
“지금 뭐해?”
이신은 울상이 된 존을 질책했다.
존은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해요.”
“9일벌레에 이렇게 맥없이 당해?”
“죄송해요. 바퀴들이 오는 걸 못 봐서…….”
“당연히 못 봤겠지. 내가 정찰 차단하고 마주치지 않게 바퀴들을 우회시켰으니까. 그런데 눈치가 있어야지. 내가 그렇게 정찰 차단하면 의심을 해보든지 좀 더 안전한 빌드 오더로 가든지 해야 할 거 아냐.”
“죄송합니다. 본진 난입 당해도 정리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컨트롤에 자신 있는 건 알겠는데, 바퀴 컨트롤 좋은 상대 만나면 지금처럼 당하는 수가 있어.”
“네.”
다음 게임에서는 존이 8병영 치즈 러시를 시도했다.
이신은 앞마당에 짓고 있는 부화실 옆에 존이 참호를 건설하기 시작하자, 일벌레 7마리를 내보냈다.
지어지고 있는 참호 옆에 건설로봇과 함께 붙어 있는 보병 2명.
이신은 일벌레들로 학익진을 펼쳐 일제히 덮쳤다.
좌우익이 돌아들어가 보병을 집중 공격했다.
존은 보병으로 무빙을 당기려 했다. 하지만 그 찰나, 이신의 일벌레 하나가 절묘하게 뒷공간을 막았다.
-으악!
-으악!
보병 2명이 죽어버렸다.
-퍼엉!
존은 짓던 참호를 취소시켜 버렸다. 치즈 러시는 실패했다.
이어서 이신의 본진에서 생산된 바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이신이 역습을 갈 차례였다.
그대로 일벌레와 바퀴들이 함께 존의 진영으로 달렸다.
이번에는 존이 건설로봇을 모두 동원해서 막을 차례였다.
하지만,
-퍼엉!
-펑!
건설로봇은 잇달아 파괴되었다.
이신의 바퀴와 일벌레도 죽었지만, 이신은 계속 추가 생산된 바퀴가 뛰어오고 있었다.
존은 또다시 GG를 선언해야 했다.
“JKT의 오성준은 컨트롤 아주 좋아. 박영호는 말할 필요도 없이 철벽괴물이고.”
“네, 명심할게요.”
“한 판 더.”
“네!”
존은 이를 악물고 다음 게임에 임했다.
?
* * *
?
‘열심히 연습하고 있구나.’
최환열은 진땀 흘리며 게임을 하는 존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상대는 괴물인데, 쐐기충의 견제 플레이에 애를 먹는 모양이었다.
‘하긴, 진영이 쐐기충 컨트롤이 또 수준급이긴 하지.’
하나로 뭉쳐진 쐐기충이 존의 본진을 휘젓고 있었다.
-콰앙!
쐐기를 발사해 대공포를 파괴시킨 쐐기충.
이어서 깊숙이 들어가 일하고 있는 건설로봇들을 부수더니, 다시 시계방향으로 휘젓고 다니며 달려드는 보병들을 1명씩 잘라주었다.
“오, 잘하는데?”
최환열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러게요.”
마침 누군가가 다가와 맞장구쳤다.
“쐐기충으로 전부 씹어버리네.”
“그러게요. 정확하게 대공포가 적게 건설된 방면으로 들어가서 휘젓고 있어요. 대공포 사거리를 전부 계산하고 움직이나 봐요.”
“그러게 말이다. 진영이가 언제 저렇게 쐐기충 컨트롤이 좋아졌지?”
“네? 제가 뭘요?”
“응?”
그제야 최환열은 자신과 함께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유진영임을 깨달았다.
“너 왜 여기 있어?”
“연습하다 쉬고 있었죠. 상대 좀 해달라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그럼 쟨 누구랑 하는 거야? 한태화?”
“태화 아녜요.”
유진영은 턱짓으로 이신을 가리켰다.
이신은 거의 신들린 것 같은 쐐기충 컨트롤로 존을 짓밟고 있었다.
마무리는 바퀴들과 함께했다.
지상에서 바퀴들이 밀려오고, 공중에서 쐐기충이 쐐기를 발사하며 지원했다.
존은 또 GG를 치고 이어폰을 뺐다.
“Shit!”
존은 키보드를 주먹으로 두들기며 화를 냈다.
좀처럼 화를 안 내는 존이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의아하게 여긴 최환열이 이신에게 다가가 물었다.
“존이랑 하고 있었어?”
“어.”
“괴물이 없어서 네가 해주고 있었던 거야?”
“어.”
“몇 대 몇인데?”
“5 대 0.”
“뭐?! 인류도 신족도 아닌 괴물을 잡고 존을 내리 5판을 이겼다고?”
경악을 한 최환열에게 이신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냥 적당히 상대해 주려고 했는데…….”
“근데?”
“내가 생각보다 괴물을 잘하더라.”
“…….”
“예전에 많이 붙었던 황병철하고 오성준 흉내를 내봤는데 컨트롤이 잘되네.”
존처럼 화려한 보병 컨트롤을 구사하는 인류에게 괴물은 그야말로 밥이다.
하지만 존 같은 유형에게 천적이 될 수 있는 괴물도 있다.
바로 존만큼이나 소수 유닛 컨트롤을 잘하는 괴물이었다.
“오성준도 쐐기충 컨트롤 잘하니까 존도 연습이 될 거야.”
이신은 낙천적으로 말하며 다시 존과 게임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거침없이 2부화실 이후 쐐기충으로 빌드 오더를 구사하는 이신.
존의 연습 상대를 해준다는 명목이긴 한데, 최환열이 보기에는 쐐기충 컨트롤에 재미가 들린 게 분명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최환열은 외계인을 보듯이 이신을 쳐다보았다.
쐐기충이 나오자 이신의 눈빛이 생기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