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1
170화 괴물(2)
‘묘하군.’
이신은 쐐기충 컨트롤에 재미가 들렸다.
스텔스 전투기를 컨트롤하는 것과 요령이 동일했기 때문에 이신은 어렵지 않게 구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쐐기충은 스텔스 전투기처럼 체력이 약하지 않았다.
물론 스텔스 전투기는 대신 스텔스 모드로 모습을 감출 수 있기 때문에 더 아슬아슬한 재미가 있었지만 말이다.
‘재미있는데.’
존은 거의 발악을 하고 있었다.
병영 체제로 보병·의무병을 모아주면서, 쐐기충의 견제 플레이에 대비해서 로켓 프리깃을 생산했다.
로켓 보병 전략.
로켓 프리깃으로 대공 방어를 함으로써 대공포로 본진을 도배하는 비용을 아끼는 것이었다.
단, 저 비싼 로켓 프리깃을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는 약점이 있는데, 존은 그러한 종류의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타입이었다.
‘한 번 솜씨 좀 볼까.’
이신은 쐐기충 부대에 폭탄충 6마리도 함께 거느리고 공격에 나섰다.
그의 쐐기충이 존의 본진 외곽부터 치기 시작했다.
보병들이 각성제를 흡입하고 달려왔고, 로켓 프리깃도 날아들었다.
정면으로 부딪치면 삽시간에 녹아든다.
뒤로 빠진 이신은 폭탄충 2마리를 대기시켜 놓았다.
그러고는 다른 4마리와 쐐기충들을 이끌고 크게 우회시켰다.
-퍼엉!
-펑!
쐐기충이 존의 앞마당을 덮쳐 건설로봇 2기를 사살했다.
금세 또 존의 병력이 달려왔다. 대응이 빨랐다.
로켓 프리깃은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신이 폭탄충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폭탄충의 자폭으로 로켓 프리깃을 잃으면 피해가 막심해지는 것이었다.
이신은 계속 이곳저곳 들쑤시며 견제를 ?펼쳤다.
가끔 대열에서 벗어난 한두 명의 보병을 사살하는 등 날카로운 견제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은 이신의 편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존의 전술위성이 생산된다.
방사능 살포까지 개발되면 쐐기충은 그때부터는 쓰기가 어려워진다.
전술위성이 똘똘 뭉쳐 있는 쐐기충에게 방사능 살포를 해버리면, 방사능에 의해 쐐기충이 막심한 피해를 입는 것.
때문에 이신은 그 전에 최대한 피해를 입히며 시간을 벌어야 하는 것이었다.
괴물주술사가 나올 때까지만 버텨낸다면 인류의 한 방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이군.’
이신은 별안간 쐐기충을 전부 이끌고 덤벼들었다.
로켓프리깃과 보병들이 몰려왔다.
이신의 쐐기충이 계속 쐐기를 쏘고 뒤로 빠지는 컨트롤을 신들린 듯이 펼쳤다.
존도 만만찮았다.
로켓 프리깃이 로켓을 쏘고 뒤로 빠지며 대항했다.
가까이 접근하면 폭탄충이 몰려들어 자폭하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사거리를 넘나드는 것이었다.
그런 아슬아슬한 공중전이 이어질 때였다.
다른 방면에 대기시켜 놓았던 폭탄충 2마리가 존의 본진에 날아들었다.
그때 항공정거장에서 전술위성이 생산되었다.
전술위성은 생산되자마자 폭탄충 2마리의 격렬한 환영을 받았다.
-퍼어어엉!
폭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존의 전술위성이 격추되었다.
시선을 잡아끌던 쐐기충이 싸움을 멈추고 후퇴했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공중전으로 존의 시선을 잡아끌어 방심을 유도한 것.
전술위성이 언제 생산되는지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와아!”
“저게 뭐야!”
“게임 경과 시간 보고 타이밍 계산했어. 완전 소름이다.”
흥미롭게 이신의 괴물 플레이를 지켜보던 선수들이 혀를 내둘렀다.
최환열은 기가 막혔다.
‘뭐 이렇게 쓸데없이 잘해?’
프로게이머라면 종족을 불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괴물 운영이었다.
그런데 컨트롤이 쓸데없이 좋다.
일꾼을 뭉치고 비비는 솜씨도 수준급.
본진에서 테크 트리 올리고 심시티 구축하는 와중에도 바퀴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맵을 활보했다.
이신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부지런해야 하는 괴물과 딱 어울렸던 것.
그리고…….
-으악!
-퍼엉!
쐐기충이 보병과 건설로봇을 1명씩 처치하고 빠졌다.
쐐기충 컨트롤은 그야말로 초일류 수준이었다.
패트롤(P) 명령을 응용한 컨트롤은 스텔스 전투기 다룰 때와 동일한데, 그래서인지 이신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쐐기충을 갖고 놀았다.
부화실에서 추가 생산된 쐐기충들이 계속 날아와 충원되었다.
-키아악!
그런데 전술위성이 한데 뭉쳐진 쐐기충들에게 방사능 살포를 시전했다.
곧바로 이신이 반응했다.
삽시간에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는 쐐기충들.
그리고 이신은 방사능 살포에 당한 쐐기충을 정확히 캐치해 다른 곳에 보냈다.
방사능 살포에 당한 유닛은 주위의 아군 유닛까지 오염시키기 때문.
그런데 이신은 방사능에 오염된 쐐기충을 순식간에 빼버렸다.
그리고 다시 뭉쳐지는 쐐기충들.
그 일련의 과정이 3초도 안 걸렸다는 것이 무서웠다.
“우와!”
“와, 저거!!”
“저게 사람 손이야?”
1군의 유진영.
2군의 한태화.
그밖에도 괴물을 다루는 연습생들은 멍해졌다.
익히 들어보기는 했다.
신의 손.
APM과 정밀성이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미친 손 스피드.
뭉쳐진 쐐기충 부대에 방사능 살포를 뒤집어쓰는 것만큼 괴물 플레이어들에게 곤란한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그 같은 상황에서 가장 까다로운 컨트롤을, 이신은 아무렇지 않게 해냈다.
“같은 사람 같지가 않다.”
유진영이 한탄했다. 팀의 괴물 라인을 책임지는 그마저도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개인리그 8강전에서 이신에게 3 대 0으로 완패를 당했던 유진영.
그때 이신의 강함을 뼛속 깊숙이 당해봤기에 그는 올도어SCC 이적을 결심할 수 있었다.
벽이 보이면 도전해서 넘는 것이 사나이라고 하지만…….
‘벽도 벽 나름이지.’
유진영은 이신과 같은 팀이 되어서 행복해졌다.
분노한 쐐기충들이 방사능 살포를 한 전술위성을 집중 공격해 격추시켰다.
로켓 프리깃 2기가 날아와 공격.
마법처럼 쐐기충들이 다시 사방에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둘러싸듯이 로켓 프리깃을 공격했다.
-콰릉!
-콰르릉!
폭탄충들이 달려들어 로켓 프리깃 2기를 격추시켰다.
“와…….”
“어떻게 저렇게 하지?”
“누구나 할 수는 있지. 단지 손이 존나 빠른 거고.”
결국 존은 GG를 쳤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존은 그리 말하며 기운 없이 밖으로 나갔다. 메인 종족도 서브 종족도 아닌 괴물을 고른 이신에게 내리 연패를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이신은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최환열에게 물었다.
“존이 슬럼프야, 아니면 내가 잘하는 거야?”
“…….”
최환열은 할 말을 잃었다.
“한 번 더 시험해 봐야겠네. 차이!”
“네.”
수제자 겸 시종 겸 잠재적 라이벌인 차이가 부름을 받고 다가왔다.
“접속해.”
“네.”
차이는 자기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맵은 비교적 밸런스가 잘 맞는 투지를 골랐다.
결과적으로, 차이를 상대로 이신은 3승 2패를 거두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잘하는 거네.”
그렇게 결론이 지어졌다.
?
* * *
?
‘뭐야?’
황병철은 눈살을 찌푸렸다.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온라인에서 누군가가 쪽지를 보내왔다.
비공개 서브 아이디로 접속되어 있었는데 누군가가 쪽지를 보낸 것이었다.
?
-Player_SIN : 한 판 할래?
?
Player_SIN.
공식적으로는 온라인의 숨은 고수.
하지만 그 정체가 이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
-MON : 꺼져.
?
가볍게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다시 이신으로부터 대전 신청 쪽지가 왔다.
?
-Player_SIN : 연습 도와줄게.
-MON : 귀찮으니까 말 걸지 마.
-Player_SIN : 다음 상대 제미니잖아.
-MON : 어쩌라고?
-Player_SIN: 오광태나 임성균이랑 붙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신족 상대로 연습해야지?
?
그 말에 황병철은 멈칫했다.
사실이었다.
다음 경기에서 팀 제미니와 겨룬다. 황병철은 에이스 결정전에서 ‘광전사’ 오광태를 만날지도 몰라 연습 중이었다.
오광태는 광전사라는 별명답게 매우 공격적이었다.
공격해도 될지 물러나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면 무조건 공격해 버리는 성격의 소유자.
거기에 마법을 기막히게 잘 쓴다.
싸움이 붙었다 하면 대사제들이 삽시간에 온 화면을 전격으로 물들이곤 하는 것이었다.
‘이 자식도 마법을 잘 쓰긴 하지.’
잘 쓴다 뿐인가?
아마 세계에서 가장 마법을 잘 쓸 것이다.
신지호와 치른 개인리그 결승전에서, 온 화면을 삽시간에 물들여 버린 전파방해는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었다.
인간에게 가능할까 싶은 컨트롤까지 한 놈이니, 대사제의 전격 마법처럼 기본적인 컨트롤은 끝내주게 잘할 것이다.
?
-MON : 내 연습을 도와주겠다고?
-Player_SIN : 어.
-MON : 뭐 하러?
-Player_SIN : 괴물 대 신족 전 연습 좀 해야 돼.
-MON : 괴물을 상대로 개사기 인류 놔두고 신족을 왜 골라? 미친놈이네 이거.
-Player_SIN : 하여간 할 거야 말 거야?
-MON : 방 만들어.
-Player_SIN : 맵.
-MON : 신성한 잔흔.
?
그렇게 두 사람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황병철은 그때까지도 그런 이신의 행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미친 새끼네. 괴물을 왜 신족으로 상대하려는 거야?’
괴물의 천적인 인류였다.
반면 신족은 그야말로 괴물에게 한 끼 식사거리였다.
왜 신족으로 괴물을 상대하는 연습이 필요한 건지 이해되지가 않았다.
천재의 사고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운 건가 싶을 뿐이었다.
‘재수 없는 새끼.’
당연하게도 황병철은 몰랐다.
이신이 필요했던 연습이 괴물로 신족을 상대하는 법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이 이신에게 견본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
* * *
?
‘역시 잘하는군.’
황병철은 장기 운영에 약했다.
하지만 초중반에 일격필살로 치고 들어오는 극단적인 러시를 위협적이었다.
계속 페이크(fake)를 걸어 상대를 현혹시키며 타이밍을 만들어낸다.
그러고는 허를 찌르듯이 목숨 걸고 덤벼들어 물어뜯는다.
황병철은 어찌 보면 가장 흥하기 힘든 타입의 프로게이머였다.
그냥 안정적인 운영으로 무난하게 이기는 타입보다 승수를 쌓기가 더 힘들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로 개인리그 우승까지 했으니, 황병철도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라는 뜻이었다.
‘덕분에 좋은 참고 자료를 많이 얻는군.’
이신은 황병철과 한 게임을 할 때마다 리플레이 파일을 차곡차곡 저장해 놓았다.
나중에 천천히 보면서 운영이나 컨트롤 등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누가 상대예요?”
그때, 어색한 한국말로 뒤에서 사나다 료가 물었다.
“황병철.”
“오! 이단자!”
료는 눈을 빛내더니 은근슬쩍 말했다.
“저도 해보고 싶어요. 말 좀 해주세요.”
이신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것도 괜찮겠네. 여기 앉아서 나 대신해.”
“그래도 돼요?”
“누가 플레이하는지 어떻게 알아? 아무튼 연습 상대만 해주면 되는 거야.”
그리고 이신은 리플레이 파일만 있으면 된다.
이신과 사나다 료는 서로 번갈아가며 황병철과 싸웠다.
?
-MON : 뭐 이렇게 스타일이 휙휙 바뀌어?
?
황병철이 의문을 표했지만, 이신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렇게 황병철은 본의 아니게 올도어SCC를 위해 활약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