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5
174화: 분투(2)
-랜덤?
해설위원 정승태가 의문을 표했다.
캐스터 이병철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이신 선수가 종족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준비가 됐다고 하는데요. 실수인가요, 아니면 정말 랜덤이라는 겁니까?
이신은 이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욱 의문스러웠다.
“뭐야?”
“헐, 정말 랜덤 하겠다는 거 아냐?”
“인류도 신족도 할 줄 아는데 랜덤 왜 못해?”
“괴물 걸리면 어쩌고?”
관객석도 술렁였다.
이신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
-Kaiser : 랜덤 맞습니다.
?
명확한 의사표현.
오해의 여지가 없이 분명한 랜덤이었다.
“오오오오!”
“진짜 랜덤이래.”
“대박!”
관객들이 환호와 경악과 비명으로 반응을 했다.
-와 진짜! 랜덤이랍니다!
-어떤 종족 걸리든 상관없다는 뜻입니까, 이신 선수!
-물론 이신 선수는 인류도 잘하고 신족도 잘합니다. 물론 인류를 더 잘할 테지만, 이 불모지 맵에서는 오히려 신족이 더 나을 수도 있죠. 아무튼 뭐가 걸리든 다 준비한 전략이 있으니, 랜덤으로 오성준 선수를 시작부터 혼란스럽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괴물 걸리면요? 3분의 1 확률로 괴물 걸릴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말 그대로 3분의 1이죠. 그걸 감수해서라도 랜덤의 이점을 취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게임이 시작되고서 정찰을 갈 때까지 상대가 어떤 종족인지조차 모른다는 건 정말 큰 부담이거든요!
-아, 그렇죠! 종족도 모르는데 직접 눈으로 볼 때까지 머릿속으로 정리를 할 수 없다는 뜻이잖습니까!
?
“…진짜, 저게 인간 맞아?”
JKT의 벤치.
박영호가 기가 찬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최용훈 감독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랜덤이라니…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지?”
종족 하나 잘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인류에 신족까지 잘한다는 건 대체 얼마나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뜻인가!
“근데 진짜 괴물 걸리면 어쩌려는 걸까요?”
박영호가 물었다.
최용훈 감독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긴. 괴물 걸려도 뭔가 준비한 깜짝 전략이 하나 있겠지.”
부스 안에서 게임에 임하는 오성준은 물론, JKT 벤치 전체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퍼포먼스였다.
단순히 오성준을 교란시키는 작전 이상의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어디 내가 어떤 전략을 준비해 왔는지 추측하고 대비해 봐라.
그게 가능하다면!
그것은 모든 팀에게 보내는 도발이었다.
앞으로 프로팀들은 올도어SCC와 싸우게 될 때 더더욱 이신에 대한 대책을 짜기가 힘들어지는 것이었다.
‘만약에…….’
최용훈 감독의 머릿속에 불길함이 스쳤다.
‘괴물까지 잘하면 어쩌지?’
그건 정말 악몽일 터였다.
?
* * *
?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오성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괴물 맵인 불모지에서의 복수전.
그간 이신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오성준에게 신께서 내린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신은 그렇게 성격 좋은 상대가 아니었다.
이신의 인류를 상대로 다시 도전해 보고팠던 오성준에게 ‘랜덤’을 들이밀었다.
어떤 종족으로 뭘 할지 모르는 이상, 오성준은 그때그때 정찰로 파악해 가며 즉흥적인 판단으로 게임을 이끌어가야 한다.
‘침착하자.’
오성준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12앞마당으로 시작하자.’
12번째 일벌레로 앞마당에 부화실을 펼치는 빌드 오더였다.
상대가 어떤 종족이든 보편적으로 쓰이곤 했다.
그런데 12번째 일벌레가 부화실을 짓기 위해 앞마당으로 향했을 때였다.
신족의 생산유닛, 신도가 나타났다.
‘신족이구나!’
비로소 오성준의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하지만 짜증나는 일이 지금부터 시작되었다.
일벌레가 부화실 건물로 변신하려고 하면 신도가 잽싸게 달라붙어 방해하는 것이었다.
공격을 하니 살짝 물러나면서 반격했다. 신도의 공격사거리 2칸을 응용한 초미세 컨트롤을 아무렇지 않게 펼치는 이신이었다.
‘이 녀석이!’
오성준은 본진에서 일하던 일벌레를 또 하나 데려왔다.
한 마리는 신도와 싸우고, 그 틈에 다른 한 마리를 부화실로 변신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2마리의 일벌레가 공격해도 빙글빙글 돌며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그러고는 일벌레 하나가 부화실로 변신하려 들면 얄밉게 찰싹 붙어 훼방을 놓았다.
그렇게 부화실 짓는 걸 5차례쯤 방해받자 오성준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급기야,
‘크윽!’
놀랍게도 이신의 신도는 요리조리 도망 다니면서도 계속 2칸 거리에서 공격을 넣어 일벌레의 체력을 다 닳게 만들었다.
오성준은 즉시 체력이 다 닳은 일벌레를 본진으로 대피시켰다.
신도가 그 일벌레를 죽이려고 쫓아가면, 그 틈에 다른 일벌레로 부화실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파아앗!
신도는 부화실을 지어야 할 위치에 생명석(신족의 건물, 제한 인구수를 늘린다)을 소환해 버렸다.
그러고는 도망가는 일벌레를 쫓아갔다.
-키엑!
집요하게 쫓아간 끝에 기어코 일벌레를 죽이는 데 성공!
‘……!!’
오성준의 멘탈이 크게 흔들렸다.
결국 오성준은 일벌레를 다른 지역에 보내 확장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너무 크게 지체되었다.
게다가 시작부터 귀한 일벌레를 1마리 잃는 피해까지.
심지어 오성준이 포기하니 소환하던 생명석까지 취소해 절반의 자원을 환불받아 버리는 이신.
실로 악랄한 신도의 견제 플레이. 그야말로 악마의 신도였다.
?
* * *
?
-아, 정말 악랄한 견제입니다! 저 신도 하나가 지금 얼마나 큰 이득을 취한 겁니까!
-일꾼 하나 죽이고 12앞마당 빌드를 하는 괴물에게 앞마당 가져가는 타이밍을 엄청 늦췄죠.
-반면 이신 선수는 제련실을 짓고 바로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갔습니다. 아주 순조롭죠.
-오성준 선수 바퀴 6마리를 생산했는데요, 이신 선수의 진영으로 뜁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정찰 들어간 신도가 훤히 봤습니다. 대체 저 신도 하나로 얼마나 큰 이득을 거두는 건가요?!
-이거 오성준 선수의 멘탈이 크게 흔들리겠는데요. 게임 시작부터 랜덤을 골라서 골머리 썩게 만들더니, 신도가……!
-그게 이신 선수의 견제죠. 사람 질릴 때까지 계속 괴롭힙니다.
오성준의 바퀴 6마리가 당도했을 때, 이미 이신의 앞마당은 제련실, 참회실, 생명석 등으로 심시티가 되어 있었고, 뒤에 캐논포도 하나 지어져 방어가 완성된 뒤였다.
오성준과 달리 이신은 신도로 계속 괴롭히는 와중에도 할 것을 다 했기 때문이었다.
이신은 소환관문에서 비행유닛인 사략기를 생산하고, 로봇공학실에서 철갑충차를 생산했다.
사략기와 철갑충자의 조합으로 오성준을 상대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시작은 사략기였다.
사략기가 날아다니며 하늘군주 2마리를 사냥했다.
사략기를 본 오성준은 곧장 자신의 체제를 독침충으로 결정했다.
6개의 부화실이 독침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량의 독침충이 지키고 있으면 대지 공격이 불가능한 사략기나 철갑충차를 태운 수송기가 한순간에 격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승부는 이제부터입니다! 오성준 선수가 초반의 견제로 입은 피해를 극복하고 사방에 확장 기지를 가져간 상태! 이신 선수 역시 확장 기지를 충분히 가져가서 자원은 많이 먹고 있지만, 독침충 물량이 감당 안 될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걸 방지하려면 이제 활약을 해야 해요!
-사략기의 전파방해 스킬까지 개발을 완료한 이신 선수인데요, 전파방패로 독침충을 공격 못 하게 하고 철갑충차로 학살할 생각이죠?
-예, 일전에 신지호 선수와의 결승전 때도 화면을 가득 매우는 엄청난 전파방해 스킬 난사를 보여준 바 있는 이신 선수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사략기랑 철갑충차 태운 수송기나 깡그리 잃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싸움 아닙니까?
-예, 하지만 그런 아슬아슬한 위험을 감수한 고도의 컨트롤 플레이가 또 이신 선수의 장기입니다! 허무한 결말이나 대단한 혈전이나 둘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이신 선수, 갑니다!
이신이 사략기 한 부대와 철갑충차 2기를 태운 수송선을 이끌고 움직였다.
하지만 오성준은 사방에 바퀴를 흩뿌려놓아서 맵 장악을 완벽하게 한 상태!
이신의 움직임을 곧바로 파악하고 독침충 대군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오성준 선수의 병력 움직임이 아주 좋죠!
-예, 오늘 정말 벼르고 별렀습니다, 오성준 선수! 게임 시작부터 초반 일꾼 견제까지 갖가지로 당했지만, 끝내 이기면 승자가 되는 거거든요!
이신이 향하는 오성준의 확장 기지에 독침충들이 도사렸다.
뿐만 아니라 약간 떨어진 곳에 폭탄충 편대가 대기 중.
앞에서 독침충이, 뒤에서 폭탄충이 덮쳐서 싸먹는 그림을 그리는 오성준이었다.
아슬아슬한 순간.
자칫 잘못하면 사략기를 대량으로 잃으며, 최악의 경우 수송기를 잃고 만다.
무엇보다도 값비싼 핵심 전력인 철갑충차 2기가 실린 수송선만은 지켜야 했다.
마침내 이신이 당도한 순간, 독침충들이 달려들어 독침을 발사했다.
휙.
곧바로 U턴을 한 이신의 놀라운 반사 신경!
그런데 폭탄충들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수송기와 함께 자폭할 요량이었다.
수송기가 절묘하게 곡예비행을 하며 폭탄충들을 유인했다.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사이, 폭탄충들은 사략기들이 전부 사살해 버렸다.
“와-!!”
“오오오!!”
경기장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진짜 곡예는 지금부터였다.
반시계방향으로 우회 비행한 이신의 편대.
오성준의 확장 기지 반대편에서 수송기가 철갑충차 2기를 드롭했다.
폭탄충의 기습 실패로 독이 오른 오성준의 독침충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그 순간, 이신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파파파파파파팟!
사략기들이 일제히 전파방해를 펼쳤다.
전파방해의 하얀 그물망이 화면을 온통 눈부시게 수놓았다.
“와아아아아!!”
“이신! 이신!”
사략기 하나하나로 일일이 전파방해를 펼치는 작업이 순식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전파방해의 그물망 속에서 독침충들은 공격이 불가능해졌다.
전파방해의 효과가 살아 있는 생명체의 판단력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이었다.
그 틈에 철갑충차들이 충격탄을 발사했다.
타깃을 추적하는 인공지능이 있는 충격탄이 독침충 무리에게 날아가 폭발했다.
퍼어어엉! 퍼어엉!
-키에엑!
-키에엑-!
독침충들이 일제히 피떡이 되어 한 움큼씩 죽어나갔다.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신의 컨트롤 쇼입니다!
-정말 신의 손입니다! 신이라서 손에 네 개쯤 달린 건가요?! 왜 저렇게 빠릅니까!
비명 같은 해설진의 외침 속에서, 이신의 컨트롤이 또다시 펼쳐졌다.
퍼퍼퍼퍼펑!
전파방해를 피해 우회해서 온 독침충들을 또다시 사략기들이 전파방해로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연이어 날아드는 철갑충차들의 충격탄!
퍼어엉! 퍼어어엉!
-키에엑!
-키에엑!
-키엑!
교전 끝에 전혀 피해를 못 입히고 절반에 달하는 독침충을 잃은 오성준.
이신의 학살이 시작되었다.
철갑충차가 충격탄으로 확장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사략기들은 하늘을 누비며 지원했다.
그 와중에 따로 빼놓은 사략기 3기는 다른 방면에서 유유히 다니며 하늘군주를 사냥하고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방팔방에서 오성준 선수가 고통받고 있어요! 오성준 선수, 쫓아가질 못합니다! 어디 한 곳 지켜지질 않습니다!
-신의 멀티태스킹! 그 와중에 이신 선수는 계속 철갑충차가 생산되어서 수송기에 탑니다! 사략기도 벌써 두 부대예요!
그야말로 신들린 듯이 움직였다.
4기나 되는 수송기가 두 부대가량 모인 사략기의 호위를 받으며 오성준의 본진을 쳤다.
수송기 4기.
거기서 무려 철갑충차 8기가 내렸다.
파파파파파파팟!
자신의 본진을 가득 매우는 전파방해의 이펙트를 보며, 오성준은 의식도 새하얗게 날아갈 것 같았다.
?
-Krazy : GG.
?
다행히 GG를 칠 정도의 의식은 아직 남아 있었다.
경기장이 열광과 비명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