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6
175화 분투(3)
3 대 2까지 간 접전이었다.
1세트는 이신의 화려한 승리.
2세트는 차이가 하필이면 박영호를 만나 버렸다.
이신의 후계자로 지목된 차이와 박영호의 대결은 치열한 접전으로 전개되었고, 더 이상 파먹을 자원이 맵에 안 남을 정도의 장기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끼리릭!
-끼릭!
-끼리릭!
여왕괴물 한 부대가 나타나 일제히 기생충을 살포했다.
기생충에 의해 대거 파괴된 기동포탑들.
차이는 이신의 흉내를 내어 스텔스 전투기로 카운터를 쳤다.
여왕괴물만 다 잡으면 역전이었다.
차이는 괴물여왕들과 함께 있는 하늘군주부터 처치하려 했다.
하늘군주가 없으면 스텔스 모드가 된 스텔스 전투기를 식별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
하지만,
‘아직 넌 이신이 아니야, 이 자식아.’
-푸학!
여왕괴물이 스텔스 전투기 편대를 향해 점액을 끼얹었다.
박영호의 반사 신경이 더 빨랐던 것이다.
점액을 뒤집어써 속도가 느려진 스텔스 전투기들은 그대로 독침충들에 의해 정리되었다.
‘넌 아직 나한테 안 돼.’
차이에게 자신의 모든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박영호.
박영호 역시 무서운 신인 차이를 의식하고 있었다.
결국 여왕괴물, 하늘군주, 공성벌레, 바퀴, 괴물주술사, 독침충 등 괴물 종족의 유닛 종합선물세트로 휘몰아친 박영호가 승리를 차지했다.
“으X-!”
박영호가 부스에서 뛰쳐나와 방방 뛰었다.
“박영호! 박영호!”
“잘생겼다, 박영호!”
“철벽괴물!”
팬들이 환호하며 박영호의 세리머니에 호응해 주었다.
그렇게 박영호가 보여준 또 하나의 명경기로 분위기는 다시 JKT로 넘어왔다.
3세트도 JKT가 승리를 거두어 스코어가 역전.
3세트에는 존이 출전했지만, 하필이면 상대측에서 괴물이 아닌 신족 플레이어 장민태가 나와 버렸다.
차라리 상대가 인류였으면 나앗을 것이다. 차이, 주디, 이신과 늘 대결을 해왔으니까.
하지만 신족을 상대로 존은 엄청난 막장을 보여주며 침몰 당해 버렸다.
-존 선수가 신족에게 아주 약하네요?
-예, 아무래도 주특기인 병영체제가 통하지 않는 종족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프로리그가 10팀 체제로 바뀌면서 경기 수도 크게 늘어난 상황.
그만큼 선수들의 출전 부담도 커진 탓에, 협회는 한 경기당 출전하는 선수 숫자를 기존의 6인에서 5인으로 줄였다.
즉, 한 번만 더 패배하면 3 대 1로 그냥 경기가 끝나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4세트에 출전한 유진영이 승리를 거두며 팀을 구했다.
그리고 5세트에서 사나다 료가 또다시 항공모함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승리를 장식.
그렇게 올도어SCC는 강적이었던 JKT를 꺾어내는 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 각 세트의 승자들이 인터뷰를 가졌고, 이신은 명경기상을 수상했다.
-이신 선수, 이번 경기의 명경기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캐스터 이병철의 말에 이신이 답했다.
-감사합니다.
-예, 역시나 짧네요.
그 말에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캐릭터가 변함없는 이신이었다.
-그럼 제가 더 묻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랜덤을 하셨습니까?
-어떤 종족이 걸리든 준비한 전략이 있어서 상관없었습니다.
-오, 그럼 괴물이 걸려도 상관없었습니까?
-준비한 전략이 있었습니다.
-이야, 지난번에도 신족으로 신지호 선수를 꺾으시더니, 이어서 오늘도 신족으로 사략기와 철갑충차의 조합으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신 이선 선수인데요. 인류, 신족에 이어 괴물까지 손을 뻗으시는 겁니까?
-예, 생각보다 괴물이 재미있었고, 공격적인 것이 제 취향에도 맞았습니다.
“오오오!”
“괴물도 하겠대!”
“세 종족 다 해버리네. 쩐다!”
관객석이 잔뜩 들떠 버렸다.
오래 전에도 랜덤을 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있었으나, 그중에 최고가 된 이들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랜덤 플레이어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그 장본인이 게임의 신이라 불리는 이신이었다.
그러자 캐스터 이병철은 2세트 승자인 박영호에게 물었다.
-박영호 선수, 이신 선수가 괴물이 재미있고 취향에 맞는다고 하셨는데 괴물의 명인으로서 한 말씀 해보시죠?
-괴물로 인류한테 탈탈 털려봐야 저 소리가 쏙 들어가겠죠. 괴물이 인류 상대로 얼마나 짜증나는지 신나게 재미를 봤던 본인이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박영호는 오랜만에 울컥해서 계속 열을 올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초반에 8병영 치즈 러시 당하면 맥을 못 추지, 쐐기충은 전술위성한테 방사능 한 방 맞으면 바보 되지, 건설로봇은 또 왜 그렇게 센지 그게 일꾼입니까? 전투유닛이지. 막말로 제가 인류 잡았으면 우승컵 몇 번을 들었어요!
“와아아아아!”
“영호 형님 만세!”
“괴물 만세!”
“괴물의 상향 패치가 시급하다!”
박영호를 따르는 수많은 괴물 팬들이 환호했다.
-어이쿠, 정말 불만이 많으신 괴물의 명인이신데, 이신 선수께서 다시 한 말씀 하시죠?
이신이 말했다.
-새삼 괴징징들은 답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괴징징이란, 괴물이 약하다고 징징거리는 유저들을 지칭하는 은어였다.
“푸하하하하!”
“우우우!”
“인류 개사기 물러가라!”
“건설로봇 개사기 극혐!”
“8병영 하지 좀 마!”
“그만 입 다물어라 괴징징들아!”
순식간에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골수팬들에 의해 폭동 분위기가 조성된 경기장.
하지만 캐스터 이병철은 재미있다는 듯이 승자 중에 신족 플레이어인 사나다 료를 타깃으로 삼았다.
-료 선수, 이번에는 료 선수가 신족 대표로 한 말씀 해보시죠?
-어, 안녕… 하세요.
료는 일본인 특유의 약한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신족을 해보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와아아아!”
“신족 빼고 다 입 다물어라!”
“거신병기, 철갑충차 인공지능 좀 상향시켜라!”
갑자기 울분과 함께 폭발하는 경기장의 신족 팬들.
-다 감독님처럼 손이 빠른 게 아니에요. 신족 너무 힘들어요.
-항공모함 있잖아요, 항공모함! 대사제 전격도 얼마나 짜증이 나는데.
박영호의 반박에 승자 인터뷰는 논쟁 현장이 되어서 모두를 웃겼다.
?
* * *
?
[이신, 사략기·철갑충차 조합 전략으로 대활약!] [공식전에서 랜덤 선택한 이신, 각 프로 팀들 ‘충격’] [“괴물도 내 취향” 이신의 발언 화제, 괴물까지?] [“이신의 신족은 완성형. 저 조합이면 아무도 못 이겨” 같은 팀 플레잉 코치 박진수의 극찬] [‘신의 후계자’ 차이를 완파한 박영호 ‘아직 멀었어.’]?
사상초유의 랜덤 사건은 물론이고, 오성준의 독침충들을 몰살시켜 버린 사략기+철갑충차 전략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략기의 전파방해와 철갑충차가 가진 강렬한 파괴력의 충격탄 조합이라는 뜻에서, 네티즌들은 이것을 ‘충격 전파’라 불렀다.
이 충격 전파 전략은 전 세계의 신족 플레이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세계 각국의 리그에서 충격 전파 전략을 시도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결론은 사람이 할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손이 너무 많이 갔다.
그렇게 사략기로 일일이 전파 방해를 펼치기도 전에 일점사격에 얻어맞아 몰살당해 버리는 불운한 신족의 현실이 펼쳐졌을 뿐이었다.
사략기와 철갑충차의 조합은 예전부터 있었던 전략이었지만, 사략기가 전파방해를 펼치는 전술은 ‘입스페’로만 전해지다가 이신이 처음 도입한 것.
결국은 전파방해는 쓰지 않고 그냥 사략기로 공중 장악을 하는 기존의 전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보다는 그냥 지상군의 적절한 조합으로 싸우는 정석이 낫다는 교훈을 신족 플레이어들에게 주었다.
이신의 전파 충격은 그냥 꿈의 전략으로 기억되게 되었다.
한편,
-푸학!
차이는 박영호와 치렀던 리플레이 영상을 보고 있었다.
괴물여왕이 스텔스 전투기 편대에 점액을 뿌리는 광경에 차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빠르다.’
계속 복기해 보면서 차이가 느낀 평가였다.
스텔스 전투기가 등장하자마자, 박영호는 거의 반사적으로 점액을 뿌렸다.
저 시간대에 이르러서도 박영호의 집중력이 고도로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좀 더 아래쪽을 봐.”
그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돌아보니 이신이었다.
“네.”
차이는 리플레이를 잠깐 정지시키고 아래쪽을 살펴보았다.
“아……!”
하늘군주가 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아래에 괴물 주술사가 땅속에 숨겨져 있었다.
차이는 전율을 느꼈다.
괴물주술사를 땅속에 숨겨놓고서는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하늘군주를 위에 띄워놓아 가려 버린 것.
“점액 실패했으면 괴물주술사가 스텔스 전투기에 피의 저주 뿌렸을 거야.”
“선생님을 상대하려고 준비한 전략인가요?”
“그렇겠지.”
이신과 박영호에게 수억 원의 정산금을 안겨주었던 명경기.
그때 스텔스 전투기에 카운터를 당했던 역전패를 기억하는 박영호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 거예요?”
“한 번 치렀던 게임이랑 똑같은 양상으로 플레이하지 않았겠지. 박영호가 스텔스 전투기라는 여왕괴물에 대한 카운터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는데, 그걸 또 쓰면 당연히 이렇게 당하는 거야.”
“그러네요.”
차이는 수긍했다.
물론 입스페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스텔스 전투기가 접근하면 곧바로 점액을 뿌려서 이동속도를 죽여 버린다?
그런 대응력이 모두에게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전에 근처에 있던 하늘군주가 먼저 사냥당해 버리면, 점액이고 뭐고 스텔스 모드로 인해 보이지 않는 전투기들이 여왕괴물들을 맛있게 학살해 버린다.
하지만 상대는 박영호였다.
“정말 철벽괴물이네요.”
“잘하지, 영호도.”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면 스텔스 전투기를 좀 더 빨리 썼을 거야. 여왕괴물이 기동포탑들을 기생충으로 잡아먹기 전에, 먼저 치는 거지. 그러면 설사 스텔스 전투기들이 점액에 맞아 먹히더라도, 그사이에 지상군 싸움은 기동포탑에 의해 내가 이득 보는 그림이 나오지.”
“그게 가능한가요?”
“상황이 되어봐야 알지. 아무튼 그런 아슬아슬한 컨트롤 승부는 내 취향이지 네 체질에 맞는 게 아니야.”
“…….”
“내 흉내는 그만 내. 스텔스 전투기보다 더 너다운 방식을 쓰면 되는 거야.”
“어떤 게 제 방식인데요?”
“에버스랑 했던 첫 경기에서 보여주었지.”
“……?”
“바늘 하나 들어갈 구멍 없는 철두철미한 운영.”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차이에게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신지호가 어떻게 저런 박영호를 이겼는지를 보면 알겠지.”
“아!”
신지호의 이름을 듣자마자 차이는 깨달았다.
신지호를 상징하는 것은 우주방어.
바로 108공포였다.
대공포로 도배를 해버리고, 기계보병까지 써서 여왕괴물을 차단하는 방식을 썼다면 어땠을까?
엄청난 자원이 낭비될지언정, 박영호에게 결코 여왕괴물로 이득을 보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차이는 이신을 동경했다.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은 아슬아슬한 승부를, 그리고 신기하게도 늘 이기는 이신의 싸움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 자신의 길을 가야 할 때였다.
‘그래야 이분을 넘어설 수 있을 테니까.’
차이는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이신의 존재를 의식하며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