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84
183화 발견(2)
최환열과 장양의 혈투는 올도어SCC의 선수들 및 연습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 e스포츠의 레전드 최환열.
그를 존경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최환열이 은퇴한 지가 벌써 몇 년째란 말인가.
그 뒤에도 물론 파프리카TV 등에서 계속 방송 콘텐츠로 게임을 하며 감각을 유지해왔다고는 하지만, 현역 선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방금 보여준 경기력은 그야말로 현역 시절의 수준이었다.
“근데 쟤는 뭐지?”
“아까 손 빠른 거 봤어? 그냥 피아노 건반 치듯이 조작하더라.”
“연습생 수준이 아냐 저 정도면.”
“12세라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저 나이에 저래?”
“완전 소름이다.”
선수며 연습생이며 모두 장양에게 혀를 내둘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양은 이기지 못해서 매우 뾰로통해 있었지만 말이다.
“어땠어?”
이신이 모르는 척 최환열에게 물었다.
“어? 어, 잘하네. 방금 보여준 실력만 갖고 보면 어디 가도 1군 주전감이지. 근데 오늘 좀 이상하네.”
“왜?”
“나 오늘 왜 이렇게 컨디션 좋지? 방금 나 APM 400 넘긴 거 아냐?”
“현역 시절에도 그 이상 나왔잖아.”
“은퇴하고서는 300까지 떨어졌었지. 근데 갑자기…….”
신기해하는 최환열에게 이신이 툭 내뱉었다.
“애한테 질까봐 필사적으로 한 덕분이겠지.”
“그, 그런가? 와, 아무튼 나 진짜 오늘 이상하네.”
그런데 그때, 장양이 다가오더니 머뭇거리다가 최환열의 소매를 슥슥 잡아당겼다.
“응?”
장양은 최환열과 말을 섞지도 쳐다보지도 않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장양의 모니터에는 이미 방이 만들어져 있었고, 최환열에게 대전 신청을 해놓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붙자는 거지?”
“응.”
이신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양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사표현을 하다니, 좋은 현상이었다.
“그래, 얼마든지 하자. 실력 테스트를 제대로 해주지.”
컨디션이 좋은 최환열은 부담은커녕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연습 게임을 붙었다.
자신감이 붙은 탓일까.
다음 세트에서 최환열은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펼쳤다.
그것은 바로 페이크.
거짓 정보를 보여줘서 빌드 오더를 알지 못하거나 착각하게 만드는 특유의 심리전 플레이를 펼치는 것.
그것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기본적으로 장양이 갖고 있는 문제가 있었다.
게임을 할 때 상대를 사람이 아닌 게임 시스템으로 본다는 점.
이런 체제에서 이런 유닛이 나올 것이다. 저런 체제에서는 저런 유닛이 나올 것이다.
이처럼 장양은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답을 끼워 맞힐 뿐, 상대의 심리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것은 곧 처참한 결과로 나타났다.
첫판의 혈전이 무색하게도, 최환열에게 완전히 성향을 파악당한 장양은 그야말로 농락을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환열은 크게는 빌드 오더를 속이고 작게는 진출 타이밍을 속이며 장양을 교란시켰다.
그렇게 무려 세 판을 연거푸 연승을 했다.
그래도 상대가 기본적으로 최고 수준의 컨트롤과 멀티태스킹을 가진 장양임을 감안하면, 최환열의 오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이신은 그런 최환열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손놀림은 더 좋아졌는데, 멀티태스킹 능력은 전과 특별히 다르지 않군.’
더 빠르고 정확해진 컨트롤!
그러나 여러 곳에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특별히 변화가 없었다.
물론 이신의 치유 능력 탓에 안정감을 느껴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오르긴 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뇌 기능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멀티태스킹은 반복 훈련을 통해 숙달되는 것이라, 치유 능력으로 더 강화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
‘아쉽군.’
사실 나이가 들수록 역량이 줄어드는 큰 원인은 육체의 노화 같은 게 아니었다.
경험이 쌓일수록 습관이 축적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노하우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점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e스포츠는 하루가 다르게 전략·전술·심시티·컨트롤 등의 트렌드가 달라진다.
그때마다 새로운 습관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을 치유로 현역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군.’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겼다!”
최환열은 4번째 승리를 거두며 좋아했다.
장양은 충격에 빠졌는지 얼빠진 얼굴이었다.
이신이 그런 장양에게 말했다.
“리플레이를 보고 왜 졌는지 확인해.”
고개를 끄덕인 장양은 리플레이를 보며 자신이 왜 졌는지를 점검했다.
최환열이 속임수를 계속 썼음을 알게 되자, 장양은 그야말로 배신감을 느끼며 그를 쳐다봤다.
최환열은 상처받은 소년의 시선에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게임이야. 너무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줄래?”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전략 싸움은 가위 바위 보와 같기 때문에 더더욱 눈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장양은 그게 너무 약했다.
“눈에 보이는 스펙 자체는 최고인데.”
최환열이 다소 아쉬워했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12살이야.”
“아, 하긴.”
“계속 호되게 당하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간사한지 학습하게 되겠지.”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냐?”
“어서 상대를 파괴하고 싶다는 악의를 배워야 해.”
최환열은 장양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
집으로 귀가하던 길, 차 안에서 잠깐 눈을 붙였던 이신은 깨어났을 때 화려한 침실이 보이자 한숨을 쉬었다.
아니나 다를까, 머리맡에 앉아 있는 그레모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자는 틈에 마계로 소환한 것이었다.
하긴, 경기 도중에 불러내지 않은 게 어디인가.
“안녕하셨습니까.”
“네, 잘 지내셨나요?”
“예.”
팀은 승승장구하고 있고, 중국에 다녀와서 거금을 벌었고, 이신이 못 지낼 이유가 없었다.
“서열전입니까?”
“물론이죠. 마침내 우리의 상대가 정해졌어요.”
“마침내?”
이신은 그레모리의 단어 선택에 생소함을 느꼈다.
서열전은 매우 심플했다.
바로 위 서열에 도전하던가, 바로 아래 서열로부터 도전받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랜만에 나를 불러내는군.’
그레모리는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 우리 바로 위쪽 서열 권에서 서열전이 전례 없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모르겠습니다.”
“호호, 우리와 싸우고 싶지 않아서예요.”
아주 심플한 이유였다.
새로운 계약자가 나타나 그레모리를 최하위에서부터 수직 상승시키고 있었다.
신입 계약자가 등장해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띠는 일이야 종종 있는 일이었다.
보통은 서열전에 제대로 적응 못해 기존 계약자들에게 패배를 헌납하기 마련.
그러나 종종 생소한 전략으로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 생소한 전략과 스타일에 적응한 상대에게 무릎 꿇게 된다. 그렇게 간파당하고 난 신입 계약자는 상승세를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레모리와 이신은 달랐다.
상승세가 끝날 줄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일반적인 신입의 일시적인 상승세와 크게 대비되는 것은, 한 번 싸워본 상대들이 좀처럼 다시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보통은 한 번 지고 나면 상대의 전략을 알게 되어서 그 공략법을 가지고 다시 도전한다.
그런데 한 번 졌던 계약자들이 다시 도전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신이 진짜 실력자임을 증명했다.
다들 이신의 실력을 보았기 때문에 다시 도전하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진짜 실력자의 등장!
자연스럽게 그레모리의 바로 위 서열권이 분주해졌다.
위험한 실력자를 계약자로 얻은 그레모리의 도전을 받느니, 차라리 위 서열의 다른 악마군주와 서열전을 벌이는 편이 더 승률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그레모리의 도전을 피해 더 높은 서열로 도망 치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이쪽에서 서열 변동이 꽤 있었어요.”
“지금 서열이 어떻게 되십니까?”
“61위에요.”
전에는 62위였으니 한 계단 상승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전 상대가 정해졌어요.”
“누구입니까?”
“서열 60위의 악마군주 오리아스에요. 지위와 명예, 그리고 적과 동료의 호의를 가져다주는 능력을 지닌 악마군주죠.”
“계약자를 알고 싶습니다.”
“동탁이라는 인물인데 들어보셨나요?”
“……예?”
이신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동탁이요.”
그레모리의 확인사살에 이신은 순간 혼란을 느꼈다.
동탁이라니?
삼국지에 나오는 유명한 악역이었다.
십상시 이후에 권력을 잡고서 폭정을 일삼은 인물 아닌가.
‘계약자로 임명될 정도의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나?’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삼국지도 연의 말고도 실제 역사도 알아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냥 관심 수준.
제대로 작심하고 공부한 게 아닌 이상, 동탁이 실제로는 어떤 능력과 수완이 있는지 이신이 알 리가 없었다.
다만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것처럼 그저 권력만 휘두르는 무능한 돼지라 아니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
실제로는 서량에서 북방 이민족인 강족과 싸우며 세력을 기른 맹장이었고, 지략과 카리스마가 있어 손견을 제외한 모든 제후들이 맞서길 두려워했다는 사실이었다.
‘지위와 명예, 적과 동료의 호의를 가져다주는 악마군주라고 했지?’
그렇다면 알아야 할 것은 한 가지였다.
어떻게 해서 나라를 마음대로 주무른 권력을 손에 넣었는가?
악마군주 오리아스가 동탁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그저 강력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지위를 선물해준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적과 동료의 호의를 얻는 능력을 부여했고, 동탁이 그 능력을 이용해 스스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은 것일 수도 있었다.
어떤 능력을 받았느냐는 동탁의 악마로서의 능력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알아내야 했다.
“동탁과 서열전을 치러보셨습니까?”
“아쉽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다만 그자가 즐겨 고르는 종족이 오크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역시 그렇군요.”
오크의 핵심은 오크 창기병과 오크 궁기병 등의 기병 전력이었다.
동탁이 살아생전에 서량에서 북방 유목민족과 싸웠다는 점과 일치되는 점이었다.
발 빠른 기병을 즐겨 쓰는 타입임이 분명했다.
“도전하기에 앞서, 일단은 그가 가진 능력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전처럼 다른 계약자들에게 물어보시게요?”
“그래도 되지만, 그들은 정보를 공짜로 주는 법이 없으니 일단 제가 스스로 알아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사실 하나는 알았다.
동탁의 메인 종족이 오크라는 것.
‘아마 휴먼을 해보고는 너무 약해서 다른 종족으로 갈아탄 것일 수도 있겠지.’
그러면 사도들도 오크들 중에서 임명했을 터였다.
이는 나폴레옹처럼 생전의 자기 부하들을 사도로 쓰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생전에 동탁의 부하였던 자들을 이신이 서열전에서 소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도 노가다가 될 것 같았다.
동탁의 부하였던 인물이 소환될 때까지 모의전이 계속해야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