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2
221화 전쟁(2)
“난 이제부터 당분간 집에서 훈련을 하지 않겠다. 너희는 알아서 해.”
이신은 그렇게 통보를 했다. 이제부터는 제자들마저 적으로 여기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저도 그렇게 할게요.”
차이도 동의했다.
이신과 눈이 마주치자 차이는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신도 가볍게 웃고는 서재로 들어갔다. 수많은 선수들의 분석 파일이 저장되어 있는 이신의 작전기지였다.
“저 서재에 들어가 본 적 있어?”
차이가 문득 물었다.
존도 주디도 고개를 저었다.
이신이 딱히 서재의 출입을 금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신이 홀로 조용히 생각하는 곳이 주로 서재였기 때문에 제자들은 암묵적으로 그곳의 출입을 꺼리고 있었다.
차이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곳에 나를 분석한 파일도 꽂혀 있을까?”
“있을 거라고 봐. 우리가 자고 있을 때 선생님은 밤늦게까지 키보드를 타이핑하면서 어떤 문서를 작성하시는 눈치였거든. 그걸 매일같이 하시면 우리에 대한 것도 있지 않을까?”
존이 말했다.
차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차이의 입가는 계속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자신 있는 거야?”
그런 차이의 표정을 살피던 주디가 문득 물었다.
선생님을, 저 위대한 이신을 이길 자신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걱정 돼?”
차이가 도발적으로 물었다.
주디는 온화하게 웃었다.
“천만에. 선생님은 분명 즐거워하실 거야. 이겼을 때보다 졌을 때 더 좋아하실 거라고 봐.”
자신보다 강한 상대는 이신이 오랫동안 찾아다녔다. 그런 상대가 마침내 나타난다면 이신은 전례 없던 강렬한 자극을 느끼리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선생님은 또다시 강해지실 거야.’
주디는 그런 이신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여자였다.
이신에게 매료되어 이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했고 심지어 그의 아바타가 되어서 훈련받으면서, 주디는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그를 잘 이해하는 여자가 된 것이었다.
***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복학할 수 있다고?’
해당 학과의 교수가 아버지와 막역한 사이였다니 더 잘됐다.
학교 다니면서도 계속 선수 생활을 문제없이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줄 것이다.
‘갑자기 이렇게 일이 잘 풀리는군.’
하지만 마냥 기쁘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 이신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은퇴를 고려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척하고 새로운 진로가 주어진 것이다.
자, 이 길을 걸어오면 돼.
이제 안심하고 은퇴하도록 해.
모든 게 다 잘 풀릴 거야.
이신은 마치 은퇴를 종용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문득 서재를 둘러보았다.
책장에 꽂힌 수많은 선수의 분석 파일들.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 많은 선수들 중 아직까지 활동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이신은 책장에 꽂힌 파일을 하나씩 꺼내 보았다.
‘은퇴했지.’
훑어보고서 은퇴하거나 이미 1군 주전에서 밀려난 선수의 것을 하나둘 테이블에 쌓았다.
산더미 같은 파일이 쌓였다.
그것은 마치 쇠락한 프로게이머의 무덤과도 같았다.
“…….”
이신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더니 이내 웃었다.
이제 네 차례다, 이 무덤에 네가 합류할 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인가?
좋다. 어디 한 번 나를 끌어내려 봐라. 이 이신을 권좌에서 추락시켜 보아라.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
프로리그 2라운드, 올도어SCC의 다음 상대는 바로 MBS였다.
1라운드를 종합 5위로 마감한 MBS.
지난 이적 시즌에 특별히 영입한 선수는 없었지만, 방진호 감독과 선수들의 각오가 상당한지 부진했던 작년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 주전 멤버 거의 전원이 다 개인리그 본선을 준비하고 있어.”
선수 겸 코치 겸 전략팀장 박진수가 말했다.
“그만큼 오늘 프로리그 경기에 집중을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할 거야.”
“그건 사실이고.”
최환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스탠더드한 게임이라면 선수 개개인의 역량상 우리의 압승이지. 당연히 저쪽은 특별한 전략을 준비했을 공산이 커. 우리가 개인리그 때문에 프로리그 준비를 많이 못했다는 점을 파고들겠지. 내가 MBS 감독이라면 그렇게 해.”
“그래서 지금이 적기라는 거군.”
이신이 중얼거렸다.
박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저쪽에서 생각 못 했던 선수를 하나 내보내서 흔들어야지. 지금이 딱 데뷔시키기에는 적기야.”
2021년을 맞이해서 프로리그에서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MBS.
이에 대항하여 올도어SCC는 그동안 아껴왔던 비밀 병기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무패 가도를 달려왔는데 MBS에게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올도어SCC의 비밀 병기.
그것은 바로 연습생에서 1군으로 올린 장양이었다.
1세트, 장양 대 박신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방진호 감독의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역시나 장양의 출전은 예상 못 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인류 대 괴물.
종족 상성상 박신이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박신은 과감하게 8병영 빌드를 시도했다.
8번째 건설로봇으로 병영을 짓고 곧바로 보병을 뽑아 일꾼을 동반한 공격을 시도하는 기습 작전이었다.
하지만,
“이겼어.”
그걸 보고서 이신이 나직이 확신했다.
최환열도 그걸 보며 껄껄 웃었다.
“장양한테 저건 웬만해서는 안 통하지. 나한테 하도 당하면서 연마됐거든.”
예상대로였다.
일벌레 6마리로 맞선 장양은 거의 초정밀 기계 같은 컨트롤로 정확하게 보병을 먼저 잡아냈다.
그리고 부채꼴로 펼친 대형으로 계속 전진, 뒤이어 생산되어 달려오는 보병을 또다시 잡아내 버렸다.
컨트롤에 있어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장양!
컨트롤, 멀티태스킹, 계산 능력에 있어서는 거의 완전체라고 봐도 무방한 장양!
생산된 바퀴와 함께 역습을 간 장양은 인류의 본진 수비를 간단하게 박살 내놓았다.
-Good_jjab : GG.
박신에게서 GG를 받아낸 장양은 조금은 뚱한 표정으로 팀 벤치로 돌아와 이신을 바라보았다.
“허무하게 끝나서 아쉬워?”
이신의 물음에 장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신은 그런 장양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럴 때도 있는 거야. 승리는 승리야.”
“그래도 프로리그 데뷔전이었는데 아쉽겠네. 뭔가 좀 더 멋진 장면 만들어냈으면 좋았을걸.”
2세트, 주디는 오랜만에 패배를 기록했다.
상대는 바로 함께 이신에게 배웠던 정다울이었다.
그동안 실력이 많이 는 정다울이었기에 주디도 방심하지 않고 임했다.
하지만 빌드 상성이 심하게 엇갈렸다.
정다울은 센터 2참회실의 초반 러시.
주디는 초반에 무방비 상태인 생 더블이었다.
결국 허무하게 지고 돌아온 주디는 고개를 숙인 채 벤치 구석에 처박혔다.
“내 차례군.”
3세트 차례가 되자 이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MBS 측은 인류 플레이어 김영표가 출전했다.
인류 대 인류 전에 강한 선수로, 방어 위주의 소극적인 플레이에 개성도 없어 수면제 인류라는 별명을 가진 MBS의 전형적인 투명망토군단의 일원이었다.
‘마침 잘됐군.’
이신은 내심 차이를 의식했다.
개인리그 32강 첫 경기에서 이신은 차이와 한 판 붙게 된다.
때마침 상대가 인류.
심지어 맵도 똑같은 ‘투지’였다.
아마 차이는 이 경기에서 이신이 김영표를 어떻게 격파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것이다.
그렇다면 차이에게 많은 정보를 줘서는 안 된다.
‘역이용하자.’
마치 보란 듯이, 이신은 신족을 골라 버렸다.
-아! 신족을 선택한 이신 선수!
-예, 이신 선수에게는 인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인류 하나도 강한데, 이제 신족도 하고 괴물도 해요!
-인류 대 인류 전을 잘하는 김영표 선수에게 떡하니 신족을 꺼내드는 이신 선수! 김영표 선수는 신족한테 약하거든요! 아아!
-신의 아성을 위협하는 수많은 적수가 탄생했습니다만, 이신 선수를 상대하기란 더 골치 아파졌어요! 뭐 저렇게 생겨먹은 선수가 다 있나요?!
내 신족을 어떻게 상대할 것이냐?
이신은 그렇게 김영표가 아닌 차이에게 묻고 있었다.
거신병기가 정찰기와 함께 맵을 활보하며 꾸준하게 곳곳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며 센터를 장악했다.
계속 센터를 휘어잡고 상대를 압박.
그러면서 확장 기지를 가져가고, 추가 병력을 뽑아 센터로 합류시킨다.
센터를 돌아다니는 병력 덩어리가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갔다.
손지훈의 주특기인 스노우볼 운영이었다.
이신이 굴리는 스노우볼은, 정말 눈 쌓인 비탈길을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김영표도 그 스노우볼이 계속 커지게 가만 놔둬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병력이 한계까지 모였을 때, 일제히 치고 나왔다.
그때마다 눈덩이를 굴리는 이신의 솜씨는 절묘하기 짝이 없었다.
정면충돌을 피하며 병력을 우회시켰다.
그러면서 도리어 역으로 김영표의 확장 기지를 치며 빈집털이를 하려는 모션을 취했다.
김영표가 어쩔 수 없이 병력을 회군시켜 방어하자, 얄밉게도 썰물처럼 후퇴했다.
그 같은 방식으로 계속 시간을 벌면서, 이신은 확장 기지를 계속 추가해 나갔다.
지속적으로 센터를 돌아다니며 곳곳을 압박해 인류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이신의 운영은 완벽에 가까웠다.
***
“차이야. 이신 이기고 싶지?”
박진수가 문득 물었다.
“당연하죠.”
이신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신족을 이겨야 해.”
그 말에 차이는 씨익 웃었다.
“32강전에서 선생님은 제게 신족을 안 쓸 거예요. 지금 건 그냥 저를 긴장시키려고 신족을 보여주시는 거죠.”
이에 대해서 박진수는 별반 반박을 하지 않았다.
이신을 가장 잘 아는 건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2강은 그렇다 쳐도 계속 올라가서 다전제에서 또 마주치면 결국 신이는 네게 신족을 꺼내들 거야.”
“그렇겠죠.”
“그럼 저 아바타를 잘 봐.”
두 사람은 이신이 병력과 함께 데리고 다니는 아바타 2기에 주목했다.
센터를 활보하던 이신의 병력 덩어리가 6시 확장 기지를 공격했다.
김영표는 본진 병력을 움직여 그쪽의 방어선을 전력을 실었다.
시작되는 싸움!
-퍼퍼퍼펑!
-으악!
-아악!
-콰르릉! 퍼어엉!
대병력끼리 맞붙은 대회전!
“잘 봐. 아바타는 마법을 안 쓰고 있지?”
박진수의 지적대로였다.
아바타 2기는 가만히 있었다.
보통은 봉인 마법을 펼쳐 상대의 기동포탑들을 봉인시켜 버릴 텐데 말이다.
이신은 계속 싸우지 않았다. 적당히 병력 교환만 한 뒤에 일제히 후퇴했다. 굳이 여기서 승부를 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병력 교환을 할 생각이군요? 자원을 많이 먹은 신족이 병력 물량 회전이 훨씬 빠르니까요.”
차이의 말에 박진수는 고개를 저었다.
“최영준이라면 그렇게 했겠지. 미친 물량으로 계속 몰아치면서. 하지만 저건 최영준이 아니라 이신이야.”
병력이 썰물처럼 후퇴할 때, 문득 아바타가 김영표의 본진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차이의 두 눈이 커졌다.
한 번 충돌을 일으켜 김영표의 병력을 끌어들였다.
그러고는 본진으로 파고드는 아바타 2기!
아바타 2기가 소환 마법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