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1
220화 전쟁(1)
모두가 기다려 왔던 순간이 왔다.
개인리그 본선 조 지명식.
32명의 선수가 4명씩 8개 조로 구성되고, 조마다 2명씩 16강 진출자를 뽑는다.
조 지명식은 바로 그 조를 구성하는 이벤트였다.
-자, 이 나라에서 가장 강한 32인이 이 자리에 모두 모였습니다.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는 역대 최고의 개인리그가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1조의 시드권자부터 지명을 하겠습니다.
-1조의 시드권자는 말이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지난 개인리그의 우승자, 이신입니다!
지난 개인리그 우승자인 이신이 가장 먼저 지명권을 갖게 되었다.
8개 조마다 시드권자가 한 명씩 있는데, 그 시드권자들은 지난 개인리그에서 8강에 진출한 선수였다.
이신은 시드권자들을 제외한 24명의 선수 중에서 한 명을 자신의 조로 지명할 수 있었다.
-자, 이신 선수! 누구를 지명할 생각이십니까?
사회를 맡은 캐스터 이병철이 물었다.
마이크를 받은 이신이 입을 열었다.
-우승까지 긴 여정을 걸어야 하는 입장에서 골치 아픈 상대를 미리 치워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 가장 골치 아픈 상대를 이번 32강의 조별리그에서 미리 치워버리겠다고요?
-예.
-그러면 미리 맞부딪치기보다는 다른 강한 상대와 싸워서 둘 중 하나가 떨어지게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요?
-먼 곳에 보내놔도 결국은 결승까지 올라와 저를 가로막을 상대라고 생각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각 조의 시드권자들을 제외하고, 이신 선수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고 생각되는 선수가 지명을 받을 것 같습니다. 자, 이신 선수! 지명을 해주십시오!
이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24인의 선수들은 모두 긴장했다.
이신은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24개의 명찰을 쭉 둘러보다가 문득 마이크를 들었다.
-차이.
“네?”
가만히 구경하던 차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 오기 전에 내가 말한 것 기억나?
스태프가 차이에게 마이크를 가져다주었다.
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린 모두 우승후보고 여기서는 같은 팀이 아니라 서로 경쟁자라고요.
-알면 됐어.
이신은 차이의 이름이 쓰인 명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1조, 자신의 이름 바로 아래에 붙어버렸다.
“오오오!”
“어어?”
관객석이 술렁였다. 선수들도 깜짝 놀랐다.
놀라지 않은 사람은 이 자리에서 차이뿐이었다.
같은 팀끼리는 되도록 서로 만나지 않도록 지명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이신은 그걸 파괴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수제자인 차이를 말이다.
같은 팀이고 제자고 뭐고 보지 않는 파격적인 지명이었다.
-아니, 이신 선수! 같은 팀 선수이자 심지어 아끼는 제자인 차이 선수를 지명했습니다! 정말 실수가 아닙니까?
-예, 진심으로 골랐습니다.
-아, 스스로 키운 제자인데 이번 대회에서 빛을 보게 하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그런 생각은 오늘 이 자리에 온 순간부터 집어치웠습니다. 차이도 나를 물어뜯기 위해 벼르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
-네.
차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차이는 도리어 지명받은 것을 기뻐했다. 이신이 조 지명식부터 견제하는 것은, 강력한 적수로 인정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더 높은 곳에서 다전제에서 붙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캐스터 이병철의 질문에 이신은 웃음을 띠었다.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점점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안 가리게 되더군요. 난 청출어람을 원하는 마음 좋은 스승이 못됩니다.
“오오오오!”
“와아아아!”
팬들의 환호가 잇달았다. 첫 지명부터 전혀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전개였다.
두 번째 지명은 지난번의 준우승자인 신지호였다.
신지호는 평범하게 MBS의 괴물 플레이어 최찬영을 지명해 2조로 데려왔다.
지난 개인리그에서 4강에 진출했던 박영호는 쌍성전자의 신족 플레이어 남궁민재를 지명.
마찬가지로 4강 진출자인 최영준은 존을 지명했다.
-신족을 상대로 약한 것 같아서 지명하게 되었습니다.
본선 첫판부터 광기신족과 붙게 된 존은 울상이 되어버렸다.
그밖에도 8강 멤버인 광전사 오광태는 주디를 지명했다.
CT의 에이스로 명성을 떨치는 괴물 플레이어 이철한은 JKT의 신족 플레이어 장민태를 지명했다.
다른 시드권자들도 각각 지명을 한 가운데, 지명 순서는 이제 1조로 뽑힌 차이의 차례가 되었다.
-자, 차이 선수. 지난번에 쌍성전자를 올킬시킨 대활약으로 일약 스타가 되셨는데요, 스승의 지명을 받은 소감이 어떠십니까?
-저를 강력한 적수로 인정해 주셔서 너무 뿌듯합니다. 저도 기쁜 마음으로 스승님을 떨어뜨리기 위해 제 지명권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 사제대결이 조 지명식부터 치열하게 전개되네요. 정말 특이한 사제지간입니다. 혹시 평소에 한 집에서 같이 살면서 스승님이 괴롭히거나 그러지는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음식 투정도 안 부리시고요.
차이의 말에 관객석에서 웃음이 퍼져 나갔다.
캐스터 이병철은 웃으며 이번에는 이신에게 물었다.
-이신 선수, 제자가 아주 위험한 야심을 품고 있네요. 혹시 차이 선수가 평소에 밥에다가 독을 풀거나 하지는 않습니까?
“깔깔깔!”
“독이래.”
관객들도 선수들도 웃었다.
-싱거운 미나리무침으로 가끔 저를 괴롭히곤 합니다.
이신의 대답에 웃음은 더욱 커졌다.
-자, 싱거운 미나리무침을 즐겨 만드는 차이 선수! 지명을 해주세요!
웃음소리와 함께 차이가 사뿐사뿐 소풍 나오듯이 해맑게 무대로 나왔다.
그리고 해맑은 얼굴 그대로,
“어어어?!”
“오오오!”
“우와아아!”
“미쳤어!”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차이는 아주 해맑게, 황병철의 명찰을 집어 1조의 세 번째 칸에 넣어버린 것이다!
이신, 차이, 황병철!
1조가 한 순간에 죽음의 조가 되어버렸다.
경악의 도가니가 된 가운데, 캐스터 이병철이 놀라서 물었다
-아니, 차이 선수! 황병철 선수를 지명하다니, 이게 무슨 일이니까?
-진지하게 계산을 해보고 내린 제 답이었습니다. 선생님을 떨어뜨리기 위해 누구보다도 가장 선생님을 이기기 위해 연구해 온 황병철 선수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아, 정말 무서운 제자입니다. 스승을 떨어뜨려 버리기 위해 스승의 천적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차이 선수는 황병철 선수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네.
차이는 간단한 대답으로 다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렇게 각 조의 2번째 선수들이 모두 지명권을 사용한 가운데, 이제 순서가 1조의 3번째 선수 황병철에게 돌아왔다.
-자, 스승을 떨어뜨리려는 제자의 음모에 이용된 황병철 선수! 소감이 어떠십니까?
-그건 지명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황병철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이윽고 황병철이 무대 위로 성큼성큼 걸아 올라갔다. 그리고는,
-오!
캐스터 이병철이 감탄했다.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
황병철이 지명한 선수는 바로 사나다 료였다.
올도어SCC의 무패행진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으로, 마술 같은 운영과 항공모함 컨트롤로 명성을 떨친 사나다 료를 말이다!
새로 나타난 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사나다 료까지 합류하자, 1조는 그야말로 완벽한 죽음의 조가 되어버렸다.
이신, 차이, 황병철, 사나다 료!
32강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소름 끼치는 조합이었다.
당황스러운 심정을 너털웃음으로 표현하는 사나다 료의 모습이 대형화면에 잡혔다.
-와! 사나다 료 선수까지 1조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사나다 료 선수는 재작년에 전 일본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대단한 선수로 올도어SCC에 합류하면서도 맹활약을 보인 바 있습니다! 황병철 선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황병철이 마이크를 잡았다.
-두 놈…….
첫 마디를 내뱉었다가 황병철은 꾸벅 고개 숙여 사과를 표하며 다시 말했다.
-저 두 선수의 행태가 가관이라 아주 지옥을 선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하하하!”
“우와아아!”
“황병철! 황병철!”
“이단자 만세!”
-아아, 32강전부터 1조를 올도어SCC의 내전으로 만들기로 작정하셨던 겁니까?
-그런 심보도 있지만, 일단 괴물인 제가 상대하기 쉬운 신족 중에서, 저 두 사람도 꺾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선수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사나다 료 선수는 그만한 저력이 있고, 같은 팀이니 두 사람에 대해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조의 선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1조의 구성이 그야말로 헬(Hell)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신 선수와 차이 선수도 이번 조 구성에 대해서 소감 한 말씀씩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신이 입을 열었다.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기대됩니다.
이어지는 차이의 소감.
-료 형에게는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선생님을 위협할 수 있는 또 한 사람이 합류해 주어서 기쁩니다.
그리고 사나다 료가 매우 유창해진 한국말 솜씨로 말했다.
-예, 많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결국은 부딪쳐야 할 상대들이었습니다. 강한 적을 모두 운 좋게 피해 다니며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얻은 좋은 성적이 자랑스럽지도 않고요. 그리고 제 각오를 말씀드리자면,
사나다 료는 매력적인 웃음과 함께 차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차이, 내게 미안한 생각을 가질 필요 없어. 조만간 내가 너에게 미안하게 될 거야.
차이도 웃었다.
도전과 승부욕으로 가득한 1조의 선수들에게 관객들은 열렬한 갈채를 보냈다.
1조의 네 사람이 보여준 지명과 인터뷰는 강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혼이 있었다.
그날, 인터넷뉴스가 조 지명식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도배되었다.
흥분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아주 뜨거웠다. 며칠이 지나도 죽음의 1조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우와, 1조 구성 완전 예술이다.
-이신은 피도 눈물도 없고, 차이는 독하고, 황병철은 대담했다.
-사나다 료 : 난 무슨 죄냐ㅠㅠ
-ㅋㅋㅋㅋㅋ료 불쌍해.
-차이도 만만찮게 독한 놈이더라. 황병철을 지명할 생각을 다 하지ㅋㅋ
-내가 볼 때 신과 이단자가 16강 올라간다. 차이는 이신에게 지고 패자전에서 사나다 료 이기고 올라가서 황병철한테 지겠지. ㅇㅈ?
-내가 보기에 신께서 처음으로 탈락의 굴욕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조 선수들 : 아싸 개이득!
-죽음의 1조고 나발이고, 주디 파이팅♡
-신지호가 1조를 보고 좋아합니다.
-저 난리를 틈타 쌍영은 꿀을 빨았다.
-박영호가 제일 이득 본 거 아니냐?
-신 님 이기세여ㅠㅠ
이 같은 한국의 뜨거운 반응에, 이신에 주목하는 전 세계 e스포츠계도 1조의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스승을 향해 칼을 뽑은 차이는, 이신이 직접 기른 수제자였기에 외신이 흥미를 느낄 만한 스토리가 있었다.
태국에서는 자국 출신 선수인 차이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았다.
한국 e스포츠 협회는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입이 귀에 걸렸다.
핫한 매치가 너무 빨리 성사된 것은 아쉬웠지만, 어쨌거나 개인리그의 흥행은 이제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