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4
23화 코치(2)
“뭔 기자가 이렇게 많아?”
방진호 감독이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박상혁 단장도 긴장으로 굳기는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득시글거리는 기자들 앞에 서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글라스를 낀 이신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저쯤은 돼야지.’
e스포츠 관련 언론뿐만 아니라, 연예부 기자들까지도 모였다.
이신의 치명적인 손목 부상과 관련해 온갖 루머가 난무했고, 결국 어떤 정황도 밝혀지지 않은 채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조금 잠잠해졌나 싶었을 때, 이신은 다시 경기장에 나타나 깜짝 해설까지 하며 다시금 관심에 불을 지펴놓았었다.
그러니 기자들이 벌 떼처럼 모여든 건 당연했다.
이신은 문을 열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긴장한 기색 따윈 전혀 안 보였다.
“저놈은 전혀 안 쪼는군.”
“천생 스타잖습니까.”
부랴부랴 방진호 감독과 박상혁 단장도 따라 들어갔다.
찰칵찰칵! 찰칵!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그럴 줄 알고 선글라스를 꼈기에 이신은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에…… 저희 MBS팀은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하여 이신 선수를 코치로 영입하기로 하였고…….”
박상혁 단장이 주절주절 발표문을 읊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잠자코 발표가 끝나고 질문 타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발표가 끝났다.
기자들이 벌 떼처럼 질문을 퍼부었다.
이신은 손을 들어 제지하고는 한 명씩 지목해 질문을 받았다.
“괴한의 습격으로 부상을 당하셨는데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회견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다른 기자가 지목 받아 질문했다.
“습격과 관련하여 온갖 음모설에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짐작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범인이 잡히지 않은 이상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설에는 황병철 선수의 사주라는 루머까지 나도는데요.”
“같은 대답 반복 안 합니다. 다른 분.”
이신은 자극적인 질문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기자들은 집요했다.
“황병철 선수의 작년 후반기 개인리그 우승은 이신 선수의 부상 덕분인데요, 사건 배후에 황병철 선수 측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저런 무례한 질문은 삼류 스포츠 신문사 기자의 것이었다.
이신은 표정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황병철 선수가 큰 무대에서 저를 만나면 늘 멘탈이 맛이 가곤 했습니다만, 그 정도는 아닐 겁니다.”
기자들이 또다시 웃었다.
방진호 감독은 질린 얼굴로 이신을 바라보았다.
‘저딴 소릴 서슴없이 지껄이니 친구가 없지.’
“이제 선수로서는 은퇴하신 겁니까?”
“손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선수 복귀는 시기상조입니다.”
여러 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간 후에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일어서서 함께 손을 모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성적저조 MBS의 초강수는 ‘이신 코치’] [신의 귀환!] [MBS 코치로 돌아온 이신, “선수 복귀도 고려”] [이신, 황병철 선수 관련 음모설에 대해 “그 정도로 맛 가진 않았을 것”] [코치로 복귀한 이신, 해외언론의 주목도 이어져] [방 감독과 이신, 앙숙의 기묘한 재회] [방진호 감독의 삼고초려? 이신 영입 성공!] [화제의 이신 슈트 패션]팀을 상징하던 간판 에이스 신지호를 잃은 이후 MBS팀은 오랜만에 주목을 받았다.
그야말로 이신 효과!
신지호가 떠난 이상 MBS팀의 유일한 스타는 방진호 감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다.
실력과 별개로 MBS팀에는 신지호 외에 스타성이 있는 선수가 전혀 없었다. 그런 MBS팀에 새로운 스타가 영입된 것!
물론 선수가 아닌 코치였지만.
이신과 방진호 감독, 그리고 박상혁 단장이 함께 찍은 사진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온통 점령했다.
특히나 감색 슈트를 입은 늘씬한 이신의 외모는 많은 화제가 되었다.
-슈트 입은 신 오빠 ㅠㅠ 살아 있길 잘했어! ㅠㅠ
-오빠가 돌아왔다!
-이제 MBS팀으로 갈아타야 할 때가 왔구나.
-신 오빠 슈트 패션을 보기 위해서라도 MBS 경기는 챙겨봐야 할 듯!
-전 부산이라서 너무 멀어요. ㅠㅠ 대신 온라인 관람권은 꼬박꼬박 살 거예요. 우리 불쌍한 이신 오빠에게 힘이 되어드려야죠. ㅠㅠ
-이신교도들이여 돌아와라!
-신께서 부활하셨다! 이신교 교도들 다시 집합!
-MBS 경기 입장권 팔리는 소리 들린다.
-ㅋㅋ코치 보려고 경기장에 ㅋㅋㅋㅋ
-저 슈트 어디 브랜드임?
-님들 이신 슈트 브랜드 좀…….
-저 슈트는 이신교에서 투표를 거쳐 선별해 바친 공물입니다. 역시 잘 어울리네요. ^^
-ㅋㅋㅋ 근데 댓글에 MBS 선수들 얘긴 하나도 없음 ㅋㅋㅋ
-ㅋㅋㅋ 역시 MBS 투명선수단!
-MBS 선수들 단체로 투명망토 쓴 걸로 유명함 ㅎㅎㅎ
-원래 신지호와 암흑사제군단이었는데, 이제 신을 섬기는 진정한 암흑사제군단이 된 것임!
그렇듯 다시 돌아온 이신에 대한 주목은 고스란히 MBS팀의 인지도로 이어졌다.
후반기 프로리그를 앞두고 MBS팀은 예상 밖의 호재를 만난 셈이었다.
“화재성도 노리긴 했지만 이 정도로 홍보 효과를 거둘 줄은 몰랐는데.”
박상혁 단장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이신의 연봉 1억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이제 보니 팀 인지도 상승효과만으로도 본전 이상은 거둔 셈이었다.
‘이제 팀 성적만 좋아지면 된다.’
에이스 신지호를 지키지 못했기에 어렵긴 하지만, 이신의 코칭 효과가 나타나 선수들의 역량이 상승하면 바닥을 기는 성적도 호전될지 몰랐다.
박상혁 단장은 MBS팀의 밝은 앞날을 꿈꾸기 시작했다.
***
MBS팀의 연고지는 목동.
팀 연습실은 MBS방송국 5층에 위치한다. 언뜻 보면 PC방을 연상케 하지만, 엄연히 수많은 선수가 인생을 걸고 있는 장소다.
선수들이 한참 연습 게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연습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나타났다.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선수들은 일제히 인사했다. 방진호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는 대충 인사만 한 뒤 다시 게임에 전념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다들 방진호 감독과 함께 온 남자에게 주목했다.
“자, 다들 잠깐 주목!”
방진호 감독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선수들은 게임을 종료하고 감독을 응시했다.
“자, 누군지 알지?”
방진호 감독은 자신이 데려온 젊은 미남자를 가리켰다.
인터넷 뉴스에서 화제를 뿌렸던 감색 슈트를 입고 나타난 25세의 훤칠한 청년.
e스포츠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 수밖에 없는 얼굴이었다.
“이신입니다. 오늘부터 코치가 되었습니다.”
이신이 말문을 열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선수도 몇몇 있었기에 인사는 정중하게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결코 정중하지 않았다.
“암흑사제들이라 불리는 여러분 중에서 스타를 키워내는 것이 코치로서의 제 첫 목표입니다.”
암흑사제는 보이지 않는 암살자 콘셉트의 신족 유닛. 그리고 ‘투명망토군단’과 함께 MBS팀 선수들의 별명이기도 했다.
당연히 선수들의 표정이 일제히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