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7
256화 초대(3)
“너무 그렇게 기분 나빠 하지는 말게. 기회는 오늘만 있는 게 아니니까.”
대놓고 짜증난 표정을 한 이신을 나폴레옹이 타일렀다.
뭔가가 생각났는지 나폴레옹은 오른손 중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뺐다.
“아직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이게 유용한 선물이 될 수 있겠군.”
휙 던진 반지를 이신은 받아 들었다.
“이게 뭡니까?”
“손님을 초대해 놓고 제대로 대접을 못한 무례에 대한 사과의 의미일세.”
나폴레옹은 자신의 양손을 펼쳐 보였다.
그는 열 손가락에 모두 반지를 끼고 있었다. 방금 빼준 중지를 제외하고 말이다.
이신이 오른손 검지에 끼고 있는 것처럼, 저 반지들도 각기 무언가 능력이 깃들어 있으리라 추측되었다.
“약지에 낀 반지가 더 좋은 거지만, 남자에게 약지 반지를 선물하면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썩 좋은 기분이 아니니까.”
그러면서 사도들과 함께 유쾌하게 웃는 나폴레옹이었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짜증이 사라지지 않은 이신의 얼굴 표정은 별로 감사한 눈치가 아니었지만, 나폴레옹은 그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나 버렸다.
잠시 후, 이신 일행도 그레모리의 궁전으로 돌아왔다.
“선물을 받았군요?”
그레모리는 오른손 중지에 끼워진 반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 반지에 어떤 능력이 들어 있는지 아십니까?”
“물론이죠. 악마군주 아가레스의 권능 중 하나가 깃들어 있네요.”
“아가레스의?”
“네, 악마군주 아가레스는 지진을 일으키고 세상의 모든 언어를 알고 있죠. 그 반지는 인간의 언어를 알게 해주는 능력이 깃들어 있네요. 마력을 주입하면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통역 반지로군요.”
듣고 보니 확실히 유용해 보였다.
하지만 나폴레옹과 모의전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아쉬움을 달랠 정도는 아니었다.
‘통역은 사람을 고용하면 그만인데.’
선물을 받아도 고마운 줄을 모르는 이신이었다.
***
다음 날,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할 때였다. 같이 식사를 하던 제자들 중 주디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 반지는 뭐예요?”
평소에 이신을 면밀히 관찰하는 주디가 아니더라도, 손에 반지가 두 개나 끼워져 있으니 눈에 안 띨 수가 없었다.
“선물 받았어.”
나폴레옹에게 선물 받은 반지라고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신은 적당히 둘러댔다.
“검지에 낀 반지 선물해 준 그분이요?”
“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 반지인가요? 아무리 찾아봐도 안 팔던데.”
“선생님하고 똑같은 반지 끼고 싶어서 막 찾아봤나 봐?”
존이 음흉하게 웃으며 물었다.
찔끔한 주디가 빨개진 얼굴로 둘러댔다.
“디자인이 예뻐서.”
“선생님과 똑같은 반지 끼고 싶은 게 아니고?”
“그러니까 디자인이 좋아서 그런 거래도.”
키득거리는 차이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는 장양.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연습실에 출근했다.
“료, 연습 도와줘.”
“옛!”
이신의 8강전 상대는 최영준.
이에 대한 대비로 결정된 연습 상대는 단연 사나다 료였다.
***
“야, 너 정말 오랜만이다.”
“하여간 얼굴 보기가 힘들어.”
“e스포츠 스타님인데 당연하지.”
“쟤 대체 연봉이 얼마야? 2억? 3억?”
“더 많을걸? 쌍성전자잖아.”
“와, 부럽다. 나도 졸업하고 쌍성에 취직하고 싶은데.”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며 알은체를 했다.
올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처음으로 만나는 고교 동창 친구들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연습 때문에 바빠서 절대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을 최영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리그 준비 때문에 연습을 과도하게 하다가 감독에게 휴식을 ‘명령’받았다.
하루를 놀게 된 최영준은 그제야 몇몇 친구에게 연락했고, 친구들끼리 서로 연락해서 동창회 규모로 모임이 형성되었다.
“근데 진짜 많이 모였네. 영준이가 쏜다면서?”
“돈 진짜 많이 깨지겠다.”
“뭐 어때! 연봉이 억대인데. 아오, 나도 고딩 때 게임 좀 열심히 하는 건데!”
“열심히 한 덕분에 그 대학 간 거잖아.”
“뒤질래?”
낄낄거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최영준은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다들 대학에 막 입학한 신입생들이었다.
오리엔테이션, 엠티, 연애, 군대, 취업…….
대학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로 친구들은 열띤 이야기를 했다.
그중에 최영준이 알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영준이는 좋겠다. 취업 걱정이고 뭐고 할 필요가 없어서.”
“군대도 공군 프로팀 가면 되잖아.”
“몇 년 안 지나서 평생 먹고 살 만큼 벌걸?”
최영준은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 역시 많은 고충이 있었다.
받는 연봉만큼 팀의 에이스로서의 책임이 있다는 것. 패배의 고통이 너무나 아프고 두렵다는 것.
좋아하는 게임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행복은 프로가 되면서 깨어진 지 오래.
더 이상 게임은 재미가 아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생업이 되었다.
사소한 일로 걱정하는 친구들이 차라리 부러웠다.
“근데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한 친구가 문득 물었다.
“뭔데?”
“8강전 다음 상대. 좀 예민할 땐가?”
최영준은 피식 웃었다.
이신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리라. 이신은 이 나이대 모두의 우상이었으니 말이다.
“괜찮아. 물어봐.”
“이신이랑 전에 싸워봤잖아. 어땠어?”
“3 대 0 스코어 보면 모르겠냐? 진짜 잘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해.”
최영준의 핀잔에 친구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그래도 전에 한 번 이기지 않았나? 너 개인 방송하다가 Player_SIN이랑 했잖아. 운영 싸움에서는 네가 이겼었는데.”
“오, 나도 그거 봤어!”
“건빵들은 다 입 다물어라. 난 영준이한테 별사탕 300개 쐈거든?”
“난 건빵이지만 추천은 늘 눌러준다고.”
“나도 개인 방송으로 봤어. 둘 다 존나 잘하더라.”
“나도. 와, 물량이 그냥…….”
친구들이 열띠게 이신과 최영준의 실력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게임에 관심을 가져 주는 친구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근데 이신, 그 새끼는 진짜 괴물 아니냐? 게임을 처음 시작한 게 고3 때였다면서?”
“그리고 스무 살에 무패우승이랑 무패 금메달이랑 다 해먹었지.”
“근데 웃기는 게 이신은 그 와중에 중상대 갔다더라.”
“원래 서울대 장학생으로 갈 실력이었는데 그나마 게임에 미쳐서 중상대 간 거라더라.”
“근데 어떻게 게임한 지 1년 만에 우승을 하지?”
“천재지. 영준이도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이신은 그냥 뭐 미친 천재지 뭐.”
이어지는 이신에 대한 이야기.
최영준도 8강전에서 곧 맞붙게 될 이신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자신의 나이에 이미 세계 정상에 서 버린 남자.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신.
‘정말 상상이 안 간다.’
19세라는 늦은 나이에 게임에 입문했는데, 어떻게 이듬해에 당연하다는 듯이 전 세계에 적수가 없는 절대자가 될 수 있을까.
부상으로 1년이나 쉬고 돌아왔는데 어떻게 그토록 강할 수 있을까.
26세의 나이에도 뱀파이어처럼 건재한 채 여전히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희대의 천재.
신의 축복을 받은 남자.
인간이 아닌 다른 종(種)처럼,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것처럼, 데뷔부터 지금까지 당연하게 권좌에 앉아 있는 사람에 대하여 경외를 느꼈다.
“무슨 생각 해? 갑자기 말이 없어.”
친구가 상념에 잠겨 있던 최영준을 일깨웠다.
그제야 생각에서 깨어난 최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수로 이겨야 하나 궁리하고 있었다. 니들은 뭔가 좋은 아이디어 없냐?”
“우리한테 그런 걸 왜 물어?”
“여기 있는 놈들 다 D등급도 안 되는 허접들이야.”
“마치 넌 허접이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영준아, 내가 좋은 아이디어 알려줄게. 너도 신족 말고 다른 종족으로 하는 거야. 괴물 골라서 4일벌레 러시 어떠냐?”
“이신 건설로봇은 바퀴보다 강하거든?”
“말하는 것 봐라, 저 자식 이신교 끄나풀 냄새가 나는데?”
왁자지껄하는 친구들의 잡담 속에서 최영준은 그저 즐겁게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고, 이 자리에 없는 이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녁 8시.
2차를 가자고 꾀는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습실로 돌아갔다.
늦은 시간에 최영준이 나타나자 다른 선수들의 눈길이 모여들었다.
“최영준, 너 오늘 쉬라고 했는데 왜 나타났어?”
오준환 코치가 말했다.
“많이 쉬었어요. 게임하고 싶어요.”
“쯧쯧, 게임 폐인 같으니.”
오준환 코치의 말에 최영준은 킥킥 웃었다.
“지호! 그만하고 영준이 연습 상대 좀 해줘라.”
“예.”
신지호가 최영준의 연습상대가 되어주었다.
신지호는 방어적인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보다 공격적인 빌드 오더로 상대해 주었다.
그러나 최영준과 함께 쌍성전자의 더블 에이스인 신지호의 기량은 어딜 가지 않았다.
앞마당 확장 후에 자원을 쥐어짜서 6기갑정거장에서 병력을 쏟아내는 파워풀한 공격은 매섭기 이를 데 없었다.
고속전차들이 끊임없이 질주하며 지뢰를 매설하고 일꾼을 테러했다.
하지만 연습이 계속될수록 인류의 기갑 체제에 대항하는 최영준의 디펜스도 점점 좋아졌다.
특히나 빠른 고속 전차의 침투 경로를 차단하는 거신병기의 배치와 움직임이 훌륭했다.
그리고 중후반부터는 활발한 아바타 활용으로 인류의 기갑 체제에 대항하기 시작.
점차 신지호를 상대로 최영준의 승률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인류 상대로는 그 정도면 됐다.”
오준환 코치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다른 종족은 어떻게 할까요?”
이신은 3종족을 모두 다루는 미친 작자였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3종족을 모두 대비해야 하는 골치 아픈 난제가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일단 신족을 배제할 수밖에 없어. 아무리 이신이 잘났어도 너를 상대로 같은 신족을 골라서 동족전을 걸어오지는 않을 거야.”
“그렇겠죠?”
“그래, 오히려 이신이 신족을 고르면 우리로서는 땡큐야. 그렇게 생각하자고.”
“네, 신족은 배제할게요.”
“그럼 이신이 괴물을 골랐을 때의 가능성인데, 그것도 사실 확률이 낮아. 3종족 모두 할 줄 안다고는 하지만, 이신이 괴물로 플레이를 선보인 건 월드 SC 올스타전 딱 한 번뿐이야. 그것도 쐐기충 컨트롤 정도고.”
괴물의 비행 유닛인 쐐기충은 신족을 상대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신족에게는 하늘의 왕자라 불리는 사략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신족의 사략기를 폭탄충으로 모두 격추시켜 버리고 카운터로 쐐기충을 기습적으로 활용할 때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쐐기충으로 신족의 대사제를 저격하는 경우도 있다.
“이신이 괴물로 골라서 잘하는 거라고는 쐐기충 컨트롤 정도야. 그야 워낙에 컨트롤이 좋으니까 스텔스 전투기 다루듯이 했겠지. 하지만 그것만 믿고 너를 상대로 괴물을 고르는 것도 상당한 모험수지.”
“네.”
“그럼 생각해 보자. 총 다섯 세트에서 네 세트는 인류, 그리고 한 세트 정도만 깜짝 카드로 괴물을 고르는 정도.”
오준환 코치의 예측은 매우 타당했다.
하지만 최영준으로서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신의 신족은 최영준보다 못할 것이다.
이신의 괴물은 쐐기충 컨트롤이 전부다.
오준환 코치의 예측은 이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