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7
276화 운영(3)
이신은 그리핀을 추가로 소환했다.
그리핀이 총 4마리가 되자, 그리핀 하나는 이존효를 태우고 나머지 3마리는 석궁병을 2명씩 태웠다.
이신은 이존효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아군 영역을 순찰하며 염탐하기 위해 침범한 적을 남김없이 추살해라.”
“옛!”
“특별히 네가 실력을 발휘해 보아라.”
“예?”
의아해하는 이존효에게 이신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네가 보란 듯이 실력 발휘를 해서 적을 자극하라고.”
설명을 듣자 이존효는 기막히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항우를 도발하는 것이군요! 알겠습니다, 그거라면 제게 맡겨주십시오.”
그 뒤로 이존효는 정말로 이신의 명령을 120% 수행했다.
“항우라는 우둔한 놈은 왜 안 나오는 것이냐?”
“적수가 없었다던 건 나와 같이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
“항우, 이놈! 나와 붙자!”
이존효는 정찰을 하는 적 무리를 만날 때마다 그렇게 소리치며 항우를 자극했다.
그리핀에 탄 석궁병들이 가장 먼저 오크궁기병을 사살.
그리고 이존효가 그리핀을 타고 빠르게 하강하며 귀신같이 혼천절을 휘둘러 오크창기병 2기를 사살했다.
“하하하! 항우 녀석도 이 정도는 못 될 것이다!”
그렇듯 이존효의 도발이 계속해서 항우에게 전해졌다.
항우는 당연하게도 격분했다.
“저런 버러지 같은 놈이 뭐가 어쩌고 어째?!”
“진정하십시오. 적의 도발임이 뻔합니다.”
“그래도!”
항우는 씩씩거렸다.
이존효라고 했던가? 하도 떠들어대는 바람에 그 이름이 항우의 기억에 인이 박혔다.
보아하니 저놈도 자기 시대에는 한가락 했던 놈 같았다.
보아하니 저 이상하게 생긴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솜씨도 그렇고, 살아생전에 항우가 봤던 어떤 장수보다도 강했다.
하지만 자신만큼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었다.
감히 이 초패왕 항우를 우습게보고 저런 도발을 해오다니?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 아무 사도에게나 빙의해서 저놈을 피떡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옆에서 이사가 계속 뜯어 말렸다.
“나중에 실컷 싸우게 되실 겁니다. 지금 저자와 일기토를 벌이겠다고 정신 팔리면 그동안은 운영이 마비됩니다. 서열전은 촌각(寸刻)을 다투는 싸움입니다. 잠깐이라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서열전에 있어서 시간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이사였다.
“그래, 저렇게 뻔히 보이는 격장지계에 넘어가서야 내 체면만 상하지.”
항우는 비로소 끓는 속을 가라앉혔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런 일개 장수와 칼을 섞어봤자 항우 님 스스로를 격하(格下)시킬 따름입니다.”
“그래도 정찰을 보낸 병력이 계속 놈들에게 당하는 건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
항우가 역정을 냈다.
도발로 인한 짜증이 엉뚱한 방향으로 터져 나왔다.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 법이니 더 이상의 피해는 줄여야겠습니다.”
그렇다고 적의 동향을 염탐하는 일을 중단할 수는 없는 법.
“보아하니 이신은 정찰 차단용으로 그리핀을 4마리까지만 소환한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다 많은 오크궁기병을 보내면 됩니다. 저 장수가 제법 용맹해도 화살을 쏴서 그리핀을 격추시키면 그만입니다.”
“그렇군. 그럼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해서 오크궁기병을 10기씩 한 조로 짜서 적진에 보냈다.
이존효가 이끄는 그리핀 편대는 적을 발견했지만 숫자가 많아 덤비지 못하고 그냥 물러나야 했다.
그리핀은 오크궁기병의 화살 공격에 약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까지도 이신은 내다보고 있었다.
이신은 특수병영에서 기사를 딱 2기만 소환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2기의 기사는 질 드 레와 서영이었다.
“질 드 레.”
“예, 주군.”
“네가 책임지고 저 병력을 잡아라.”
“알겠습니다.”
이신은 이 역할을 직접 챙기지 않고 질 드 레에게 일임했다.
질 드 레는 능력을 통해 이신과 똑같이 아군이 미치는 모든 시야를 볼 수 있는 데다가 병력을 20명까지 휘하에 넣어 수족처럼 마음대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질 드 레는 이존효 일행과 서영, 그리고 석궁병 몇 명을 휘하에 포함시켰다.
그리핀 4마리, 이존효, 그리핀에 타고 있던 석궁병 6명, 서영, 그리고 따로 끌고 나선 석궁병 8명까지 총 20개체를 휘하에 넣은 질 드 레는 영역을 침범해 정찰을 하고 있는 오크궁기병 무리를 잡기 위해 출발했다.
“이존효! 적의 위치를 계속 파악해서 내게 알려다오.”
“알겠다, 내게 맡겨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지휘 능력으로 인해 질 드 레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다.
이존효가 그리핀을 타고 다니며 오크궁기병 10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질 드 레는 나머지 병력을 끌고 오크궁기병 무리의 퇴로를 가로막았다.
이신의 진영을 정탐하기 위해 깊숙이 침투한 오크궁기병 무리는 점점 사지(死地)로 몰아넣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휙― 쿠우웅!
투석기가 쏜 바위가 오크궁기병 무리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취이이익!”
“적이다!”
“투석기다!”
그것은 마르몽의 절묘한 작품이었다.
오크궁기병 무리의 이동을 육안으로 확인한 마르몽은 투석기 1기를 따로 빼서 전진 배치시킨 것이다.
투석 한 방에 오크궁기병 무리가 지리멸렬했고, 그 틈을 타서 질 드 레가 총공격을 했다.
“쳐라!”
지상에서 질 드 레와 서영이 돌격. 그리고 하늘에서 이존효가 돌진.
그리고 사방에서 석궁병들이 화살을 쐈다.
오크궁기병은 단숨에 전멸!
이신 측은 석궁병 2명이 사망한 것에 그쳤다.
그렇게 병력을 운용해 소소한 교전에서 계속 이득을 챙겨간 이신.
이에 항우는 격분했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안 됩니다!”
“우리가 또 당하지 않았느냐! 계속 연전연패를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그깟 작은 싸움에서 이긴다고 전쟁에서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뭐?”
“마력석 채집장이 하나 더 많은 우리가 더 유리한 상황입니다. 그깟 싸움 얼마든지 이기라고 하십시오. 그래봐야 유불리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항우는 부들부들 떨었다.
이사는 실수를 했다.
싸움에서 이긴다고 다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항우의 지난 인생을 비난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사에게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범인이 제 발 저리다고 항우의 귀에는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네놈이 전쟁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안다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사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진나라 통일에 기여한 이사에게 던질 질문이 아니었다.
싸움의 전문가는 항우지만, 국력과 외교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전쟁의 구조에 대해서는 이사가 훨씬 전문가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저곳에 이신의 사도가 셋이나 있단 말이다! 그놈들을 처단한다면 네 숫자놀음으로는 3명이어도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공적이다! 이신의 손발이 잘리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어찌 불필요한 싸움이라 하느냐!”
“대저 저 사도 3명이 싸워주기나 한답니까? 항우 님과 마주하면 도망을 다니며 시간을 끌겠지요.”
이사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게다가 저 3명은 이신의 손발이 아닙니다. 이신이 펼치려는 전략의 요채에 저 3인은 별달리 큰 역할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저들은 그저 항우 님을 격분시키기 위해 동원했을 뿐입니다! 바로 이렇게 말입니다!”
“됐다!”
항우가 이사의 말을 잘랐다.
“딱 28명만 동원할 것이다! 내가 이 병력을 데리고 얼마나 잘 싸울 수 있나 보여주겠다.”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 항우에게서 사나이의 기백이 넘쳤다.
장부의 기상이 너무 넘쳐서 이사는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했다.
‘또 저놈의 28명이냐!’
항우가 평소에 자랑스럽게 떠드는 소리가 있었다.
유방의 비겁한 계략에 당해 패주할 적에 항우에게 남겨진 병사라고는 28명뿐이었다.
그때 항우는 그들에게 그 유명한 말을 남기며 결전에 임한 것이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못해서 지은 죄가 아니다.”
“내 오늘 기필코 죽을 각오로 세 번 싸워 모두 이기고 너희를 위해 포위망을 풀며 적장의 목을 베어, 그 사실을 증명해 보이겠다!”
그러면서 항우는 정말로 적 5천여 기병과 싸워 이기고 포위망을 뚫어냈다고 한다.
한나라 장수 양희를 쫓아내고, 도위 한 명을 죽이고, 수십에서 수백여 명을 베었는데, 그렇게 포위를 뚫고 달아나는 데 성공하고 나니 28명 중 2명만 죽어 있었다고 하니 실로 하늘이 내린 신위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머릿수보다 돈이 더 중요하단 말이다!’
이사는 호통이라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서라도 처세술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항우를 뜯어말린다면 설령 이번 서열전에서 이긴다 해도 저자가 앙심을 품고 날 쫓아낼 것이다.’
아랫사람을 씀에 있어 속이 매우 좁은 항우의 성정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이사는 하는 수 없이 차선책을 택했다.
“그렇다면 무작정 적과 싸우려 하지는 마시고, 북서쪽과 남동쪽 방면을 살펴 적이 추가로 가져간 마력석 채집장이 있는지를 확인해 주십시오.”
“알겠다.”
항우는 오크창기병 13기와 오크궁기병 15기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중 사도의 몸에 빙의했다.
“이랴!”
항우가 박차를 가하며 호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기마병들을 이끌고 달려 나가는 기상이 실로 흉흉했다.
이사는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저놈이 내 부하였다면 얼마나 일이 편했을꼬.’
장수로서의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는 항우를 보며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사였다.
그리고 같은 시각.
이신은 질 드 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항우는 아직 병력을 머릿수로 계산하는 것 같다.”
“머릿수로 말입니까?”
“얼마의 마력을 들여서 소환할 수 있는 유닛이냐가 아니라, 그냥 머릿수 말이다.”
“아…….”
“그렇다면 머릿수 계산에서 항우를 즐겁게 해주는 싸움을 하면 되겠지. 내 말이 이해되나?”
이신의 물음에 질 드 레는 씨익 웃었다.
“아주 잘 이해했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기필코 항우를 즐겁게 해서 싸움에 몰두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맡기겠다.”
이신은 질 드 레에게 병력의 지휘권을 맡겼다.
역시 말을 잘 알아듣는 질 드 레가 있으니 편했다.
병력을 끌고 나간 질 드 레는 항우와 부딪쳐 수차례 교전을 치렀다.
싸우고 후퇴하길 반복하며 적을 투석기 사정거리 안으로 유인하는 전법을 반복.
유인과 패주를 반복하며 피해가 많이 발생했지만, 얼마든지 다시 소환할 수 있는 값싼 석궁병에 불과했다.
반면 그보다 더 값비싼 항우의 기마군단도 피해가 속출했지만, 계속 싸웠다 하면 이기고 있어 항우의 기세는 점점 올라갔다.
숫자로 따지면 득이나 마력으로 환산하면 계속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항우는 잘 모르고 있었다.
‘슬슬 때나 됐군.’
이신은 슬슬 항우에게 치명타를 입히기로 작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