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0
309화 향상(2)
늦은 저녁이었지만 어머니는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을 환영해 주었다.
“어이구, 좀 자주 오지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죄송합니다.”
“웬일로 사과를 다 하니? 사람 됐구나.”
기특하다는 듯이 이신의 등을 두드린 어머니는 부리나케 먹을 것을 챙겨주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아버지 또한 서재에서 나왔다.
“왔냐.”
아버지가 가볍게 말을 건넨다.
“예.”
이신도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드리우는 침묵.
어머니가 다과를 가져올 때까지 부자의 어색한 시간은 계속되었다.
“왜 그러고들 있어요? 이거나 드세요.”
부자는 묵묵히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평생을 봐왔던 광경이건만,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어머니는 한숨을 푹 쉰다.
그때, 아버지가 말했다.
“우승했더구나.”
“예.”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우승도 그만큼 했으면 이제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니?”
“좀 무덤덤하긴 합니다.”
“세계대회에서 금메달도 여러 번 땄고, 돈도 평생 먹고 살 만큼 벌었고, 존경도 받고, 그 정도면 게임으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지?”
“예.”
“그럼 굳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보다는 한국에서 계속 하면서 이후의 진로도 함께 모색하는 것은 어떻겠느냐?”
“…….”
이미 이신의 해외 진출 가능성 때문에 언론이 떠들썩했으니, 부모님이 모를 리 없었다.
전 세계에서 이신을 잡고 싶어 하는 상황은 한국 언론을 아주 즐겁게 하고 있었다.
“누구나 밝게 빛나는 시절은 있지. 하지만 그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다.”
“알고 있습니다.”
“아냐, 넌 아직 몰라.”
아버지의 단호하게 말했다.
“그 밝은 빛에 언제까지 취해 있을 수는 없어. 빛은 잠깐이고 네 인생은 아직 길어.”
“…….”
“죽도록 게임이 좋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런 네 삶의 원동력이 사라져 버린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감독? 코치? 그런 것으로 네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난 알 것 같구나. 넌 천성적으로 경쟁을 좋아하는 아이야. 언제나 자신이 최고인 것을 좋아했지. 공부도 그랬고, 어릴 적부터 쭉 그랬어.”
“…….”
“감독? 넌 그런 조역에 절대 만족 못 한다. 무대의 뒤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일 바에는 차라리 미련 없이 떠날 테지. 그때는 무엇을 할 테냐? 지금부터 차근차근 네 삶의 새로운 동력이 될 만한 일을 개척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되지 않니?”
이신은 침묵을 지켰다.
“그래, 신아. 한국에서 계속 활동해도 문제없잖니? 그랑프리? 거기에 나가면 다른 나라 선수들과도 대결할 수 있고…….”
어머니도 조심스럽게 거들었다.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으셨다.
해외 진출을 할 경우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부모님도 충분히 알 터였다.
하지만 늘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해 오셨고, 그렇기에 지금도 그렇게 권하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신이 입을 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요. 하지만 결국은 타당한 선택보다 그렇지 않은 쪽에 더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말한다.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은 아직 온 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더 화려한 전성기가 올 거라고 믿는 게냐?”
아버지가 물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네 열정과 젊은 날의 패기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에는 이제 네 나이가 이제 적지 않잖느냐?”
만 24세.
한국 나이로 26세.
프로게이머로서 이미 노장이라 불릴 나이였다.
얼마 전에 끝난 2021년 전반기 개인리그에서 이신은 최고령 결승진출자 및 최고령 우승자라는 한국 기록까지 수립했다.
아직도 저렇게 강할 수 있다는 게 e스포츠계의 미스터리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렇게 안전하게 물러서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온전한 저의 100%가 아니니까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의 아들은 아직도 여전히 만족을 모르고 야망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아직 갖지 못한 게 있는 사람처럼…….
아버지는 그런 이신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들 놀란 눈으로 그런 아버지를 쳐다봤다.
아버지가 저렇게 웃는 것은 거의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하, 이 미친놈. 하하하!”
“여, 여보?”
“그럼 게임 해야지. 어디 원 없이 마음대로 해봐라.”
“여보!”
어머니가 역정을 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다독이며 말했다.
“소용없어. 저런 놈은 지가 원하는 걸 하지 않으면 안 돼. 끝을 볼 때까지는 누가 말릴 수도 없을 거야. 내가 여태껏 저런 놈한테 게임 관두고 공부하게 하려 했으니 될 리가 있나. 손목이 부러져도 게임을 하는 놈한테 말이야, 하하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내 웃음을 그친 아버지가 물었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구나. 그렇게 만족을 모르고 향상심에 불타 있으면서 왜 여태껏 해외 진출을 하지 않고 있었던 거야?”
“그때는…….”
이신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무언가 말하기를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이내 답한다.
“그대로 외국으로 떠나 버리면, 그땐 정말 제가 혼자가 될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귀찮은 것도 있었다.
굳이 해외로 가지 않더라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있는 곳이 곧 왕좌라고 여겼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족이었다.
그때는 자각하지 못했던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부모님과 다시 화해하고 싶어 했다.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가. 가서 너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와라. 언제 돌아오든 항상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네.”
이신도 그런 아버지를 보며 웃었다.
어머니는 속상해하셨지만 이내 이신의 등을 두드리며 잘 다녀오라고 격려했다.
그날은 이신의 발목을 붙잡던 마지막 족쇄가 풀린 날이었다.
***
프로리그 3라운드는 끝을 모르는 이신의 비상이었다.
올도어SCC도 아예 곧 둥지를 떠날 이신에게 몰아주기로 작정을 한 듯했다.
매 경기에 출전하며, 매번 상대팀 에이스를 저격하는 카드로 쓰였다.
3라운드 첫 상대인 CT를 상대로 출전, 괴물 맵에 출전한 CT의 에이스 이철한을 스텔스 전투기 체제로 잡아냈다.
두 번째 상대는 MBS.
MBS는 선수 리빌딩 실패로 최하위로 추락할 거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맹활약을 펼쳐 중위권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무패가도를 달리는 올도어SCC를 이기기는 무리였다.
수면제 인류라 불리는 김영표는 특유의 안전한 플레이로 장기전을 노렸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견제를 퍼붓는 이신의 십자포화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끝내 샌드백처럼 난타당해 이신의 명경기 희생양 명단에 추가되었다.
세 번째 상대는 쌍성전자였다.
쌍성전자는 이신이 최영준을 노릴 거라고 예상했다.
최근 이신의 기세가 무서웠기 때문에 쌍성전자는 소위 버리는 카드를 내밀기로 했다.
멋지게 성공.
최영준을 노리고 1세트에 출전한 이신은 1.5군 정도의 인류 플레이어인 박화성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이에 보복이라도 하듯이 이신은 핵폭탄을 썼다.
실용성이 없어서 보통은 상대를 조롱하는 세리머니 용도로나 쓰이는 무기였다.
-콰르르르릉―!
한 방에 무너져버리는 확장 기지!
이신은 박화성의 멘탈을 부숴버리려는 듯이 핵폭탄을 계속 날리며 날뛰었다.
그렇게 1승.
버리는 카드로 이신을 상대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처참한 참패로 침울해진 박화성의 멘탈은 쌍성전자도 미처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핵폭탄을 쌍성전자의 벤치에 떨어뜨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로는 사기가 크게 오른 올도어SCC가 계속 몰아붙였다.
사나다 료가 신지호를 꺾는 이변까지 연출하면서 3-1 승리를 거두었다.
네 번째 상대는 화성전자.
이단자 황병철과 이신의 대결이 성사되어서 팬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이신은 패배한 적이 없는 무적의 스텔스 전투기 체제를 꺼내들었다.
이신과 공중전은 하지 말라는 격언을 무시하고, 황병철은 쐐기충과 폭탄충 편대로 정면대결을 펼쳤다.
화려한 공중전의 개막.
황병철은 역시나 황병철이었다.
쐐기충 체제를 택해 공중전을 예고했으나, 스텔스 전투기 편대를 피해 다니며 이신의 본진이나 지상군을 습격하는 여우같은 모습도 보였다.
유령처럼 쫓아오는 스텔스 전투기 편대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시간을 끄는 황병철.
이윽고 괴물여왕을 대동하고서 공중전에 힘을 실었다.
스텔스 전투기만 격파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일합(一合) 싸움.
괴물여왕의 점액에 맞으면 스텔스 전투기들이 일제히 속도가 느려져서 몰살당한다.
이에 대하여 이신은 스텔스 전투기 올인이라는 엽기적인 전략을 펼쳤다.
-이신 선수, 전투기를 2부대나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하, 정말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대결을 보실 수 있겠네요.
스텔스 전투기 2부대가 각기 따로 움직였다.
이신은 손이 4개라도 되는 듯이 2부대를 따로 운용하며 신들린 멀티태스킹을 선보였다.
1부대는 황병철의 공중전과 술래잡기를 하고, 다른 1부대는 본진과 확장 기지를 습격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싸우는데도 2부대가 모두 컨트롤되는 명장면!
결국 확장 기지를 지키기 위해 돌아온 황병철의 공중 전력을 기다렸다가 양방향에서 덮쳐서 대승을 거뒀다.
또다시 명경기에 탄생되었다며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패배를 한 황병철의 얼굴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만 있을 뿐이었다.
다섯 번째 상대는 리그 최하위인 넥스트였다.
3-1 스코어로 승리를 거두었는데, 오랫동안 부진에 빠져 있었던 손지훈이 차이를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해 주목을 받았다.
손지훈은 3라운드 들어서 벌써 3승을 거두었기 때문에 다시 예전 모습을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이신의 치유 능력 덕택에 손가락이 말끔히 나은 손지훈은 서서히 부활을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곧 올도어SCC에 올 선수였기에 최환열도 그런 손지훈의 좋은 모습에 만족스러워했다.
“3라운드 플레이오프 때 무조건 이신을 선봉에 세울 계획입니다.”
올도어SCC의 수석코치 최환열이 깜짝 선언을 했다.
연승제로 진행되는 플레이오프를 이신의 올킬 축제로 만들겠다는 놀라운 포부였다.
최근의 이신은 전성기가 살아난 것처럼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평소에는 다른 팀원에서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빠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3라운드는 매 경기 출전하며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게다가 나설 때마다 명경기 행진!
인터넷이 이신에 대한 찬양으로 도배가 되는 가운데, 서서히 3라운드의 끝이 다가옴에 따라 e스포츠계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한국 프로리그 3라운드가 끝나는 대로 이적 시즌이 시작된다.
돈 좀 있다 하는 세계 강호들이 전부 뛰어들어 이신 쟁탈전을 벌이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