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5
345화 연회(1)
72악마군주의 축제가 상당히 진행되었다.
16팀이 참가하여 두 차례의 대결을 벌였다.
한 번 대결할 때마다 절반씩 탈락했으니, 이제 살아남은 것은 4팀밖에 없었다.
최종 승자의 후보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 것이었다.
생존한 4팀에게는 각기 초대장이 전달되었다.
[마계를 다스리는 72악마군주 중 가장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여 승자가 된 악마군주 및 계약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노라.그대들의 활약을 기리는 연회를 열 터이니, 이들 열둘의 악마군주와 12인의 계약자는 필히 참석토록 하라.]
“연회?”
“네, 필히 참석하라 하니 빠질 수 없겠네요.”
이신의 표정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레모리는 그런 그를 보며 나직이 웃었다. 번잡한 일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이신의 성격을 이제는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이는 단순한 연회가 아닐 거예요.”
“……?”
“마신께서 직접 행하신 연회는 지금까지 72악마군주 중 한 명이라도 빠진 적이 없었어요. 모두를 포용하는 마신의 위대함을 표현하는 것이죠.”
그레모리가 말을 이었다.
“다른 모두를 내버려두고 승자에 속한 열둘의 악마군주만 초대했다면, 이번 연회는 축제의 다음 순서를 정하기 위한 행사일 거예요.”
이신은 그녀의 말을 믿었다.
마신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악마군주인 그레모리일 터였다.
“어찌 되었든 참석 안 하면 안 된다는 뜻이군요.”
“호호, 물론이죠.”
“그렇다면 참가하겠습니다. 다른 많은 계약자를 만나볼 기회가 될 것 같아 그건 좋군요.”
결국 이신은 그레모리와 함께 연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며칠 후, 연회가 열리는 날 이신은 그레모리와 함께 텔레포트로 이동했다.
연회가 열리는 장소는 까마득하게 높이 쌓아 올린 거대한 제단(祭壇) 위였다.
바벨탑이 이렇게 높았을까?
땅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높아서 섬뜩할 정도였다.
“마신의 탑이에요.”
옆에서 그레모리가 설명해 주었다.
“마신께서 행하시는 모든 행사는 이곳에서 열리지요. 72악마군주가 모두 모였을 때는 이 일대가 모두 악마로 가득 차요. 하늘도 땅도 전부요.”
“으스스하군요.”
이신은 이미 악마들이 잔뜩 모인 연회를 그레모리의 궁전에서 겪어본 일이 있었다.
이 일대가 전부 악마로 가득 채워진다면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이리라.
다행히 지금은 악마들이 그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각 악마군주들이 데려온 것으로 보이는 악마들이 연회장을 떠돌았고, 그중에는 평소 궁전에서 자주 봤던 그레모리의 휘하 악마도 꽤 보였다.
“그럼 전 악마군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게요. 그동안 연회를 즐기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홀로 남겨진 이신은 가만히 연회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마침 눈에 띠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왔는가?”
오자서였다.
오자서는 또한 낯이 익은 두 사람과 함께 있었다.
“여어!”
활달하게 손을 흔드는 큰 키의 서양 남자는 다름 아닌 조아생 뮈라.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또 만났군, 비리비리한 군인 녀석.”
기골이 장대한 동양 사내는 바로 항우였다.
조아생 뮈라와 항우가 나란히 있는 걸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둘 다 단순무식에 용맹함으로는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사내들 아닌가.
“잘 어울리는군.”
이신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이어이, 너무 직설적이잖아.”
조아생 뮈라가 껄껄 웃으며 한마디 했다.
항우도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활약은 잘 들었어.”
“들었다고?”
“명성이 자자하던데.”
의아해하는 이신에게 오자서가 웃으며 부연을 해주었다.
“우리처럼 서로 교류하는 계약자가 어디 한둘이겠나? 우리에게 패배한 계약자가 총 여섯인데, 그쯤이면 모든 계약자에게 널리 알려지기에 충분하지.”
오자서는 이신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을 이었다.
“다들 초점에 뒀던 건 나폴레옹이었을 걸세. 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활약을 한 건 자네니까 의외의 복병이었던 게지. 내가 봐도 자네의 지휘 방식은 상당히 충격적이었거든.”
이야기를 들어보니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컨트롤 기법이었다.
병력의 진형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니, 살아생전의 군대 지휘 방식이 고착되어 있었던 계약자들이 충격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서열 1위의 나폴레옹이 가장 먼저 지명했으니, 이신은 더더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도 만만치 않으니 어디 두고 보자고. 날 한 편에 안 껴준 대가를 치르게 해줄 테니까!”
조아생 뮈라는 유쾌하게 웃으며 다른 곳으로 떠났다.
항우 또한 아니꼬운 눈길로 이신을 쳐다보다가 이내 등을 돌렸다.
두 사람이 떠나가자 그제야 오자서가 다가와 나직이 말했다.
“앞으로 남은 싸움은 만만치 않을 것 같네.”
“아시는 게 있습니까?”
“조아생 뮈라와 항우가 한 편일세.”
그 말에 이신도 흠칫했다.
“저 두 사람이 말입니까?”
“그렇네.”
“저 둘을 지명한 계약자가 누구입니까?”
이신이 물었다.
“그건 내가 가르쳐주지.”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렸다.
두 명의 젊은 미남자가 걸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한 사람은 바로 나폴레옹이었다.
젊은 시절의 수려한 외모를 그대로 간직한 나폴레옹은 작은 키에도 당당했다.
키가 작다는 것도 현대인인 이신의 기준일 뿐, 나폴레옹의 키는 167cm로 당시의 평균 남성 키보다 오히려 약간 더 큰 편이었다.
대관식에 온 듯한 화려한 황제 복장까지 나폴레옹을 더없이 화려하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옆에 있는 또 다른 서양인 미남자는 고대 그리스 시대를 연상케 하는 복장에 머리에는 면류관을 쓰고 있었다.
나폴레옹보다 더 작은 키가 흠이라면 흠이었다.
적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 사이가 좋아 보였다.
“저 친구가 이신인가?”
면류관의 남자가 이신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나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승리를 가져다주고 있는 행운의 여신이지.”
“여신처럼 곱상하게 생기긴 했군.”
이신을 응시하는 면류관을 쓴 남자의 눈빛이 점점 강렬해졌다.
꿈틀.
이신의 몸속에 잠자코 있던 마력이 뜬금없이 요동쳤다.
위협을 느껴 마력이 스스로 반응한 것이었다.
그랬다.
면류관을 쓴 사내는 악마군주 수준의 엄청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존재가 강렬한 시선으로 바라보니 이신의 마력이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바람에 이신도 덩달아 긴장했다.
하지만 정말 위협할 생각은 없었는지 이내 면류관을 쓴 남자는 시선을 가라앉혔다.
나폴레옹은 그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남자가 바로 조아생 뮈라와 항우를 지명한 장본인이다. 서열 2위의 악마군주 바알의 계약자지.”
“곧 네 녀석을 재끼고 1위로 다시 올라설 것이다.”
“하하, 언제든 또 도전하라고. 어차피 우리의 삶의 낙이야 술과 여자와 서열전밖에 없지 않나. 아, 자네는 남자도 추가해야 하나?”
그 말에 이신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양성애자를 암시하는 말이었다.
서열 2위에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거물급 위인.
고대 그리스 시대의 복장.
그중에서도 양성애자…….
이신은 한 가지 이름을 떠올렸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그렇다.”
면류관을 쓴 남자가 답했다.
“내가 바로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다.”
이신은 소름이 끼쳤다.
나폴레옹과 동급으로 세계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신화적인 영웅이 눈앞에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실물을 보게 된 것이었다.
세계의 왕이 되고자 했고, 또한 신이라 불리고 싶었던 자.
소아시아의 수많은 왕들이 그의 후예임을 자처했을 정도로 신화적인 대왕을 말이다
“꽤 놀란 얼굴이군?”
알렉산드로스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예,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신은 정중하게 인사했다.
굳이 유명 인물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엄청난 마력에서 풍기는 존재감 때문에 자연스럽게 존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내 종족은 마물이다.”
“마물 하나에 오크가 둘이군요.”
“괜찮지? 내가 구상한 조합이.”
“굉장히 빠를 것 같습니다.”
이신은 마물 하나에 오크 둘이 조합되었을 때의 시너지를 떠올려 보고는 직관적으로 말했다.
“그래, 빠르지. 그게 내가 구상했던 종족의 조화야.”
“저 친구는 평소에도 빠른 속도전을 즐기지. 그것 때문에 평소에도 많이 고전도 했는데, 조아생 뮈라와 항우까지 얻었으니 더욱 가파른 속도로 우리를 압박할 걸세.”
이신은 그야말로 오싹해졌다.
항우, 조아생 뮈라.
하나같이 부하 장수로 부리면 엄청난 힘이 될 것 같은 맹장들이었다.
알렉산더가 그런 두 사람을 휘하에 두고서 전쟁을 지휘한다?
‘정말 대단하겠군.’
현대전에서도 통용되는 망치와 모루 전술은 알렉산드로스와 그의 아버지 필리포스 2세가 원조 격이었다.
즉, 알렉산드로스처럼 기병을 잘 활용하는 지휘관도 없었다.
그런 알렉산드로스에게 항우와 조아생 뮈라가 주어졌으니,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리라.
“말은 잘하는군. 그쪽도 지금까지 무패로 올라왔다지?”
알렉산드로스가 딴죽을 걸었다.
그 말뜻은 알렉산드로스의 팀도 한차례의 패배도 없이 압승을 거뒀다는 뜻이었다.
“뭐, 운이 좋았지. 동료를 잘 고른 내 안목의 승리라고 해야 하나?”
나폴레옹은 이신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운이든 뭐든 난 자신이 있다. 지금 우리는 조합이 아주 훌륭해서 아무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무너지더군. 너도 그리 될 것이다 보나파르트.”
“너무 날이 서 있는데? 이런 자리에서는 같이 술잔이나 기울이며 즐기자고.”
“친구 대하듯 하기에는 내 원한이 꽤 깊지. 내게 1위에서 끌어내려지는 수모를 겪게 만든 건 네 녀석이 처음이니까.”
알렉산드로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 쏘아붙였다.
“전장은 질리지도 않게 헤셀만 고르고 말이지.”
“헤셀이 아니면 자네를 이기기 어렵거든.”
제 10 전장 헤셀은 투석기를 쓰기 매우 좋은 지형이 특징인 전장이었다.
서열 1위를 빼앗은 뒤, 나폴레옹은 유리한 전장인 헤셀만 골라서 알렉산드로스의 도전을 물리친 모양이었다.
실력이 비등하다면 전장의 지형적 특징이 큰 영향을 발휘할 터.
알렉산드로스가 나폴레옹을 얄미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친해 보이는군.’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신은 생각했다.
가장 강력한 적수라 할 수 있는 서로에게 우정을 느낀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자각하지 못했다.
필시 강력할 게 분명한 상대를 보며, 이신 또한 기대감에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오크의 기마군단과 마물의 물량이 합쳐진다면, 한숨 돌릴 틈이 없는 엄청난 혈전이 되겠군.’
알렉산드로스가 펼쳐 보일 다채로운 전술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쪽은 휴먼이 둘이었다.
계속해서 막고 또 막다가 결국은 이겨내던지, 아니면 조금씩 방어선이 무너져 내린 끝에 처절하게 패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어느 쪽이든 엄청난 유혈이 낭자하는 공방전이 될 터.
상상하면 할수록, 이신은 온몸이 뜨거운 불덩어리로 달구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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