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9
399화 결승(3)
물샐 틈 없이 디펜스하는 박영호.
어떠한 견제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신은 침착하게 병력을 모으며 진출할 준비를 했다.
박영호 또한 2번째 확장 기지를 구축하고서는 병력을 끌어 모았다. 독침충, 촉수충을 다수 모으며, 이신이 진출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맵 센터에서 승부를 볼 결심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신이 공격을 개시했다.
병영 병력과 고속전차, 기동포탑, 전술위성까지 다양한 병과로 구성된 전력이었다.
거기에 2기까지만 뽑은 스텔스 전투기도 선발대처럼 움직이며 적의 동태를 살폈다.
-카이저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견제를 잘 막아낸 러너였습니다만, 저 한 방을 막지 못하면 모두 허사입니다.
-예, 안드레이 이바노프도 잘 막았었는데 저 한 방에 그대로 당했었죠.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예요.
-하지만 러너도 엄청난 지상군 병력을 모은 상황. 상황만 따져놓고 보면 전혀 겁먹을 입장이 아니에요!
-러너도 갑니다!
박영호도 그동안 모은 병력을 이끌고 출진했다.
독침충과 촉수충, 그리고 바퀴 떼.
스텔스 전투기의 스텔스 모드나 지뢰에 대비해서 하늘군주도 한 무리 이끌고 함께 출격했다.
대대적인 공세.
한바탕 자웅을 겨뤄보겠다는 태세였다.
기세 좋게 몰려오는 괴물 대군을 스텔스 전투기가 정찰로 포착했다.
독침충들이 우르르 달려와 독침을 쏘려 했지만, 스텔스 전투기는 날렵한 U턴으로 달아났다.
한순간에 격추될 뻔했는데, 이신의 반응이 매우 빨랐다.
이신의 지상군이 맵 센터까지 치고 나와 자리를 잡았다.
좌우와 중앙에 자리 잡은 기동포탑.
그런 기동포탑을 호위하듯이 배치된 다수의 보병과 의무병들.
고속전차는 그 포진 앞에 지뢰를 매설해 완벽한 진용에 화룡정점을 찍었다.
스텔스 전투기 2기는 이곳저곳 순찰하며, 적이 몰래 우회해서 배후를 치는지 감시했다.
완벽하게 태세를 갖춘 이신.
여기에 정면으로 달려들 정도로 어리석은 박영호가 아니었다.
괴물 대군이 일제히 오른쪽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우회해서 텅 빈 이신의 본진을 치려는 듯한 모션.
이신이 쫓아오게 만들어서 진형을 흐트러뜨리겠다는 의도였다.
-러너가 먼저 흔들기를 시도합니다.
-먼저 완벽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인류의 병력에게 곧장 덤빌 수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인류가 먼저 덤비게 만들어야 합니다.
-카이저도 가만히 있지 않죠?
고속전차가 신속하게 질주해 박영호의 우회루트에 지뢰를 매설.
뒤이어 전 병력이 괴물 대군의 뒤를 쫓았다.
괴물 대군으로 하여금 지뢰를 등진 채 싸우게 만들려는 용병술!
하지만 박영호는 단지 바퀴 3마리로 지뢰들을 전부 제거해 버렸다.
-퍼퍼퍼퍼펑!
바퀴 3마리에게 유인당해 일제히 폭발한 지뢰들.
퇴로를 만들어둔 뒤, 박영호의 병력이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한 무리는 쫓아오는 이신을 피해 물러났고, 다른 한 무리는 왼쪽으로 빠졌다.
이신이 달려들면 양방향에서 덮쳐버릴 생각이었다.
이신 또한 박영호가 설계한 함정에 곧장 달려들 생각이 없었다.
전 병력 그대로 대기.
대신 고속전차 6기가 12시에 위치한 박영호의 확장 기지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동시에 항공수송선 1척이 보병 6명, 의무병 2명을 싣고 박영호의 본진으로 향했다.
2곳을 동시에 견제하면, 급해진 박영호가 먼저 달려들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퍼어엉!
항공수송선이 날아가는 도중에 폭탄충 2마리를 만나 격추당했다.
마치 언제 오나 했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폭탄충 2마리가 기다렸다가 덮친 것이다.
12시 또한 막혔다.
고속전차 6기를 막은 것은 단지 독침충 1마리.
출입구를 막아선 채 촉수충으로 변태(變態)를 시작한 것이다.
변태하는 괴물의 유닛은 단단한 알에 둘러싸이는데, 이 알은 물리공격에 대한 내성이 매우 강력했다. 이 점을 활용해서 괴물들이 곧잘 이런 식으로 방어를 하곤 했다.
-러너! 철벽처럼 카이저의 노림수를 모조리 격파!
-이러면 카이저가…… 어?!
이신이 그냥 물러설 리가 없었다.
고속전차들 중 아직 지뢰가 남아 있는 것들이 촉수충 알 앞에 지뢰를 매설했다.
매설된 지뢰가 곧장 촉수충 알에 반응하여서 땅속에서 튀어나왔다.
-퍼어엉!
-키엑!
지뢰에 휘말려 촉수충 알이 그대로 즉사.
무혈 입성한 고속전차들이 일벌레들을 사냥하러 달려들었다.
하지만 박영호도 반응이 빨랐다.
촉수충 알은 시간을 벌기 위한 순간적인 센스일 뿐.
그때 이미 일벌레들을 대피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속전차들이 쫓아왔을 때는 이미 추가 생산된 바퀴들이 앞뒤에서 덮쳐들고 있었다.
하지만 고속전차들은 바퀴들을 피해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집요하게 일벌레를 죽이기 시작했다.
-펑!
-키엑!
-펑!
-키에엑!
전후좌우로 기가 막히게 바퀴들을 피해 다니며 일벌레를 죽이는 고속전차!
곧 바퀴들에게 둘러싸여서 하나둘 희생됐지만, 일벌레를 6마리나 잡는 전과를 올렸다.
-하하하! 없는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만들어내는 카이저!
-완벽하게 수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피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러너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그랬다.
같은 시각, 하늘군주 1마리가 유유히 이신의 앞마당에 나타난 것.
하늘군주에서 촉수충 2마리가 드롭했다.
그걸 보자마자 이신은 앞마당의 건설로봇들을 대피시켰다.
-촤촤?!
촉수가 힘차게 긁어졌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건설로봇들이 모두 도망치는 바람에 1기도 희생되지 않았다.
-엄청난 반응속도!
-불가사의한 반사 신경입니다!
그것은 이신만의 노하우였다.
평소에 앞마당의 건설로봇들을 부대 지정해 놓기 때문에 빠르게 대피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추가 생산된 병력이 촉수충을 잡으러 왔지만, 그전에 촉수충 2마리가 먼저 다시 하늘군주에 탑승하고서 달아나버렸다.
-러너도 촉수충을 그냥 희생시키지 않고 데리고 물러섭니다.
-앞마당에서 잠시 동안 일을 못하게 했으니 피해를 주긴 준 셈입니다.
-항공수송선이 격추된 것도 포함하면 러너가 더 이득을 보긴 봤습니다!
-두 선수 정말 치열하네요.
그 숨 막히는 공방이 모두 신경전에 불과했다.
피차 주력 병력은 아직 대치 상태에 있을 뿐, 제대로 맞붙지는 않은 것이다.
잘못 싸워서 대패라도 하면 패배로 직결된다.
그러니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며 상대를 흔들려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두 무리로 나뉘었던 박영호의 병력이 이신을 덮쳤다.
승부를 볼 참이었다.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던 이신의 병력도 맞아 싸웠다.
-퍼퍼펑!
기동포탑의 포격에 바퀴 떼 십여 마리가 몰살됐다.
보병들이 각성제를 흡입하고 덤벼들어 촉수충 1마리를 죽였다.
하지만 바퀴들을 총알받이 삼아 앞세워서 달려든 박영호의 병력이 거세게 반격했다.
일제히 땅속에 들어가는 촉수충들.
-촤촤촤촤촤?!
-으악!
-으아악!
촉수에 의해 3명의 보병이 죽었다.
재빨리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난 이신의 보병 컨트롤이 빛났다.
보병들은 계속 각성제를 흡입하며 촉수충을 죽였고,
-파아앗!
전술위성이 화염방사병에게 디펜시브 실드를 걸었다.
실드로 보호된 화염방사병이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화염을 마구 뿜었다.
-키에엑! 키엑!
독침충들이 화염방사병의 화염에 녹아들었다.
불꽃같은 컨트롤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싸우는 이신.
하지만 병력은 박영호가 더 많았다.
기동포탑이 모두 괴물들에게 덮쳐져서 하나둘 파괴되었다.
그나마 보병과 의무병 등은 포위망을 뚫고 탈출해서 전멸을 모면했다.
바로 그 순간,
-퍼엉!
“와아아!”
경기장이 관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하늘군주 무리 속에 감춰져 있었던 폭탄충 2마리가 기습적으로 튀어나와 전술위성을 격추시킨 것이다.
저 많은 병력을 끌고 싸우면서도 세세한 부분에서 용의주도함을 잃지 않은 박영호의 멋진 플레이였다.
박영호는 기세를 탔다.
여세를 몰아서 계속해서 추가 생산되는 병력과 함께 이신을 치려 했다.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하지만,
-퍼어엉!
-퍼어엉! 퍼엉!
후속으로 달려온 독침충들이 지뢰에 휘말려 죽었다.
또다시 일어난 반전에 관중들은 다시 탄성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 또 저기다가 지뢰를 깔았나요?!
-후속 병력을 차단시키기 위해서 계속 수시로 고속전차가 다니면서 지뢰를 매설했던 겁니다. 저게 카이저의 무서움입니다. 고속전차가 잠시도 쉬지 않아요!
후속 병력이 지뢰에 끊기는 바람에 승기를 잡은 박영호도 더 깊이 공격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잠시 찾아온 소강 상태.
그렇게 격전을 치르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확장 기지를 하나씩 추가로 가져가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병력 생산, 전투, 추가 확장을 동시에 해낸 것이다.
* * *
“상당히 잘 막았는데?”
존이 놀라움을 표했다.
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견제로 피해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괴물 병력이 많이 나왔지. 선생님의 약점이야. 견제가 막히면 자연스럽게 수세에 몰려.”
“선생님도 잘 싸우시지 않았어?”
“잘 싸웠으니까 저 정도에 그쳤지. 보통 인류 플레이어였으면 진즉에 끝났어.”
“저렇게 보니까 선생님이 굉장히 위험 부담이 큰 전략을 쓰신 것 같아.”
“결국 외줄 타기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빌드 오더가 아니야.”
차이의 냉정한 분석.
주디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빈틈이 없으니까 센터 싸움을 벌이면서 기회를 엿보려 하셨던 것 같아. 진짜 노림수는 센터 싸움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아까의 고속전차와 항공수송선 드롭 견제였어.”
센터 싸움을 유도하면, 박영호도 병력을 끌고 나올 테니 본진 등에 빈틈이 생길 것이다.
바로 그때 소수의 유닛을 침투시켜서 견제 플레이로 큰 피해를 입힌다.
그것이 이신의 노림수.
하지만 바로 그 견제가 모조리 막혔다.
병력을 모두 끌고 나왔음에도 박영호의 진영은 여전히 빈틈이 없었던 것이다.
“저래서 철벽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겠지.”
존이 혀를 내둘렀다.
역시나 박영호는 클래스가 달랐다.
선생님이 저렇게 굉장한 공격을 펼쳤는데 모두 막아내다니.
박영호는 4광산을 확보하여서 풍부한 광물 자원을 먹기 시작했다.
테크 트리도 안정적으로 올라가서 괴물주술사가 곧 나올 듯했다,
괴물주술사가 나오면 그때부터 박영호는 그야말로 철벽 그 자체가 된다.
“후반 병영 체제로 계속 공격을 퍼부으려 하시지 않을까?”
존이 말했다.
분명 한국에서 치렀던 개인리그 결승전에서는 그런 콘셉트로 박영호를 꺾었었다.
하지만 이신의 선택은 체제 전환이었다.
병영 건물들을 모두 띄워서 맵 곳곳에 정찰 보내 버리고, 기갑 정거장을 늘려 짓기 시작한 것.
기갑 체제였다.
“전에 기갑 체제로는 박영호를 이길 수 없다고 하셨는데.”
주디가 걱정스레 대형 화면을 바라보았다.
대형화면에 비치는 이신의 표정은 포커페이스였다.
싸움은 후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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